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방치하는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할 자격이 없습니다.
지난 6월 3일, 신안산대학교 이승석 교무입학처장은 ‘현장실습 안전사고 재발방지협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이메일을 통해 통보해왔습니다.
2019년 말부터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신안산대학교는 현장실습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해왔습니다. 2019년 7월 신안산대학교 학생이 서울반도체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신안산대학교는 현장실습을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두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고, 사고가 발생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도 없어서 피해학생이 학교와 소통할 방안도 마련해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파악 자체도 늦었고, 이후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교육부 규정에도 어긋나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여 결과적으로 방사선 피폭피해를 키운 바도 있습니다.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사고를 통해 발견된 신안산대학교의 문제점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에 대응해왔던 ‘건강권 네트워크’는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신안산대학교와 논의해왔던 것입니다. ‘재발방지협약’의 조항 하나하나가 바로 이러한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신안산대학교는 협약체결과 공동노력을 전제로 오랜 시간 논의해왔던 내용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렸습니다. 언론이 보도하고 사회적 관심이 뜨거울 때는 이러한 노력을 할 것처럼 대응해오다가, 정작 구체적인 시행을 앞두게 되자 시민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협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신안산대학교의 이러한 결정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에 대응해왔던 시민사회는 신안산대학교의 이 결정에 분노하며 이를 알리고자 합니다.
이러한 결정은 신안산대학교 강성락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지난 해부터 논의해왔던 협약체결이 미뤄진 것은 코로나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강성락 총장이 직무정지로 부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가 복귀하는 5월 초 이후로 협약체결날짜를 협의해왔습니다. 교무입학처와는 수 차례에 결쳐 협약문구까지 협의해왔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협약 체결포기 결정은 총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학교 내부적인 상황까지 감내하며 협약체결을 미뤄온 시민사회에 강성락 총장은 약속을 저버리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직업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안산대학교의 총장으로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판단합니다.
신안산대학교는 현장실습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가 해야 할 노력을 성실하게 해나가야 합니다. 그 내용을 담은 것이 바로 ‘건강권 네트워크’와 논의해왔던 ‘재발방지협약’입니다. 신안산대학교는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안전사고 재발을 위한 노력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위험한 노동을 방치하는 신안산대학교와 강성락 총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위험을 방치하는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할 자격이 없습니다.
2020년 6월 9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용균재단,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http://cafe.daum.net/samsunglabor/MHzN/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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