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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노동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 2015.1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작년에 만난 노동자 5인의 인터뷰 그 후의 이야기 정리 : 정하나 선전위원 을미년 새해를 맞아, 작년 이 코너를 통해 자신의 소소하고도 굵직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었던 인터뷰이 5인을 다시 찾았다. 과거 인터뷰 이후 시점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청하였다. ▮ 아파트 경비아저씨, 분신사건 그 이후 (인터뷰 : 송홍석 선전위원)“3개월 전에 잘렸어. 관리실 눈 밖에 난 거야. 한번은 허리가 아파서 전지 작업, 토공 작업 못 한다고, 우리 일도 아닌데 왜 시키느냐고 따졌거든. 그랬더니 관리실에서 사람을 시켜 경비실에서 밥 먹는데 사진 대놓고 찍어가고, 일도 더 시키고... 나가란 얘기지. 엄청나게 화가 나서 고발한다 했었는데, 결국 우리한테 피해간다고.. 더보기
월 간 「일 터」/[A-Z 다양한 노동이야기]

[A-Z 노동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 2015.1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 작년에 만난 노동자 5인의 인터뷰 그 후의 이야기




정리 : 정하나 선전위원



을미년 새해를 맞아, 작년 이 코너를 통해 자신의 소소하고도 굵직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었던 인터뷰이 5인을 다시 찾았다. 과거 인터뷰 이후 시점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청하였다. 


▮ 아파트 경비아저씨, 분신사건 그 이후 (인터뷰 : 송홍석 선전위원)

“3개월 전에 잘렸어. 관리실 눈 밖에 난 거야. 한번은 허리가 아파서 전지 작업, 토공 작업 못 한다고, 우리 일도 아닌데 왜 시키느냐고 따졌거든. 그랬더니 관리실에서 사람을 시켜 경비실에서 밥 먹는데 사진 대놓고 찍어가고, 일도 더 시키고... 나가란 얘기지. 엄청나게 화가 나서 고발한다 했었는데, 결국 우리한테 피해간다고 그냥 사표 쓰고 나갔어. 입바른 소리도 곧잘 하고, 나랑도 마음에 맞고 참 좋았었는데...”


작년 7월 인터뷰했던(「일터」126호) 경비아저씨(익명)를 만나 뵈려 했으나 도통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경비노동자께 여쭤보니 그만두셨다는 소식이었다. 그제야 아파트 내에서 못 뵌 지 한참 됐다는 생각이 스친다. 지난 10월 7일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노동자가 입주민의 괴롭힘과 인격 모독으로 분신자살한 비참한 사건도 있던 터라 동료 분을 붙잡고 이것저것 여쭈어 보았다.

Q. 그 사건 이후 입주민들이 대하는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뭘 변해. 여전히 삿대질은 보통일이고 ‘잘라버린다’, ‘당신 이름이 뭐냐’며 갑질 여전해. 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야. 기자 양반, 세월호 사건 봐봐. 안전 문제? 처음에만 반짝하고 말걸. 하기야 유치원은 교육했나, 애들이 인사를 하고 그러데. 근데 어른은 안 바뀌어.




▲ 민주노총에서 지난 12월부터 진행한  <경비노동자 후퇴 없는 노동환경과 고용안정을 

‘우리 아버지의 마지막 일자리를 지켜주세요’> 캠페인 포스터

 

Q.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에 따라 경비 절감을 위한 경비노동자들의 해고가 우려되는데요.

A. 우리는 해고할 것도 없어. 최소 인원으로 굴러가거든. 3명씩 24시간 맞교대로 돌아가니까. 한 사람은 정문 지키고, 나머지 사람은 순찰하고 분리수거 해야 하니까 자를 것도 없어. 다른데 보니까 휴식시간을 늘려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더라고. 24시간 근무 중 휴식시간이 6시간(수면 4시간+식사 2시간)인데, 8~9시간으로 늘려서 월급을 줄이는 거지. 문제는 휴식시간이 늘어난 대로 쉬게 해주면 좋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거지. 말이 휴식시간이지, 지금도 휴식시간 중 밥 먹으면서 일하잖아.


Q. 경비노동에 대한 바람, 사회적으로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A. 우선은 우리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 주민들의 태도가 달라졌으면 좋겠어. 경비 보기를 뭣같이 여기니까. 하대하지 말아야 해. 우리 노고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선 우리를 부르는 명칭부터 달라졌으면 해. 청소부도 환경미화원으로 바꿨듯이 우리도 ‘안전 관리원’ 이런 식으로. 우리 하는 일을 더 정확히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 환자·의사 모두 만족하는 진료를 꿈꾸던 의료생협 주치의 (인터뷰 : 최민 선전위원)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살림의원의 주치의로 ‘나는 든든함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던 무영(「일터」121호). 단순히 환자가 아닌 조합원의 권리와 자격으로 내원하는 지역주민과 함께 병원과 진료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Q. 살림의료생협 조합원은 늘었나요? 

A. 조합원은 크게 늘진 않았습니다. 사실 살림의원 단골 중 비조합원이 많아요. 이용에 불편함이 없으니까 자주 드나들면서도 조합가입 안 하는 경우가 꽤 됩니다. 너무 오래 단골이셔서 이제 와서 가입 권유하기 민망할 때도 있는데, 이분들이 조합원이 되도록 만드는 활동을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조합원들이 신뢰한다는 것이 의사로서 좋은 직장이 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었는데요. 故 신해철 의료사고 같은 일을 겪으면서 혹시 조합원들이랑 이런 얘기를 나눠본 적 있나요? 

A. 따로 자리를 만들어서 얘기한 적은 없지만, 조합원들이 페이스북 같은 데에 '이런 사고를 보니 주치의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살림의원 주치의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런 글을 많이 올리시긴 했어요. 주치의가 있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주는 믿을만한 의사가 있다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이와 반대되는 길인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도 반대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Q. 지속 가능한 진료를 위한 진료시간 단축계획이 인상적이었는데, 노동조건 개선이 잘 되어가고 있나요?

A. 일단 의사선생님이 한 분 더 들어오셨습니다. 역시 조합원이시고요, 몇 개월의 적응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는 확실히 2인 분담 진료체계로 갑니다. 주4일 둘이 합쳐서 총 31시간 진료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2014년은 입사한 모든 사람이 자리를 지킨 첫해였습니다. 간호조무사들 임금상승도 중요한 요건이었겠지만 복리후생도 많이 좋아졌거든요. 무엇보다 토요일에 돌아가면서 쉴 수 있었습니다. 병원 대부분이 주말에도 진료하는 것에 비하면 이게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에게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올해부터는 간호조무사도 주5일 근무제이고, 토요일근무는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한 사람이 토요일까지 주 6일 출근하게 되면 그다음 주엔 4일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요. 점점 더 꿈의 직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1년씩 계약갱신을 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 (인터뷰 : 흑무 상임활동가)

딱 1년 전, 그러니까 「일터」2014년 1월호(통권 120호)에서 만났던 기간제 교사 이원숙(가명) 씨. 역사과목 교사로 10년의 경력을 가졌지만,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매해 연말 노심초사하던 원숙 씨의 소식도 물어보았다. 


Q. 재계약은 되셨나요?

A. 네. 여긴 2년 정도 다닌 학교인데, 작년 12월 중순 정도 ‘내년에 자리가 있으니 의향이 있으면 남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보통 다음연도 2월 초~중순이 돼야 그해에 기간제 교사 자리가 나는지 결정이 나거든요. 그에 비하면 빨리 결정이 난 거라고 할 수 있겠죠.


Q. 작년 한 해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을까요?

A. 여기는 공립학교라 그런지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 차별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다녔어요. 누가 기간제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아. 2학기 때 교장이 바뀌었는데 비민주적 행보의 최고봉을 달리고 있어요. 교사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를 피해 다른 학교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교장의 독재에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화가 나고 답답해요. 제가 정교사이기만 했어도 전교조 등 어떤 활동이라도 하면서 문제를 제기했을 거 같거든요. 교장 행보에 제동을 건다거나, 학교의 문제점 중 작은 부분부터 목소리를 모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그저 개인적인 불평불만으로 그치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마음만큼 확산시키지는 못하니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네요. 비정규직 신분의 한계라고 스스로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 추석과 연말연시 너무나 바빴을 우편집중국에서는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12년째 동서울 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양영순 씨,「일터」통권 124호에서 밝히길 안 아픈 곳이 없는 ‘종합병원’이라고, 그래도 여성으로서 시간과 임금 그리고 연차가 보장된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노라고 했었다. 요즘엔 어디 아픈 데 없으신지, 추석과 연말연시 시즌에 죽음의 물량공세는 잘 버티셨는지 제일 궁금했다. 


“우편업이 사양산업이잖아요. 소포도 경쟁업체가 많고.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물량은 줄은 편이에요. 우편 분류 작업하는 기계가 새로 바뀌었는데, 기계 성능이 좋아서 한 번에 분류하는 편지봉투가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이 하는 동작도 더 빨라져야 하니까, 일이 편해진 것은 없죠.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몸은 뭐, 오늘도 한의원 갔다 왔고, 그래요. 큰 변화는 없는데 그래도 지난번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어요. 직업병이니 일을 안 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고. 여기 하는 일이 똑같은데 이게 어디 가겠어요.”



▲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집배노동자들을 중대재해 등의 위험으로 몰아넣는다.(그림: 박원종 화백) 



▮ 학생 가르치는 알바하며 대학원 다니던 논술 첨삭 알바 선생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비대해진 한국사교육계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논술학원에서 고3 수험생과 1년 일정을 같이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던 박다현 씨(「일터」 통권 127호). 그녀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요즘 대입을 앞두고 있을 터, 그녀는 올해에도 첨삭알바를 계속 할 계획일까? 


“2014년 수능 때(최종 기간, 약 2주)에는 거의 일 안 하고 하루 이틀만 나갔어요. 저도 이제 대학원 수업도 있고, 조교 일도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많이 가난해졌어요. (웃음) 올해도 시간 나는 대로 계속 첨삭알바는 할 생각이에요. 학교공부 하면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으니까요. 생활비가 필요하니 지금처럼 대학원 방학기간에는 논술 학원 일을 되도록 많이 해야 할 거 같네요.”


2015년, 오늘 다시 만난 5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터」가 만나왔고 또 만나게 될 모든 노동 이야기가 안녕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