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여성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 - 웹소설 작가 A씨, 전 여행업 인솔자 B씨 인터뷰 / 2020. 09

[현장의 목소리]

여성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 - 웹소설 작가 A씨, 전 여행업 인솔자 B씨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이후 노동의 위기는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더욱 집중됐다. 서비스·돌봄·여행업 등 대면이 필수적인 특정 업종의 일자리들이 사라졌고, 그런 일자리들을 지탱하고 있던 프리랜서들은 해고도 아닌 방식으로 실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업종에서는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여성 노동'의 맥락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업종들에 주로 여성이 고용되어 있었으며, 이들이 고용된 일자리의 형태는 불안정했을까. 전 사회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사회적 재난이 사회보험 체계에서 배제된 노동자, 그리고 불안정 노동자에게 얼마나 불평등하게 집중되는지 목도하고 있는 시점이다. 즉 이런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변화가 필요하다.

꾸준히 일해왔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프리랜서 노동자의 인터뷰를 담았다. 한 축으로는 두 프리랜서 노동자가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도 주요하게 물었다. 여행업 종사자였던 B씨의 경우에는 코로나19의 확산 초기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그동안 저축한 자금과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한시적 정부지원금으로 버티다 현재는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한 상황이었다. 한편 웹소설 작가인 A씨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 두 자녀를 돌보는 데 필요한 시간이 급증했다. 결국,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총 노동시간이 증가했고, 그만큼 정신적 스트레스와 더딘 작업으로 인한 수입 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여성의 노동, 또는 여성의 노동시간은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화했을까.

출처: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지회


'프리랜서' 자유로운 일의 형태?

- 먼저 두 분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A씨 같은 경우는 전국여성노조 산하 '디지털콘텐츠지회' 소속 조합원이기도 한데요. 가입 계기도 궁금합니다.

A(웹소설 작가): 저는 5년차 웹소설 작가입니다. 처음으로 도전한 소설이 정식 출간으로 이어진 후로 웹소설 작가를 업으로 삼게 됐어요. 노조에 가입하게 된 배경은, 웹진/웹소설 플랫폼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몇몇 웹소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관련된 대응 활동을 시작했고, 그것이 노조 결성과 가입, 활동으로 이어졌어요.

B(전 여행업 인솔자): 저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여행 인솔자로, 2년간 일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이드'라는 직업은 익숙할 것 같아요. 인솔자는 패키지 상품 형태의 여행에 동행해서 가이드가 담당하는 업무 외 고객들의 각종 요구사항이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요. 저는 주로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을 담당했어요.

- '프리랜서' 노동을 보통 시간 운용이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노동의 측면에서는 노동시간이 불규칙하다는 특성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측면에서 어떻게 일해 오셨는지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B씨: 인솔자가 담당하는 역할은 출국 전부터 시작됩니다. 함께 동행할 고객들에게 주의사항과 안내 연락을 돌리죠. 출발 당일 공항에서 첫 미팅을 가진 후 탑승부터 시작해 전 스케줄을 동행하고 귀국 후 공항에서 헤어지는 일정이죠. 물론 경우에 따라서 여행이 끝나고 나서 발생하는 민원을 담당해 대응하기도 해요.

제 근무 스케줄을 놓고 보면 한 달에 9박 10일 정도의 비행을 2번 정도 나가고, 일정 사이에 3~4일 정도의 휴식기간이 있어요. 쉬는 날도 많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일하는 기간 동안에는 비행 중에도, 자다가도 민원이 발생하면 해결해야 하죠. 보통 오전 7시 정도부터 오후 9시까지 여행 스케줄이 이어지는데요. 9시 이후는 각자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어떤 이슈가 생기면 바로 대응해야 해요. 한번은 고객이 새로운 객실을 달라고 해서 제 숙소를 사용하라 하고 로비에서 잔 적도 있어요. 여행 일정 동안은 사실상 퇴근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A씨: 저 같은 경우는 작품이 매주 월요일 마감이었는데, 1만 4천 자 정도의 분량이었어요. 거기에 휴재할 경우를 대비하여 비축분량도 마련해야 했고요. 일주일에 5일을 작업한다고 치면 하루에 무조건 5천 자 분량의 완성도 있는 글을 써내야 하는 거죠. 마감일 최소 2일 전에는 항상 밤샜던 것 같아요. 저는 당시 미취학 자녀가 있었는데, 거의 주말에 함께 있어주질 못했죠.

- 상당히 장시간을 일하시는 것 같아요. 거기다 웹소설 작가의 경우에는 마감 기간, 인솔자의 경우에는 여행 일정이라는 기간 내에 상당히 긴 노동시간을 소화해야 할 것 같은데요. 관련해서 경험하신 건강 문제들도 있었나요?

B씨: 남유럽 국가들이 보통, 스페인을 예로 들자면 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고, 경유지를 거칠 경우에는 대기 시간까지 포함해 총 18시간이 걸려요. 한 달에 평균 2번 비행을 나간다고 치면, 편도로 4번을 비행하는 셈이죠. 비행기에서 문득 자다 일어나면 여기가 한국행인지 스페인행인지 헷갈린다고 하는 인솔자들이 많을 정도였어요. 뿐만 아니라 여행 기간 동안은 전용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하루 대부분이에요. 허리 등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죠.

A씨: 작가들의 경우에는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어느 병원이 좋냐는 거예요. (웃음) 대부분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는 웹소설의 1회 분량이 5천 자 정도예요. 또 보통 일주일에 3번에서 많은 경우 5번까지 웹소설이 업로드되길 원하죠. 작업량이 너무 많아요. 하루 종일 앉아서 타자를 치고 있으니 손목이나 손가락 관절, 허리디스크는 정말 흔한 질환이예요.

- 이렇게 장시간을 일하는데 고용형태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은 흔히 '프리랜서'라고 하는 용역계약 형태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한데요.

A씨: 보다 근본적으로는 레진코믹스가 일방적으로 연재중단 결정을 통보했던 사건처럼 하루아침에 일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아무런 고지 없이 작가들이 하루아침에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 발생했던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플랫폼의 '사과' 한마디만을 원했는데 끝까지 사과는 없었어요. 노동청이나 국회의원실을 찾아가도 노동자가 아니라 해결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오더군요.

B씨: 가장 우선적으로는 한 달에 9박 10일에 달하는 일정을 평균 2번씩 진행하는데, 이걸 마냥 프리랜서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또 프리랜서로 일하는 인솔자들은 여행사 소속 인솔자로 일하는 경우와 급여가 거의 2배 차이가 나요. 임금뿐 아니라 일하다 보면 부당 대우도 워낙 많이 겪고요. 본사 소속 가이드에게 현지에서 성희롱을 당하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회사에 이야기하면 그냥 해당 가이드를 다른 팀으로 옮기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 불안정한 고용뿐 아니라 회사와의 관계, 또는 회사 내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불평등을 경험하신다는 거군요.

B씨: 맞아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고객에 의한 민원이 3회 이상 접수되면 차후 계약에 지장이 있는 조항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인솔자가 혹시라도 다음 일감을 못 받을까봐 고객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성희롱을 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도 꾹 참을 수밖에 없죠.

A씨: 플랫폼과 작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플랫폼이 홍보나 노출 지면 등 일방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매출에 대한 수수료 비율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죠. 레진코믹스에서 문제가 되었던 '지각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플랫폼에서 메인에 노출해줄테니 정해진 수수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플랫폼에 일정기간 동안 출간되지 못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여성노동자는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나 

- 특히 코로나19 이후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불안정 노동이 조명되고 있어요. 두 분은 이 시기를 어떻게 겪고 있으신가요.

B씨: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사무실에서 계속 재근무를 한다고 문자가 왔어요. 그래서 금방 상황이 종결될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장기화될 거라곤 생각 못 했죠. 모아둔 여유자금으로 몇 달을 생활하다 급하게 이직을 했어요.

A씨: 웹소설이라는 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을 수 있겠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입장에서 코로나19 이후에 정말 돌봄 시간이 많이 증가했어요. 그만큼 작업이 늦어지고, 늦어지니 인세가 안 들어오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 여행업 인솔자 같은 경우는 워낙 이동이 많아서 안전사고도 잦을 것 같은데, '프리랜서'들은 사회보험 체계에서 배제되어 있어요. 그건 웹소설 작가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고용보험이 있었다면 B씨처럼 일감이 끊긴 노동자들이나, 레진코믹스 사태에서 잘린 작가들이 일단 실업급여라도 신청할 수 있었을 거예요. 말씀하신 건강 문제들의 경우도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고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B씨: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이동 중 교통사고를 당한 인솔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여행 기간 중 다치거나 몸이 아픈 경우에는 일정에서 빠져서 알아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물론 숙소나 비용은 자부담해야죠. 일하다 사고를 당하신 분도 자비로 타지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요. 현재로써는 해외에서 일하다가 다쳤더라도 회사에 얘기하지 못할 거예요. 오히려 일감이 끊길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고객들 같은 경우에는 1만 5천 원 정도 하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만, 인솔자들은 그마저도 없어요. 회사에서 따로 비용이 나오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보험사에서도 인솔자는 여행객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아요. 무보험으로 한달에 대부분을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인솔자들은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최대한 스스로 조심하려고 하죠.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제가 저축해둔 여유자금이 없었다면 몇 달 버티기도 어려웠을 거예요. 특히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는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고요.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A씨: 최근 고용보험 개정안에 특례로 포함된 '예술인'에 웹소설 작가는 해당 안 된다고 해요. 고용보험의 보편적인 적용이 필요해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예술인들이 생계 위협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를 두 명의 여성 노동자가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정기적으로 일해왔으나 '프리랜서'라는 노동의 형태로 인해 아무런 보장 없이 실직했다는 B씨의 경험은 왜 모든 노동자에게 사회보험의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A씨의 경우는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증가된 노동시간, 임금 노동을 하는 시간 외에도 육아·돌봄·가사와 같은 것들이 포함된 '총 노동시간'과 같은 것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할 필요성을 던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프리랜서'라는 불안정한 노동 형태와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는 노동과정의 어려움, 배제를 고민하기 위해 필요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새로운 질문과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