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6월_특집3] 연대의 정치로 기후정의 실현하기 - 기후정의활동가 김선철 님 인터뷰

연대의 정치로 기후정의 실현하기

- 기후정의활동가 김선철님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기후위기는 세계 전체의 문제다. 최근 한국정부도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저녁 김선철 활동가를 만나, 현재 한국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부정책의 한계와 앞으로 기후위기운동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말뿐인 한국의 그린뉴딜

김선철 활동가는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을 추구하는 멸종저항서울과 멸종반란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가장 먼저, 한국에서 얘기되고 있는 정부정책으로서의 그린뉴딜에는 기후정의운동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알맹이는 쏙 빠진 허울뿐인 그린뉴딜로 둔갑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에서 활발히 이뤄졌던 ‘그린뉴딜’은 정책 이전에 운동이었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위기 대응만이 아니라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목표로 삼은 운동이었죠.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정부가 그린뉴딜이라는 껍데기만 가져와 기존의 친기업 성장 정책에 녹색칠을 한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계획은 기후위기로 인해 변하고 있는 세계경제질서에 대응하려고 하는 경제정책의 성격이 강합니다. 더욱이 정부뿐만 아니라 정당 등 여러 단위에서 제출한 그린뉴딜 정책들 모두 아래로부터의 목소리와는 분리된 채 위로부터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폭염과 폭한, 이상기후로 인한 재앙, 일자리, 돌봄, 먹거리, 지역 공동체, 에너지 불평등 등 기후위기는 노동자, 저소득층, 여성, 청년, 장애인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한줌도 안되는 관료와 소위 전문가들이 떠맡고 있죠. 이런 경향이야말로 한국 기후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마음대로 정책을 만들고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구요.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나 전문가집단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멸종반란 런던의 기후위기 대응 시위 모습

 

기후정의라는 대안 프레임

김선철 활동가는 '프레임 투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지형을 분석하였는데, 특정한 사회세력의 프레임에 갇혀서 기후위기와 연관된 다양한 사회문제들, 여러 사회집단의 목소리가 제약되거나 무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흔히 프레임이라 하면, 어떤 사건이나 경험, 혹은 세상을 특정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를 말합니다. 사회운동론에서 프레임은 운동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사회운동 주체가 자신의 이념적 지향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고안해내는 인식틀을 의미합니다.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갈등의 주체들은 언제나 자기주장의 정당성과 대중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때 자기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고자 경쟁을 벌입니다. 이를 프레임 투쟁이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후운동은 몇몇 기후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오랜 시간 각종 환경 거버넌스에 참여해오며 현 정부와 친화적인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들 단체 출신들은 정부위원회 위원은 물론 정부기관과 국회, 심지어 환경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자리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래로부터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운동이 강화되기보다는 소수의 활동가와 전문가에 의존하거나 정부 내 담당 부서와의 협의나 여러 형태의 로비를 통한 입법 또는 정책입안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층 풀뿌리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없으니, 현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김선철 활동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으로 대안 프레임의 제시를 꼽았다. 정부가 내걸고 있는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에 맞선 새로운 프레임을 내걸고 이에 동의하는 사회세력을 구축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임 간의 경쟁을 만들어내고 논쟁의 구도를 전환시키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그린뉴딜'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일자리'와 인종, 젠더, 노동, 지역,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사회정의' 실현입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나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진보적 기후운동에서도 정의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스스로를 기후운동이 아닌 기후정의운동으로 호명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말고 체제변화'라는 구호도 이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환경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이윤을 위한 도구로 삼았던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면, 이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기후위기 극복도 불가능하다는 기후정의의 문제의식에 기반해 정부나 기업의 가짜 기후정책에 맞서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책을 마련을 위한 진보적 시민사회의 연대와 확장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 가려면?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한 원칙이자 방법으로 김선철 활동가는 ‘교차성’을 강조했다. 교차성에 입각한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가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다시 한번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그린뉴딜 네트워크'가 현재 주도하고 있는 THRIVE 캠페인을 참고할 수 있어요. 변혁(Transform), 치유(Heal), 새롭게 하기(Renew), 투자(Invest), 활력(Vibrant), 그리고 경제(Economy)의 앞 글자를 따서 '사회를 바꾸고 치유하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활력있는 경제에 투자하라'라는 요구를 걸고 있어요. 여기에는 노동조합과 기후정의운동단체는 물론 원주민, 여성, 정치개혁, 인종정의, 청(소)년 등 280여 개 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임금과 일자리 보장, 인종 간 평등 구현, 원주민 권리 쟁취, 모두의 건강을 보장하는 환경정의, 기후재앙 방지,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민중의 안녕을 위한 공적 투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이 내걸고 있는 세 개의 전략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아래로부터의 창조적이고 파열적인 운동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상식과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내러티브를 바꿔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강력한 풀뿌리 연대를 강화하는 것과 선거에 직접 참여함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 두번째고요. 이 캠페인은 ‘많은 이슈, 하나의 투쟁’이라는 구호 아래 기후변화, 인종 부정의, 공공 보건의료, 경제적 불평등 등 오늘날 미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들이 다 같은 뿌리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분절된 이슈 영역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문제의식에 기반한 연대를 만들고자 해요. 이것이 교차성의 원칙입니다."

김선철 활동가는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선 '민중연대'를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특히 시장경쟁논리가 확산되면서 사회구성원 간의 연대가 약화되었고, 이는 문재인 정부와 같이 '착한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서 더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약화시킨 '민중연대'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가 노동운동, 노동안전보건운동을 비롯한 한국 사회운동의 핵심 과제라고 보았다.

"한국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의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요. 그런데 이건 착각이에요. 국가 간 비교를 보면, 한국인들의 기후위기 인지도는 세계 어떤 나라에 비해 높아요. 정말 '위기'로 인식하고 있어요. 실천도 잘하고 있고요. 문제는 그 실천이 쓰레기 분리배출 엄격히 하거나 텀블러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소비의 차원으로만 제한되는 것이죠. 정부의 프레임에 철저히 갇혀 있는 셈이지요. 그렇게 대안적 프레임에 기반한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 활성화, 다양한 사회문제의 공통 지반으로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프레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은 자동적으로 오지 않아요.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 자극을 만들어내는 게 사회운동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