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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노동시간과 건강 / 2014.10 노동시간과 건강 해미 회원 한국이 사회에서 노동시간은 중요한 이슈이다.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고, 노동시간단축이 일자리나누기, 건강의 측면, 고령화된 인구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맥락에서 주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5년 ILO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45.7%가 장시간 노동의 정의인 주당 4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 있고, 2011년 취업자 근로환경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임금근로자의 36.8%가 4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노동시간의 배치와 관련한 야간노동의 문제다. 완성차 제조업체와 관련 부품사들의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수년째 임금구조와 함께 노사문제.. 더보기
월 간 「일 터」/[연구리포트]

[연구소 리포트] 노동시간과 건강 / 2014.10

노동시간과 건강


해미 회원



한국이 사회에서 노동시간은 중요한 이슈이다.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고, 노동시간단축이 일자리나누기, 건강의 측면, 고령화된 인구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맥락에서 주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5년 ILO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45.7%가 장시간 노동의 정의인 주당 4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 있고, 2011년 취업자 근로환경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임금근로자의 36.8%가 4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노동시간의 배치와 관련한 야간노동의 문제다. 완성차 제조업체와 관련 부품사들의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수년째 임금구조와 함께 노사문제의 핵심 이슈가 되어 왔고, 이와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유방암 발생 등에 대한 산재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한편, 보건학적으로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을 비롯한 삶의 질 차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노동시간은 노동자 개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24시간 중 어느 정도의 길이로 언제 노동을 하느냐는 노동자 개인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한 또는 개인 생활을 영위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인간의 ‘시간’이라는 것이 어찌 배치되느냐는 삶의 질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보통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 사이의 8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을 표준 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노동시간의 길이와 배치에 대해서 제도적 대안을 만들고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여기서 ‘건강’의 문제는 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된다.



노동시간과 건강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생물학적 위험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들은 노동시간의 길이와 배치 측면으로 나누어 고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분석 모형으로는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제시한 것이 사용되고 있는데(그림 1), 노동자 개인의 생물학적, 사회적 요구와 개인의 특성 및 직업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노동시간의 길이와 배치의 문제는 노동자의 휴식과 시간 활용에 영향을 주게 되어 다양한 건강영향을 유발할 수 있고, 개인의 건강 수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회복이나 수면에 필요한 시간의 부족을 초래하고 여가 활동 시간이 부족해져 건강에 영향을 준다. 또한 비표준적 노동시간으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업무 중 노출될 수 있는 유해요인에 영향을 받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되고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며 생리학적으로 노동자의 몸의 조절기능과 대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영향은 노동자 개인뿐만이 아니라 가족, 사업주 및 지역사회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림 1. 노동시간과 근무형태 연구의 개념적 틀 (출처 :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06)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을 둘러싼 연구들은 노동시간의 길이와 노동시간의 배치를 독립적으로 보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이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주당노동시간을 더 짧게 설계하는 외국에서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자동차 산업처럼 교대근무를 하면서 노동시간까지 매우 길기 때문에 노동시간의 길이와 야간노동의 문제가 특별한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두 가지의 건강영향을 별도로 제시하고자 한다. 



교대근무와 건강


먼저, 교대근무의 건강영향은 일주기 리듬 (circadian rhythm)의 파괴로 인하여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멜라토닌의 영향에 따라 약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대사 작용과 호르몬 분비 등에 교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에 이상이 생기게 되고, 수면의 양과 질이 감소하고,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 이러한 육체적인 건강 문제 이외에도 비표준적 시간에 일을 하면 가족 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야간작업 종사자의 건강검진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기초가 되었던 고용노동부의 정책연구보고서 (김현주 외, 2011)에서는 야간작업으로 인한 건강 문제로 수면 장애,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우울증, 유방암, 소화성 궤양과 안전사고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이중 비교적 양질의 연구에 따른 근거가 충분한 질환은 수면장애와 심혈관질환, 안전사고가 있었다. 우울증, 유방암, 소화성 궤양의 경우, 인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역학 연구들이 아직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생물학적 리듬의 파괴와 멜라토닌의 영향을 감안할 때 개연성이 있는 건강 결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교대근무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므로 근무 일정과 야간 노동의 지속 기간, 하루 근무 시간과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의 휴식시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건강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은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지속되어 왔지만 야간근무의 영향을 통제했는지 여부가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분석의 기준이 되는 장시간 노동의 정의도 각 사회의 제도와 기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유럽의 연구들은 주당 48시간을 기준으로 한 경우들이 많은데 한국의 경우에는 적절한 구분이라 하기 어렵다. 또한 이렇게 주당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수행한 연구도 있지만 하루 근무시간, 시간외 근무 등의 영향에 대해서 평가한 연구도 많아서 건강에 최적인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장시간 노동은 안전사고와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야간노동이 생물학적 리듬의 교란을 통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비해, 장시간 노동은 회복을 위한 휴식시간의 부족과 작업장에서 긴 시간을 보냄으로 해서 직무 스트레스나 각종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또한 노동시간의 길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동 시간이 안정된 일자리와 수입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너무 짧은 경우에도 부정적 건강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가지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한 노동시간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건강과 관련한 고려 요인


이런 장시간 노동과 야간작업이 혼합되는 특성을 감안하여 2012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작업일정의 특성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경로에 대해 그림 2와 같이 제시한 바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작업일정의 특성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주요 경로로 생체시계의 손상과, 수면장애, 가족 및 사회생활의 손상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런 영향은 개인적, 조직적, 상황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변화는 피로감, 정서, 활동도 등의 급성 영향과 관련이 있는데, 급성 영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직무 요구도, 업무 부담과 같은 직무스트레스 요인이고, 급성 영향이 만성 영향으로 이어지는 데는 대처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비표준적 노동시간으로 인한 건강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과 대처전략, 심리적 스트레스 등에 대한 포괄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림 2. 비정상적 근무 일정의 영향 (국제노동기구, 2012) 



정책적 개입과 과제


이러한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을 관리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야간노동의 경우 건강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주당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야간근무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 정책적 기준이 되는 교대근무 또는 야간작업의 정의는 표 1과 같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표준근로시간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1998년 도입한 ‘노동시간규정’에서 주당 48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야간작업자의 경우 평균 8시간 이내로 근무하며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였다. 또한 일일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과 매주 1일의 휴무, 하루 6시간 이상 근무 시 근무 중 휴식시간을 가질 권리, 연간 4주의 유급휴가를 가질 권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

세부 내용

국제노동기구

야간작업 - 특정기간(자정부터 05시를 포함한 연속 7시간)

영국

교대작업 - 표준근로시간 외의 근무시간으로서 오후, , 주말 동안의 근무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연장된 근무시간 순환교대근무, 분할근무, 연장근로, on call 및 대기업무)

미국

교대작업 - 정상 주간시간대이외의 시간에 일하는 것

(저녁, 심야근무, 연장근무, 순환교대근무)

일본

야간작업 -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한국

야간작업 -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교대작업 - 작업자들을 2개 반 이상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장의 전체 작업시간을 늘리는 근로자 작업일정이나 작업조직방법

표 1. 외국의 노동시간 관련 정의 



노동시간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문제는 비단 노동자들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경영과 효율의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되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도 더 크다. 이러한 논란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시간이 단순히 하나의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시간의 분포는 사회적 기준과 노동자들의 협상력에 영향을 받는다 (국제노동기구, 2007). 제도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과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하여 법적 기준보다 더 짧은 노동시간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해내는 단체협약의 파급력이 노동시간의 분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휴일근로가 법정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점심시간이 법정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건강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바라볼 때, 그리고 노동시간 이면에 있는 노동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때 모두에게 평등한 ‘시간’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