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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권리 구성 / 2014.9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권리 구성 김재광 선전위원 앞서 작업중지권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최근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작업중지권”과 같은 맥락이면서도 그 이상의 다른 무엇이 제기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작업장의 환경과 본질적으로 쉽게 침해받기 쉬운 노동자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작업 거절권의 실현, 인격권의 구체적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문답 형식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문 : ‘작업 거절권’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 이것은 무슨 뜻인가? 답 : 근로 계약서를 썼든 아니든 간에 사용자(기업주)와 노동자는 상호 주요한 권리 의무관계를 맺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자는 노동력제공의무,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이다. 그런데 이때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뿐 아니라, 안전배려의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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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권리 구성 / 2014.9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권리 구성


김재광 선전위원



앞서 작업중지권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최근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작업중지권”과 같은 맥락이면서도 그 이상의 다른 무엇이 제기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작업장의 환경과 본질적으로 쉽게 침해받기 쉬운 노동자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작업 거절권의 실현, 인격권의 구체적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문답 형식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문 : ‘작업 거절권’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 이것은 무슨 뜻인가? 

답 : 근로 계약서를 썼든 아니든 간에 사용자(기업주)와 노동자는 상호 주요한 권리 의무관계를 맺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자는 노동력제공의무,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이다. 그런데 이때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뿐 아니라, 안전배려의무를 가진다. (상식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할 것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이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겠으나, 배상청구는 사후적이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 충분한 권리행사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전에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고, 이것이 작업거절권의 의의라 하겠다. 요약하자면 작업 거절권은 사용자가 충분한 의무(안전배려의무)를 행사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급부(노동력제공)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문 : 그렇다면 이는 현재 산안법의 작업중지권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답 : 일면 그렇다. 현재 산안법에 규정된 작업중지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산안법 상의 작업거부 및 중지는 작업거절권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작업 거절권은 현재 산안법이 ‘급박한 위험’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건 간에, 이것 이상(넓은 의미)의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것 이상(넓은 의미)의 거부의 권리를 의미한다. 이래야만 비로써 작업거절권의 실익이 발생한다. 이러한 논리가 노동자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보다 폭넓게 보호할 수 있다. 



문 : 알 듯 말 듯 하다. 보다 이해하기 쉬운 예가 있나?

답 : 최근 서울시의 다산 콜센터의 상담원들에게 통화종료권이 부여되었다. 성희롱 또는 고의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통화 종료권은 일종의 작업 거절권 행사라 할 수 있다. 산안법에 규정된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정신적,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작업 환경을 거부할 수 있다. 예컨대 운송, 배달업무의 경우 악천후 상황 시 스스로 업무의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급박한 위험’ 상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가 법상의 안전조치나 보건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노동자는 작업을 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 구성은 건설 및 제조업 위주의 현행 산안법 구조나 적용을 여타의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는 법리적 근거가 된다.




문 : 좋은 이야기이나 현재 작업중지권도 행사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

답 : 법 구조적으로 보면 현재 작업중지권은 오히려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식적 수준에서 안전 및 보건 조치가 안 되거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위협이 있을 때 이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행위 또는 권리를 특별한 권한처럼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이런 말이 현행 작업중지권의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식을 보장할 확장된 논의와 복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 외국에서는 이를 입법화한 사례가 있나?

답: 법 규정과 해석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으나, 맥락상 같은 수준의 입법이나 적용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민법을 통해 안전배려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기반을 두어 노동자의 작업거절권은 폭넓게 지지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도 노동법적 차원에서 인정하고 있고, 집단적 거절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기준이 때에 따라 까다롭기는 하다) 일본의 경우 법원 판결을 통해 일부 인정하고 있다.



문 : 작업 거절권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인격권 보장과 안전 보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답 : 일반 계약과 달리 임노동관계(근로계약 관계)에서 노동과 인격은 불가분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노동자의 인격권 침해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인격권의 침해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협할 개연성이 상당하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인격권 모두가 안전과 보건의 문제는 아니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격권은 노동자의 정신건강과 긴밀히 연관된다. 직장 내 성희롱, 집단적 괴롭힘, 폭언,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 양심에 반하는 노동의 강요, 건강 및 가정생활의 양립에 반하는 장시간노동의 강요 등은 근로자의 인격권을 위협하는 다양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문 : 좀 더 구체적 설명을 듣고 싶다. 

답 : 인격권의 구체범주를 보면 신체적 측면, 정신적 측면, 퍼블리시티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동법적 차원에서 근로자의 인격권은 사용자의 지시권과 충돌하여 분쟁을 일으킨다. 예컨대 정해진 복장 의무, 양심에 반하는 일 강요 등은 사용자의 지시권과 충돌한다. 사용자의 노무지휘권, 기업자산의 소유권 및 시설관리권을 인정하고 근로계약에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권을 인정한다고 하여 노동자의 인격권을 사전에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방송사 파업의 경우 현행 노조법에 따른 정당성 문제와 별도로 인격권과 지시권의 충돌문제로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문 : 설명을 들으니 흥미롭긴 한다. 결국 작업거절권, 인격권을 운운하는 것은 산안법의 작업중지권을 보완하자는 것인가?

답 : 당장은 그렇게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산안법을 보완한다는 것은 과정상의 결과이고, 결국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안녕을 위해서 이러한 권리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권리는 노동자를 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상식적으로 구현될 권리가 아닌가를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작업중지권 등을 주목하고 주장하는 것은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구현하는 것뿐 아니라, 일하는 주체로서의 노동자의 자기 결정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문 : 여러 권리의 법리적 구성이 무엇이건 간에 정작 현장에서 행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은 어떠한 좋은 명분이 있어도 쉽지 않은 시기 아닌가?

답 : 그렇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이기에 더욱더 정당성의 논리와 명분을 만들고 우리 노동자들의 인정과 사회적 동의를 확대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노동자가 쟁취한 모든 것은 정당성에 대한 논리와 권리의식이 전제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본은 자신들의 이해논리를 노동자에게 내면화하려 하고, 때로는 노동자가 먼저 이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더욱 더 노동자의 논리와 정당성의 구성은 멈추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