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 2020. 09

[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최민 노동시간센터, 상임활동가

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등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1월부터 스스로 안식년을 맞이해 주부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 프리랜서 기록활동가 림보,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하 활동지원사노조) 고미숙, 전덕규 활동가,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신지선(가명) 씨를 만났다.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직접 돌보는 일을 하는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영향이 커진 것에 비례해 노동의 내용과 구성이 상당히 달라졌다.

돌봄노동의 변화 양상

어린이집의 경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린이들의 등원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신입은 5월 이후에야 받았고, 원래 다니던 어린이들도 재원율이 3월에는 30% 정도였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6월쯤 되어 대부분 출석하게 됐지만, 8월 초 다시 유행이 증가하게 된 거다. 원래 한 번 하던 소독을 두 번 하고, 놀잇감 세척은 매일 소독기 돌리는 것과 별도로 일주일에 두 번은 물로 씻고, 추가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어린이집 전체 방역을 하지만, 원래 하던 것이 조금 더 늘어난 정도라고 느낀다. 더 큰 변화는 어린이 돌봄 그 자체다.

신지선(보육교사): “낯가림이 한참 심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 어린이도 너무 힘든 거다. 선생님들이 다 마스크 하고 있으니, 매일 낯설어하고, 낯가림이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아침마다 울면, 마스크 내려서 얼굴 보여주면서 웃어야 겨우 따라 웃는다. 3~4세만 돼도 모두 테이블 하나당 한 명씩 떨어져 앉고, 각자 자기 놀잇감 가지고 놀고 있다. 소꿉놀이도 금지다. 혼자 할 수는 있겠지만. 어린이집이 그저 아이를 맡겨놓는 것만은 아니고, 사회성 발달도 기대하는 건데, 지금은 그걸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부모의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부모도 불안해하는 시기이다. 그런 영향에다, 9명 정도 나와서 같이 놀던 어린이집에 혼자 혹은 둘이 나와서 각자 앉아 있으니 어린이집에 나와 있는데도 고립감을 느끼는 거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경우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꼭 이용자나 활동지원사가 직접적으로 감염되거나 하는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래 이용하던 복지관, 운동 강습이나 수업 등의 사회활동이 모두 중단되니 활동지원사의 부담이 매우 높아진다.

고미숙(활동지원사노조): “복지관을 못 다니게 되어도, 좁은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일정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밖에 나와도 갈 곳이 없으니, 공원으로 산으로 하천으로 돌아다니느라 힘들다는 조합원들 소식이 많다. 멋쟁이였던 한 조합원은, 요즘 자기 꼴이 말이 아니라고 우스갯소리 할 정도다. 심지어 보통 복지관에서 활동하면, 거기서 점심도 해결했었는데, 복지관에서 식당 운영을 안 하니, 어떤 경우는 활동지원사가 도시락을 두 개 싸서 자기랑 이용자가 같이 먹으면서 지내고 있다고도 한다. 당연히 도시락까지 싸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용자가 이용을 중단하면 언제든 고용이 중단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하게 되는 역할이다.”

다시 호명되는 가족여성에게 전가되는 부담

이런 부담은 다시 가족의 역할로 소환되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부담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모두 뚜렷이 느끼고 있었다.

림보(기록활동가):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긴 시간을 붙어 지내게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지다 보니, 키즈 카페를 운영하는 집 자녀인 친구랑 그 키즈 카페 가서 노는 것 말고는 어린이가 종일 집에 있게 됐다. 그런데 사실 가정주부에게는 집이 일터.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하루 종일 누군가가 같이 있게 되는 거다. 당연히 이러저러한 갈등도 많아졌고, 어린이에게 쏟는 감정노동이나 노력도 훨씬 강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그래서 나는 적어도 밤 10시부터 2~3시간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약속이나 세미나 때문에 나가던 일정도 크게 줄이지는 않았다. 가사도 남편이 있을 때는 혼자 하지는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쓰기도 하는데, 그런 걸 다 직접 챙기는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신지선(보육교사):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다시 얘기된다고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돌봄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믿을 것은 가족뿐이고, 돌봄 책임은 가족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벌써 여성 일자리들이 먼저 위협받는 것 같고,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어린이집 원아 어머니 중에도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퇴직 당했거나, 출산 후 구직 준비 중이었는데 구직 포기한 경우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전덕규(활동지원사노조): “장애인 중에는 가족조차 돌봄을 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육아 영역보다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 활동지원은 재가서비스였기 때문에 어린이집처럼 이용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부담이 생기면 가족, 그것도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은 확실하다. 진주에 있는 한 이용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2주간 이용 중단을 요구하고, 누나가 와서 그이를 돌보게 되었다. 이용자와 지원사가 모두 자가격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결국 이용자의 언니가 와서 2주간 돕게 되었다.”

위기마다 등장하는 가족이 다시 사회적 부담의 구원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림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 자체가 가족을 사회의 바깥으로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림보(기록활동가):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가족은 사회의 바깥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전제한 것이다. 공적 영역인 사회와 가정을 구분하고, 가정을 사적 공간으로 여긴다. 공적인 공간에만 침범하지 않는다면, 가족끼리 이전보다 훨씬 오랜 시간 붙어 지내든 말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코로나 이후,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가정 내 여성폭력이 하도 늘어서 SOS를 요청하는 비밀 신호도 나왔다고 하더라. 가족 역시 권력관계가 존재하며,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몇 년 전에 유행한 저녁이 있는 삶이 실은 전업주부의 희생을 기본값으로 놓고 그리는 환상이었다. 언제든 가족이 사회적 돌봄을 메꿀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전업주부든, 임노동을 하는 여성이든, 가족 내에서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본다.”

출처: 고용노동부

돌봄노동 변화의 계급적 효과

특히, 돌봄과 관련된 역할을 최전선에서 맡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가 돌봄에 미친 영향이 전 사회에 미칠 계급적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신지선(보육교사): “어린이들과 어린이집에 있으면 아주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니, 서로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밥 먹을 때도 일렬로 앉아, 대화를 안 하니 식사 지도도 안 된다. 아이들 양치 지도도 교사는 마스크를 화장실에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가서 양치질을 씻긴다. 그런데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상태인 이 어린이들은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 해보세요.’ 하면 입을 벌리는 것을 못 하더라. 아직은 라는 언어적 단서만으로 안 되고, 선생님이 입을 벌린 것을 시각적으로 보고, 동시에 선생님이 턱을 눌러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따라 해야 하는데, 선생님 입 모양이 안 보이니, ‘하라는 말을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사실 이런 시기에 공적 육아, 사회적 돌봄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 지경이다. 사적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집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보살핌 받은 어린이와 어린이집에서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들은, 부모가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 할머니 등 조력을 구할 수도 없는 경우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그 영향은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한다.”

림보(기록활동가): “아주 어린 이들의 돌봄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챙겨줄 사람이 있거나, 선행학습으로 이미 학교 교과 공부가 어렵지 않은 학생들, 50분의 온라인 수업을 알아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중심에 놓은 구상이다. 우리 집 어린이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수업을 집중해서 들어야 새로 익힐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은 집중을 어려워한다. 3학년이라서 처음 영어를 배우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가 알파벳 좀 챙겨주세요.’하는데, 내가 영어까지 가르쳐야 하나, 그게 당연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코더를 열 곡 연습하라는데, 앞에 한두 곡은 알겠는데, 뒤쪽 어려운 노래들은 나도 모르겠더라. 학교에서 같이 배운다면, ‘나만 어려운 거 아니구나, 쟤도 어려워하는구나, ? 저 친구는 잘하네, 나도 해볼까뭐 이런 다양한 반응과 생각을 하면서 잘하든 못하든 수업에 참여할 텐데, 혼자 앉아서 재미도 없고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학업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다. 장애인 어린이나 특별히 학습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어린이라면, 그 영향이 더 클테다.

옆에서 챙기기 어려운 집, 학교 수업도 겨우 따라가는 많은 학생을 중심으로 고민했다면, 아예 1년 휴업을 선언하거나 온라인으로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학습 목표량을 조정했어야 했다. 저절로 격차가 나게 해 놓고, 1년 뒤에 너는 이제 4학년이니 4학년 수업을 하자고 할 건가? 우리 사회의 교육이 사실상 누구를, 어떤 사람을 중요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상황은 이런데,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스크는 보육교사도,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따로 지급받지 못 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노조 전덕규 활동가는 인터뷰 때마다 마스크 물어보는데, 지자체에서 5장 받은 게 전부라고 손사래를 쳤다. 공적 마스크 공급할 때, 보육교사는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웬만하면 평일에 출근한 뒤 나갔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주말에만 사도록 압력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자기 마스크도 사고, 서비스 이용자 마스크도 구하느라 바빴다.

긴급 돌봄을 보낼 수 있는 학부모 규정이 정확하지가 않아, 어린이집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온라인 교육 시대에도, 배추흰나비를 키워야 한다고 해서, 애벌레가 담긴 통을 집에 들고 왔지만, 애벌레를 어떻게 운반하고 다뤄야 하는지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하루 만에 애벌레가 죽은 집이 여럿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던진, ‘누구를 위한, 어떤 공교육인가’, ‘공적인 돌봄의 모양과 구성이 어때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위기 시에 가족을 어떻게 소환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서, 코로나 시대 우리의 돌봄 노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