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은 환경개선에서 비롯됨을 온몸으로 보여주다 / 2020.02

안전은 환경개선에서 비롯됨을 온몸으로 보여주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 유진기공분회 김기원 노동안전부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낯선 곳에서 낯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한다.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5km를 남겨둔 시점에 문을 닫았다는 연락을 받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재설정하였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비교적 널찍한 열람실과 사무실과 교육실이 자리한 좋은이웃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115일 오후. 마침 한적한 시간이라 인터뷰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인터뷰 일정을 정할 때 금속노조 경기지부 차원에서 평택지역 연대투쟁을 다녀오신다는 일정을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먼저 들어보았다.

단체협약 사항을 어기고 사측에서 일용직을 고용하여 노조에서 문제제기한 현대위아사업장이 있어요. 노조에서 법원에 제소하여 2심까지 승소하였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사측에서 오히려 직장폐쇄를 운운하며 고소 취하를 종용하고 있어서 항의 연대투쟁을 다녀왔어요.

고용불안 상황은 어디든 비슷한 것 같아요. 노조설립 후 단협에 최소 계약직을 고용하자는 내용이 있어 회사에서는 일용직보다 최소 6개월~1년 계약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산재처리도 함께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이 다치면 힘든데, ‘네 책임이다라고 얘기할 때 가장 부당하게 느껴

 

부산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일하다 안산 유진기공으로 옮겨 일한 지 28. 노동조합 설립은 16개월. 오랜 세월 무노조 사업장에서 일하다 현장관리자 반장인 그가 노동조합을 만든 계기가 궁금했다.

"노조 만들기 전에는 저도 어쩔 수 없는 말단 현장관리자니 반원들 압박도 했을 텐데 당시 현장 안전관리업무도 했었는데, 다쳤을 때 많은 부분이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사람이 다치면 힘든데 네 책임이다라고 얘기할 때 젤 기분이 안 좋았고, 반원이 다쳤을 때도 쉬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회사에서는 하루 쉬고 다음날 출근할 수 있게 하라고 했을 때 많은 부담감을 가졌어요. 물론 회사에서 병원도 보내고 공상도 하지만 부당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오버타임 근무를 해도 어느 정도껏 해야 하는데, 12~1시까지 할 때도 있었고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고민하다가 회사에서 200~300m 거리에 민주노총 안산지부가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가서 면담을 했는데, 현장 반장이 와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드물어서인지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더라고요. 두 번째 가서 사실적으로 얘기했을 때는 터놓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노조 만드는 기틀이 있었고, 노동조합활동과 안전에 대해 좋은이웃 작은도서관과 비정규직센터의 노무사님들 도움도 받고, 노동조합 설립을 하게 되었어요."

 

140명이 과반인데 현재 조합원은 103.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위협을 느껴 탈퇴하기도 했다는데 굳건하게 지키는 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현장이 1공장, 2공장으로 나눠져 있고, 대기업처럼 사업을 가족들이 쪼개서 만들었어요. 유진전기, 유진차량 등 대여섯 개 정도 되는데 유진기공이 모체예요. 1공장, 2공장, 유진전기까지만 한 노조로 만들어서 현장조합원은 104, 사무직도 20여 명 조직되었으나, 현재는 103명으로 과반수는 아직 안 되죠. 사업주는 모체인 유진기공 대표이사와 협상하고 있어요. 현장직은 100%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흔들지 못해요."

 

평균연령이 50세 전후인 전형적인 금속사업장 유진기공분회는 임단협 시 조합원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임금 인상이죠. 50세가 되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서 재작년까지만 해도 58세가 정년이었기 때문에 8년간 임금동결을 하고 2년 동안 더 근무하겠다는 서약을 했었어요. 작년에 임단협에서 60세로 조정되었고, 금속노조의 단협안을 가지고 교섭해서 그만큼은 아니지만, 성과는 많이 봤어요. 근무시간은 8시 출근 5시 퇴근이지만 잔업을 많이 했는데, 이번 단협에서 주 52시간 쟁취할 것 같아요."

김기원유진기공분회노안부장(오른쪽)

 

회사 측의 좋지 않은 선례는 조합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진다

 

근골격계질환이 다발하는 금속사업장에서 산재 신청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여쭤보았다.

 

"어느 부서에서 어깨가 안 좋다고 상담을 해왔어요. 금속노조 노안교실에서 교육받은 그대로 얘기해주었어요. 산재신청이 가능할 것 같고, 원한다면 비정규직센터 노무사와 면담을 해보라고 했고,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산재는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산재를 원해서 그만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노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복귀 후 한 달 뒤에는 해고를 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으로도 산재요양기간에는 해고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줬지만 결국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어깨가 안 좋은 상태여서 산재 신청을 할 것이니 이후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몇 년 전 결례가 있기 때문에 산재요양이 끝나고 복귀하는 것을 보고 나면, 다른 분들도 산재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산재요양 기간에 왕성하게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고 계시는 김기원 노안부장님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주요 안건과 일상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요양 중인데 노조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아침에 병원에서 진료받고, 오후에 공상 중인 조합원과 상담이나 병원 방문을 하고 있죠. 물론 회사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지요. 그래도 산보위위원장이고 분기별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니까 현장에 들어가는 것에 관해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고 있어요."

"요즘 산보위 주요 안건은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산재를 당하거나 옆에 사람들이 아프다고 했을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 금속노조에서 지침 내려오는 대로 근무환경 개선을 먼저 하고, 위험성 평가도 할 수 있게 했어요."

 

그가 일했던 부서는 꿰뚫고 있지만 다른 부서는 잘 몰라서 산보위원을 통해서 알아보고 직접 확인하여 함께 의논한 뒤 산보위에서 제기한다며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말로만 하다 요구한 것에 대해서 개선된 것은 개선안을 받고, 안 된 것은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기간까지 요구하고 있어요. 금속노조 경기지부 단톡방에서 오래 활동하신 분들이 조언을 해줘요. 그걸 토대로 산보위에서 이야기도 하고, 현장에서도 어느 회사에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줄 때 처음에는 아이구 뭐 다른 회사와 우리가 같냐고 했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끼죠. 산보위원들이랑 현장에 들어와서 둘러보면 좋아하고, 이것은 좀 개선해달라고 직접 얘기해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회사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면, 안전은 분명히 따라온다

 

물건이나 납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선입견이 많이 바뀌었다는 그는 회사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면 안전은 분명히 따라온다며 노안활동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털어놓았다.

"현장의 안전은 꼭 지키고 싶어요. 계약직이 와서 현장에 투입되거나 부서이동을 할 때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끔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분회 집행부가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가능한 일이어서 팀을 만들어 분담을 했어요. 산보위원과 상집까지 현장 안전점검을 하는 일터팀을 만들었어요. 누구라도 안전하지 못한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이것을 회사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은 저나 분회장이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는데, 특정 한 두 명이 아닌 산보위원까지도 위험성을 지적했을 때 시정조치가 빨리 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해요."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고 부장님도 정년이 얼마 안 남으셨는데, 정년퇴임 이후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들어보았다.

 

"산재요양 중이지만 의사선생님들은 80% 이상 좋아지면 완치라고 보기 때문에 완치되면 현장복귀하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면서 안전하게 정년퇴직하고 싶어요. 늘 동료들에게 아침에 출근한 몸 상태로 저녁에 퇴근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계속 얘기해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이에요."

"정년퇴임 이후에 1년간 촉탁직을 하면서 노조활동은 계속하고, 저뿐 아니라 동연배들 대부분이 후배들에게 안전한 일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도와도 주고 서로 소통해요."

 

퇴임 이후 지역에서 안전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활동하면서 살고 싶어요

 

퇴임 이후 지역에서의 계획도 잠깐 밝혀주셨는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사업장을 넘어서 지역운동으로 발전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이웃 작은도서관에서 50대 이상 모임을 추진하고 있고, 안산노동대학의 재학생들, 비정규직센터와 각 분회, 지회가 네트워킹이 잘 돼 있다면 퇴임 후에도 분명히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얼마 전 아파트 동대표를 맡았어요. 퇴임 이후 경비노동자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는데 거주 중인 아파트 종사자는 근무환경이 어떤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입주민으로 물어봤을 때는 별 얘기를 안 하셨는데 동대표이다 보니 저보다 형님들 애환도 듣고 이야기가 돼요."

 

일터 독자들도 각자 일하는 곳에서 안전했으면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안산지역은 4·16을 겪었잖아요.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팩트를 알지 못하면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 얼마 전 자살한 유가족이 계시잖아요.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해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는 지난 세월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잖아요. 산재도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각 분야에서 언제든지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옆 사람에게 안전에 관해 얘기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