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늘어나는 고령 노동, 드러나는 현실 / 2020.08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②] 

 

 

늘어나는 고령 노동, 드러나는 현실 

 

 

정경희 / 선전위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현재, 전체 취업자 중 65~79세가 8.7%이다. 55~79세의 55.9%가 취업 중이며 희망 근로 상한 연령은 73세로 64.8%가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일하고 싶은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60.2%), 일하는 즐거움(32.8%)이었고, 일자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의 양과 시간대(28.4%), 임금 수준(23.9%), 계속 근로 가능성(16.6%), 일의 내용(13.2%)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고령 노동자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018년에 이어 올해 5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 일어났다. 경비원 고 최희석씨가 아파트 주민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대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경비노동자지원단에 참여하면서 대책위에 함께하는 노원노동복지센터 법규팀장 임득균 노무사를 만나, 고령 노동자를 둘러싼 노동조건과 안전 보건 문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고령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목소리 내게 도와야"
 - 노원노동복지센터가 주축이 돼 지역에서 취약계층 노동자 모임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들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2012년부터 센터장님이 맡아서 월 1회 경비노동자를 만나는 자리를 갖고 있어요. 경비노동자 근무 특성이 24시간 격일제라 A조, B조 이렇게 두 번 만나요. 참여 인원이 조금씩 늘어나 지금은 작년 기준으로 50명, 30명씩 80명 정도 모이세요. 상담도 진행하고, 기간 만료, 해고, 연차휴가, 최저임금인상 등 실제 도움 되는 내용으로 교육도 합니다. 부당한 처우에 대응하고, 산재 접수도 진행하고, 식사하며 얘기 나눌 기회를 마련하고 있어요. 

현재 강북구 인근 구에는 노동복지센터가 있고 강북구에만 없는데,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도 이런 모임에 오셨더라면 함께 대응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요. 다양한 업종에서 상담받으러 오시고, 모임은 경비노동자 모임만 하다가 지금은 요양보호사,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아파트 청소노동자 모임도 하고 있어요. 점점 사업을 넓히려 하고 있어요.

고령 노동자들 하시는 업무가 대부분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경비, 청소, 주차관리 등입니다. 다수의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니, 조금만 실수하거나 다른 업무로 인해 응대하지 못하면 아파트, 회사에 민원이 들어가고 계약 만료가 되는 등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갑질 당해도 참는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세요. 저희는 이런 고령 노동자들이 최소한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 경비노동자가 감정노동에 노출되면서 겪는 어려움과 해소방안에 대해 대책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입주자를 대면하는 모든 소통창구가 경비노동자에게 있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입주민 A가 차를 밀어 달라 업무지시를 내려서 B의 차를 밀었는데 B가 왜 그랬냐고 갑질하는 거죠. 민원창구를 관리사무소로 하고, 그것이 경비노동자의 업무라면 경비반장한테 전달해서 경비반장이 업무지시를 하는 구조가 되면 갑질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어요. 물론 관리사무소장이나 직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어야겠죠.

갑질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자는 안이 올라오고 서울시에서 발표도 했더라고요. 공동주택 관리법 제65조 제6항에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 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어요. 그런데 처벌 규정이 없거든요. 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갑)을 주축으로 진행된 토론회 이후 TFT를 꾸렸고, 국토교통부,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과 함께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종사자 고용안정과 권익 보호를 위한 상생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 경비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은 감정노동 외에도 고용불안, 긴 휴게시간, 야간순찰, 열악한 휴게장소 등이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과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고용노동부에서 경비노동자를 감시단속적근로자로 인가해줄 때 근무 장소와 별도로 휴게장소가 있는지 조사하는데, 거짓이거나 지하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 휴게실은 우수관이나 쥐, 석면 같은 게 있어 꺼리세요. 입주민 이해관계 때문에 아파트 수선충당금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기가 쉽지 않아요.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재작년 서울시 조사에서 초소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40%였는데 최근 사업을 진행해서 30%로 낮아졌어요. 이런 부분도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정부나 서울시에서 이런 지원을 하면서 단기 계약 근절 얘기도 하거든요. 고용 관계는 계속 이어지면서도,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이 월례 행사인 거죠. 그러다 민원 조금만 들어오면 해고하기도 하고요. 단기 계약을 장기로 늘리거나 적어도 용역회사랑 계약 기간을 맞추는 데 지원하겠다는 얘기는 있어요.

야간순찰 관련 불만이 제일 많으세요. 야간순찰 앞뒤 시간은 돈 안 받는 휴게시간인데 잠자다 중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가장 문제예요. 보통 야간 8시간 중 6시간이 휴게시간, 나머지 한 시간은 순찰, 한 시간은 인수인계로 비워놓아요. 근로복지공단 뇌심혈관계질환 관련 지침에서 경비노동자의 경우 별도 휴게공간이 없거나 5시간 연속해서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야간휴게시간은 대기시간으로 보겠다는 내용이 있거든요. 

실제 근무시간이 주 60시간인지 조사해서 업무상 질병 가능성을 판단하겠다는 거예요. 야간에 일어나서 순찰하는 게 안 좋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는 거잖아요. 이런 건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산재 인정될 수 있으니 제발 오세요" 

- 수원지법 행정3부가 "아파트의 택배 관리, 제초, 전지작업 보조, 쓰레기 분리수거는 경비업무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시킨 아파트 위탁관리 회사들에 단속을 예고했고, 내년부터는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실제 경비 외 업무가 아파트 운영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대량해고 발생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경비노동자와 주택관리노동자를 이분화해서 경비노동자는 정문 후문 경비만 하고, 주택관리 서비스 업무자는 감시단속적근로자 승인 안 되는 것으로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근무시간 조정해서 적어도 잠은 집에서 자고, 업무 범위에 맞게 급여 책정되고, 공동주택관리법 규약에도 명시하면서 인원은 감축하지 않는 방안을 찾자는 거죠."

- 경비노동자 대부분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는데 개인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령이기에 주의해야 할 건강상 특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담하다 보면 쓰러지신 분이 많아요. 워낙 근무시간도 길고, 다양한 업무를 하시니 뇌심혈관 문제가 있겠죠. 분리수거 과정에서 무거운 것을 많이 들거나 다치는 경우 근골격계질환 문제가 있고, 이틀에 한 번 지하에서 주무시다 일본뇌염으로 쓰러지신 경우도 있었어요. 주민들이 택배 찾으러 오거나 무언가 요청하러 오기 때문에 요즘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죠. 감정노동에 노출되니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도 연관이 있을 거고요."

- 마지막으로 고령인 경비노동자가 연령을 고려해서 적절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해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 번째, 고령 노동자라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경비노동자도 그렇고, 학교 당직자도 마찬가지일 텐데 24시간 격일 근무를 당연시하면서 가정과 여가생활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죠. 학교 당직의 경우 경비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해요. 급여도 90~100만 원으로 훨씬 적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두 번째, 아픈 것이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인식개선이 중요한데, 산재 교육할 때 단순하게 얘기해요. '이거 산재 인정될 수 있으니 제발 오시라'고요. 세 번째, 입주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해요.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해 누구나 노동 인권교육을 듣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화 노동자의 경우, 산재 교육을 진행해보니 산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을 당하면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센터 전화번호를 저장해드려요. 언제든지 신고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관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