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예된 권리, 인턴의 ‘노동력’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 인턴 노동자 A씨 인터뷰 / 2020. 09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예된 권리, 인턴의 ‘노동력’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 인턴 노동자 A씨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인턴/실습 노동 형태의 일자리는 저임금·불안정 형태의 열악한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턴/실습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 '경험'이라는 명목 아래 열악한 노동조건이 특수한 것으로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경험'이라는 명목으로 어떻게 '인턴'과 '실습생'들의 노동력이 활용되고 열악한 노동조건이 정당화되는지, 이 기제에 대해 비판할 필요가 있다.

인턴, 실습 노동은 각기 형태가 다른 만큼 여러 층위의 문제가 섞여 있다. 먼저 기업이 정식 채용 이전에 '인턴' 기간을 두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있다. 기업은 고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신입 직원을 '교육'의 명목으로 테스트하는 기간을 갖지만, 노동자에게 그 기간은 채용 확정 여부가 걸린 대단한 압박감이 된다. 한편, 인턴 일자리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인턴으로 채용했으나 업무 분장은 정규 직원과 다름없이 이루어져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으며, 대학교 현장실습 경험을 통해서는 방학 기간 실습을 명목으로 무임·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경험을 듣기도 했다.

A씨는 영상계열 전공을 했던 2010년대 초반부터, 대학 졸업을 한 최근까지 여러 기업의 인턴으로 근무했다. 짧게는 2~3달부터 길게는 7개월가량에 달하는 이력들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스펙'이란 명목하에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감당해온 시간이다. 지난 8월 31일,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A씨를 만나 인턴 노동 당시의 경험을 들어보았다.

인턴 노동의 양산,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주목한 지점은, 인턴 노동자가 임금/노동조건 상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일터라는 공간 안에서 관계의 불평등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채용에 대한 기대감과 압박감을 가지고 인턴 일자리에 지원하는 노동자들은 일차적으로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일터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인턴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일터란 어떤 공간일까?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인턴을 단기간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의 전략을 어떤 식으로 비판할 수 있을까?

-여러 인턴 일자리를 경험하셨는데,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최근 졸업하기까지 언론사, 엔터테인먼트사 등 다양한 업계에서 짧게는 2~3달 길게는 7달 정도를 인턴으로 일해왔어요. 기업마다 담당한 업무는 달랐는데, 주로 언론사에서는 제보 접수, 사실관계 확인, 보도자료 취합 등을 통해 초벌 기사를 작성해 담당 기자에게 넘기는 일을 했어요. 다른 업계에서도 유사한 형태였는데 정직원들이 기획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작업이나 자료조사, 아이디어 기획 등을 했어요. 예를 들어 최근 신간 소설을 읽고 요약 분석을 해 자료를 넘기는 식이죠."

-근데 설명하신 업무들을 보면 상당히 중요성이 있는 구체적인 업무들이네요.
"맞아요. 그런데 반대의 경우들도 있어요. 특별히 인턴을 채용해서 어떤 업무나 교육하겠다는 계획 없이 막연하게 정부 지원금이나 기업 이미지를 목적으로 인턴 공고를 내는 기업이 많아요. 그러면 출근해서도 의미 있는 업무를 하며 경험을 쌓는 게 아니라 무작정 대기하면서 업무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거죠."

-인턴이라고 하더라도, 비용이나 인적 자원이 투여되는 일인데, 이런 식의 일자리를 기업에서 왜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인턴은 어차피 6개월 정도 출근하는 거고, 유튜브나 SNS 관리 등 정직원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일들을 인턴에게 시킬 수 있는 명목이 생기는 거죠. 한 인턴이 일하다가 나가면, 다음 기수에 다른 인턴이 들어와요. 기업에서는 정규직 채용에서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의미 있는 점수는 아니에요. 심지어 어떤 대기업에서는 인턴 월급을 회사 포인트로 지급했어요. 그 회사 인턴 채용 공고에는 애초부터 임금이 아닌 '소정의 활동료'를 지급한다고 게재되어 있었어요. 인턴을 한 명의 노동자로 생각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겠죠."

-인턴 노동이 흔히 '열정페이' '무급노동'으로 이어지는 한 가지 이유는 교육이나 경험, 경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노동이라는 개념이 아주 이상하게 잡혀있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어떤 결과물을 계속 내고 있어야만 '노동'이 되는 건 아니에요. 업무를 기획하거나 구상하는 단계, 사전 조사하는 단계도 충분히 노동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필요한 시간이나 출근해서 책상 앞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도 마찬가지예요. 경중을 따졌을 때 부차적인 '잡일'로 여겨지는 업무도 그렇고요. 인턴을 하러 가면, 첫 출근 날 책상 하나가 있어요. 그럼 앉아서 종일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럼 아무도 저를 찾지는 않지만, 누군가 인턴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내 긴장이 돼요. 8시간을 꼬박 그런 상태로 있다가 집에 오면 퇴근을 하자마자 곯아떨어질 정도로 긴장이 심했어요. 이렇게 업무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을 노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실무 경험이나 업에 대한 이해나 역량이 향상될만한 교육을 회사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 있나요? 혹은 인턴들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든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실무교육이라도 진행해야 최소한 인턴 기간은 교육/경험의 기간이니 임금이 낮거나 없어도 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라도 있을 거예요. 제 경험상 인턴에게 교육이라고 할 만한 시간이 10%는 될까요? 하루 대부분은 눈치 익히기,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대기하는 거로 생각해요. 반대로 실무에 곧바로 투입하는 경우들은, 그 일에 필요한 체계적인 실무교육을 사전에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면 일을 주고 인턴 혼자 아이디어 구상해오고 알아서 해오라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일자리는 정규 노동시간 동안 진행된 거죠? 초과 노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10시에서 7시까지가 정해진 업무 시간이었어요. 업계마다 차이가 있는데, 엄격한 마감 기한이 있는 언론사 같은 경우는 일이 못 끝나면 초과수당이나 이런 게 따로 없더라도 집에 가긴 어렵죠. 만약 주에 금요일이 마감일이라고 치면 최소한 2~3일 정도는 야근했던 것 같아요. 또 특이하게 언론사는 인턴 일자리가 24시간 운영되었어요. 방송국 스케줄 그대로 맞춰서요. 처음에는 낮에 일하다가 경력이 차고 나서는 심야 시간으로 옮겼어요. 야간에는 당직 기자들 뿐이라 훨씬 심적 부담이 덜하거든요."

-노동강도의 측면에서 인턴 일자리는 어떤가요.
"유튜브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던 선배가 있어요. 지금은 과로로 너무 부담이 커 그만두었는데, 당시에 정식 채용 후에 3개월 인턴 생활을 거쳐 시험을 보고 정규직 전환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인턴 하는 동안 너무 극심한 노동강도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3명이 한 주에 영상 2개를 업로드 해야 하는데, 그럼 촬영/편집 및 그래픽/미팅 작업이 각각 주에 2번씩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너무 작업량이 많다 보니 매일 자정에 퇴근해서 오전 6시에 첫차를 타고 출근했다고 해요. 일하는 방식도 편집해가면 자막 색깔, 배열 하나하나 지적을 당했는데 일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로봇처럼 입력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과로로 신체 부담도 크고 탈모도 생겨서 결국 일을 그만두었어요."

유예된 노동, 유예된 권리

기업은 계속 사람을 바꿔가면서 '인턴' 형태로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해 그가 업무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건 신입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대신에 기업은 교육 기간을 명목으로 '인턴' 기간을 두거나, 특정 제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인턴을 뽑아 저임금·불안정 노동력을 활용한다. 그런 과정에서 실제 인턴노동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적 압박감이나 일터 내 관계에서의 낮은 대우의 경험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말씀하신 내용 중에 '눈치 보였다' '심기' 같은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일터 내에서 인턴의 위치라는 게 불안정하고, 또 관계 내에서 취약하다 보니 주변의 눈치가 많이 보였나 봐요.
"인턴 일자리가 채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 속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나 압박감이 있죠. 무슨 업무가 들어오면 빨리 잘 해내야겠다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설사 당장 처리하는 업무가 없더라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덜덜 떨고 있는 거예요. 점심시간이나 퇴근도 옆에서 말을 해줘야 움직일 수 있고요. 막막하고 초조한 시간이었죠."

-여러 명을 인턴으로 뽑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 경쟁해야 한다든지 이런 문제는 없었나요?
"저 같은 경우는 1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 팀에 저 혼자 인턴으로 일한 경우였어요. 그래서 경쟁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는 혼자서 압박감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분위기 속에 있었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지인 중에 대기업 인턴으로 취직한 경우가 있었는데, 몇천 명이 지원해서 인적성 검사, 1차 시험, 면접을 거쳐 최종 2명을 뽑았어요. 그리고 그 두 인턴은 6주 동안 인턴 생활을 거쳐 정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죠. 상관들도 "너희 둘 중 한 명만 될 거야. 둘 다 안될 수도 있어. 그러니 제대로 잘해야 돼"라고 했다고 해요. 저라면 정말 하루하루 숨이 막혔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해에 정규직 채용은 하지 않았어요."

-인턴의 경우에는 대개 4대보험 가입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하다 다치거나 건강 문제가 생겨도 사회보험을 통해 보상받고 치료받기도 어려운데요.
"인턴은 대부분 4대 보험 가입은 되지 않고 원천징수세만 떼요. 그리고 만약에 일을 하거나 출퇴근 시 다치는 일이 생기더라도, 보험의 유무를 떠나서 회사에 말하기는 거의 어려운 구조예요. 저 역시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만약에 다치거나 아픈 곳이 있어도 알아서 처리했을 것 같아요."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인턴 노동자가 '노동'과 '노동이 아닌 것'의 경계 속에서 일터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이 기간을 상당한 정신적 압박감 속에서 보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터뷰의 중요한 주제였다. 인턴 일자리를 계속해서 채우는 노동력과 이 시스템을 악용하는 기업은, 실재하는 노동을 노동이 아닌 것으로 만듦으로써 노동자의 권리 또한 유예시키고 있다. 이 유예된 권리의 경험은 이후의 일경험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고민의 지점들이 단기적인 일자리에서도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현장 관리감독의 한 축, 감리 - OO건축사무소 L씨 인터뷰 / 2020. 08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현장 관리감독의 한 축, 감리 - OO건축사무소 L씨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나의 건물을 짓는 일은 무척이나 복합적이다. 설계, 시공, 준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는 땅을 고르고 다지는 일부터 건물을 올리고 내부의 각종 설비를 설치하고 외관을 다듬는 일까지 다양한 업무가 때로는 시간 순서대로 때로는 동시에 진행된다. 이렇게 수많은 업무와 그에 투입되는 다양한 인력을 관리·감독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더욱이 한 번 건물을 지으면, 적어도 수십 년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을 터전을 이루기에, 건물이 원래 설계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지어지는지, 건물을 만드는 과정과 이후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안전이나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중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담당자가 있다. 바로 감리다.

지난 7월 21일 경기도의 한 복지센터 건설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L씨를 현장 근처 카페에서 만나 감리의 노동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L씨는 건축 디자인 및 설계를 주로 하다가, 최근 감리 업무를 겸하고 있다. 감리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나누면서, 감리 업무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건설사업 전반을 관리·감독하다

건설현장과 건물 자체의 관리·감독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감리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건설현장에서 감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감리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실제 업무 수행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는 물어보았다.

"'공사감리'라 함은 건축물 및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행위입니다. 감리 주요 업무를 단계별로 구분하여 설명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공사착수 단계 둘째, 공사 단계 셋째, 준공 단계입니다.

우선 공사착수 단계에서는 ①허가된 설계도서(도면, 명세서, 계산서, 조사서) 등과 각종 인허가 및 인증 관련 도서 등을 검토하고 확인합니다. 오류나 누락 또는 개선할 부분을 발췌하여 발주처와 설계자의 의견을 들어 수정, 반영하지요. ②시공자와 함께 현지조사(각종 재료원 확인, 지반 및 지질상태, 진입도로 현황, 인접도로의 교통규제 상황, 지하매설물 및 장애물 등)의 조사를 수행하여 공사계획에 반영합니다. ③시공자가 각종 공사계획서(시공, 공정, 품질, 안전, 위해방지, 환경 등)를 사전에 작성하게 하여 검토, 확인 후 향후공사의 기준을 설정합니다."

이렇듯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설계와 공사계획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검토하고, 공사가 이뤄지는 현장에 비춰볼 때, 설계사항이 적합한지 공사단계에서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이를 통해 실제 공사가 이뤄질 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할까?

"공사단계에서의 업무는 크게 6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시공성과 확인 및 검측 업무로서, 작업의 추진 여부를 확인하고 금일 작업실적과 사용 자재, 품질시험회수 및 성과 등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주요 공정별, 단계별로 시공 규격 및 수량이 설계도서의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검사하고 확인된 부분에 대하여 다음 공정을 착수하게 합니다. ②하도급 관리업무는 하도급업체의 실적, 규모 등의 자격 검증과 적정도급 계약비율, 노무비 안심 지급 장치 등을 확인, 검토합니다.

③사용자재의 적정성 검토업무(품질관리)로서, 사용될 주요자재의 공급원을 검토하고 자재수급 시 자재 검수를 통해 규격, 품질 등이 적정하게 조달되었는지 확인하여 불합격된 부분은 공사시공자에게 시정 통보합니다. 또한 각종 자재의 품질시험 계획에 의거 품질시험 여부와 횟수를 확인하지요. ④시공계획의 검토업무로서는 시공자로부터 공사 시방서의 기준(공사종류별, 시기별)에 의하여 시공계획서를 진행단계별로 제출받아 검토합니다. 그 내용으로는 현장조직, 세부공정, 시공일정, 주요장비, 자재동원계획 등입니다.

⑤안전관리업무로서는 공사전반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의 사전검토, 실시확인 및 평가, 자료의 기록유지 등 공사시공자가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취하도록 합니다. 공사시공자의 안전조직 편성 및 임무, 시공계획과 연계된 안전계획, 현장 안전관리 규정, 안전관리 협의체 구성, 일일 안전교육, 정기안전점검, 안전관리비 사용 내역 확인, 재해 예방 전문지도 기관의 기술지도 여부 등을 확인 시행하도록 감독합니다. ⑥그 밖에 공정관리, 기술검토, 환경관리, 기성검토, 설계변경, 조사, 계측관리, 전 공정 업무 조정 회의, 발주처, 유관 기관 협의, 각종 교육 진행 및 참가, 민원관리, 인증업무 확인 등 실로 모든 부분의 확인, 검수, 검측, 지도, 발주처 보고 등의 업무를 하지요."

이렇듯 감리는 공사단계에서 이뤄지는 작업 과정 전반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 작업 각각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품질 수준을 맞추고 있는지, 해당 작업에 들어갈 자재가 적합한지, 수량은 충분한지 등을 살펴본다. 기존의 설계와 법제도적 기준에 맞게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물의 안전과 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담보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준공단계 업무를 말씀드리죠. 예비준공검사를 통해 미비한 점을 보완 시정토록 하고 준공신청 이전에 예비 및 정상상태 시운전을 완료하여 준공검사원을 제출토록 합니다. 시공자가 작성 제출한 준공도면이 실제 시공된 대로 작성되었는지의 여부를 검토·확인하고 각종 인증에 대한 본 인증서, 통신, 소방, 전기, 배수 설치 등 전문분야 준공필증을 확인한 후 공사비 최종 지불 청구서를 검토·확인하지요. 그 후 관할관청과 발주자에게 감리 완료보고서를 제출하고 사용승인서를 받습니다.

준공 이후 단계 업무로는 건축물 시운전 및 유지관리 협력이 중요합니다. 공사시공자가 당해 시설물을 관리할 자에게 인계하도록 협의하여야 하며, 당해 현장에서 특수한 재료 혹은 공법을 적용하였을 경우 시공 부위, 방법, 특성, 공사시공자 관리상의 주의점 등에 대한 기록을 인계하도록 하여 유지관리, 점검이 용이하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합니다."

감리원의 자격과 선정

설계·시공·준공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감리가 맡은 역할이 다양하고, 건설 산업 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감리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이 요구되고, 어떻게 선정이 되는 걸까? 이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감리원의 자격은 여러 각도에서 평가해 주어집니다. 교육 수준, 실무 경험 등을 고려해서 감리 역량에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건설공사의 감리원에 대해서, 관련 해당 학과를 전공했는지 여부, 일정 기간의 설계, 시공 경력과 국가기술자격증, 교육이수현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등급 및 역량지수를 나누죠.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정해집니다. 이후 감리나 건설사업관리의 현장의 규모에 따라 배치됩니다.

그리고 감리 선정은 법에 근거해서 이뤄지는데,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건축사법에 의한 감리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연속된 5개 층(지하층을 포함한다) 이상으로서 바닥면적의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아파트 건축공사/준다중이용 건축물 건축공사)로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선정됩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건설사업관리용역(200억 원 이상 건설공사)은 기술용역 적격성 심사(보유 건설기술인 역량/신용도/실적평가)와 가격입찰로 선정됩니다."

감리 활동의 증진을 위해

한국의 건설 산업에서 안전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각종 토목·건축현장의 건물 자체의 품질과 안전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중대재해까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현장에서의 관리·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 감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할지 의견을 구했다.

"감리는 설계도서 검토, 시방서에 기술된 각종 내용의 이해, 수많은 자재의 품질과 시험성표 해독능력, 각 공정별 전문기술의 폭넓은 기술능력, 공정 간 조정회의 등 실로 수많은 경험과 지식, 리더쉽까지도 필요합니다. 초급이나 중급정도의 경력자는 수행하기가 역부족일 것입니다. 규모와 관계없이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상주감리로 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 업체나 중소 건설회사는 이 수많은 건설과정 업무와 관리를 할 인원을 보유할 수 없는 실정이고 기술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시공 기술자의 배치를 지원하거나 품질, 안전, 환경, 과 시공을 분리 발주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최근 국토부에서는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서, 감리를 통한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정책방침을 내걸었다. 현재 건설현장(철거현장에도 일정규모 이상(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감리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업면허 없이 공사할 수 있는 소규모 공사는 현장관리인이 안전 관련 사항을 감리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위험요인 확인 시 시공자에게 시정 요청, 정도에 따라 공사 중지, 주요시설 개선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2018년 건축법 개정). 나아가 위험 상황 발생 시 감리의 공사중지 권한 법제화와 함께 이로 인한 손해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2018년 건설기술진흥법 개정). 또한 감리보고서에 안전관리이행상황을 기입토록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감리가 건설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건설 노동자의 안전까지 이들이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관리·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 문제를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난 잠실에서의 철거현장 붕괴사고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감리 활동 자체가 유명무실하거나 시공사의 요구에 좌우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조건 하에서 법제도상의 의무만 강화하는 것이 감리 몇몇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감리는 발주처(공공기관, 감독관)의 단순한 행정 대행자나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하수인이 아닙니다. 책임과 권한을 정확히 주어 소신 있게 감리에 임할 수 있게 감독(관료)의 권한을 축소시켜야하며, 공공기관의 불공정한 계약 행위도 근절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공무원들이 직접 상주하여 감리를 하거나, 별도의 공무직처럼 운영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일련의 정책적 변화와 관련해, L씨는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 구축의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감리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감리 업무의 공공성 강화 및 독립성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산업에서 제3자로서 관리·감독의 중요한 한 축인 감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 및 인력관리, 실질적 업무수행 보장 등의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 / 2020.07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 

-전덕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인터뷰 

 

 

김가을길 / 상임활동가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씩 부여하도록 돼 있잖아요. 휴게 시간의 부여 시기를 변경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특례업종이었어요. 국가인권위 권고사항으로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부여한다거나 하는 방안이 나왔는데, 이런 정책들이 7월 1일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이전의 상황이었죠. 

활동지원사들의 쉴 권리가 특례업종 제외 이전에도 없었던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실상 활동지원사들은 그간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일했어요.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의 권리가 있음에도 부여받지 못하는 불법적 상황이 근 10년 가까이 계속되어왔던 거예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휴게시간이 없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전덕규 사무국장을 낙원상가 골목 근처의 활동지원사노조 사무실에서 만나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쉴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복지사업 특례업종 제외 후 변화

언론에서는 최중증장애인 사고방지 등을 앞세워 활동지원사의 끊임없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쉼의 권리는 노동자 건강권의 측면에서 너무나 필요한데, 개정된 맥락에는 또 무엇이 있었을까? 개정 이후 휴게시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이 2018년 3월 20일에 개정되었고 7월 1일 이후 시행입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이라는 게 뭔지가 중요한데, 특례업종이 될 경우 연장근무가 제한 없이 가능했어요. 그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특례업종을 축소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는데, 제외되는 특례업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았어요.

화물 운송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교통사고가 난다거나, 집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다던가. 그런 일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요구에 따라 특례업종이 축소됐던 겁니다. 많은 활동지원사들도 이용자 필요에 따라 장시간 노동을 했고요.

개정 후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면서, 휴게시간을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 부여하게끔 변화하게 되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활동지원사들에게 휴게시간의 권리라는 게 기존에 없던 게 아니라는 거예요.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 제도 초기부터 있었고,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거지 '휴게시간이 생겼다'와 같은 표현은 맞지 않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정 이전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부여하도록 한다'라는 등의 대안을 내놓았다. 특례업종 제외에 관해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고용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보건복지부나 기타 정부 부처, 지자체 등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은 돌봄서비스의 경우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그게 기존에 없는 걸 마련한 게 아니라 원래도 법률적으로 유연하게 하도록 돼 있는데 새로운 방법인 것처럼 또 권고한 것뿐이에요. 그렇다면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유효한 권고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법이 기본적인 테두리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특례업종 제외에 관해 반대했어요.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도 노동자 휴게시간 권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2018년 6월에 '휴게시간 지원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열어보니 사실상 공백을 가족돌봄으로 대체하고 한 시간 정도 되는 단시간 대체 인력을 5000원 정도 더 주는 방식으로 파견하거나 퇴근할 때 맞춰 8시간에 할당되는 휴게시간 1시간을 당겨서 교대 스케줄을 짜는 정도였죠. 실제로 그렇게 운영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보건복지부에서 국가기관과 실질적 고용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에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니, 개정된 근로기준법상의 특례업종 제외의 의미가 잘 실행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물었다.

"사회적 논의로 인해 근로시간이 축소되고 특례업종이 줄어든 것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는 진일보 한 것이죠. 그렇다면 보건복지부에서도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전혀 안 되고 있고요. 일단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잖아요. 하지만 활동지원사들은 그렇게 쉬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를 종료해 근무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보건복지부에서 대책이라고 내놓았던 위의 지원방안을 통해 휴게시간을 준 이용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고 한다. 그만큼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때 보건복지부는 계도기간이라 이용자들이 많이 쓰지 않았다는 핑계를 댔지만, 계도기간 동안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가 본 목적을 위한 제대로 된 시도를 한 적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2018년 12월이 되어 계도기간이 지나자 보건복지부에서는 다시 또 같은 지원방안(단시간 대체 인력 고용)을 지자체에 공문으로 배포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벌써 2020년이 절반이 가까이 됐는데, 지난 1년간 이용자 수가 어땠냐 하면, 10명도 안 되는 처참한 실정입니다. 지금 보건복지부는 그것이 실패한 정책임을 알지만,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어요. 

아예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아까 말했듯 일부 기관에서는 단말기만 종료하게 시킵니다. 단말기만 종료하게 되면 근무기록을 삭제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휴게시간 부여가 아닌 임금체불이 되죠. 그러니 지자체들 상황이 우스워요.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지자체는 사실상 단말기를 종료하고 있기에, 실질적인 휴게시간도 아닌 데다가, 임금체불까지 해서 이중 근로기준법 위반이겠죠. 그러나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는 지자체는 휴게시간에 관련한 법률 위반이 됩니다. 아무 대책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이라도 받게끔 설명하고 있습니다."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

그는 휴게시간을 쉴 수 없으니 돈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쉼의 권리마저도 돈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이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휴게시간 저축제 등 온전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노조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는 않았다. 휴게시간인데 쉴 수 없는 구체적인 사유는 무엇일까. 

"거의 모든 활동지원사는 1:1로 파견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일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쉬는 방식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근육장애인이나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특성상 끊김 없는 서비스를 원하죠. 또 장애인 이용자가 사회활동을 할 경우 대중교통 안에 있다면 휴게시간을 가질 방법도 공간도 없는 등의 문제가 있죠. 

활동지원사가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을 쓸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제도적 조건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바우처 제도, 1:1 방식으로 파견하는 방식 안에서는 이를 활용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휴게시간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함으로 노동자 건강권에 있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는 휴게시간 저축제를 요구하는 거예요. 휴게시간 저축제는 쉬지 못한 휴게시간을 유급휴가로 계산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겠죠."

언론에서는 근로기준법 이전의 특례업종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여러 차례 제기됐는데,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기사는 개별적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장애인 단체 같은 경우 근육장애인이나 최중증장애인 생존권연대 같은 데서 목소리를 많이 냈죠. 근육장애인 중에서는 활동지원사가 10분 정도 잠시 퇴근하고 교대하는 사이에 호흡기가 떨어져서 사망한 사례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절박함이 있으셔서 끊김 없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십니다. 

그런데 장애인은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용자예요.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주장하셨던 게 과거의 특례업종으로 돌아가자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아까 제가 말씀드렸듯 기존의 특례업종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잖아요. 돌아가는 것이 해법일 수는 없습니다.

또 특례업종을 축소하는 것 자체도 노동계의 성과인데 이걸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 건 퇴보시키자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최중증장애인 생존권연대 토론회 기사 내용에서 변호사가 지적하는 걸 보면, 2018년 7월 1일 시행 이전의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특례업종과 시행 이후에서 규정하는 특례업종의 성격이 또 다르다는 건데요. 

가령 지금은 '연속적으로 근무를 하면 얼마만큼의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한다는 거죠. 그런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특례업종에 지금의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가 들어간다고 해도 그분들이(이용자) 원하는 방향으로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세세하게 보게 되면 (기존처럼 특례업종으로 포함시켰을 때) 원하는 상과는 다를 거라고 보고요."

활동지원사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한 과제

휴게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휴게시간이 있는 근무를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영향이 무엇일까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듭니다. 산재에 관해서는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데, 이용자가 가벼워도 60kg, 많이 나갈 경우 100kg가량 되기 때문에 그들을 한 사람이 들어야 하는 현 제도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이 아주 큽니다. 산안법상에는 10kg만 넘어도 두 명이 들게끔 권고했는데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진 적이 없죠. 산재 인정률이 낮다 보니 대체로 산재 신청도 어렵고요. 이용자를 들어 옮기고 하는 업무가 많아 허리나 어깨에 영향이 크죠. 

조합원 중 직업병으로 산재 신청을 해서 인정받은 경우는 한 건 있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19가 주요 이슈인데,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은 이용자와 밀접하게 자주 대면하는 것에 비해 마스크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데 코로나 발생 이후로 지금까지 받은 마스크 수가 총 여섯 장입니다. 장애인이 보조구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과도 충분히 연결돼 있습니다. 휠체어를 예로 들자면, 장애인들에게는 이동수단을 보장하는 기기겠지만 활동지원사 노동자에게는 노동을 보조해주는 기기라서요."

전덕규 사무국장은 활동지원사들의 온전한 쉴 권리를 위해 앞으로도 권리보호와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활동지원사에게 실질적인 쉼의 권리가 주어질 때까지 함께 연대하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 2020.06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정경희 / 선전위원 

 

"뭔데?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처음부터 다 알았나? 환자 앞에서 우릴 그렇게 무안 주면, 지가 올라가는가 보지?" 

실습 일과를 마친 후 동기들과 수다가 없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시절. 젊은 시절이 좋았어도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빛바랜 시간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사회복지학과 실습을 마치고 지금은 휴학 중인 소나기님을 지난달 13일 안양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 그가 겪은 생생한 실습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실습을 시작한 이유 
 

사회복지학과 실습은 보통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때 많이 하는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필요한 160시간, 4주를 기본으로 한다. 
대략 3~4월에 실습하고 싶은 곳을 서너 군데 정해두고 자기소개서와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그 후엔 4월부터 6월 사이에 사회복지 실습이 인정되는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실습생 모집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한다. 

소나기님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습을 했다.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이유와 장애인복지관을 실습 장소로 선택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봉사활동 중에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 장애아동 방과 후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했었는데요. 가끔이었지만 공원에 산책을 나갈 때면 먼저 와있던 부모들은 장애 아동을 보고 같이 못 놀게 하거나 비장애 아동을 데리고 공원을 나가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지역사회에서 장애아동들이 받는 편견과 차별들이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고, 실습해 장애인 복지 분야를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복지관의 직원 출근 시간은 8시 5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실습생은 8시 40분부터 오후 6시까지였어요. 그런데 오후 5시 50분경 팀장님과 마무리 모임하면, 정시에 마치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저녁 7~8시까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일과의 시작과 마무리는 팀장님 조회에요. 팀장님께서 실습생이 다 왔는지 확인 후 오늘, 내일의 업무를 설명해주십니다. 

그다음엔 사회복지 사무실로 올라가 한가운데 일자로 쭉 서서 매일 다른 멘트로 아침저녁 인사를 해요. 예를 들면, '안녕하십니까. OOO 실습생 인사드리겠습니다' 구호를 외친 후 '활기찬 O요일 되십시오'라 하고, 끝날 때는 아침과 똑같이 구호를 외치고 '오늘도 열심히 배웠습니다'라고 합니다. 

매일 다른 멘트를 생각해야 했고, 얼마나 창의적이고도 인상적인 인사를 하는지 항상 팀장님이 확인하셨기 때문에 실습생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어요. 인사 시간만 다가오면 다들 불만이 많았지만, 전통이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실습 2주 동안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돕는 역할을 했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점심 보조를 했는데, 그동안 점심을 빨리 먹어야 해서 먹는 둥 마는 둥 할 수밖에 없었죠."

보통 4주간 실습 중 첫 주는 대부분 교육, 2주 차부터는 기관마다 다른데 실습 간 복지관에서는 해마다 방학프로그램 부담임으로 배치해왔다고 한다. 

마지막 주는 관장, 팀장 면담이나 1주 차 교육을 계속 이어갔다. 실습프로그램을 마치고 어떠했는지 소회를 물었는데 시작 전부터 수퍼바이저의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세 번의 심리적 지진을 느꼈다고 한다.

"실습 일주일 전 실습 기관의 담당 수퍼바이저와 만나서, 실습 일정이나 필요한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어요. 실습생 10명 중 여자가 7명 나머지는 남자였어요. 

실습 일정에는 1박 2일의 대규모 캠프가 있었는데, 실습생 2명은 복지관에 남아야 하고, 남자는 무조건 캠프를 가야 한다고 했어요. 선택권 없이 여자 실습생만 남을 수 있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러나 첫 만남이라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었죠."

"반팔 티셔츠는 되도록 입지 말고 전문직처럼 보이게 남자는 카라티, 여자는 블라우스를 입으라며, 옷차림에 대해 한 명씩 일일이 지적하는 것을 보고 두 번째 지진을 느꼈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보시더니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셨어요. OOO! 학생회 했네! 콕 집어 질문 없냐고 해서 복장규제와 캠프참여를 정함에 남녀차별에 대해 질문했고, 무거운 것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을 이해시키려고 계속 말씀하시더라고요. 

말이 길어져서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학생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이런 질문 할 것을 예상했고, 이해시키기 위해 일부러 지목했다 하시더군요. '실습 그만두겠는데?'라고도 하셨어요. 제 마음에는 세 번째로 지진이 일었어요." 

"항상 수퍼바이저 손바닥 위에 있는 느낌" 

시작 전부터 받은 충격으로 실습을 꼭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실제 진행한 실습내용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물었다.

"실습 기간 동안 이용인에게 다가가는 방법, 복지관의 역할 등 정말 많은 사회복지 지식들을 배웠어요. 하지만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팀별 과제라든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해보는 과정들이 없었고, 실습생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복지업무를 어깨너머 봐야 했어요. 이미 짜인 프로그램에 실습생이 투입돼서 보조하는 역할이었기에 배웠다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한 느낌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실습비를 개인이 실습 기관에 8~10만 원을 직접 지불하지만, 실습 기관에 따라 예외적으로 실습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당시 실습비의 대부분은 식사비나 회식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관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기관에선 실습생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편, 실습 평가점수는 실습 기관의 수퍼바이저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퍼바이저의 권력은 실습생들에게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수퍼바이저가 실습생들의 개인 평가점수를 학교에 제출하게 돼 있어요. 실습 도중에 실수했거나 OT에서 했던 질문 같은 것으로 밉보이면 수퍼바이저는 맘대로 점수를 깎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실습생에게는 '이 점수가 취업까지 연결된다',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미래에 네게 돌아간다'라는 메시지가 강해요. 그래서 실습생은 항상 수퍼바이저의 손바닥 위에 있어야만 했어요. 굴욕적인 일을 겪어도 참아야 했고, 회식 자리는 실습의 연장이 돼서 항상 필수로 참석해야 했어요."

이어서 들려준 1박 2일 캠프에서 이야기는 '실습생을 부려먹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진행, 고깃집에서 서빙, 수영장 안전요원, 늦은 시간까지 회식이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하는 실습의 과정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매년 캠프를 가지만 이번에는 자원봉사자 인원이 부족했어요. 호텔 전체를 빌려 행사를 진행했는데, 각 부서 팀장님들과 실습생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만 했어요. 가기 전에 각각의 프로그램에 실습생을 미리 한 명씩 배치했는데, 실습생은 프로그램 준비 과정을 모르다 보니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어요. 

사전 정보도 없이 시작된 터라 다들 우왕좌왕했어요. 낮에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설명해야 했고, 남자실습생은 워터슬라이드 안전요원을 하다가 다치기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저녁 식사 시간에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수영장 옆에서 진행하다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식당으로 가야 했어요. 식사 준비를 돕고 서빙도 해야 했어요. 

같은 차를 타고 왔던 이용인이 불판을 바꾸고 자리를 안내하는 저를 보곤 실습생이 이런 것도 하냐고 묻기도 하셨어요. 저녁 프로그램이 끝난 후엔 평가회의 겸 회식을 한다고 해서 완전 긴장을 했어요."
 

육체적 힘듦보다 회식에서 겪은 바가 훨씬 굴욕적이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평가 회의가 끝난 후 회식을 이어가던 도중에 국장님께서 갑자기 '너희를 우리 기관에 붙여 줄 거로 생각하느냐. 여기 들어오기 힘들다. 아예 너희의 희망을 자르는 거다' 하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갑자기 '첫 잔은 원샷을 해야 된다'며 건배 제의를 했어요. 저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편이라 무척 당황했죠. 

그때 누군가 '국장님께서 하시면 저희도 할게요'라고 용기 있게 말했고, 국장님은 보란 듯이 술잔을 비워버리셨어요. 저는 원샷이 힘들어 반만 마셨는데, 옆에 있던 친구들은 눈이 빨개지면서까지 다 마시는 거예요. '술을 이렇게 열심히 마셔야 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식 말미에 국장님께서 '술잔을 비우라고 한 것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대처나 적응능력을 본 거다'라고 하셨어요. 캠프 와서 실습 시간 160시간을 초과했는데,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겪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복지관에 취직시켜준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사에 대한 전망을 갖고 실습을 나갔는데, 실망스러웠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실질적인 실습이 되려면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복지기관들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탈색모거나 밝은 염색을 한 사회복지사에 대해 컴플레인이 들어오니 가급적이면 실습생도 검은색의 단정한 머리를 해야 하더라고요. 

주변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진 복지관에서 실습한 사례가 있는데, 팀장, 부장님의 이름을 부르며 장난도 치고, 저희처럼 이미 기획된 캠프 프로그램에 자원봉사활동 하는 게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함께 캠프를 기획하여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가는 경험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복지관의 조직체계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더라고요. 말단 실습생의 경험으로는 '모든 게 내가 맞다'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수직적 조직문화의 시작이 아닐까 해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수평적 조직문화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해야 하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기관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재정이 취약할수록 일선 근무자의 근무조건·환경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업무의 특성상 감정노동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이 많을 텐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들어보았다.

"복지관 프로그램은 대부분 후원금으로 진행하는데요. 사회복지사가 현장에 많이 나간다고는 하지만, 후원금을 따와야 하기에 앉아서 서류 작성이 더 많더라고요. 보통 계획안, 보고서, 결과서를 작성하는데, 규모가 작고 재원이 적은 복지관의 경우는 더욱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해서 서류도 많이 필요해요. 

유니세프,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처럼 위탁재단이나 법인이 클수록 후원금이 많아요. 그래서 임금을 받을 때 재단에서 특별수당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재원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업무수행도 좀 더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후원금 납부나 종교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있기도 해요. 사실 사회복지사는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낮다 보니 많은 분이 이직합니다. 

이 진로에 큰 목표를 가지고 왔지만, 복지관의 비리나 사회복지 현실을 접하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를 하면서 부당함을 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당함을 헤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막연해져서 고민도 많이 되더라고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복지서비스를 제공만 하지 받지는 못하고 있어요. 관장, 국장처럼 높은 직급과 달리, 입사 초년생은 고용조차 불안정하잖아요. 주변에 졸업하고 취직한 지 1~2년 된 선배님들의 퇴직 사례를 종종 들어요.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생긴 문제로 그만두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가 대중들에겐 '착함'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잖아요. 그러다니 감정 소모가 있어도 무시되는 거 같아요. 이를 관리해줄 제도도 없고요. 사회복지사들도 다른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데, '왜 착해야만 하고, 봉사나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지?' 의문이 들어요."

소나기님은 실습의 과정을 거치면서 뭘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평적 조직문화에 기반한 노동환경, 사회복지환경을 만들어보고자 장기적인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졸업 후 사회복지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재단이나 법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나기님이 바라는 사회복지공동체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뉴미디어 산업은 MCU 히어로처럼 멋지기만 할까? - 자유로운만큼 불안정한 뉴미디어 산업의 과제들 / 2020.05

뉴미디어 산업은 MCU 히어로처럼 멋지기만 할까?

- 자유로운만큼 불안정한 뉴미디어 산업의 과제들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4월호에서는 온라인 방송 산업의 구조와 MCN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5월호에서는 파트너쉽 매니저와 크리에이터들이 노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고,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온라인 방송 산업이 제대로 된 산업으로 자리 잡고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전략분석부터 발굴까지... 크리에이터 매니저의 일과 http://omn.kr/1nd39

뉴미디어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
 

뉴미디어 콘텐츠는 크리에이터 각각의 특성이 자유롭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MCN이나 광고회사 등이 콘텐츠 생산 자체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뉴미디어의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색깔이 사라져서, 콘텐츠의 독특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MCN에서는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창작을 자율성에 맡기고, 도움을 통해 그들이 강점을 살릴 수 있을 때나, 도움을 통해 더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제작될 것으로 기대될 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호에 살펴봤던 기획과 모니터링이었으며, 그 외에도 기술적, 인프라적으로도 지원한다. 기획에 따라 평소와 달리, 외부촬영을 하게 될 경우, 장소섭외를 도와주거나, 외부촬영 장비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별한 컨셉의 촬영 시 MCN이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를 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원 서비스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될 때에는 파트너쉽 매니저가 중간에서 소통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듯 파트너쉽 매니저가 컨설팅과 기획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고 해도, 늘 중심에 놓인 것은 다수의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다. 즉 업무 전반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게 빠질 수가 없다. 이는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다. 뉴미디어의 특성 중 상호작용이 빠르고 활발하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부정적인 피드백도 빠르고 자극적으로 전달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처럼 크리에이터들도 온갖 악플과 위협 등에 노출되어요. 그러다 보니 크리에이터들도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게 되죠. 소통 과정 자체가 늘 수반되다 보니 피할 수도 없죠. 여러 방식으로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럼에도 받는 스트레스가 있죠.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누게 되는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담당 매니저예요. 매니저가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악플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죠. 이는 상당히 힘든 일이에요. 매니저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바깥의 일이지만, 업무에 상당한 부담을 주죠. 크리에이터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최근 MCN에서도 대면 업무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이나 악플 등에 대한 대처 등 파트너쉽 매니저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분명히 인지하고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한다.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감정노동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 지원도 도입했다. 이러한 사후적 대처뿐만 아니라, 매니저 등 직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사전적 예방 조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  뉴미디어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다양성이 실현되는 매체가 될 수 있을까? ⓒ pixabay

 


뉴미디어의 발전, 특성에 맞는 사회적 보장이 뒷받침되어야

"악플 등으로 인한 감정노동 외에 또 다른 어려움은 모든 게 자유로운 만큼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보니 규칙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없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의 요청과 피드백은 끊이질 않죠.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어요. 기획, 출연, 촬영, 편집을 다 하는 상황에서 1일 1업로드, 1주일 1업로드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모든 콘텐츠를 언제까지고 혼자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편집자와 섬네일러가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이들을 프리랜서 등의 형태로 고용한다. 이렇듯 뉴미디어에서도 간단하고 단순한 형태의 분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뉴미디어 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이다. 업계 표준이나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편집자들과 섬네일러들을 고용할 때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든, 혼자서 만들든,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도 반드시 고소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에요. 한 달에 수천만 원씩 버는 유튜버들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사람이 유명 크리에이터를 꿈꾸게 되었죠. 하지만 마치 자영업처럼 내가 열심히 일하는 거랑 대중이 나를 선택하는 건 별개의 문제에요. 그래서 크리에이터들의 주된 고충이 규정되지 않는 노동시간과 소득 불안정성이에요. 뉴미디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는 것과 급하락하는 것은 순식간인데, 이를 예측할 수도 없고, 명확한 이유를 알기도 힘들죠. 이를 직업으로 삼게 되면, 누구라도 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안정적으로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나도 저렇게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보장되는 산업이 절대 아니니까요."

필자가 상상해보건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은 참으로 흥미롭고 재밌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아무런 분석이나 대책 없이 장려할 것만이 아니라, 누구나 안심하고 이 산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드는 일부터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도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등장하고 안정화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사회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뉴미디어 산업의 자유로운 만큼 불안정하기도 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급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서로 다른 삶을 연결시켜준다. 이러한 관계망을 바탕으로 한 뉴미디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는 무엇이 뒷받침 되어야 할까? ⓒ LIUC.it


그럼에도 뉴미디어와 함께하고 싶은 이유

그렇다면 H씨가 파트너쉽 매니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뉴미디어 산업이 갖는 매력이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4월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뉴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내재해있다. 기존의 창작활동들은 일방향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아무리 소통하려고 해도, 사후적이거나 제한적인 영향만을 행사할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H씨는 뉴미디어 산업은 기획부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빠른 게 강점이라고 보았다. 그로 인해 때론 영상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얘기했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더 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저에게는 큰 매력이었어요.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누구나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독특성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뉴미디어 산업은 혁신적인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전문가가 아니어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미디어 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영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덧붙이고, 나아가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계속 자리를 바꿀 수 있는 상호연쇄 작용이 빠르고 자유롭게 일어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거기서 함께 웃고 떠드는 게 즐거웠죠.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 뉴미디어의 세계를 더 자세히 알고, 그 세계가 더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매니저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는 바람도 있어요. 이미 때때로 취미와 일의 경계, 매니저와 크리에이터의 경계가 흐려질 때도 종종 있고요(웃음)."
 

H씨는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 사회 전반의 변화에 뉴미디어의 특성이 잘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공감'과 '소통' 그리고 '자기표현'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것 같아요. 사회에서 이런 가치들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매체를 찾게 된 것이죠. 뉴미디어야말로 콘텐츠의 다양성과 독특성뿐만 아니라, 제작과정 자체가 적합한 매체 같아요.

이런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의 인간적인 매력과 자기만의 재능이 각자의 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 크리에이터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매니지먼트의 차원에서 본다면, 크리에이터 각자가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은 매니지먼트라고 생각해요."
  
물론 뉴미디어를 이윤을 내려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트렌드를 쫓고 어떻게 조회 수와 구독자를 늘릴지 고민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유명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느는 것만큼, 레거시 미디어들이 뉴미디어 산업에 투자하거나 자회사 등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H씨는 앞으로도 뉴미디어가 뉴미디어답기를 바라고, 자신도 그에 기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뉴미디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우리 생활의 중심에 들어왔죠. 산업이 발전하면서, 여러 문제도 수반되고, 이 매체만의 특성도 약해질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뉴미디어 세계에서 우리 모두가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감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투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 2020.04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투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박기형 / 상임활동가 

 

 

크리에이터. 원어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창작자.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직업이 바로 크리에이터다.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영상을 기획·제작하여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전통적인 방송, 영화 산업에서의 영상물 제작과는 다르다. 그래서 방송, 영화 산업을 가리켜 레거시 미디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또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가리켜 뉴미디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언제나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뉴미디어들이 등장하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색조차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특히 영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유망직종과 산업은 정말 새로운 것일까? 모두가 꿈꾸는 크리에이터의 일은 정말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을까? 취미와 일이 일체가 되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휴대폰과 태블릿, PC 화면에 송출되는 크리에이터의 방송이 기획, 제작, 방영되기까지 어떤 노동과정이 숨어있는 것일까? 한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에서 일하는 H씨를 지난 3월 28일에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산업구조와 MCN의 역할

MCN은 뭐 하는 곳일까? MCN은 한 마디로 인터넷 방송의 SM, YG, JYP와 같은 곳이다. 방송 스트리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콘텐츠 기획·제작을 지원하며, 저작권을 관리해주고 광고를 유치하는 등 각종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기획사다.

대표적인 회사로 CJ E&M과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샌드박스 네트워크, 트레져헌터 등이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영상을 찍고 올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연예기획사 같은 회사가 등장한 것일까

 
"유튜브나 트위치와 같은 곳에서 크리에이터 혼자 일하는 게 아니에요. 일종의 협업구조죠. 방송 콘텐츠의 수요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둘만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그리고 광고주가 있어요. 광고주가 중요해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 광고주가 자신들의 제품 또는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해 접근해요. 방송이나 영화처럼 광고비를 얼마 줄 테니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 때 노출 시켜달라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죠. 이때 광고주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죠. 크리에이터들은 광고의 대가로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고 싶고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간의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는 사업자 등록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광고주는 기업들이죠.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광고주들이 이윤 측면에서 중요하죠. 그런 상황이니 크리에이터 혼자서는 광고주와 제대로 협상할 수가 없어요. 협상력이 떨어지는 거죠. 더구나 광고업계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어느 한 광고주와 관계가 어긋나면 다른 광고주들로부터도 광고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정말 '대도서관' 같은 사람, 뭐 방송으로 치면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대체 불가능한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힘들다는 거죠.


더구나 광고 요청이 여러 군데서 연락 오기도 해요. 이럴 때 크리에이터 혼자 대응하려면, 정작 콘텐츠와 구독자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쉽게 말해, 공장에서 팔 물건을 만드는 것과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것 간의 차이와 마찬가지죠. 투자를 받도록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MCN입니다."
 
달리 말해, MCN 개별 크리에이터들의 합집합과 같다.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집단으로 협상할 수 있는 단위를 갖게 된다. 반대로 MCN 입장에서는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면 할수록 플랫폼, 광고주, 기타 업체들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한 마디로, 회사 대 회사의 구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지원을 제공해주는 대신 MCN은 크리에이터가 얻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일종의 광고대행사와 같다고 보면 편하다.

크리에이터와 MCN은 어떤 관계를 맺는 걸까?

크리에이터와 MCN의 관계는 크게 네 명의 행위자들 간의 관계로 이뤄진다. 크리에이터⇄매니저⇄광고매니저⇄광고주. 매니저는 크리에이터를 응대하고, 광고매니저는 광고주를 응대한다. 이후 회사 내에서 담당 매니저와 광고 매니저가 상호소통을 한다. 예컨대, 광고주 A가 이러이러한 상품을 광고하고 싶다고 하는데, 크리에이터 B한테 맡기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는 걸 광고매니저 C가 매니저 D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매니저 D가 판단해서 광고주 A 및 광고매니저 C 등과 합의를 하고, 해당 내용을 크리에이터 B에게 전달한다. 크리에이터 B의 의견을 확인한 후 매니저 D는 다시 광고매니저 C에게, 광고매니저 C는 광고주 A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고가 체결된다.

광고 계약 체결 및 관리 외에 MCN의 주요 업무 중 다른 하나는 바로 크리에이터에 대한 매니지먼트다. 우리가 흔히 매니저 하면 떠올리는 건, 로드 매니저다.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익숙한 연예인 매니저의 한 형태다. 하지만 로드매니저만 연예기획사에 있는 건 아니다. H씨는 연예인에 대한 매니지먼트의 유형이 다양한 것처럼 MCN에서도 파트너십 매니저는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로드 매니저처럼 각종 행사나 방송에 동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이 수행하는 역할들이 있어요. 방송 콘텐츠의 특성이나 구독자 성향, 영상별 포인트, 인기 요인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홍보 전략이나 콘텐츠 기획을 짜는 것이죠. 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광고를 유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 해당 크리에이터의 방송,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기도 해요. 만약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다가 악플에 노출되거나 개인사로 힘들어할 경우에 상담사 역할을 하기도 하죠. 데이터 분석가부터 PD, 상담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죠."

전략분석부터 크리에이터 발굴까지

"그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도 해요. 유튜브로 치면, 구독자 수가 많은데 상품 가치가 있는 영상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으면, 광고주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해요. 어떤 경우에는 구독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면, 기술적으로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고요.

게임 크리에이터로 치면, 한 크리에이터가 롤이라는 게임만 해요. 방송에서 게임도 잘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소통도 잘하고, 본인 캐릭터도 특이하죠. 그런데 롤 게임 하나만 하면, 광고주들의 관심을 얻긴 어려워요. 롤은 이미 유명한 게임이니 광고를 널리 띄울 필요도 없고, 다른 게임 광고주들은 이 방송에 광고를 올릴 유인도 없죠.

이때 만약 MCN에 크리에이터가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게임을 다룰 수 있도록 하도록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해당 크리에이터의 게임 패턴, 게임 능력, 시청자에 대한 반응과 소통 방식, 구독자·시청자들의 댓글과 채팅창,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주죠. 그러면 주요 키워드와 내용, 형식이 드러나죠. 이렇게 해당 크리에이터의 특성과 장단점에 맞는 게임들을 선별하고, 게임별로 적합한 방송 전략을 세워줘요."
 
H씨에 따르면, 흔히 업계에서 크리에이터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기자형이다. 즉흥적인 진행과 다채로운 표현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획력이 떨어져서 짜임새 있는 방송은 힘들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리액션이 좋다. 더욱이 광대와 같이 콩트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다면, 라이브 스트리밍에 적합하다고 한다.

다른 유형은 기획자형이다. 본인이 계획한 시나리오대로 영상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실제로도 영상이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편집점을 잘 잡아서 VOD를 잘 만들 수 있기에, 유튜브 등 제작된 영상에 적합하다.

게임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이러한 두 유형에 맞게 게임들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들과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진행하는 것에 적합한 게임과 상황별 콩트와 시나리오를 짜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 게임으로 나뉜다. 그에 맞게 진행하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연기자형에게는 방송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잡아서 철저히 보여주려는 이미지와 특징들을 중심으로 연기를 보여주라고 지도하기도 한다. 본인이 잘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려하기도 하고, 게임에 따라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영상 제작 자체에 내재한 쌍방향 소통

쌍방향 소통이라고 하면, 1980년대 말부터 뉴미디어라고 지칭된 여러 미디어 매체들의 특성으로 언제나 거론되던 것이다. 그래서 색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H씨는 쌍방향 소통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이 유행할 때, 쌍방향 소통이 언급되는 지점은 영상 제작과정과는 별개였다. 영상이 제작된 이후 제작된 영상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방송사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기를 남기고 피드백을 줬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시간적으로 거의 즉시 피드백이 오가며, 공간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튜브처럼 제작된 영상을 올리는 경우에는 제작과정 자체에 쌍방향 소통이 내재해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튜브의 실시간 방송이나 트위치 등의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는 영상 콘텐츠 자체가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영상의 내용이 채워진다. 시청자의 참여가 언제나 영상 기획·제작·편집에 내재해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형식의 집단적인 영상 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H씨는 크리에이터 개인의 특성이 오롯이 반영되는 점이 독특하다고 지적했다. 방송과 영화 제작과정에는 출연자, 연출자, 기획자가 모두 분리되어 있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에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이들 간의 역할 배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출연자, 연출자, 기획자로 분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와 인간적인 매력이 콘텐츠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특성이 중시되며, 그러한 특성을 지닌 영상물이 자유롭게 올라가고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파트너십 매니저들이 매니지먼트를 하거나 MCN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할 때도 주의하는 사항이 있다. 물론 계약 조건에 따라 지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다. 하지만 H씨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필수적인 조치에 국한해서 지원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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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산업은 밝고 희망차기만 할까?
  
지금까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MCN,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일하고 있는지, 이들이 속한 산업의 구조는 어떤지, 이들이 하나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노동과정을 거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과연 MCN에서 일하는 이들과 크리에이터의 노동은 영상에서 비치는 것처럼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하기만 할까? 5월호에서는 H씨와 함께 급성장하는 산업들이면 언제나 수반되는 각종 노동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신입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 2020.03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신입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전국영화산업노조 후반작업지부 J님, K님 

 

 

 

김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호를 통해서 인턴노동의 경험을 듣기 위해 출판업, 패션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전혀 다른 산업이지만, 각 업계가 인턴을 고용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 방편이거나 정직원을 고용하기 전 예비적인 역량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동기가 있었다.

 

이번 호의 인터뷰이는 2019년 결성된 전국영화노동조합 산하의 영화후반작업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영화후반작업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기술과 작업 단계가 있는데, 그 중 음향작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두 인터뷰이는 현재 일하고 있는 각각의 회사에 인턴으로 채용된 후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으로 고용승계된 상황이었다.

지난 3월 신림역 인근에서 인터뷰이 j님과 k님을 만났다. J님은 영화후반작업을 하는 기업 중에서 꽤 큰 규모에 속하는 A 회사에서 일한지 6개월이 안된 상황이었고, k 님은 소규모 업체에서 4년간 근무했다.

 

먼저 영화후반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는 지 궁금하다

 

k: 보통 영화를 볼 때 대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외에도 영화 안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과 동일한 소리들이 입혀져 있다.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의 대사가 잡음 없이 녹음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촬영본이 저에게 도착하면 아무 소리 없이 대사만 들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영화후반작업은 영화 안의 인물이 내는 소리들, 주변 환경 소음들, 액션효과 등의 모든 소리를 담당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

 

j: 이 음향작업을 단계별로 나누면,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를 깔끔하게 만드는 대사 파트, 여러 가지 효과음을 주는 이펙트 파트, 기존에 가진 소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주인공이 문여는 소리나, 발소리와 같은 소리들을 만들어 입히는 폴리 파트, 음향의 공간적인 부피감과 톤을 입혀주는 앰비언스 파트가 있다.

 

작년 영화후반작업노조가 결성되었다. 두분은 시작부터 함께 한 조합원들인데, 어떤 계기로 노조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k: 전체 영화 제작 예산에서 후반작업에 할당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영화후반작업 업계 자체가 아마 일하는 사람을 전부 합쳐도 100명쯤이다. 여기서 5년차 미만은 대부분 최저임금 정도를 받는다. 이것도 상황이 나아진 것이고, 최근까지 100만원 혹은 그 이하 저임금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노조에서 조사했을 때 1개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부다 근로계약서 작성도 안했더라. 퇴직금 등 기본적인 처우도 미비된 회사가 많아 문제의식을 느꼈다.

 

j: 처우가 이런데, 업계 전반이 노동시간이 매우 길다. 일년 중에 반은 10~12시간 씩 장시간 노동을 하고, 반은 정시퇴근을 하는 정도다. 마감을 앞두고서는 더 바빠진다. 작업 일정이 너무 짧게 측정되있는 것도 문제다. 개봉일을 두고 그 안의 여러 일정들이 세팅되어있으니 그 마감일에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야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극장도 성수기가 있다. 그럼 전체 제작기간이나 작업의 마감일을 맞추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j: 보통 1개 작품을 작업하는데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성수기 시기에는 영화가 몰리고 하면, 한번에 2개의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하는 일도 발생한다. 영화의 제작 상황이나 일정 등에 따라서 작업량이 매우 유동적이니 개인의 삶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된다. 퇴근하고 별도로 운동을 한다던지, 병원에 간다던지, 최소한 잘 휴식을 취한다던지 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구조다.

 

k: 우리 회사가 특이하게 자율출퇴근제로 운영되고 있다. 평일에 개인 일정을 보는 등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4년 정도 근무한 입장에서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낀다. 우선 음향작업이 전체 영화의 제작 안의 한 파트라는 점에서 마감에 대한 압박도 크고, 마감일에 가까울수록 노동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니 사실상 조금 늦게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각각 독립된 스튜디오 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작업 자세도 문제지만 종일 소리를 듣는 직업이니 청각질환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우려된다

 

j: 맞다. 영화관의 음향시스템과 동일한 환경으로 맞추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후반작업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작은 극장 같은 느낌의 1인 스튜디오다. 음량도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서는 영화관에서 듣는 소리와 동일하게 두고 작업을 해야한다. 그러니 이명 같은 건 워낙 잦은 문제다. 종일 큰 소리를 듣기 때문에 작업을 하고 나면 귀도 먹먹하고 힘들다. 또 같은 자세로 장시간을 앉아 있다 보니 다들 허리나 목도 전반적으로 아프고 좋지 않다.

 

k: 액션영화의 경우, 효과음도 많고 음량도 크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 같다. 아직 주변에서 산재 신청했다는 분은 본적이 없다. 업계를 떠날 각오를 하고 신청하는 사례를 한번 보긴 했는데, 그 외에는 못 봤다. 산재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업계 내부에서 낙인이 워낙 심하다.

 

인턴노동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두 분은 어떤 경위로 인턴으로 일하게 됐나.

 

j: 업계가 매우 좁다. 공채를 하는 경우는 잘 없고, 대부분 지인을 통해서 입사한다. 처음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계약서에는 3개월의 인턴 기간과 더불어 야근을 할 수 있고 본 급여의 90%를 지급한다고 명시되어있었다. 평균적으로 정직원 초봉이 최저임금 정도 되는데 포괄임금제라 야근 등 수당에 대한 지급도 없다.

 

k: 영화후반작업 일이 궁금해 대학 선배를 통해 채용에 응하게 되었다. 다른 일자리도 있었지만 영화 일이 해보고 싶어 인턴직임에도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인턴 일자리가 고용도 불안정하고 처우도 좋지 않으니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직업이고 업계가 공채도 잘 없고, 일자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나.

 

j: 이전에는 오자마자 실무에 투입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채용된 당시에 회사가 덜 바쁜 시기였다. 덕분에 3개월 간 충분히 교육기간을 거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시와 ()시에 나눠져있다. 선배들은 모두 ()시 사옥에 있고 또 일의 특성상 모두 개별 스튜디오에 들어가 일을 한다. 일과 중에도 서로 볼 일이 잘 없다. 나와 동기 인턴 2명만 ()시 사옥에 있었는데, 누가 작업을 시켜서 결과물을 내도 아무도 컨펌을 안해주고 사실상 방치된 기간이기도 했다.

 

k: 3개월 동안은 거의 참관하는 형식으로 있었다. 그리고 한 영화를 담당하는 것은 못하고 특정 장면만 담당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일했다. 영화후반작업 일 자체가 전공자여도 실무는 회사에서 거의 새로 배우는 측면이 커서, 교육의 느낌이 강했다.

 

인턴으로 일했던 시기의 경험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j: 특이한 건, 거의 모든 후반작업 업체들이 경력직을 제외하고서는 인턴 기간을 무조건 거치는 방식으로 신입을 고용한다. 듣기로는 어느 회사가 인턴으로 3개월 일하고 정식 채용하기로 했는데, 마음에 막상 마음에 안 드니 몇 달 더 수습기간을 거치자고 한 일도 있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는 인턴기간이 꼭 필요할까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인턴 일자리의 처우도 그렇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이 좌충우돌을 겪더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k: 당시에는 첫 직장이고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주변에서도 인턴으로 일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음향 작업 자체가 좋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인턴제도가 너무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가 자율출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정직원들이 오후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패턴으로 일하는데, 인턴은 10시부터 7시가 근무시간이었다. 그래서 7시에 퇴근하기도 눈치가 보였고, 옆에서 더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야근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기준들이 명확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걸 처음 들어온 신입직원, 그것도 인턴인 경우에 조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일터 괴롭힘 등 문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인턴 노동자에게 이런 조직문화는 더 어려운 조건이 되지 않을지 궁금하다.

 

j: 업계에 5년차 이상 직원이 거의 없다. 일한지 아주 오래된 시니어급 아니면 대부분 5년 미만의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후반작업은 외주 프리랜서들까지 다 합쳐봐야 100명도 안되는 좁은 판이다. 한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업계 전체가 근속년수가 너무 짧고 이직률도 높다. 그런 배경으로 저임금, 장시간노동과 같은 처우상의 문제들도 있지만 말한 것처럼 괴롭힘 등 상사의 막말 사건, 물건을 집어 던진다던가 하는 일도 많았다. 최근에는 업계를 떠나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고, 신고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져 나아지긴 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업계나 검증된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원을 뽑을 때, 면접과정을 거치더라도 필요한 역량들을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우선 인턴으로 채용을 해 실력도 확인하고, 정식 채용하기 적합한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갖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은, 반대로 인턴의 입장에서는 검증 기간 동안의 실적과 태도, 적응력 등에 이 채용의 여부가 달린 시간이기도 하다. 이만 퇴근을 하라고 해도 회사에 남아있었던 k님의 비/자발적인 야근이 아마 인턴 기간 동안의 불안정함과 심리를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물론 실제로 실무에 투입되기 전 필요한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절차들을 익히는 기간은 모든 직원들에게 주어질수록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기간이 정식 채용 이후 신입 직원에 대한 조직 차원의 투자, 즉 교육 기간이 못하고, 기업의 기회비용을 인턴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때 그가 느낄 불안정함, 저임금, 적응에 대한 압박 역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게 검증 기간내지는 신입직원에 대한 교육기간을 개별 인턴 노동자의 힘과 노력에 대한 문제로 전화시킬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 풀어가고 투자할 문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평등한 일터에서 ‘자율성’은 어떻게 압박이 되는가 / 2020.02

평등한 일터에서 자율성은 어떻게 압박이 되는가 : 출판사 편집자 차소영 님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인턴·실습 노동이란 다른 형태의 임금노동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특이한 방식의 노동이다. 해당 기업에 정식으로 고용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교육·경험 제공·경력의 이유로 보조금 수준의 저임금 지급 또는 무임금도 정당화 된다. 또 인턴·실습 노동자는 교육과 경험, 경력, 고용 가능성이라는 명목 하에 저임금과 각종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불안정 일자리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문제적이지만, 나아가 경력·경험과 노동조건, 권리의 문제들이 상호 교환되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필요하다. 인터뷰를 통해서 일하는 과정에서 인턴·실습 노동자들이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는지, 그 위치는 어떤 감정적 문제들을 낳는지를 중심으로 인턴 노동문제를 볼 수 있었다.

 

지난 호 인터뷰이들의 경우에는 방학 기간을 통해 졸업 의무사항인 대학생 현장실습을 나갔던 상황이었다면,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만난 출판사 편집자 차소영님은 대학 졸업 이후 첫 직장으로 대형 출판사의 계열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졸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인 만큼 인턴 일을 하게 된 배경과 동기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4대 보험도 없었으며, 연차·병가도 없어 눈치를 보며 부탁을 해야 했지만, 워낙 저임금 일자리였지만 신입직원을 잘 뽑지 않는 출판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하는 과정에서도 직장 내 관계들, 이 일자리가 정식 고용으로 이어질 것인지 등등의 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130일 첫 직장에서의 인턴 경험과 현재 출판노동자로써의 노동경험을 듣기 위해 2015년부터 4~5년 간 출판사 편집자로 일해 온 차소영 님을 합정역 인근에서 만났다.

 

자율성과 마감기한 사이, 출판노동자의 업무 스트레스

 

차소영님은 a출판사 인턴으로 10개월을 근무한 이후 계약연장으로 6개월 정도 더 근무를 했다. a출판사를 그만둔 이후로는 b, c출판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일했다. 인턴으로써의 노동경험의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우선 편집자들의 노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편집자들이 어떤 노동과정을 거치는지 물었다.

 

편집자가 하는 일은 소속 출판사나 분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해요. 예를 들어 문학 분야의 경우는 저자와 관계를 맺고 쌓는 일이 중요하다면, 인문사회 분야는 번역서가 절반이기 때문에 해외 신간 서적을 조사·검토하고, 역자를 찾는 일이 중요하죠. 제가 일하는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원고가 들어오면 아주 기본적인 오탈자·오역 잡기부터 사실관계를 찾고 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역사서 같은 경우는 사실관계 확인이 매우 중요해요. 교정 단계 이후에 책이 만들어지면, 마케팅 자료를 마케터에게 넘겨주고 디자인 컨셉, 표지, 책의 판형 등 발주를 넣죠.”

 

출판사 편집자들은 2~3개에서, 많게는 4개 정도의 원고를 각자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작업과정이 한 번에 1권씩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한 편집자가 여러 개의 원고를 각각의 진행 단계에 맞춰서 작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서로의 교정본에 대해 편집자 간 크로스 체크를 하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편집일이 담당 원고를 가지고 각자 작업하는 업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의 자율성이 대단히 크다.

 

저는 인턴으로 일했던 당시에 기존 인턴 업무를 한 게 아니라 일반 사원과 똑같이 책임편집도 맡았어요. 당시 낮도 밤도 없고, 주말도 없이 야근을 정말 많이 했죠. 그런데 이게 참 까다로운 부분인 점이 편집 일이란 오역을 잡으려고 한번 원서 대조를 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일이예요. 한 문장 한 문장 단위로 확인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상한 문장 정도만 골라서 확인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적당히 교정을 보고 시간 내 마감만 맞추는 편집자들도 있죠. 그만큼 편집자 개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기대는 부분이 커요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자율성이 크지만 책이 예정된 시기에 원활히 출간되기 위해 필요한 마감기한이 엄격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마감에 대한 편집자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실제로 마감 기간은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며 양적으로도 노동시간이 늘어난다. 특히 편집자들이 사무직 직군 중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인 직종이라는 점에서 업무 연관 스트레스나 장시간 노동에 따르는 건강장해 문제도 질문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교정 작업이예요. 3번의 교정 작업을 거치는데, 1교가 끝나면 검토한 내용을 저·역자에게 보내요. 이 코멘트를 얼마나 관철시키느냐가 해당 편집자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죠. 3교까지의 교정 작업이 끝나고, 마지막 최종 체크를 하는 마감기간은 마지막 체크 단계라고 보면 돼요. 특히 차례나 소제목, 쪽수 등에서 오타가 나면 큰일이잖아요. 이미 3번에 걸쳐서 확인한 원고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놓치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마감 시기에 긴장하면서 한번 확인한 걸 두 번, 세 번씩 보는 거죠. 책의 내용을 읽는 게 아니라 그 안의 글자들을 전부 확인하는 단계예요. 얇은 책은 그나마 다행인데, 제가 인턴 때 편집했던 책은 무려 1400쪽에 달하는 역사서였어요. 그럼 확인하는 데만 이틀은 꼬박 봐야 하는 거죠.”

 

한편, 분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역자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편집자의 중요한 업무다. 그렇지만 출판사 직원인 편집자와 저·역자의 위치란 이미 위계적으로 구성되기 쉽다. 특히 경력이 얼마 안 된 편집자와 이미 많은 책을 집필한 저·역자의 관계에서는 더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점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책에 대한 코멘트 및 교정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업무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편집자들이 많다. 차소영 님 역시 편집자로 일하면서 경험한 건강 문제 중 업무 스트레스를 첫 번째로 꼽았다.

 

한번은 당시 일했던 출판사에서, 원로인 저자와 함께 주 1회 강연을 하고, 그 강의록을 가지고 묶어서 책으로 출판한 적이 있어요. 담당 편집자인 제가 매주 강의록을 교정해야 했는데, 강의록이 강의 전 날 밤에 도착하는 경우엔 밤새 교정을 보고 인쇄를 진행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교정한 원고를 원로인 저자가 맘에 들어 하지 않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교정본을 본 저자가 새 강의록을 보냈는데, 교정 이전으로 싹 다 되돌린 내용인 거예요.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는 거죠. 그 날 내가 일한 것에 대한 완전한 부정을 당했다는 마음에 화장실 가서 울기도 했고,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종합하면 편집자의 업무란 저자와의 관계, 일의 자율성, 마감기한 등등 스스로 상황에 대응하고 조절해야 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업무의 특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특성들이 노동자 개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일을 조율할 권한이나 대응력이 없는 신입 직원이 이런 일을 담당해야 한다면 어떨까? 또는 정식 직원도 아닌 인턴 노동자가 담당했다면 어떨까? 직원도, 외부인도 아닌 애매한 지위와 더불어,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평가 속에서 편집자의 자율성에 맡기는 업무들은 대단히 좋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책의 무게만큼 과중한 출판 노동자의 업무 스트레스

 

인턴 노동경험의 감정들: 불안, 경쟁, 굴욕감, 압박

 

차소영님이 일했던 a출판사는 매년 2명의 인턴을 뽑아 책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거나 편집장을 보조하는 역할을 10개월 동안 시킨 뒤, 2명 중 1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은 채용공고나 구두를 통해서 전달되지도 않았고, 관례처럼 해왔다는 모호함 속에서 당시 함께 인턴을 하게 된 2명은 자연스럽게 비/자발적인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두 명을 채용했으니 한 명을 정직원으로 고용승계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었죠. 같이 채용된 인턴과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갈등의 이유는 개인적 문제나 성격 차이 등일 수 있지만, 서로 경쟁하는 구도에 놓여있었다는 게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었어요. 이미 경쟁관계 속에 있다는 스트레스로 다른 사람과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더 곡해하게 되는 거죠.”

 

인턴 기간 동안 인사평가 등 고용승계와 관련된 평가제도가 있었는지 물었으나, 오히려 그런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았고 편집장과 대표의 주관과 잣대에 고용승계가 달렸다는 점이 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도록 한 원인이라고 답했다.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 외적인 요소까지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인턴 분은 성격이 아주 좋아서 모든 직원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 게 절대 채용 여부에 결정적일 리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내가 고용승계가 되면 과연 다른 직원들이 좋아할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럼 인턴이니까 다른 직원들이랑 더 잘 지내야 하는 걸까 하는 정말 막연한 불안감도 들고요.”

 

이 막연한 불안감은 10개월의 인턴 생활이 끝난 후에도 관례와 다르게 계약직으로 채용되면서 지속되었다. 그리고 결국 6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많은 업무량과 경쟁 속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로 계약연장이 되었음에도 스스로 관두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일차적으로 계약직으로 고용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고,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고민과 희망을 또 다시 견디는 게 너무 힘들고 굴욕감이 컸어요. 계약연장 과정에서 편집장이 당시 인턴 공고에 명문대 출신자들도 많이 응시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일을 줄 수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안 뽑았다, 학벌이 낮으니까 너 뽑은 거다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근데 그 말은 사실도 아니었어요. 그 전해에 인턴을 거쳐 정직원이 된 선배 한 명도 편집장이 말한 그 대학 출신이었거든요. 아무튼 저는 그 출판사의 유일한 계약직이 되었고, 임금도 인턴 때보다는 올랐지만, 신입사원 초봉보다 못한 돈이었어요.

정작 일하는 과정에서는 편집장은 제 역량을 의심한 적이 없어요. 학술서 같이 어려운 책들은 항상 다 저한테 넘겼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정규직이 다시 될지 안 될지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 게 너무 참담했어요.”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원래 인턴의 직무는 편집장, 편집자들의 보조적인 역할로 정해져있었으나, 차소영님은 채용 이후 인턴 직무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책임편집·외주한 결과물 최종 확인 등 일반 편집자들과 동일한 업무에 배치된 것이다. 심지어 처음 실무를 경험한 상황에서 인턴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업무 인수인계조차 없어, 첫 편집을 하면서 옆자리 사원에게 물어가며 일을 시작했다. 게다가 원래 편집 과정에서 필요한 크로스체크과정도 없었다. 책 한권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져 있다는 생각은 강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마감기간에는 밤에 불을 켜놓고 잘 정도로 큰 압박감에 시달렸어요. 제가 더욱 과도하게 긴장을 느낀 부분도 있는데, 그건 처음부터 전혀 훈련이나 교육이 안 된 채로 실무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무 용어들도 하나도 못 알아듣는 상태에서 옆 사원에게 물어가며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며 진행을 했어요. 그게 습관이 돼서 마감할 때마다 큰 불안감을 느낀 것 같아요. 마감 기한이 항상 촉박한 것도 한 가지 원인이고요. 출판사고에 대한 불안이 컸는데, 누가 크로스체크라도 해줬으면 부담이 좀 덜어졌을 것 같아요.”


일터에서의 불평등한 관계가 인턴·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게 문제

 

특히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런 불평등이 인턴 노동자 개개인에게 어떤 감정적 문제를 주는지, 감정적 손상의 문제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정규직 사원 앞에서 들었던 위축감, 사원복지와 회의구조에서의 소외로 인한 배제감, 인턴에게 쉽게 가해지는 폭언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 문제는 인턴, 실습이라는 제도가 일터에서 공식적으로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심화되고 있다.

 

물론 어느 직장이나 그 안의 관계가 평등하기란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내 직급 간 격차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들은 뿌리 깊은 일터의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인턴이라는 제도와 지위 역시 위축감과 압박감, 배제의 문제,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감정적 손상을 낳는다. 그러나 인턴노동의 경우 이런 모든 요소들이 불완전한 노동’ ‘경험, 경력의 기회라는 언어를 통해 정당화된다는 점이 가장 문제적이다. 이런 기제와 더불어 인턴노동자들은 어떤 경우에는 (노동조건 또는 불평등한 대우) 인턴이기에 감내해야하는 불공평함이 전제되고 어떤 경우는 (업무량, 장시간 노동) 동일한 한명의 직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런 지점을 통해 어떻게 인턴이 저임금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기업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인턴제도를 유지하는지 차후의 인터뷰를 통해 더 밝히고자 한다.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동자는 없고 그의 속도만 존재하는 공간- 쿠팡 이천 덕평 물류센터 피커(Picker) K 님 인터뷰 / 2019.11

노동자는 없고 그의 속도만 존재하는 공간

- 쿠팡 이천 덕평 물류센터 피커(Picker) K 님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쿠팡은 지난 2018, 기존에 12개였던 물류센터를 24개로 확장했다. 쿠팡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로켓배송시스템의 수요 증가를 충당하기 위함이다. 2014년 처음 시행된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자정까지 주문 시 고객에게 상품이 익일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의 확장판인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익일 오전 7시 전까지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준다. 현재 쿠팡에서 로켓배송이 적용되는 상품의 개수는 약 500만 종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상품 중에서 내가 주문한 물건들은 어떻게 취합되어 바로 다음날에 집 앞으로 도착하는 것일까?

물류센터에 대한 흔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주문한 상품이 집까지 배송되는 모든 경로가 주로 남성들의 노동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상품 전달이라는 마지막 단계인 배송 업무 비중을 남성이 높게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물류센터를 주로 힘을 많이 사용하는 상하차 작업으로만 제한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하차 작업은 물류센터의 여러 업무 중 한 파트일 뿐이고, 성별을 살펴봤을 때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 사실을 간과하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약 500만 개의 다종다양한 상품 중에서 내가 고른 물건이 우리 집까지 도착하는 데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일터>를 통해 물류센터 출고파트의 한 가지 업무인 집품을 담당하는 피커(Picker) 노동자의 노동을 살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024일 평택에서 진행됐다.

 

물류센터 작업들과 피커의 노동

 

쿠팡은 24개 물류센터의 면적이 총 37만 평이라고 발표했는데, 개당 1.5만 평에 달하는 크기인 셈이다. 물류센터 업무는 크게 입고(IB), 출고(OB), 허브(HUB)로 나뉜다. 각 업무파트 안에서도 세세하게 작업들이 나뉘어있지만, 먼저 허브파트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상·하차 작업을 담당한다. 입고파트의 경우에는 크게 진열, 재고 확인 등의 역할을 하며 출고파트는 이렇게 진열된 상품 중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서 담는 피킹 작업과 피킹해온 상품들을 각 주문별로 포장하는 업무(패킹)가 주된 역할이다. 여기서 이 노동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데, 각 노동자가 배정된 구역은 나뉘어있더라도 이 모든 업무가 수행되는 공간은 1만 평이 훌쩍 넘는 거대한 공간이다. 이렇게 큰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물건을 진열하고, 물건을 찾아서 담고, 포장(과 그에 수반되는 보조적인 작업)하는 모든 노동과정은 매우 고되고 체력소모가 심하다.

인터뷰이가 주로 일해온 이천 덕평 물류센터는 총 4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각 층에는 높이 2~3미터 되는 진열대가 쭉 늘어서 있는데, 먼저 물건이 물류센터에 들어오면 입고파트에서 진열을 담당하는 사원들이 진열대에 물건을 무작위로 쭉 진열한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 안에서 각 물건의 분류에 따라 구역과 위치가 설정되어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쿠팡 물류 시스템은 랜덤 스토우(Random Stow) 방식으로, 모든 상품을 진열대에 무작위로 진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에 피커 노동자에게 PDA를 통해서 본인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상품 위치를 안내하여 최적의 동선을 알려준다. 광범위한 공간에서는 각 물건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짜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기업인 아마존의 물류창고 운영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피커들은 PDA를 들고 다니면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요. PDA는 자신의 현재 위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품의 위치를 알려줘요. 그걸 보고 피커들이 물건들을 찾는 거죠. 피커들은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토트박스라고 하는 플라스틱 박스에 물건을 담아요. 물건들이 카트에 어느 정도 차면 포장라인으로 가는 레일에 물건을 올립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1명의 피커가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건을 담는데, 시간당 물건 담기를 40~50개 정도 하는 사람부터 60~70개까지 하는 사람까지 처리 개수는 저마다 다르다. 주문된 물건의 무게가 다르고 물건이 놓인 위치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1인당 처리해야 할 할당량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빠르게 많은 물건을 처리하도록 하는 관리 시스템 속에서 노동강도를 향상할 것을 요구받는다.

▲   쿠팡의 물류센터. 이 넓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

 

37만 평을 채우는 당일 알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일자리 중개 사이트를 들어가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물류센터 구인 공고가 올라온다.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일할 사람을 끊임없이 구하기 때문이다. 이 일자리는 하루 혹은 원하는 기간만큼만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는 점이나 임금이 익일 지급 혹은 주급으로 지급된다는 점 때문에 선호된다. 또 매일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아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당일 알바, 즉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3개월, 6개월, 9개월 등의 단위로 계약을 하는 계약직 사원들이 있다. 물류센터 안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으로 총 3가지이다. 그러나 고용형태의 비율은 각 물류센터마다 차이가 있는데, 어떤 센터는 대다수가 일용직, 소위 당일 알바 자리를 찾아서 온 사람들로 채워지고 어떤 센터는 주로 계약직 사원들의 교대근무를 통해 운영된다. 대개 오픈 한 지 얼마 안된 신생 물류센터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자리를 계약직 사원들이 채운다.

 

그냥 잠깐 알바하거나 급전이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피킹 작업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 피커들이 많아요. 당일 알바의 임금은 딱 최저시급인 8,350원에 맞춰져 있는데요. 사실 계약직과 임금 차이는 거의 없어요. 최저시급보다 80원쯤 많은 9,030원 정도를 받습니다. 근데 당일이나 주급으로 일을 하면 자기 스케줄에 맞춰서 시간대와 요일을 조정할 수 있는데,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회사가 정한 스케줄대로 교대 근무를 해야 해요. 그래서 직업으로 이 일을 하더라도 일부러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인터뷰이가 일한 쿠팡의 이천 덕평 물류센터는 3개 조가 교대로 근무를 한다. 중간에 식사 시간이 1시간 주어지기 때문에 총 노동시간은 8시간이다. 한 물류센터에서 하루 동안 근무하는 총인원은 약 1천 명 이상으로, 센터별로 상이하다. 그 인원 중 다수를 여러 가지 이유로 1, 또는 단기 알바를 하는 사람들과 매일 출근하지만 고용 형태는 일용직인 당일 알바 아닌 당일 알바들이 빼곡히 채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드는 의문은, 이렇게 단기적으로 고용되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안전 문제와 건강이 어떻게 담보되고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권이라는 측면에서, ‘당일 알바들이 채우는 총 노동량을 관리하는 장치가 어떤 식으로 각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올리고, 감시하고 있을지의 문제도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UPH를 통한 노동강도 압박과 노동 감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문제는 상호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노동강도에 대한 압박 속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주요한 문제다. 물류센터가 그날마다 처리해야 하는 총 물량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 이 물량은 로켓배송서비스 등 매우 촘촘하게 짜인 시간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이때 이 일들을 실행하는 인력은 매일 매일 바뀌기 때문에 기업에 노동강도의 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여기서 물류센터라는 공간성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드넓은 물류센터를 활보하며 물건을 담는 피커들의 작업 속도를 관리자가 일일이 걸어서 체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PDA를 이용해 노동자들이 시간당 카트에 물건을 담는 개수를 측정한다. 이 개수를 UPH라고 하는데, 각 노동자의 UPH를 철저하게 유지함으로써 노동강도를 관리한다. UPH가 떨어지면 전체 방송으로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피커들에게 UPH 유지 및 향상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물론 이 압박 및 관리의 방식도 개별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인력업체의 매뉴얼에 따라서 각기 다르다.

 

들어오는 주문을 현장에서는 할당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할당을 시간당 처리하는 개수를 UPH라고 불러요. 평균 UPH는 물류센터마다 다르게 지정되지만, 예를 들어 UPH60이라고 하면, 무조건 그만큼은 채워야 해요. 만약에 그만큼을 못 채우면 방송이 나와요. ‘OOO 사원님, UPH 향상 안 시키면 강제 퇴근 시키겠습니다이렇게요. 그렇게 큰 공간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다 듣고 있는 곳에서 방송을 틀어대면 정말 모욕감이 느껴져요. 방송이 몇 번 나와도 UPH가 늘어나지 않으면 관리자가 사무실로 오라는 방송을 합니다. 관리자는 정규직 사원이거나 층마다 있는 반장이기도 해요. 사무실로 가면 언성을 높이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모욕을 주기도 해요. 그래서 피커 일을 하는 사람들은 UPH라는 소리만 들어도 다들 싫어하죠.”

 

UPH가 떨어지는 일용직 사원들은 쿠팡에서 관리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다음에 일할 기회가 박탈된다. 계약직 사원의 경우에는 계약을 3, 6, 9개월 단위로 하기 때문에 UPH가 떨어지면 재계약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UPH 상승을 위해 노력한다. 물류센터에는 끊임없이 UPH를 올리라는 방송이 울려 퍼지고, 이 작업속도의 지표만 있을 뿐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가 있는 한 사람으로써 노동자는 없는 것이다.

 

피커 일은 계속 걷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물건을 찾으러 넓은 곳을 돌아다니니 나중에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걷기 힘들 정도예요. 근데 이렇게 개인 면담을 하자는 방송이 나오면 조바심이 많이 나요. 그래서 사람들이 카트를 끌고 빠른 속도로 뛰다가 카트끼리 부딪히거나 카트로 사람을 들이박는 경우도 있어요. 또 사다리를 타고 진열대를 올라가 물건을 꺼내는데 이 사다리 개수가 부족하고, UPH 압박은 심하고 하니까 사람들이 사다리 없이 진열대를 타다가 떨어져서 크게 다치기도 하고요.”

 

물류센터의 노동환경과 노동시간

 

앞서 말했듯이 피커의 주된 업무는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물건들을 찾아 카트에 담고 포장 라인으로 옮기는 것이다. 끊임없이 걷고 물건을 꺼내야 하므로 다리 부종이나 통증, 각종 근골격계질환은 흔한 일이다. 또한 물류센터별로 식품을 다루는 곳은 저온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업복을 입더라도 추위에 떨면서 일하고, 폭염에는 냉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탈수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작업의 중간중간 휴식은 보장되는지, 휴게공간은 갖춰져 있는지 물었다.

 

무급이긴 하지만 점심시간이자 휴식 시간이 1시간 주어져요. 그런데 물류센터가 대규모 인원이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식당 규모도 매우 커요. 규모는 크지만, 배식 줄 자체가 워낙 길어서 20분을 줄만 선적도 있어요. 그래서 사실상 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근무 중에는 UPH 때문에 짬 없이 일해야 하고요.”

 

한편,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해당 지역의 외곽에 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사당, 노량진, 안산, 오산, 부평, 평택 등지에서 해당 물류센터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물류센터에 도착하기까지 셔틀버스 운행 지점에서부터만 짧게는 1시간에서 1시간 반까지 걸리기 때문에 왕복 3시간이라는 이동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집에서 셔틀버스 탑승 지점까지 이동해, 여기서부터만 왕복 3시간과 총 9시간의 근무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지급되는 노동시간은 식사 시간을 제외한 8시간이지만, 최소한으로 잡아도 하루에 반 이상이 노동에 소비되는 시간이다.

 

갈수록 각종 배송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에서, 그 배송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와 쉴 권리, 노동시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특히 이 노동자들의 다수가 일용직 노동자이며, 계약직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3, 6, 9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으로 고용계약이 이루어진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자유롭게 근무 스케줄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피커 일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쿠팡 셔틀버스를 탄 시점부터 하루에 12시간 가까이를 보내는 상황에서 노동의 자율성이란 과연 어떤 걸까? 다양한 물건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들은 UPH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지만, 이 빠른 속도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는 축소되고 있다.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 2019.10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인터뷰] 가사관리사 J, W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흔히 우리는 집이라고 때, 쉼을 떠올린다. 내일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휴식을 취하는 곳,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안식처. 하지만 집은 모두에게 쉼의 공간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쉴수 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 가사노동자다. 우리에겐 가정이 생활의 터전이지만, 가사노동자에게는 일터다. 여기서 말하는 가사노동의 범주에는 가정에서 직업을 갖지 않고 주부로서 노동하는 사람이 포함되었다. 이에 더해 임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 어떤 가정에 방문해 세탁·청소·요리·육아·요양 등을 대신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들도 포함되었다.  

과거에는 파출부, 가사도우미라고 불렸던 이들은 시간제 또는 일일 고용 형태로 가정과 계약을 맺고 가사를 전담하거나 보조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 사회 고령화 등으로 인해 돌봄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후자에 속하는 가사노동자의 비중과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음알음 가정을 소개받거나 인력파견업체를 통해서 연결되어 가정과 직접 계약하는 형태였다면, 근래 돌봄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자와 가정을 매칭해주는 형태도 등장했다. 더욱이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배달 정보·서비스를 중개해주는 배달의 민족과 같이 돌봄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회사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일터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관리사 J씨와 W씨를 지난 930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J씨 : 가사관리사를 한 지는 10여년이 되었네요. 가사관리사를 하기 전에도 가정방문형태의 일을 몇 번 했었어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서 방문교사도 해봤고 요리도 곧잘 해서 출장요리 일을 한 적도 있죠. 그래서 가사관리사 중에서 요리를 요구하는 가정에 특화되어 있는 편이에요.  

W씨 : 저도 중간에 몇 번 쉬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15여년 넘게 일한 거 같아요. 저희가 속해있다고 해야 하나요...일거리를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기업이 처음 가사관리사를 운영할 때부터 시작했었죠.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애들이 학교가고나면, 집에 혼자 있기도 하고 집안일을 마치고 조금 시간이 남기도 했었죠. 이 시간을 활용해 일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혼자만 있을 때 보다 기운도 나고, 삶에 활력도 생겼었어요.  

J씨 : 저는 가사관리사 일을 부담 없이 시작한 편이었어요. 제가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꾸리기가 힘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가계에 제 일이 꽤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 비중을 무시하지는 못하잖아요.  

J씨나 W씨처럼 가사관리사를 시작한 여성들은 살림을 챙기는 동시에 가사관리사 일을 한다. 이렇게 일과 살림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야근을 한다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기가 어렵다. 물론 J씨나 W씨도 다른 일자리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J씨가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집안일을 전담하는 여성이 살림을 챙기며 일하려다 보면 노동시간의 부담이 덜한 단시간, 일용직, 방문노동 등의 노동조건을 찾게 된다.  

W씨 : 우리 업무는 크게 청소·정리·요리·세탁으로 나눠져요. 일하는 건 오전파트, 오후 파트로 각각 4시간 단위로 나눠져요. 하루 한 곳에서 8시간 넘게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물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가정이 아니라 1회성으로 신청한 곳이면 하루 종일일하는 경우도 있고, 요리를 포함해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바라는 가정인 경우에는 한 달에 2~3번 정도 8시간 일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한 가정마다 하루 4시간씩 일하는 게 일반적이죠. 일정표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2시 반, 오후 1시 반에서 오후 5시 반까지로 나눠져요.  

J씨 : 전 처음 가정을 방문하면, 집 내부도 살펴보지만, 집 주변도 한 바퀴 둘러봐요.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는 거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해당 가정과의 소통이에요. 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거든요. 집마다 요구사항도 다르고요. 청소·정리가 기본이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이 다른 거죠. 그래서 어떤 걸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때론 가정관리사를 오래 써본 분이면, 먼저 목록을 정리해서 주시기도 해요. 한 달 정도 지나면, 쓰레기봉투나 청소도구, 소소한 물건 등 우리가 그 집에 사는 분보다 잘 알게 되요. 정리수납과 관련한 교육도 듣기도 하고, 수건 개는 것부터 침구각을 잡는 것까지 다른 분들이 손대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죠. 그렇지만 정작 집에 가서는 지치고 힘드니까 일할 때만큼 청소나 정리를 신경쓰지는 못해요(웃음).  

W씨 : 저나 다른 분들의 경우엔 한 가정에서 오래 일하는 편이에요. 한 곳에서 5년 넘게 일하는 가정들이 꽤 되죠. 저희가 가사관리를 잘 해드려서 만족도가 높으신 것도 있겠죠. 그와 함께 가사관리사를 사용하는 집인 경우엔 대부분 맞벌이를 하니까 가사관리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가정은 대개 소득형편이 높은 편이에요. 최근에 1인 가구가 늘면서 1회성 신청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 큰 비중은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도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이 좋죠. 소득안정성도 생기고, 고객의 요구도 잘 파악하고 있고 익숙하니까 일하기도 편하고요.  

물론 능숙한 가사관리사도 실수할 때가 있다. 그릇을 깨뜨린다거나 옷이 세탁하다 망가진다거나 기타 등등. 그래도 그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과하게 변상을 요구받은 적은 많지는 않다고 한다. J씨와 W씨의 경우엔 만약 고객이 변상을 요구하면, 사회적 기업이 들어놓은 민간손해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일반 영리회사에 속한 경우에는 민간손해보험을 가사관리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도 수도 누수, 화재 등 변상 수준이 너무 높을 때엔 민간손해보험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가사관리사에게도 부담이 넘어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가사관리사는 법제도의 보호 바깥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지난 2018년 6월 12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 16일)을 앞두고 한국YWCA연합회와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국회 정문 앞에서 '제 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촉구 했다. 출처 : 여성신문

W씨 : 최근에 저도 일하다 넘어진 적이 있어요. 가정이라고 해도,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 의자 위에 올라가서 먼지를 털거나 물기가 흥건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넘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자주 있지는 않아도 가끔 발생해요. 그렇다고 일하다 다치는 일이 없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도 저희가 속해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는 민간보험을 통해 일정 부분 지원해줘요. 하지만 좀 더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J씨 : 요즘 들어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개인 사정 때문에 고용안정성과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듣다보니 산재 보험을 통해서 아니라 일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고 재활도 받을 수 있으면 훨씬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국민연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면, 더 안정성을 누릴수도 있고요.  

그런데 J씨와 W씨 모두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가사관리사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받게 될 경우에, 지금과 같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림과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4시간 파트타임으로 비정기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는 사회적 기업에서 가정을 매칭해줄 때 자신이 원하는 근무환경, 예컨대 이동거리, 애완동물, 업무내용 및 방식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가사관리 서비스 및 중개 업체에 근로자로 고용될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이점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는 가사관리사가 위치한 모호한 경계 때문이다. 가사 서비스를 중개하는 업체나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 모두 가사관리사의 노동권을 보장해줄 책임이 없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로서의 성격과 근기법상 근로자의 성격 사이 어딘가에 가정관리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딜레마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953년 근기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66년째 가사노동자는 근기법 제11가사사용인 제외 조항으로 인해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을 꾸준히 요구해왔었고, 지난 2017년 정부에서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19년부터 가사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내용에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 회사에 가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해 4대 보험 및 유급휴가 등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2년째 국회에서 계류된 채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근기법 상 근로자 개념을 변화하는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확대하라는 요구, 아니면 특수고용노동자나 가사노동자와 같은 경계선에 놓인 이들에게 노동권 및 사회보장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J: 제가 주변 동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어요. 일하러 갈 때 옷을 단정히 갖춰 입고 가는 것 말이에요. 과거와 달리, 가사 서비스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점차 기술 발달로 집안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갈수록 가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저의 경우엔 가사 서비스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상층 이상의 가정을 자주 가지만,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 업무는 정말 가사를 관리해주는 것이죠. 보통 가정에서 집안일 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 질을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더욱 프로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적으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사관리사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중요해요. 이건 우리가 가사 서비스를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잘 제공해주는 것,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함부로 자신을 대하지 않고 나를 가꾸는 것일 수 있겠죠. 이런 다양한 변화 속에서 우리 가사관리사, 나아가 가사노동자가 갖는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주게 되겠죠.  

가사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숨 쉬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더욱이 가사노동 자체가 노동이 아닌 것처럼 취급한다. 따라서 집안일을 가사노동으로, 파출부나 가사도우미를 가사관리사로 호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노동자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노동자로 확립할 수 있으며, 사회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관리사가 가사노동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고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한 여정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J씨와 W씨의 말처럼 가사관리사들이 처한 상황이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녀를 가진 중장년층 여성들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기 위해 이 일을 택했고, 그것을 통해 가정에 여러모로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자신의 삶에 활력을 되찾기도 했지않는가. 그럼에도 가사노동자가 겪는 임금, 고용안정, 사회보장 등의 한계에 대해, ‘노동자이기에 그런 것은 아닌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젠더불평등 을 해체하고, 가사노동자들 스스로 주체로서 바로설 수 있도록 이들과 함께 다양한 실천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A-Z 노동이야기]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 2019.09

[A-Z 노동이야기]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서울시 찾동사업 방문간호사 김시현님, A님 인터뷰 

 

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호에서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인터뷰를 통해서,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복 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타당성 안에서 어떻게 실제로 사업을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 착취당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2015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찾 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들의 노동실태를 살펴보았다. 먼저 ‘방문간호사’라는 직업 자체의 생소함이 있을 것이다.

서울시 찾동 사업은 2015년 시민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 으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 ‘방문간호’ 사업은 일차적으로 방문을 통해 복지대상의 정 확한 필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보편복지 실현 주체로 중요한 역할 을 하고 있으나, 그에 필요한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방문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기본적 설명부터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 각종 의료적 검사 등 전방위 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올해 7월, 서울시 강남구를 마지막으로 424개 전 동 에서 찾동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대대적으로 사업 확대 시행이 홍보되고, 공공이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 지역 사회 문제를 발굴해내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떨까?

지난 8월 28일 수요일에 인터뷰이 두 분의 노동조건에 대해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김 시현 님은 2015년 6월 처음 찾동 사업이 시행된 시기부터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으 며, A님 역시 같은 해 10월부터 근무했다.

서울시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의 노동

방문간호사들은 자치구 보건소 소속이지만 실제 근무는 각 동주민센터에 배치되 어 주 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규 노동시간 동안 일한다. 보통 오전에는 매일 도래하는 65세 복지 대상자들에게 연락을 돌려 사업을 설명하고 대상자 발굴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 복지 대상자인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전에 찾동 방문간호사업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집을 방문한다고 할 때 당황하거나 거부감 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복지 대상에게 연락해서 사업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작 업을 방문간호사들이 직접 담당하기 때문 에 업무 과중은 물론 부담감이 크다. 실제 로 방문간호사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이 초기 연락 업무다. 방문간호사들은 보통 오전에 출근해서 먼저 그날 방문 약속을 확인하는 전화를 돌린다. 방문 약속이 오전이나 오후로 몰 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개는 시간대가 일정치 않아 방문한 뒤 사무실에 복귀해 업무 보고를 하고서 다시 외근을 나가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김시현 "평균적으로 5개 가정 정도를 방문해 요. 처음 약속을 잡고 신규방문을 하러 가는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니터 링 과정에서 대상자의 가정환경이나 건강상 태, 경제활동의 유무나 주변 환경 파악에 대 한 파악과 대상자 주변에 가족 등 지지체계 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래서시간이조금더소요되는편이죠.약60 분~9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는 혈압, 당뇨를 체크하고 판단에 따라서 우 울 검사 등을 진행하기도 해요. 신규가 아닌 재방문 가정은 그만큼 시간이 들지는 않지만,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가 다르 기 때문에 소요 시간도 달라요. 대략적으로는 30~40분 정도 걸리는 편입니다."

A " 또 방문하는 것 자체로 끝이 아니라 사무실에 복귀 해서 행정시스템에 입력 해야 해요. 때에 따라서 시스템이 두 가지 이기 때문에 입력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그리고 직접 방문 외에 주민센터로 내소를 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상담도 별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가지 업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 된다고 말하기가 매우 어렵죠. 여기에 매일 보건소에 해야 하는 일일보고도 있고,대상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복지사업 쪽으로 서비스 연계를 검토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방문 시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치매지원센터에 연락해서 연계해드리는 식이죠."

최근 폭염으로 인한 옥외 노동자, 급식노 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이슈가 되었다. 방문 노동자들 역시 폭염, 한파 중 노동환경의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가정과다음가정사이의이동거리,시간 이양적,질적으로업무중많은부분을차 지하기때문에여기에드는휴식시간부 여가 필수적이다.

A "사실 저희가 폭염이나 한파면 더 바빠요. 왜냐면 전화로 안전 확인도 해야되고, 안전 지침도 교육 해야 하죠. 폭염, 한파 등 기후문제에 있어서 저희의 안전은 둘째고, 대상자들의 안전에 대해서만 별도의 지시를 받아요. 혹시라도 사건·사고가 생기면 안되니 그거에 더 집중적으로하지, 바로 그 예방 업무를 하는 방문간호사들의 안전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아요."

방문노동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노동조건

방문대상자의 사적 공간인 집을 직접 ‘방문’한다는 형식에서 노동자에게 작용할 부담감과 그 공간 안의 권력이 기본적으로 불균등하고 보호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오는 위협과 무력감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찾동 방문간호사들은 30분에서 많 게는 90분까지 방문대상자의 집에 머무르 며 각종 검사, 상담 등을 진행한다. 때에 따라서 다른 사업의 사회복지사와 동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1동을 1명의 방문간 호사가 맡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가정을 방문한다.

따라서 당연히 여기서 발생하는 감정노동 및 성폭력, 폭력에 대한 취약성이 있다. 그러나 방문이라는 노동의 형식 자체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몇 가지 특수한 사업 성격이 있다.첫 번째는 대상자와의 관계 속에서 폭력에 노출되거나, 무리한 부탁을 받는 경우, 혹은 감정 노동 문제에 대한 예방 조치가 없고 사망자 최초 발견과 같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김시현 "대상자가 감금하거나, 음란물을 간호사의 휴대폰으로 보내거나, 간호사가 방문했을 때 옷을 벗고서 성행위를 요구 한다던가 이런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해요.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후속조치라도 제대로 해줄 필요가 있어요. 실제 안전 매뉴얼 마련과 트라우마 후속조치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었는데, 예산 상의 문제 때문에 안됐죠."

특히 김시현 간호사는 사후 조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물론 사전에 방문간호사들에게 문제에 대응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비상 상황에 대처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와 매뉴얼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후 조치라도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 있는 사전 조치들이 간호사의 책임을 묻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김시현 "그 대책이라는 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이 사람을 관리 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어야 하는데, 그런게아니라는 거죠. 그런 게 없다는 거죠. 다 사전이에요. 간호사에게 딱 그러죠. 왜 마스크 안 하셨어요. 왜 조심 안 하셨어요. 왜 사전에 확인 안 하셨어요? 이런 식으로요."

두 번째로 방문노동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심화시키는 것은, 몇몇 자치구에서 개별 방문간호사들의 방문을 실적으로 수치화 한다는 점이다. 방문간호사들이 각 가정을 방문하는 횟수는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5개의 가정이다.

김시현 "몇 개 자치구에서 그래프로 벽에 쫘악 그려놓고, 방문간호사 당 방문실적이 몇 건 인지 딱 찍어 놓는 거예요. 그렇게 해놓고 실적이 안 나오면 그 방문간호사에게 보건소 관리자가 전화해요.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관리자가 그런 식으로 압박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문제가 있죠. 1등부터 쭉 줄 세운 다음에 그 간호사가 소속되어있는 동에 해당 방문간호사가 구에서 몇 등이라는 공문서를 보내요. 그럴 때는 정말 비참해지죠."

A "예를 들어서 어떤 날에 정말 힘든 일이 발생 할 수 있어요. 몇 년간 관계를 맺어온 대상자가 돌아가신 것을 최초 발견한다든지, 방문과정에서 폭력을 겪는다든지요. 그러면 당연히 그 가정에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돼요. 그런데도 그날의 실적은 채워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이렇게 방문을 수치화하고, 공개하고 ‘미달’된 방문 숫자를 채우라고 압박을 받는 것이 실제 일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위험으로 작용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방문간호사들 같은 경우에는 일상적으로 감정노동을 수행하며, 성폭력 및 각종 폭 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위험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안전을 확보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적 중심의 관리 체계가 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개개인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복지 정책의 공백과 한계가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대처하고 버텨야 하는 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김시현 "대부분의 선생님이 쇼크를 받는 건 대상자가 돌아가셨을 때예요. 병원에서 대상자 가 돌아가시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내가 돌보던 대상자가 돌아가시는 거랑은 간호사가 입는 데미지가 차원이 달라요.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의료상의 치료와 서비스를 다 받는 셈이에요. 지역에서는 돈이 없고 힘들어서,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 버티고 버티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고요. 간호사들이 대상자 집을 방문 했을 때 최초로 사망을 발견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때가 저희에게 가장 고비 인 것 같아요. 이 대상자가 마지막에 의료적 조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이 나였고, 그것이 정말 의료적으로 충분했나 계속 후회가 남아요. 그분들이 마지막 순간에 받은 의료 서비스라는 것이 간호사들이 방문서비스를 통해서 혈당, 혈압 재는 것 이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 정도 였을 까. 내가 조금 더 설득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라면, 퇴근 전에 한번이라도 연락을 더 해 봤어야 했나,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이라도 찾아냈어야 하나, 여러 가지 후회를 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많은 방문간호사가 그만두기도 했어요. 많게는 3~4년 이상 계속 봐오던 대상자들이고 상황의 객관화가 굉장히 어려워요. 사실 더 큰 조처 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감이 들어 힘들지만, 보건소 의사를 지원 요청해서 방문 진료를 하더라도 대상자가 거부하거나, 어떤 실질적인 치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복지 정책을 지탱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그렇다면 방문간호사들은 직접 개별 방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 한다는 형식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점차 인구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의료 뿐 아니라 많은 복지 사업이 방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 복지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불안전이 심각한 현실이다. 일차적으로 현재 무기계약직인 고용 형태의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사업의 50%가 비정규직인 상태에 서는 아무리 복지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지속적인 역량과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흩어진다. 복지 정책을 공공의 책임이자 지속적인 지원체계로 인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50%를 비정규직으로 충당하고 있는 걸까?

또한 방문간호사들은 보건소 소속으로서 동주민센터로 파견되는 것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도 느끼고 있다. 업무관리자는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보건소에 있고, 근태와 일상적인 업무 교류는 동주민센터에서 관리하 는 것이다. 근무하는 동주민센터에 1명의 방문간호사만 배치되기 때문에 정규직 공무원과의 차별이나 소외감 문제도 있다. 정확히는 주민센터 소속이 아닌 채로, 근무는 주민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애매한 위치에서 각종 주민센터 사업에도 동원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무기계약직인 방문간호사 인력을 정년까지 두고서, 내년부터 새로 채용하 는 방문간호사는 간호직 공무원으로 채용 하기로 했다. 기존 찾동 사업을 해오던 방문간호사들의 처우와 노동실태와 당장 내년부터 본격화될 현장의 갈등은 전혀 고려 없이 사업을 확장 시행 하겠다는 허울 좋은 홍보만 있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방문간호사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 이상 이들이 소모되지 않도록, 건강과 안전에 위협 받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다문화정책 공백 채우는 방문교육지도사의 노동 / 2019.0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다문화정책 공백 채우는 방문교육지도사의 노동

[인터뷰] 전국다문화가정방문교육지도사협회 강연 대표와 구은선 부대표

 

지안 상임활동가

 

방문노동자로 분류되는 직업에는 가스·수도검침원부터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재가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설치·수리기사 등 여러 직종이 포함된다. 방문노동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이들의 노동이 방문대상의 사적 공간에서 이뤄져 위험 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방문노동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하며 노동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권한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2인 1조 근무와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 등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을 똑같이 방문노동자로 분류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노동 형태가 모두 다르기에 노동조건과 노동시간 측면에서 서로 다른 문제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방문 시간이 짧고 일회적 성격이 강한 검침원의 노동과 장기간 한 대상자와 구체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방문교육지도사의 노동은 성격도 다르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다르다. 그래서 각각의 방문노동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문제점을 발견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다양한 방문노동자 중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이하 방문교육지도사)들의 노동실태에 대해 들어보았다. 당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8년째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강연씨와 서울시 송파구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구은선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각각 전국다문화가정방문교육지도사협회 대표와 부대표를 맡고 있다.

언어부터 생활까지 방문교육지도사에게 주어진 업무

방문교육지도사들은 다문화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부터 자녀생활 교육, 부모 교육과 같은 생활지도 교육을 진행한다. 자녀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유아를 상대로 하는 만들기 수업처럼 신체감각을 발달시키는 교육부터 취학 아동의 경우 학교 교과 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까지 여러 방식의 교육을 진행한다. 또 같은 한국어 수업이라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교육 목적과 방법이 다르다. 기초적인 언어 교육부터 부모·자녀 생활교육처럼 사회규범에 대한 학습까지 정말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구은선 "한 선생님이 총 4개의 가정을 맡아요. 그러나 과목마다 교육 기간이 달라 횟수에 따라서 각 가정의 수업 기간이 종료됩니다. 방문교육지도사가 가르치는 과목은 총 3개인데, 한국어 교육과 자녀생활 교육의 경우에는 1주 2회씩 40주를 교육하고, 부모 교육의 경우는 1주 2회씩 20주를 가르칩니다. 인당 1번만 교육을 신청할 수 있어서 한 대상자의 교육이 종료되면 다른 대상자를 받는 형식이에요. 그래서 매년 다른 대상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1년에 만날 수 있는 대상자가 총 6~8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내용의 교육을 선생님 한 명이 모두 담당해야 한다면 교육 준비부터 실제 수업 진행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지 않을까 궁금했다.

구은선 "원래는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분과 자녀생활 및 부모 교육을 맡는 분이 서로 나뉘어 있었어요. 최근에 전체 인원 감축 경향과 한국어 교육 수업을 줄이려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한국어 방문교육지도사가 모든 수업을 다루도록 체계가 변했어요. 한국어 교육만 하다가 갑자기 자녀교육을 맡아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갑자기 40시간의 전환 교육만 한번 받고 교육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준비도 힘들고 교육 효과도 낮을 수밖에 없죠. 갑자기 담당 과목이 늘어난다면, 선생님들이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절차를 갖고 해야 하는데, 무조건 다 맡으라는 식인 거죠."

▲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민간위탁을 반대하며 현수막을 들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소한의 보장도 없는 노동조건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지역마다 설립된 218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08년 정부의 다문화 정책 중 하나로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매칭 사업으로 도입되었다. 이 중 26개가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민간위탁 운영체제다. 지난해까지 방문교육지도사들은 10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을 통해 2월~12월까지 근무했고, 지난 10년 동안 임금이 한 번도 오르지 않았으며 2015년부터 포괄임금제를 적용받으면서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였고 주휴수당, 연차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

강연 "그런데 올해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임금을 쪼개 주휴수당 항목을 만들었어요. 임금이 실질적으로 삭감된 거죠. 그래서 시급이 오히려 떨어졌어요. 또 선생님 사정때문에 주 15시간을 채우지 않는 때는 심할 경우 한 달 치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전국 218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26곳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시행해야 한다. 창원시가 가장 먼저 11명의 방문교육지도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다른 센터의 경우에는 방문교육지도사가 가이드라인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고 처우 개선비가 교부되었음에도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인천시 남동구는 최근 운영체제를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면서 정규직 전환 가능성 자체가 차단되었다.

10개월 쪼개기 계약, 쉬운 해고로 인한 노동강도 증가

더구나 2017년까지는 직무지식 평가, 대상자 만족평가, 센터 근무태도평가 등등 각종 평가를 통해서 하위 10%의 노동자들을 선정해왔고, 2년 연속 하위 10%에 드는 방문교육지도사들은 해고가 되는 상황이었다. 대체 이런 쉬운 해고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인터뷰이 두 분은 평가의 기준이 공지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평가에 대한 점수 확인도 불가하다고 했다.

실제로 당진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경우에는 방문교육지도사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민주노총 일반노조에 가입한 이후에 해당 노동자들이 모두 하위 10% 평가를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다문화가정방문교육지도사협회가 결성되었고 여성가족부 면담 끝에 평가제도가 사라지게 된다.

강연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센터들은 제왕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상황입니다. 센터장의 권력이 막강해요. 센터 위탁을 3년마다 공고를 내고 심사를 하는데 센터장은 재위탁을 받기 위해 평가 항목에 반영되는 사항만 신경 써요.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센터 눈치를 보느라 아프다고 말도 못 하고, 병가나 연차도 없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 왔어요.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시스템이니 민간위탁 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하고 감내할 수밖에 없던 거죠."

올해부터는 12개월 단위의 고용계약이 이루어지지만, 2018년까지는 줄곧 10개월 단위로 계약을 해왔다. 2월~12월의 기간 내에만 고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2개월의 기간을 실업 상태로 보내야 할 뿐 아니라, 퇴직금과 연차 보장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10년을 일해도 경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현재도 12개월 사업으로 전환되었지만 계약일을 12월 31일로 정해놓아 계약해지에 대한 해고의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라는 성과를 얻기도 했으나 최근 정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에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정년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사업·재정 운영을 변경하게 되어 60세를 기준으로 정년이 생겼다. 방문교육지도사 대부분이 50~60대 중년여성이기 때문에 올해 말이면 414명의 노동자가 해고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  방문교육지도사 역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대상에 해당되지만, 창원시만이 정규직 전환을 실행했다. 그 와중에 인천 남동구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자체 직영에서 민간위탁 운영으로 전환해 정규직 전환 자체를 차단시켰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정되지 않는 노동시간

방문교육지도사들은 하루에 두 가정을 방문한다. 한 가정 당 교육 시간은 2시간으로 책정되어있는데, 즉 1일 4시간씩 노동시간이 산정되고 4일을 근무한다. 이동 시간도 포함되지 않고,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방문하는 가정이 맞벌이이거나 시간이 안 맞는 경우는 저녁 늦게나 주말에도 수업이 이루어진다. 정규 업무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셈이다. 또 갑작스럽게 수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되어 기다리는 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부담이 가중된다.

강연 "대부분 외곽에 방문대상 가정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동 거리가 멀어요. 첫 번째 방문가정에서 다음 방문가정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자동차 기준으로 전국 평균 30분이라고 통계가 나왔어요. 선생님들은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삼각김밥이나 에너지바로 차 안에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다 주어진 업무 범위는 훨씬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2시간 수업을 한다면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업무들이 있다. 수업일지 작성, 수업 초기의 면접지와 말미의 성취도 평가 입력, 활동계획서, 결과보고서 등 각종 필요 서류들을 작성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현재 방문교육지도사들은 퇴근 후에 사적 시간을 내어 집에서 서류들을 작성한다. 교육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방문교육지도사 대상의 연간 인터넷 교육들 역시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업무조차도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노동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족한 사회적 인식은 이들이 이주민으로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취약한 위치에서 한국사회의 각종 폭력에 쉽게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이런 점에서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필요한 사회적 지원에는 매우 다양한 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사례관리'와 '정서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수행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서류 제출·이동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은 개인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 실제로 방문교육지도사들이 지원하는 내용은 규정된 내용을 넘어설 정도로 상당히 광범위했다.

구은선 "부부생활부터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 시부모나 남편과의 갈등, 남편의 가정폭력과 같이 사적 영역의 일부터 은행이나 금융 업무같이 처음 한국에 온 사람이 처리하기 어려운 생활 정보들을 제공하는 일들이기도 해요. 또 이주여성이 우울감을 크게 느낄 때는 '정서지원'이라고 해서 기분을 전환 시켜주기 위해 같이 고향 음식을 먹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방문교육지도사 선생님들이 자기 역량에 따라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주려고 해요."

방문교육이라는 특성상 대상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업무가 가능하기도 하고, 또 이미 형성된 관계 속에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구은선 "물론 관계 형성 및 유지를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일지 입력란에 정서지원, 정보제공, 서비스 연계 등의 내용을 입력하게 되어 있었으니까요. 물론 센터에서는 수업 시간 내에 이런 부가적인 관계 형성과 도움까지 주라고 하죠. 근데 수업 시간은 그 시간 내에 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으니 실제로는 별도의 개인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죠.

이러한 도움을 '사례관리'라고 하는데, 센터 내근직 직원 중에서 사례관리 담당 선생님이 있긴 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니 이주여성들이 터놓고 하고 싶은 어두운 이야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죠. 저희는 지속해서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니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수월하죠."

이렇게 지원해야 하는 업무가 포괄적이고, 지원받는 대상자들에게도 다양한 욕구들이 있다면 전체적인 다문화가정 복지정책을 검토하여 부족한 제도를 보완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문화가정의 온갖 필요들을 지원하고 돕는 역할이 개인인 방문교육지도사들의 재량과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다.

복지 제도의 공백을 방문교육지도사들의 쪼개진 노동시간으로 메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마저 축소되고 있다. 과거 전국에 있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총 3300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1800여 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온갖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직접 다문화가정을 지원해 온 입장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꼭 필요한 복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문화가정이 필요한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를 방문교육지도사들의 부불노동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우선 이들이 받아야 하는 정당한 노동조건을 마련하고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여가부가 직접 센터를 운영하면서 교육·의료·생활지도·상담 등 각각의 필요성에 맞는 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복지제도 마련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목숨 걸고 쪽팔리지 않게 지역신문 만들게요" / 2019.07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목숨 걸고 쪽팔리지 않게 지역신문 만들게요" 

 

 

정경희 / 선전위원

 

 

사회를 움직이는 다섯 권력 중 하나라 불리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인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모습은 멋지게 비춰지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 있는 일을 하는 그들은 어떤 고단함과 즐거움이 있을지 궁금했다. 늘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받아보긴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하는 화성지역신문 ‘화성저널’ 윤미 기자를 지난 6월 11일 화성 어느 호숫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초중고 동안 책 보면서 밤샘하기가 부지기수였고, 활자중독증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많이 봤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학교 다닐 때 글을 곧잘 쓴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 그녀가 작가보다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대학생활 때 학생기자를 하기도 했었고, 인도 여행 3개월 동안 현지에서 글을 써잡지에 기고한 경험이 있어요. 그러면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글로 작업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껴 기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간지나 공중파 방송에 입사하려면 보는 1차 서류전형, 2차 서술시험, 3차 면접시험을 일컬어 언론고시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준비하다가 굳이 어려운 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지 만드는 곳에 들어가 기자생활을 시작했어요. 신문사는 나름대로 원하는 글의 틀이 있으니 첫 직장 수습기자 때 엄청 혼나고 많이 깨졌죠. 글쓰기가 좋아서 이 직업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윤미 기자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품위유지, 정당한 정보수집, 올바른 정보사용, 사생활 보호, 취재원 보호, 오보의 정정, 갈등·차별 조장금지, 광고·판매활동의 제한 내용이 기자윤리강령이지만, 7년차에 접어드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생긴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했는데, 피할 수 없는 현실적 고민도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언론사나 기자로서 하면 안될 몇 가지가 있거든요. 그런 것이 원칙인데 솔직히 기사 쓰고, 신문 만드는 사이클 돌아가는 게 바빠서 깊이는 생각 못 하는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신문이고 기사잖아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목숨 걸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면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고, 없어지지 않는 기록물이기 때문에 가치를 갖고 있거든요.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내 이름이 박힌 결과물이 있는데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내가 하루하루를 좀 더 치열하고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힘들죠. 


그러다 보면 신문사의 기자가 부족한 구조에서 소진이 돼요. 집안일도 하고 애들도 케어해야 하는데 이쪽에 너무 쏠려있면 집안일을 못하게 돼요. 그래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언론사라는 게 공익을 위해 힘쓰지만,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거든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광고도 받아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사를 쓰는 공공의 역할은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적이어야만 하죠. 그래서 항상 괴리가 있고,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평행선에서 기자도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기레기’라는 표현을 제 앞에서 쓰는 분도 계시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상당히 마음이 아프죠.”


일간지 기자는 보통 조간신문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윤미 기자가 발행하는 신문은 주간지라서 호흡이 긴 기사를 쓰게 된다고 한다. 일과가 궁금했다.


“일간지와는 다르게 주간지라서 기획기사나 아이템 취재기사 같은 호흡이 긴 기사를 쓰죠. 월요일은 어떤 취재를 할지 아이템 회의를 해요. 회사에 도착하면 이메일로 온 보도자료, 화성시 행사와 시장 스케줄을 확인해요. 취재원을 만나서 정보를 듣고, 취재처는 평균 하루 3명 이상 만나요. 오전에 만나고 같이 점심을 먹거나 오후에 한두 군데 취재처를 돌면서 흐름을 듣고, 어떤 취재를 하면 좋을지를 기획 하죠. 회사에 돌아가서 취재정보 보고를 하죠. 돌아다니면서 나왔던 정보나 취재원에게 들은 이슈는 회사에 보고하고, 취재가 완료됐으면 기사를 웹하드에 올려서 편집 기자한테 줘야 해요. 외근이 잦다 보니 근무시간은 자유로운 편이에요.”


주간신문 특성상 마감 날 기사를 몰아 쓰는 경향이 있어서 기사 마감할 때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


“기사의 특성상 취재를 한 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사안이 있으면 거기에 관계되는 많은 사람을 취재하면 할수록 기사의 팩트나 신뢰도가 높아져요. 그런데 각각의 사람마다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일정 잡기가 힘들기도 해요. 사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 주간지는 마감 날까지 취재해서 정보를 모은 다음 통합해서 기사를 쓰게 되니까 자꾸 늦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마감 날 닥쳐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기사도 써야 하고 편집·교열도 봐야 하니 여러 업무가 하루 이틀 동안에 몰리니까 예민해지고 피를 말리는 것 같아서 항상 신문 마감하고 나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머리를 풀로 가동하고 오랜 시간 집중을 해야 하고, 오탈자는 교열팀에서 잡아줘야 하는데 지역신문사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1인 다 역을 해야 하는 거죠. 끝나고 나면 너무 피곤해요.”

마감이 끝나고 나면 소진이 클 것 같은 데, 어떻게 만회하는지, 평상시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물었는데 선 뜻 술을 주로 먹는다고 했다. 마시고 나면 더 피곤한데도 말이다.


“전 애주가입니다. 마감하고 나면 동료 기자와 먹기도 하고 애인과 마시기도 해요. 편집국 동료들과 마시면 급하게 빨리 먹으니까 빨리 취해서 집에 보내어지죠(웃음). 요즘은 나이 좀 먹었다고 술 마신 다음 날 컨디션이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사실 운동을 좋아해서 수영, 달리기, 걷기를 주로 하는데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시간을 내려고 노력해요. 이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술을 먹기 위해서예요(웃음).


업무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죠. 머리가 복잡하고 심신이 피곤할 때가 와요. 그럴 때 밖에 나가서 집 근처 천변 코스를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뛰어요. 우울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어떤 게 문제이고, 어떤 걸 가지치기 해야 하는지 알게 되죠. 마음먹은 것과 행동이 같이 가진 않아서 문제지만.”

기사가 사회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냈을 때,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로 인해서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됐을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책임이나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덧붙여 중립에 대한 도덕적 회의도 가지고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비위라든가 고발성 기사를 통해 결국 그 사람이 해직이 나 해고를 당해 내부적으로 청소(?)됐을 때 보람도 느끼지만, 책임감도 느끼죠. 인간적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저 사람도 하나의 가장인데 직장을 잃게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부담감도 있어요. 기자나 언론은 치우치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게 중립을 지향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구조가 그렇게 공평하지 않잖아요. 갑을 관계처럼 힘이 쏠려있다는 거죠. 정치도 그렇고. 그러면 지역신문 기자로서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주목해서 기사를 쓰지 않으면 그들의 목소리가 묻히는데 어디에 중점을 맞춰야 하는가가 항상 고민이에요.


예를 들어, 화성청소년상담사들이 계약해지 집회를 할 때 현장에 취재하러 가면 기자들이 거의 없어요. 현장에 많이 안 나와요. 그냥 보도자료 받고, 사진 받아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죠. 그럴 때 가슴이 아파요. 나라도 가서 저 사람들의 목소리를 현장성 있게 전달하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포털뉴스에 노출되지 않아 영향력이나 전파력이 약한 플랫폼을 가진 지역신문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지역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윤 기자는 화성지역 언론이 발전하기 위한 방향을 내놓기도 했다.


“화성지역은 인구 유입 속도(곧 100만 도시를 앞두고 있다)나 산업의 변화는 빠른데, 그에 반해 문제나 지역 사안이 있을 때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이 담론화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 같이 나아가는 것이 아직 활발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울의 1.4배로 넓은 화성 전체를 아우르는 시민 네트워킹이나 점점이 활동하는 조직이 얽혀서 모이는 장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감수성이나 시민운동에 대한 감수성 또한 아직은 부족하죠. 이것을 조직하고 장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지역 언론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화성시 인구는 6월 기준 78만 이에요. 이 정도 되면 활발히 활동하는 성격이 다른 시민단체가 다섯 개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은가. 그래서 전선이 구축되고 시민의 안건이나 거버넌스 의제가 행정과 정치권과 활발하게 핑퐁 역할을 하면서 건강하게 다양한 색깔을 내면서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바탕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언론사 운영에서 재정 독립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광고보다 독자 구독료로 움직이는 지역신문이 가장 건강하고 이상
적이라 말하는 그녀는 마지막으로 일터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내가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지역에서도 활동을 꾸려가면서 지역 언론이나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방자치·지방분권이 강해졌다는 것은 지자체장의 권력이나 예산 권한이 점점 커진다는 얘기거든요. 이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가를 볼 수 있는 시민이 필요해요. 자신이 존재하는 위치에서 좋은 변화를 일으키려면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보고,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 참고) 현재 윤미 기자는 화성저널을 퇴사했습니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강사는 왜 '노동자'가 되지 못하는가 / 2019.06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강사는 왜 '노동자'가 되지 못하는가

 

 

지안 / 상임활동가 

 

 

고등교육법, 일명 강사법 시행을 약 3달 앞둔 지난 5월 10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A씨와 B씨를 신림역 인근에서 만났다. A씨는 201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B씨 역시 시간강사로 많은 대학에서 강의를 해오다가 최근 임용되어 모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강사법은 지난 2011년 12월 처음 발의 된 이후로 약 7년 정도 유예된 법이다. 법의 원 취지는 '시간강사'라는 열악한 일자리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오히려 이 법을 근거로 많은 대학들은 시간강사 일자리를 줄이고 전임교수들의 수업 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개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악용을 방지하고자 지난 6월 4일 교육부는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강사 인원을 감축한 대학에 제도적인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지만 과연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대학이 어떻게 강사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이 필요할 것이며 교육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시간강사라는 직업의 열악함을, 고학력자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심지어 강의 자리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이 있다. 이러한 설명은 저임금 일자리와 또 다른 저임금 일자리가 비교될 수 있는 것처럼 상황을 오도한다.

대학 강사의 일자리가 문제인 이유는 고학력자의 노동이 이토록 열악하다는 것이 서글프기 때문이 아니라, 강사들의 노동을 온전한 노동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 대학이라는 위계적인 공간과 만났을 때, 강사들의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은폐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일터>를 통해서 강사법의 보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입장들에 대해서 살펴보기보다는 강사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조건을 조명하려 한다. 

 

강사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기 어렵게 하는 노동조건은 무엇일까?



주목되지 않는 시간강사의 노동시간, 강도, 환경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육자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강의를 누군가의 '노동'으로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는 우선 이 노동이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라는 특수성이 있겠지만 그 외에도 시간강사를 노동자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임금이 수업시수에 따라 시급으로 책정된다는 점이다. 임금은 수업시간으로 책정되는데 실제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는 그 시간 안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수업 준비부터 학생들의 과제를 피드백하고, 수업에 대한 공지를 메일링하고, 시험지를 채점해서 시스템에 입력하는 일 등등 한 학기의 대학 수업동안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업무 절차들이 있다. 

A= "먼저 수업 준비 시간이 있어요. 반복해서 진행하는 과목하고 새로 맡게 되는 과목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긴 해요. 물론 기존에 해왔던 수업들도 새로 자료를 업데이트해야 하긴 하지만요. 보통 강의를 받고 나서 방학 동안 수업 자료를 어느 정도 완성을 시켜놔요. 그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려요. 한 번은 잘 모르던 분야의 강의를 제안 받은 적이 있어서 거의 방학 내내 그 분야 공부를 하고 강의 준비를 했던 적도 있었어요. 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 채점이라든가, 수업 공지를 메일링 하는 것, 학생들이 해온 과제 피드백이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진행 절차는 모두 강사의 업무이지만 공식적인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보통 시간강사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시급은 4.5만 원에서 8만 원 정도까지 대학마다 다르다. 이렇게 강사들의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 이 노동을 더욱 말하기 어렵게 하고 보이지 않게 만든다. 시급이 높기 때문에 수업과 연관된 기타의 노동들은 감수할 수 있는 일이 되며 높은 시급이 이미 충분히 보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착시를 준다.  

B = "사람들은 시간강사 시급이 높은 이유가 그런 부가적인 노동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보면 많은 금액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측정되지 않는 노동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동강도는 어떨까? 많은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는 행위 자체가 긴장을 유발하거나 감정 소모, 소진 등을 야기하지 않을까. 

A= "강의를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에요. 일반적인 강좌도 그렇지만, 요즘 대학들이 국가지원금을 받으려고 외국인 반을 많이 개설하고 있어요. 저도 예전에 전담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어 능력이 완벽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공수업과 어려운 이론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상황에 맞춰서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을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1:1로 붙어서 케어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수업을 하고 나면 몇 시간 되지 않더라도 완전히 탈진 상태가 돼요. 감정 소모도 크고요."

또한 강사법이 계속 유예되었던 지난 7년 동안 실제 시간강사들이 지속적으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고용불안이 노동자 개인에게 업무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A= "일단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요즘에는 학생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맨 처음 강의를 시작한 시기에는 내가 하고 싶은 강의를 한다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강사법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논의된 이후로는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부분입니다."

학기마다 재계약 해야 하는 시간 강사들에게 고용 불안정이 가장 큰 업무 스트레스라면, 비정규직 교수들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스트레스 요인이 다르다. 시간강사들보다 계약 기간은 길더라도, 학과의 각종 사업을 맡아서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강의 이외의 추가 업무들이 주어진다.

B씨에게 평균적인 노동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자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수업 시간표 외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시간에 대한 상대적인 자율성이 있는 대신에 오히려 그런 조건이 더 일상과 노동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B= "저는 학기당 10학점~15학점 정도를 가르쳐요. 수업의 특성상 학생들을 피드백 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은데 한 학기에 인 당 1시간은 걸리는 것 같아요. 학생 수는 200명이 조금 안 됩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강사 때보다는 불안정성은 덜하죠. 최소한의 계약기간이 정해져있으니까요. 하지만 학회를 관리한다든지 하는 업무들이 있고, 또 학과의 각종 사업을 처리해야 해요. 이 업무들이 너무 과중해서 거의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 상황이에요. 또 개인적으로는 대학에서 정년을 확정해 준 정교수들을 제외한 모든 교수들이 주기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받아요. 논문을 투고하거나 학회 업무를 맡아 봉사시간을 채우는 것 등등을 통해서 실적을 계속 관리해야 해요."

시간강사들의 경우에는 수업과 다음 수업 사이에 쉬거나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는지도 물었다. 강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휴게공간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하고 심지어 학생이 면담을 요청해도 상담을 진행할 공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A ="강사실이 있지만 일단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비치되어 있는 물품이나 복사기, 컴퓨터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컴퓨터가 6대 있는데 고장이 나도 고치질 않아서 2대를 나눠 사용하는 식이예요. 수업 준비를 하려면 거의 1시간 전에 가야 인쇄라도 할 수 있던 학교도 있었습니다. 또 사소한 건데 비참했던 건 학기 초에 강사실에 있던 벌레 사체가 학기 말까지도 치워져 있지 않는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때 여기가 치워지지 않는 공간이구나 하는 걸 느꼈죠."  

고용 불안정성과 불안을 지목할 수 없는 문제   

앞서 시간강사들이 노동자로 자신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으로써 높은 시급이 지불되지 않는 노동을 견디도록 만듦으로써 가려지는 노동시간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학이 편의와 비용절감의 이유로 양산한 단시간 일자리와 고용 불안정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시간강사들이 일하는 일자리란 대부분 단시간, 혹은 초단시간 일자리들이다. 또 학기 단위로 고용계약을 하고, 고용의 전 과정이 매우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들을 개인화하고 고립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처우가 문제가 되자, 역으로 인력감축을 시도하는 대학이라는 노동현장에서 시간강사와 비정규직 교수들이 체감하는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A= "국공립, 사립대학 모두 포함해서 4개 정도의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고, 적게는 3학점부터 8학점까지 강의를 해왔어요. 1학점을 주당 1시간 수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보통 3월에 시작하는 학기의 수업은 1월 정도에 강사에게 메일로 제안이 와요. 그 시기에 연락이 안 오면 그냥 그 학교는 잘렸구나 생각을 하는 거예요. 만약에 전에 수업하던 학교에서 연락이 안 왔다면, 어떤 기준에 미달해서 수업을 못 받은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예전에 개강하고 난 이후의 수업을 갑작스럽게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학교가 지방에 있어서 이동시간도 만만치 않았고 3학점인 수업이었는데 혹시나 다음 학기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받은 적이 있어요." 

B= "제가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 자리는 1년씩 계약연장을 해요. 만약 재계약이 안 되면 학교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장은 고용 불안에서 약간 벗어난 것은 맞지만 강사법이 시행돼 학교의 모든 강사 일자리가 3년 고용 보장으로 세팅이 되고 나면, 그 시기 이후 계약이 종료되는 비정규직 교수들은 시간강사로 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거예요."

A= "한 학기가 4개월이에요. 1년에 두 학기가 모두 계약된다는 전제 하에도 8개월만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저라는 사람에게 들어가는 한 달 고정 지출은 있죠. 그래서 월급을 쪼개서 쓴다고 해도 방학 때는 빚을 질 수밖에 없어요. 방학 기간에 빚을 지고 그걸 갚는데 2달 정도 지나고 아무리 쪼개서 쓴다고 해도 금방 또 방학이 와요. 실업급여 같은 경우는 3학기 당 1번씩 받을 수가 있어요. 실업급여의 조건인 180일 근무를 채워야 하는데 1주일에 제가 실제로 수업을 하는 날은 2일이기 때문에 수급 조건을 채우려면 3학기는 되어야 하는 겁니다." 

대학 내 비정규직 교수 직함들은 겸임, 초빙, 객원, 연구, 대우 등등 업무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끝없이 양산되고 있었다. 계약직으로 대학 교수들이 임용되고 있는 한편에서 시간강사들은 학기 방학마다 다음 학기 계약을 기다려야 한다는 불안감을 견디고 있다.

여기서 7년 동안 유예되고 있던 강사법은 법 시행을 2달 앞둔 지금에서야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나왔다. 이 법이 실제로 대학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식의 효과를 낳을지, 대학이 마련하고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사 개개인에게 정보가 차단되어 있거나 차등적으로 주어진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문제다. 

B= "저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앞으로 대학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가 없어요. 창구도 없는데다가 정보가 차등적으로 들어와요. 비정규직 교수에게 공개된 정보도 강사들에게 공개하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고요."

A= "학부의 한 영역에 소속되어 강의한 적이 있는데 여기 소속된 강사의 숫자가 100명은 넘었어요. 3~4년 전부터 매 학기에 선생님들이 없어졌어요. 갑자기 자르면 눈에 보이니까 순차적으로 잘라나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근데 누가 없어진다는 걸 사실 느낌으로만 아는 거죠. 우리끼리 연락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 지인이 잘렸는데 나는 아니구나, 이런 식으로밖에 알 수 없었어요." 


  
 이중적인 정체성의 문제 

마지막 조건으로 이중적인 정체성의 문제가 강사들의 노동을 비가시화하는 주요한 맥락이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박사과정 학생이기도, 연구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강사인 이중적인 정체성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정체화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물론 그에 앞서 이러한 이중성을 이용해서 불합리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처우를 개인들이 감당하도록 하는 대학의 노동구조가 있을 것이다. 

A =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에 더해서 기본적으로 시간강사라고 하는 것이 소속감이 없어요. 자신을 시간강사인 노동자로 정체화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오히려 연구자로 정체화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시간강사들이 한 대학에 소속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고, 대학에서도 그런 소속감을 부여해주지 않아요."  

이처럼 단시간, 초단시간 일자리 노동자로 여러 대학을 떠돌면서 강의를 하는 시간강사들의 경우에 자신을 한 대학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비정규직 교수라는 형태로 한 대학에 소속되어 노동을 하더라도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위계적인 대학 문화라는 조건 속에서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변화를 만들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 속에서 어떻게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을까? 인터뷰이인 두 사람에게 노조 활동을 하거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A= "이런 어려움들 때문에 더 뭉쳐야 하는 건데, 정확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를 소극적인 주체로 만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두 인터뷰이 모두 앞으로 한 대학의 소속이라는 자격이나 소속감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교육 노동자로서의 접근을 통해 연대할 필요성을 덧붙였다.

"이 일을 노동으로 접근했을 때 노조가 훨씬 강해질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조에 가입을 해야겠네요."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봄을 타고 전해 온 땅을 일구는 농민 이야기 / 2019.0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봄을 타고 전해 온 땅을 일구는 농민 이야기 

 

나래 / 상임활동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 서늘하게 코끝을 감쌌던 기운은 말랑해져 새삼스레 다가오고, 눈길이 잘 가지 않았던 길가엔 어느새 푸른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시장과 마트에 가면 계절의 변화가 확연하다. 푸른 잎의 채소들이 가득하고, 심심했던 과일 코너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워진다. 건조한 아스팔트가 가득 깔린 도시에 어떤 이들이 봄기운을 전해주는 걸까.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4월 11일에 경기도 연천에서 농사 짓는 농민 이석희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석희씨는 올해로 58세다. 계절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은 그의 얼굴은 유난히 단단했다. 농사지은 횟수만 30년이 넘었다. 20대에 군 제대를 하고 부모님이 일궜던 땅에서 농민의 삶을 이어 나갔다. 부모님이 짓던 방식으로 농사를 짓다가 7년 전부터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벼, 사과, 감자, 마늘, 양파 등 다양한 경작물을 그의 손으로 직접 키운다. 정성이 가득 담긴 친환경 무농약 인증 농산물은 학교 급식 재료로 출하되고 있다. 그러면 땅을 일구는 농민의 하루는 어떨까?

"새벽 5시 반에 일어납니다. 전날 스케줄을 확인해서 수첩에 적어요. 오늘은 사과 작업을 했죠. 내일 또 사과 작업을 해야 해요. 친환경이기 때문에 기계유제로 불리는 기름을 뿌려줘요. 아침밥은 오전 7시 정도에 먹고, 작업을 계속하고 저녁 6시 반까지 일을 합니다. 올해가 내 나름의 고비거든요. 그래서 일을 좀 많이 하는 편이라 그 시간에 끝나요. 보통 오후 6시 반 정도면 종료하거든요. 사실 이렇게 오래 일하면 몸이 못 버텨요."

경기도 연천에서 땅을 일구고 있는 농민 이석희씨.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날씨와 기상이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그해 벼농사가 풍년이었네, 흉년이었네 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공 여부가 하늘에 달렸단 말인즉슨 농민들의 수입 역시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각각의 계절을 이석희씨는 어떻게 보내고 맞이하는지 궁금했다.

"겨울엔 공부를 많이 해요. 유투브로 공부한 걸로 마늘농사 덕을 봤어요. 겨울에도 쉬지 않아요. 미리 해둘 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 땅 일은 안 하지만 돌을 줍는다든지, 각종 주변 정리도 해야죠. 개인적으론 책을 많이 읽기도 해요. 농사에 필요한 물리적 일도 하고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요. 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죠. 올해 3월 27일에 감자를 심었어요. 농작물은 빨리 심는다고 빨리 나는 게 아니거든요. 너무 더운 여름날에는 작업 시간을 조정해요. 그땐 기상시간이 빨라져요. 새벽 5시 정도요. 일어나서 오전 10시까지 일하고 오후에는 쉬는 식이에요."

그해 날씨와 환경에 따라 수확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사실상 농민들의 수입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을듯한 문제를 해소하려고 농민수당 시행이 최근 농민들 사이에서 요구되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지킬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앙정부가 직접 입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시행여부가 나뉜다.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지급을 시작하기로 한 곳은 전남 해남군이다. 관내 전 농가를 대상으로 하며 지역상품권으로 연 60만 원을 상·하반기 농가별 균등 지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부여군, 고창군, 강원도 등이 시행 예정에 있다. 이석희씨가 속한 경기도는 경기 기본소득위원회가 출범해 경기농민기본소득제를 검토하고 있다.

"농작물에 따라서 수확시기가 다 달라요. 감자는 5월 말, 마늘은 6월 말 정도요. 그럼 수익금은 그 이후에 들어오죠. 그 다음에 사과는 8월 말이고요. 벼는 11월 말에 탈곡해서 보내고요. 그럼 그 이후에 출하대금이 들어오는 거죠. 최근에 좋아진 점은 농민수당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석희씨는 농민수당에 대한 고민, 요구와 함께 친환경 농업의 지속성도 중요한 문제라 얘기했다. 친환경 농업은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해서 농업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하게 농·축·임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을 가리킨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 친환경 농법을 선택한 것도 있어요. 동시에 농민으로서 자부심도 중요했죠. 저 말고 다른 농민 분들도 친환경으로 재배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토양을 지키고, 수자원 보호할 수 있고요. 친환경을 할 수 있으면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풀 문제죠. 솔직히 제초제 한 방이면 끝나거든요. 그걸 극복해야 해요. 친환경으로 하니까 안정적으로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선순환으로 친환경 작업이 가능해요."

 그는 친환경 농업이 지금보다 더 확산되고, 많은 농민들이 할 수 있으려면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온전히 경제적 부담을 개인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사실은 어려워요. 제가 그나마 희망을 갖는 건 작년부터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 출하 한다는거에요. 귀농하는 사람들이 어떤 작물이 좋을지 물어봐요. 특용작물은 없다고 대답해요. 예전엔 업체들도 무조건 싼 값을 찾아 다녔는데, 이제는 식품 유통 딜러들도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걸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이 보인달까요."

농민들은 시민들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들의 안전과 건강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농민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면서도 이겨낼 힘과 농민으로서 자부심을 다지고 있는 이석희씨에게 '그럼에도' 농민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주변 친구들 보면 정년퇴임해서 노후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이제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어요. 전 팔십 정도까진 농사일을 하려고 해요. 더 오래 농사지으려고 운동도 하고 있고요. 일단 농업은 매력적입니다.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그러나 시민들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들의 안전과 건강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농업은 타 산업에 비해 재해율이 높아 건설업, 광업과 함께 3대 위험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광업, 임업, 어업 다음으로 재해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농민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자영업자로 분류되거나, 농업사업장이 대부분 5인 미만이라 제외됐던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2016년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긴 했지만 임의가입이며, 민영보험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제도도 제도지만 이석희씨는 농민들이 산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피로가 누적되어도 잘 느끼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최근 기계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관절염 같은 질환은 많이 줄어들었다 했다. 기본적으로 농사일은 중량물 취급이 흔하고,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구부려 일하는 부담 작업이 많기 때문에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관절염은 농업인의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가 봤을 때 최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농업기계임대 사업이에요. 저도 필요시 5천원~8만원 정도 저렴한 임대료 내고 해마다 대여하고 있어요. 바뀌었으면 하는 정책은 프로젝터처럼 뭉텅이로 몇몇에게만 지원하는 사업 말고, 농민수당처럼 모든 농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농업기계임대사업의 경우 돈이 많은 농민이든 가난한 농민이든 모두 저렴하게 필요한 기계를 대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있는 사람이 계속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사람들이 나눠 쓸 수 있는 사업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농업의 기계화도 산재 위험과 동시에 농민들의 노동강도 부담을 완화하는 큰 변화 중 하나지만 이주노동자의 농촌 유입도 영향이 크다. 이석희씨도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는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이주노동자 없으면 한국의 농촌이 망한다는 말도 공공연하다. 그럼에도 농촌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로 임금차별, 그 중에서도 여성/남성 이주노동자들 간의 성별임금격차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쵸. 확실히 예전보다 힘든 일이 덜하니까요. 내일도 이주노동자 1명 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이 근처에도 인력사무소가 2군데 있어요. 말레이시아 분들이 오는데 일을 잘하세요. 덕분에 외국어번역 어플도 깔았고요. 일당은 여성 6만원, 남성 9만원이에요. 일의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한국문화의 나쁜 예에요. 이주노동자 본인들도 그 부분을 참 이상하게 생각해요. 자기 나라에서는 안 그렇다고요."

 현재 그는 농민의 권리 향상과 현실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전국농민총연맹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같은 조직이 있잖아요. 왜 농민들은 없을까 싶었죠.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 연천군 미산면 회장을 맡고 있어요. 요즘엔 지역 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농민수당을 얘기 많이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열어주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묻자 이석희씨는 무엇보다 농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의 과제가 더 큰 것 같아요. 농민들이 먼저 소비자에게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와 함께 해결해 나갈 것들을 알려나가야 해요. 우리가, 농민들이 진실을 알릴 때만이 소비자에게 당당히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