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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_연구리포트]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국내외 수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장시간 노동’이라 말할 때 기준이 되는 표준 노동시간은 얼마가 적절할까? 그리고 그 표준 시간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상품화된 노동을 판매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적 질서를 전제할 때, 일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하루 몇 시간 노동해야 만족스럽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산업혁명 시기 유럽의 노동자들은 하루 20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19세기 초반까지도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했다. 130여 년 전 선언된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조차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이.. 더보기
월 간 「일 터」/[연구리포트]

[7월_연구리포트]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국내외 수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장시간 노동이라 말할 때 기준이 되는 표준 노동시간은 얼마가 적절할까? 그리고 그 표준 시간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상품화된 노동을 판매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적 질서를 전제할 때, 일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하루 몇 시간 노동해야 만족스럽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산업혁명 시기 유럽의 노동자들은 하루 20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19세기 초반까지도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했다. 130여 년 전 선언된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조차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이미 주 35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은 인간적 삶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주 30시간 노동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21세기의 의제가 될 하루 6시간 혹은 주 4일의 노동제를 위해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대한 네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논문 두 편은 스웨덴에서 20051월부터 200611월에 걸쳐 사회서비스, 기술서비스, 돌봄, 콜센터 노동자 등의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종단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이 실험 연구는 주당 25%의 노동시간 단축이 풀타임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 한 집단은 이 실험 기간 내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에 두 시간 단축된 일 6시간 근무를 했고(실험집단), 다른 집단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험 기간 동안 8시간 근무를 지속했다(통제집단).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52월에 두 집단에 대한 첫 번째 조사가 이루어졌고,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양 집단에 대한 두 차례의 (20061-2, 그리고 200610-11)후속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두 집단 동시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비교하여 두 시간 노동단축의 효과를 측정하였다.

첫 번째 논문은 노동시간 단축이 수면과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앞서 소개한 스웨덴에서 실험한 노동시간의 단축이 수면과 스트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이 논문은 직장에서의 일과 후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혈압, 심박 증가, 만성피로, 수면 장애 등의 만성적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부하 반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의 단축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만큼 회복 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만성적 건강 문제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의 결과, 노동시간이 감소된 사람들은 8시간 노동시간이 유지되었던 통제집단에 비해 주관적으로 인지한 수면의 질과 수면 시간이 향상되었고, 일하는 시간 동안의 졸림, 스트레스가 감소하였으며,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불안과 스트레스도 역시 감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실험에 관련된 또 다른 연구는 노동시간 감소 전 후, 사회복지사들의 스트레스 대처에 대한 비교 연구로서, 사회복지사라는 특정 직업군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노동시간 감소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이다. 저자들은 양적 분석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복지사들의 직업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직업적 생활이 사생활의 영역에 침범하는 정도는 낮춰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직업적 삶의 상황과 관계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노동시간 감축이 이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는 노동시간 감소 이후 더 다양한 스트레스 대처 전략을 활성화해 자신의 대처능력을 증가시켰다, 또한 감정적 소진을 덜 경험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한 시간 관리를 더욱 조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감축된 노동시간은 수면, 여가, 휴식 등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포함하여 업무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까지 높여주는 효과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소개할 논문은 스웨덴에서 2005년에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 이후 10여년만인 2015년부터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대한 결과 보고서, 23달 동안 6시간 근무하기- 감소된 노동시간에 대한 실험적 후속연구 이다. 이 실험 연구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시 (City of Gothenburg)에서 20152월부터 201612월까지 요양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근무시간 감축이 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측면을 포함하여 요양병원 근무 간호사들과 병원의 환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스바르테달렌(Svartedalens) 노인요양병원의 간호사들은 급여는 그대로 유지된 채 하루 6시간 근무했으며(실험집단), 스바르테달렌 병원과 비슷한 조건과 규모를 가진 예테보리시의 다른 요양시설의 간호사를 통제집단으로 설정하고 진행하였다.

최근의 이 실험설계와 분석이 이전의 연구 방법과 다른 점은, Best Practice Theory 라는 방법을 적용해 실험집단(하루 6시간 노동)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결과들이 단축된 노동시간의 효과인지 아니면 환경적 요소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 효과인지를 측정한 데에 있다. 노동시간 감축은 간호사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 활력, -여가 양립, 기본적 육체 활동, 근골격계 증상, 일반적 건강상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자는 Best Practice Theory에 의한 실험설계 분석을 통해 노동시간 감축 자체는 6시간 노동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력도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시간의 노동감축이 제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들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이러한 추가적 개입을 추천하는데, 1) 증가된 여가시간 동안의 건강한 신체 활동, 2) 건강한 음식섭취 습관과 양질의 음식, 3)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 조성, 4) 지속가능한 건강한 일터와 그로 인한 근무자들의 권리 향상, 마지막으로 5)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앞선 스웨덴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들보다 훨씬 앞서 핀란드에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대한 연구 핀란드에서의 노동시간 감축 실험에 대한 연구 이다. 핀란드는 1990년대 초반에 경제 불황 속에서 실업률은 급등했고 공공복지의 비전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이었다. 노동시장의 전반적 위축과 사회 불안으로 인한 공공복지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는 데, 반면 가용자원은 감소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현재의 일자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과부하를 줄이는 동시에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속에서 고안되어, 핀란드의 19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3년간 실행되었다.

이 연구는 노동시간 감축이 건강뿐만 아니라 고용의 증가에도 영향이 있는지, 있다면 노동시간의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효과가 가장 좋은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30년 전에 핀란드의 사회학자 파보 세페넨 (Paavo Seppänen)은 생산적인 조직은 12시간 운영되어야 하고 따라서 통상적인 하루 8시간 근무가 아닌 6시간 2교대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특히 공공서비스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장시간 개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장시간 개방은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의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6+6교대제가 제기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저자는 6+6교대제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근무 시간 제도를 시행하고, 이들을 상호 비교한다.

노동시간의 단축은 가족적 삶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고, 다양한 방식의 근무 시간 중 6+6교대제가 가족생활뿐 아니라 본인들의 개인적 삶에도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 감축의 효과는 노동 강도가 가장 컸던 사람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윤리를 향상시키고 앱슨티즘 (뚜렷한 이유 없는 결근)을 줄여줌으로써 긍정적인 경제효과 역시 가져왔다.

사실 이렇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수차례의 노동시간 단축실험을 통해 6시간 노동제는 그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음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폐지와 도입을 반복하며 아직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게다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뒷받침할만큼의 연구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OECD 국가들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한국에서도 최근 몇몇의 기업들이 주 4일제를 도입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자본축적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을 만큼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 흐름이 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현재의 실험과 연구들은 한국에 단축된 노동시간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신희주 회원(노동시간센터), 카톨릭대 사회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