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 2014.11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김정수 운영집행위원

 

 

 

1. 연구 배경

 

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에 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여러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직무 불안정, 조직체계, 관계 갈등 요인이 전국 중간값(참고치)보다 훨씬 높게 나왔었다. 연구진은 실적과 고객만족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시장중심적 구조의 문제’를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핵심 원리로 지적하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경영 및 조직체계는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게다가 고객만족(CS) 관련 업무와 교육, 판매노동에 대한 업무감사와 현장통제 등이 전에 없이 강화되어 노사갈등의 현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판매위)는 조합원들의 직무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본 연구를 실시하게 되었다.

 

 

▲ 판매위원회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발생 원리

 

 

2. 연구 목적 및 방법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영업 및 사무직 노동자의 주된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노동조건과 건강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또 2007년 조사와 비교하여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노동조건, 건강문제의 변화 양상을 보는 것도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조사 방법은 판매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시행하였다. 설문의 구성은 기초 인적 사항, 사회경제적 조건, 노동조건과 노동강도, 변화의 양상, 직무스트레스 요인, 감정노동, 현장통제 및 직장내 괴롭힘, 건강상태와 건강행동, 육체적·정신적 건강 등이었다.

 

 

3. 주요 연구 결과

 

1) 직무스트레스 요인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무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영역으로 나타났다. 이 요인들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거나 심지어 악화되어 이미 직무스트레스가 만성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특히 관계갈등의 경우 영업직 노동자에서 두드러졌는데, 85~90%의 노동자들이 고객이나 동료와의 갈등 증가를 호소한 점, 73%에서 업무와 관련한 징계의 증가를 경험한 점, 직장 내 미행·감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동자가 30%를 넘고, 신체적 폭력에 대한 직·간접 경험도 4%에 달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관계갈등 양상이 상당히 공격적, 파괴적일 것으로 우려되었다.

 

표1. 직무스트레스 요인별 변화 양상

 

영업직 남성

사무직 남성

영업직 여성

사무직 여성

물리적 환경

*

**

*

*

직무요구

**

*

*

**

직무자율

*

*

*

*

관계갈등

****

***

****

(*)

직무불안정

***

***

***

***

조직체계

***

****

*

***

보상부적절

*

*

*

*

직장문화

*

***

*

(*)

각 기호의 의미는 다음과 같음.

* A유형 : 참고치 이하이며 악화되지 않음.

(*) A’유형 : 2007년에는 참고치보다 높았으나 2014년에는 참고치와 같은 수준.

** B유형 : 아직 참고치 이하이나 악화됨.

*** C유형 : 악화되지 않았으나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음.

**** D유형 : 참고치보다 높고, 악화됨.

 

2) 노동 조건


자동차 영업 분야는 독특한 업무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 단순 비교를 통해 노동조건을 진단하면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를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하향평준화해버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노동조건의 분석에서는 노동자의 건강, 삶의 질 등 노동조건을 평가하는 가치와 기준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1일 8.5시간, 1주 42.9시간)을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동의 질적 차원에서 가족 친화성과 양성 평등의 차원, 노동자의 선택권 차원 등 ‘괜찮은 노동시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각주:1]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우선 ‘안전보건’ 요소의 경우,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안전사고를 증가시킬 만큼 길지는 않다. 그러나 1년에 4.9일은 몸이 아픈데도 출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즉, 현재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직접적인 사고 위험을 높일 정도의 장시간 노동은 아니지만, 아프면 쉬어야하는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가족친화성 및 양성 평등’의 측면에서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적절하지 못하다. 판매위 노동자 4명 중 1명은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근무시간이 적당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고,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휴일에도 거의 쉬지 못하고 가사노동의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영업직 노동자들은 근무시간과 여가시간의 경계가 없이 노동하고 있는데, 이를 ‘기업의 생산성 및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력’차원에서 보면, 현재 영업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결정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최근 미행감시와 징계, 근태관리 강화 등을 통해 노동자의 선택권이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우려되었다.

 

3) 사회적 건강

임금 수준이나 생활비 지출 수준의 경우, 임금 인상이나 물가 상승, 그리고 사업장 특성 등을 고루 고려하면 지난 7년간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며, 실제 분석 결과 임금이나 지출 수준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재의 소득으로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2007년에 비해 줄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절반을 넘었다. 이들은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집단과 소득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각 가구가 필요로 하는 지출 및 영업직 노동자들이 영업활동을 위해 사적으로 들이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판매위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임금의 인상 뿐 아니라 개별 영업비용 부담 경감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임금 총액은 늘었으나 기본급의 비중이 적고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임금 구조의 불안정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2007년보다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위하여 앞으로의 임금 개선책에는 양적인 차원 뿐 아니라 질적인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판매위 노동자들의 가사 노동시간은 성별로 매우 큰 편차를 보였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평일에는 2.5~3.3시간, 휴일에는 5.5~8.2시간 가량 가사 노동을 하고 있어 사실상 쉴 시간을 갖지 못하는 반면, 남성 노동자들은 평일 1.2시간, 휴일 3시간 정도만을 가사노동에 할애하고 있었다. 여가생활의 1순위도 성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남성 노동자들은 영업직의 경우 31.9%, 사무직의 경우 23.5%가 스포츠 활동을 1순위 여가로 꼽았으나, 여성 노동자들은 영업직의 27.4%, 사무직의 41.6%가 가사노동을 꼽았다.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주된 이유도 남성 노동자들은 비용 문제를 꼽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피로와 가사부담을 꼽았다.

 

4) 건강 행동 및 건강 지표

흡연율이 약간 줄어든 점이나, 음주율이 다소 줄면서 고위험 음주율은 오히려 늘어난 점은 일반 인구집단과 비슷한 변화 흐름이었다. 다만 운동의 경우, 일반 인구집단에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판매위 노동자들은 오히려 7.6%정도 늘어났다. 이는 노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점 등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동하러 다니기에 더 나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업직 노동자의 경우 고객 확보와 관리 차원에서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사무직(46.9%)보다 영업직(81.8%)에서 월등히 높았다. 일부 건강 지표에서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도 발견되었다. 주관적 건강 인식도는 좋은 쪽과 나쁜 쪽이 모두 늘고 중간이 줄어들었으며, 우울증상의 경우도 ‘우울하지 않은 상태’ 해당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동시에 ‘심한 우울상태’ 해당자도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이런 변화는 명백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체 집단에서 고위험, 취약 집단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판매위 노동자들 중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11.3%, 실제 시도해본 사람이 1.2%로 상용직 전일제 노동자들 대푯값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4. 직무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후속 사업을 제안하며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직무스트레스 예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후속 사업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 직무 불안정 요인에 대한 심층 분석
더 이상의 인적 유연화는 진행되고 있지 않은데도(업무 다각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

 

2) 변화된 현장통제 방식의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
과거에는 고용불안감의 바탕위에 실적을 중심으로 한 임금 및 포상체계, 고객만족서비스 이데올로기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노동자에게 자발적 순응을 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2014년 조사에서는 이와는 다른 폭력적이고 타율적인 방식(미행감시, 징계, 폭력)이 상당 수준으로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와 관련된 직무스트레스(관계 갈등)의 증가도 확인하였다. 이는 노동환경의 심각한 악화를 말해주는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 원인 규명, 대안 찾기가 필요하다.

 

3) 더욱 심화된 ‘실적 중심의 구조’에 대한 대응
2007년 확인했던 ‘실적 중심의 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의 실적 중심의 구조란 주로 영업직 노동자 개인이나 영업지점/본부의 판매 대수에 임금, 포상, 승진 등이 직접 연동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업직이건 사무직이건 노동자들의 생활이 회사의 실적에 깊숙이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화된 실적 중심의 구조를 막고 회복해가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4) 실질적인 노동자 건강 보호와 예방책 마련
2007년 당시 평균 연령 4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지금은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설령, 다른 모든 요인이 악화하지 않았더라도 연령의 증가 하나만으로도 건강의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현재 판매위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어떠하며, 어떤 문제부터 보호와 예방에 나서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5) 연구 결과에 대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기
이번 연구 결과를 교육·선전·토론의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수렴된 노동자들의 요구와 의견을 다시 후속 (연구)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국제노동기구의 <노동 및 고용조건 프로그램>에서는 “괜찮은 노동시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다음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안전보건을 증진시켜야 한다, 가족 친화적이어야 한다, 성평등을 증진시켜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력을 촉진해야 한다. (출처: International Labour Office, , p420, 200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