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현장 관리감독의 한 축, 감리 - OO건축사무소 L씨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나의 건물을 짓는 일은 무척이나 복합적이다. 설계, 시공, 준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는 땅을 고르고 다지는 일부터 건물을 올리고 내부의 각종 설비를 설치하고 외관을 다듬는 일까지 다양한 업무가 때로는 시간 순서대로 때로는 동시에 진행된다. 이렇게 수많은 업무와 그에 투입되는 다양한 인력을 관리·감독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더욱이 한 번 건물을 지으면, 적어도 수십 년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을 터전을 이루기에, 건물이 원래 설계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지어지는지, 건물을 만드는 과정과 이후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안전이나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중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담당자가 있다. 바로 감리다.
지난 7월 21일 경기도의 한 복지센터 건설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L씨를 현장 근처 카페에서 만나 감리의 노동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L씨는 건축 디자인 및 설계를 주로 하다가, 최근 감리 업무를 겸하고 있다. 감리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나누면서, 감리 업무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건설사업 전반을 관리·감독하다
건설현장과 건물 자체의 관리·감독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감리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건설현장에서 감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감리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실제 업무 수행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는 물어보았다.
"'공사감리'라 함은 건축물 및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행위입니다. 감리 주요 업무를 단계별로 구분하여 설명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공사착수 단계 둘째, 공사 단계 셋째, 준공 단계입니다.
우선 공사착수 단계에서는 ①허가된 설계도서(도면, 명세서, 계산서, 조사서) 등과 각종 인허가 및 인증 관련 도서 등을 검토하고 확인합니다. 오류나 누락 또는 개선할 부분을 발췌하여 발주처와 설계자의 의견을 들어 수정, 반영하지요. ②시공자와 함께 현지조사(각종 재료원 확인, 지반 및 지질상태, 진입도로 현황, 인접도로의 교통규제 상황, 지하매설물 및 장애물 등)의 조사를 수행하여 공사계획에 반영합니다. ③시공자가 각종 공사계획서(시공, 공정, 품질, 안전, 위해방지, 환경 등)를 사전에 작성하게 하여 검토, 확인 후 향후공사의 기준을 설정합니다."
이렇듯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설계와 공사계획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검토하고, 공사가 이뤄지는 현장에 비춰볼 때, 설계사항이 적합한지 공사단계에서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이를 통해 실제 공사가 이뤄질 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할까?
"공사단계에서의 업무는 크게 6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시공성과 확인 및 검측 업무로서, 작업의 추진 여부를 확인하고 금일 작업실적과 사용 자재, 품질시험회수 및 성과 등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주요 공정별, 단계별로 시공 규격 및 수량이 설계도서의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검사하고 확인된 부분에 대하여 다음 공정을 착수하게 합니다. ②하도급 관리업무는 하도급업체의 실적, 규모 등의 자격 검증과 적정도급 계약비율, 노무비 안심 지급 장치 등을 확인, 검토합니다.
③사용자재의 적정성 검토업무(품질관리)로서, 사용될 주요자재의 공급원을 검토하고 자재수급 시 자재 검수를 통해 규격, 품질 등이 적정하게 조달되었는지 확인하여 불합격된 부분은 공사시공자에게 시정 통보합니다. 또한 각종 자재의 품질시험 계획에 의거 품질시험 여부와 횟수를 확인하지요. ④시공계획의 검토업무로서는 시공자로부터 공사 시방서의 기준(공사종류별, 시기별)에 의하여 시공계획서를 진행단계별로 제출받아 검토합니다. 그 내용으로는 현장조직, 세부공정, 시공일정, 주요장비, 자재동원계획 등입니다.
⑤안전관리업무로서는 공사전반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의 사전검토, 실시확인 및 평가, 자료의 기록유지 등 공사시공자가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취하도록 합니다. 공사시공자의 안전조직 편성 및 임무, 시공계획과 연계된 안전계획, 현장 안전관리 규정, 안전관리 협의체 구성, 일일 안전교육, 정기안전점검, 안전관리비 사용 내역 확인, 재해 예방 전문지도 기관의 기술지도 여부 등을 확인 시행하도록 감독합니다. ⑥그 밖에 공정관리, 기술검토, 환경관리, 기성검토, 설계변경, 조사, 계측관리, 전 공정 업무 조정 회의, 발주처, 유관 기관 협의, 각종 교육 진행 및 참가, 민원관리, 인증업무 확인 등 실로 모든 부분의 확인, 검수, 검측, 지도, 발주처 보고 등의 업무를 하지요."
이렇듯 감리는 공사단계에서 이뤄지는 작업 과정 전반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 작업 각각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품질 수준을 맞추고 있는지, 해당 작업에 들어갈 자재가 적합한지, 수량은 충분한지 등을 살펴본다. 기존의 설계와 법제도적 기준에 맞게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물의 안전과 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담보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준공단계 업무를 말씀드리죠. 예비준공검사를 통해 미비한 점을 보완 시정토록 하고 준공신청 이전에 예비 및 정상상태 시운전을 완료하여 준공검사원을 제출토록 합니다. 시공자가 작성 제출한 준공도면이 실제 시공된 대로 작성되었는지의 여부를 검토·확인하고 각종 인증에 대한 본 인증서, 통신, 소방, 전기, 배수 설치 등 전문분야 준공필증을 확인한 후 공사비 최종 지불 청구서를 검토·확인하지요. 그 후 관할관청과 발주자에게 감리 완료보고서를 제출하고 사용승인서를 받습니다.
준공 이후 단계 업무로는 건축물 시운전 및 유지관리 협력이 중요합니다. 공사시공자가 당해 시설물을 관리할 자에게 인계하도록 협의하여야 하며, 당해 현장에서 특수한 재료 혹은 공법을 적용하였을 경우 시공 부위, 방법, 특성, 공사시공자 관리상의 주의점 등에 대한 기록을 인계하도록 하여 유지관리, 점검이 용이하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합니다."
감리원의 자격과 선정
설계·시공·준공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감리가 맡은 역할이 다양하고, 건설 산업 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감리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이 요구되고, 어떻게 선정이 되는 걸까? 이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감리원의 자격은 여러 각도에서 평가해 주어집니다. 교육 수준, 실무 경험 등을 고려해서 감리 역량에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건설공사의 감리원에 대해서, 관련 해당 학과를 전공했는지 여부, 일정 기간의 설계, 시공 경력과 국가기술자격증, 교육이수현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등급 및 역량지수를 나누죠.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정해집니다. 이후 감리나 건설사업관리의 현장의 규모에 따라 배치됩니다.
그리고 감리 선정은 법에 근거해서 이뤄지는데,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건축사법에 의한 감리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연속된 5개 층(지하층을 포함한다) 이상으로서 바닥면적의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아파트 건축공사/준다중이용 건축물 건축공사)로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선정됩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건설사업관리용역(200억 원 이상 건설공사)은 기술용역 적격성 심사(보유 건설기술인 역량/신용도/실적평가)와 가격입찰로 선정됩니다."
감리 활동의 증진을 위해
한국의 건설 산업에서 안전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각종 토목·건축현장의 건물 자체의 품질과 안전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중대재해까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현장에서의 관리·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 감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할지 의견을 구했다.
"감리는 설계도서 검토, 시방서에 기술된 각종 내용의 이해, 수많은 자재의 품질과 시험성표 해독능력, 각 공정별 전문기술의 폭넓은 기술능력, 공정 간 조정회의 등 실로 수많은 경험과 지식, 리더쉽까지도 필요합니다. 초급이나 중급정도의 경력자는 수행하기가 역부족일 것입니다. 규모와 관계없이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상주감리로 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 업체나 중소 건설회사는 이 수많은 건설과정 업무와 관리를 할 인원을 보유할 수 없는 실정이고 기술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시공 기술자의 배치를 지원하거나 품질, 안전, 환경, 과 시공을 분리 발주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최근 국토부에서는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서, 감리를 통한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정책방침을 내걸었다. 현재 건설현장(철거현장에도 일정규모 이상(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감리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업면허 없이 공사할 수 있는 소규모 공사는 현장관리인이 안전 관련 사항을 감리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위험요인 확인 시 시공자에게 시정 요청, 정도에 따라 공사 중지, 주요시설 개선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2018년 건축법 개정). 나아가 위험 상황 발생 시 감리의 공사중지 권한 법제화와 함께 이로 인한 손해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2018년 건설기술진흥법 개정). 또한 감리보고서에 안전관리이행상황을 기입토록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감리가 건설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건설 노동자의 안전까지 이들이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관리·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 문제를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난 잠실에서의 철거현장 붕괴사고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감리 활동 자체가 유명무실하거나 시공사의 요구에 좌우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조건 하에서 법제도상의 의무만 강화하는 것이 감리 몇몇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감리는 발주처(공공기관, 감독관)의 단순한 행정 대행자나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하수인이 아닙니다. 책임과 권한을 정확히 주어 소신 있게 감리에 임할 수 있게 감독(관료)의 권한을 축소시켜야하며, 공공기관의 불공정한 계약 행위도 근절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공무원들이 직접 상주하여 감리를 하거나, 별도의 공무직처럼 운영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일련의 정책적 변화와 관련해, L씨는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 구축의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감리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감리 업무의 공공성 강화 및 독립성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산업에서 제3자로서 관리·감독의 중요한 한 축인 감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 및 인력관리, 실질적 업무수행 보장 등의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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