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7월_특집3] 현장에서 느끼는 중대재해 보고서 공개의 필요성

현장에서 느끼는 중대재해 보고서 공개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중대재해는 추락, 협착 등 재래형 사고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동일하거나 유사한 원인으로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현대중공업,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노동자의 죽음, 중대재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노동자들의 죽음, 또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현장에서의 죽음. 이들 죽음에 대한 사고원인과 예방대책이 중대재해보고서에 담겨 있다. 현 법과 제도 하에서 사업장 재해에 대한 사고원인 조사는 사망사고에 따른 중대재해에 대해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하는 조사와 그 후 작성하는 중대재해 보고서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중대재해보고서가 공개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 조사의 실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감독관집무규정에 따라 해당 사업장에 감독반을 편성해서 작업중지 조치명령을 하고 중대재해 발생원인 등을 조사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6(중대재해 원인조사) 규정은 중대재해 원인조사의 근거를 규정하고, 동시에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을 그 목적으로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동시에 이뤄지면서 피의자인 회사의 권리만을 온전히 보장할 뿐이다.

작업중지명령 과정에서도 회사에는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해당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에는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중대재해에 대한 사고조사를 수사라는 미명 하에 회사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면서 진행하지만, 노동자와 노동조합 및 유족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

중대재해조사의 목적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인지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데 있지만 예방대책 수립역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서 예방대책이 문서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주체로서 대책 실행여부를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보고서는 공개되어야 한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조사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떠올려보면, 협착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업장에서 회사가 개선계획으로 가져온 것은 사망설비에 추가로 센서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조사를 마치고 작업중지를 해제한 경우가 있어 황당해한 적이 있었다.

해당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센서가 작동되지 않아서 설비가 멈추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공정에서 트러블 조치, 설비점검 작업 중 안전작업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사업장에서 단위 시간당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 설비를 중지시킬 수 없었거나 작동이 되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구조에 대해서 간과하거나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조사와 대책만으로는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안전센서가 작동되지 않게 될 것은 눈에 뻔히 보인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구의역 사고, 태안화력 사고처럼 해당 중대재해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공론화 되어 시민대책위 및 진상조사단이 구성되는 경우에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 구조적 원인을 비롯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통해서 사고의 근본적 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대재해보고서는 3일 이내 조사만으로 작성되다 보니 근본적인 접근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방 및 대책활동

현재 중대재해를 제외한 사고와 질병이 발생하면 노동부는 사업장에서 작성한 산업재해조사표를 받는다. 산업재해조사표에는 사업장 정보 및 고용형태, 재해자 정보 등의 기본정보와 더불어 재해발생 당시 상황, 재해발생 원인, 재발방지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해당 조사표는 조사와 보고의 주체가 사업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업주의 관점만 반영된 조사보고서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당 산업재해조사표에 대해서 노동부가 통계를 내거나 분석을 하거나 데이터베이스화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1:29:300 하인리히의 법칙300번의 아차사고가 발생하면 신체손상을 일으키는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1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는 이론으로써 사고예방에 있어서 대표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산재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있어 이런 사고발생에 대한 실태분석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충청지역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 노동조합, 민주노총을 비롯한 지역단체 및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공동대응을 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논의를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 중 하나는 노동조합 내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때다. 보고서가 공개된다면 다양한 사례 검토를 통해서 산업재해 예방활동 및 대응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보고서 공개운동으로 나가자

중대재해보고서 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사고와 관련해 노동부가 유일하게 생산하는 공식적 문서이며 사고조사의 방법과 기술 등의 노하우가 축적된 문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공개가 보고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고의 직접요인 및 기술적 요인, 그리고 구조적인 원인을 조사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이행여부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고 강제되어야 보고서의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중 사회적 관심을 받았거나, 노동조합 및 지역차원에서 대응했던 사건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신문 단신 하나로 끝나게 된다. 지역차원에서 대응을 해보려 해도 사업장 정보나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입조차 차단되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중대재해보고서를 공개해 지역사회에서 해당 죽음의 실태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개입을 모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태진 회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