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휴가는 꿈도 못 꾸는 환상의 나라?
재현 선전위원
저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국내 최대 종합 테마파크 E랜드에 있는 식당에서 조리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원우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서울 장충동에 있는 00 호텔에서 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때 경력으로 1999년 E 랜드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비정규직이었는데 몇 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줄곧 주방장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2011년 조리장으로 직책이 바뀌었지요.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S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E 랜드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휴가는커녕 정시 퇴근도 힘들어
E 랜드 식당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식자재 검수작업을 하고, 직원 미팅을 해요. 그리고 나면 오픈준비를 위해 음식을 하고, 그다음부터는 퇴근할 때까지 계속 음식 만들고 팔고를 반복해요. 퇴근은 원래 6시인데 정시 퇴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기본 10시 넘어야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죠. 하지만 저는 6시에 퇴근해요. 회사가 인력충원을 안 해서 매번 늦게까지 남아서 일해야 하는 현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기 때문이죠. 지금은 저 혼자지만, 하루빨리 모두가 정시 퇴근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제가 더 뛰어야겠지요.
여기는 테마파크라는 특성상 공휴일, 주말엔 일이 더 많고, 주로 평일이 휴일이에요. 그러다 보니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건 꿈같은 일이죠. 더 안타까운 건 이마저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엔 늘 사람이 부족하니 회사는 비정규직 직원은 주 2회 휴무 중 하루는 특근하고 남은 하루만 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휴일이라도 마음 편히 쉬고 싶은데, 상사가 짜는 근무표에 이의제기하기란 쉽지 않죠. 무엇보다 동료한테 미안해서 더 못 쉬어요.
보통 젊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S기업이 운영하는 회사라서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직원 의식화 교육을 계속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은 나쁘다는 회사의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불합리한 일을 바꾸려고 선뜻 나서지 못하게 돼요.
여름휴가는 다른 세상 이야기... 우린 꿈도 못 꿔
저는 보통 휴일에 가족들이랑 근교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등산도 다니고 그랬는데, 노동조합 활동하면서부터는 한 달에 적게는 2~3차례 많게는 7~8차례 재판이 있어서 거기 다녀오면 휴일도 끝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 필요로 휴일을 사용하기보다, 재판에 참석하려고 휴일을 쓰게 되었어요.
이쯤 되면 예상하시겠지만, 여름휴가는 아예 없어요. 만약 휴가를 가려면 E랜드 특성상 1년 내내 바쁘지만, 그중 최고로 바쁜 시기인 5~8월은 피해서 개인 연차를 쓰는 게 전부예요. 회사에서 말로는 작년부터 여름휴가를 가라고 권고하기는 하는데, 사무직이나 가능하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꿔요.
이렇다 보니 남들은 여름휴가 때 교통체증도 심하고 사람도 많고, 바가지요금으로 휴가가 더 힘들다 앓는 소리 하는데, 단 한 번이라도 들로 바다로 산으로 남들 가는 여름휴가 한번 가는 게 희망 사항이에요. 조금 더 욕심내자면 더 많은 조합원과 가족들이 함께 아무 걱정 안 하고, 마음 편히 힐링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휴가를 마음껏 즐기고 싶네요.
* 이 글은 금속노조 삼성지회 박원우 지회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현재 소수의 조합원으로 힘도 많이 부족하고 열악한 상황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꿈꾸며 애쓰고 있는 박원우 지회장을 비롯하여 삼성지회 동지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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