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 2020.0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푸우씨 / 상임활동가 

 

 

 

조용준 동지의 전화는 쉴 틈이 없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연신 바쁘게 울려 댔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노안국장인 조용준 동지에게는 '경기건설기계지부 스카이지회 지회장'이라는 다른 직함도 있다. 그래서인지 온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합원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장 배차 또한 그에게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때 '사장님(?)'으로 불렸던 조용준 동지는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건설기계 장비인 스카이크레인을 운행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책임지며, 동시에 1만 명에 이르는 건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화성행궁 인근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설법인 부도... 노동조합 활동으로 이끌다

'사장님'이었던 그가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2013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동료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하고 있었고, 그 친구들을 모아서 어떤 건설법인의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루아침에 그 법인이 부도를 맞았어요. 그러다 보니 일했던 것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4~5천 만 원 정도를 체불로 통째로 날리게 됐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소송했는데, 결국 한 푼도 못 받은 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형님 저 일 하다가 회사가 부도를 맞았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이죠. 제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었는데, '포기하든지,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가 보던지'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전화가 왔어요. 체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이죠.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노동조합을 찾아가게 됐어요. 당시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도 별로 없었으니까, 사업자가 노동조합을 한다는 게 신기했고, 우리가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줄곧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이런 역할을 하고 있네요. (웃음)" 
    
그런 그가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아쉽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아직 노안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타 산별이나 업종 같은 경우 예전부터 노안활동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노안활동의 핵심이 '예방'이고 '예방'이 중심인데, 그에 비해 아직 건설에서는 노안활동이 시작 단계에 있어서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저 같은 경우에 노안활동이라고 하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생한 결과에 대한 후처리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작은 규모의 건설현장은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많고,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빈발합니다. 그럴 때 발생하는 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건설 현장에서도 형틀, 목공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서 다치거나, 근골격 계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저와 같은 건설기계 장비를 다루는 소위 특수고용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특히나 보상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노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고 있어요." 

조용준 동지는 특히 건설기계 장비의 전도나 파손과 같은 사고 또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대부분 건설기계, 장비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가 운행을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막상 사고 나면 노동자 책임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논리거든요. 차량이 전도되는 사례는 명백히 지반침하와 같은 원인이 있고, 차량이 부딪쳐서 파손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출고 때부터 장비에 부착해 놓은 제조사의 안전센서를 무리하게 장비 운행을 시키려고 끄도록 요구하거든요. 가령, 30cm 정도의 간격이 있으면 안전센서가 계속 울리는데, 조금 더 붙여서 일을 시키려고 안전 센서를 끄도록 요구해요. 그런데 개인 노동자는 힘이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안전 문제 때문에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은 일 안 시키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 주는 사람만 쓰려고 하는 거죠.

근데 그 결과로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기계를 다루던 노동자가 미숙해서 사고를 낸 거로 몰아가요. 그럴 때마다 건설사에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장비 운용은 당신들 몫 아니냐!' 이러는 거죠. 사실상 그런 게 만연했던 건설 현장인데, 건설노조가 생기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이 없으면 말도 못 하고, 개인이 장비파손,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걸 뒤집어쓰는 경우가 매우 흔해요." 

'걱정 인형'으로 불려도 좋은 이유

주변 동료들이 그런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다 보니, 그에게는 항상 걱정이 많다. 노안국장 역할을 하면서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합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무리해선 안 된다', '서두르면 안 된다'와 같은 잔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늘게 됐다고 한다.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건강 염려증? 걱정 인형?' 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동생 중 한 명이 '저 형은 참 걱정도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얘기가 기분 나쁘지 않은 게 '그래도 내 얘기를 듣고는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조용준 동지는 노안국장이 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격월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지역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서 특별한 건 없어요.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한데, 사실상 정책적 방향과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고요. 다만,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 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기계, 타워크레인, 토목건축, 전기 등 다양한  분과가 있는데, 이런 동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차곡차곡 모아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전문가는 아무도 없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저희 노안위원회 회의 때마다 같이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고 하면서 도움을 주지만, 막상 그냥 자신 현장에서 일 해왔던 사람들이라서 아직 잘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그래도 이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현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경험을 쌓다 보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안전과 의료의 문제는 무엇보다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건설노동자가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항시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하면서 이제 그 준비와 시작을 하는 것이죠."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는 지난 3월 초 대의원 대회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안전보건 감수성 교육을 했다.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제 경험으로는 대의원 대회에서 교육한 것도 처음이고, 그것도 안전과 관련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졸지 않고 다들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가 있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건설노조에서도 고용을 넘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하거 든요. 특히 건설노동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장년인 경우가 많아서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처럼 정부 위탁 기관이 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 권리라고 말하는 교육 말이죠."  

"한 번에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그래서 더 반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렇고 나이가 있는 동지들은 돌아서면 금방 까먹거든요. 반복 교육을 통해서 듣고 또 들어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한 거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고용과 생존을 넘어
 

조용준 동지는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가는 현실에서 그 시작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노동조합이 고용과 생존을 넘어, 안전을 요구하고 더 많이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교육을 받다 보니 노동조합이 안전을 요구하고, 안전을 관철할 때 현장의 산업재해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걸 배웠고 알 수 있었어요. 안전을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조합이 바꾸는 현장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현장은 젊은 노동자가 많이 부족한데요. 적절한 임금도 받아야 하고 고용도 보장받아야겠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젊은 노동자들이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거듭나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들 / 2020.0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거듭나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들

-KB오토텍 지회 원종만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박기형 / 상임활동가 

 

 

 

 

지난 2월 24일 노안활동의 모범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KB오토텍 지회를 찾아갔다. KB오토텍 지회는 오랜 기간 노동조합의 재생산과 활동의 지속·강화를 고민하였다가, 올해 드디어 집행부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사업장의 상황에 따른 것인데, 1990년대 말 이후 신규 입사자가 없었다가 2010년대에 들어서 신규채용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 간에 20년의 격차가 발생했고, 노동조합 지도부도 큰 변화 없이 지속해 온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정년 문제 등을 고려해 노조 내에서도 지도부 교체를 고민했지만,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선 일련의 투쟁들이 전개되면서, 세대교체를 충분히 준비할 수 없었다. 이후 2020년에서야 노조 내에서 세대교체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노안활동에서도 새로운 담당자가 선임되었고, 바로 인터뷰이인 원종만 노동안전보건부장(이하 노안부장)이다.

 

   2019 민주노총 노안활동가 대회에서 발표하는 원종만 노동안전보건부장의 모습이다.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익혀가는 노안활동

원종만 노안부장은 2018년부터 노안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노안위원을 2년간 맡았고, 올해부터 신임 노안부장으로 지회의 노안활동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난 2년 동안의 활동에 대한 후기를 듣고 싶었다. 노안부장으로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본격적으로 노안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노안위원을 시작하면서 사업장이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었어요. 근로감독관과 함께 사업장 곳곳을 함께 점검했었죠. 다른 사업장의 경우엔 근로감독관이 사업주와 논의해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노안부에서 주도적으로 감독관과 사업주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위험성을 지적했어요. 그러니까 감독관도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고, 사업주도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노조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죠.

그리고 특별근로감독을 함께 한 경험이 이후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금속노조 노안활동가 양성학교에 참여했는데, 거기서 기초부터 응용까지 다양한 내용을 배우잖아요. 현장에서 체감하고서 교육을 들으니 더 잘 이해가 되었어요. 예를 들어, 다른 노안간부들은 '저걸 어떻게 해', '저런 것까지 지적해야 하나'라고 많이들 얘기하세요. 하지만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사항들이 큰 위험을 초래하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사업장을 점검하다 보니, 어떤 게 유해위험요소인지, 어떤 게 산안법상 위반사항인지, 그리고 그걸 개선하도록 어떻게 요구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죠.

정확한 말이나 법률용어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게 문제야 또는 이건 바꿀 수 있어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육 내용이 더 잘 와닿고 사업장에 돌아가서도 교육내용을 잘 실천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종만 노안부장은 지난 2년간 활동 내용 외에도 현장과의 소통에 대한 중요성도 배울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노안위원 2년 차인 2019년도에 사업장에서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와 위험성 평가를 진행했어요. 그때 한노보연의 손진우 상임활동가가 자문을 맡아주셔서 큰 힘이 되었죠. 당시 노안부에서 주요 업무를 맡되, 조합원의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안전보건 지킴이'라는 실행위원을 선정했어요. 각 공정별로 30여 명을 구성했죠. 이 조사들을 진행하면서, 현장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제가 속한 곳 외에 다른 부서나 라인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어떤 게 위험한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요. 그리고 실제 조사를 수행하면서 조사 방법도 배우고, 자료를 정리하는 법도 알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조사가 조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과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20년도에는 작년에 위험성 평가의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안전보건 지킴이'를 상시 운영해서 일상적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현장과의 소통 창구를 내실화하려고 해요."

떠맡듯 시작한 노안활동, 그 뒤에 자리한 산재 경험

활동을 배워가면서 건강과 안전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 일터에서 건강을 챙기고, 안전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노안활동을 낮은 수준에서라도 시작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일까 궁금했다.

"처음 노조 간부를 맡은 것은 문체부장이었어요. 그때는 별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문체부장을 제안받은 친한 형이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힘들어했어요. 그때 제가 맡아보겠다고 나섰어요. 그런데 갑자기 '너도 이제부터 노안위원이야'라고 되어버린 거예요. 고민할 틈도 없었어요. 얼떨결에 노조 간부와 노안위원을 겸직하게 된 거죠. 뭔지도 모른 채 시작한 거죠. 만약 그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현장에서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바뀌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계속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산재경험이 있었더라고요. 로봇 협착사고였죠.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2주 진단이 나왔어요. 당시 회사 관계자와 함께 갔었는데, 2~3일만 쉬고 나오라고 하는 거예요. 입사한 지 3달 좀 안 되었을 때니까, 더 쉬겠다고 말하는 게 눈치가 보여서 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당시 노안부장이었고 지금은 부지회장인 안재범 동지가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문제제기했던 게 기억나요. 2주 이상 충분히 치료를 받고 요양할 수 있도록 하라고요.

'한쪽 손이 아프면 다른 손으로 일하면 되겠지', '조금 참고 일하면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거죠. 그건 제 잘못이 아니라, 노동자의 위치와 조건을 생각하면 회사가 작업자 탓으로 돌리듯, 노동자 스스로도 개인 책임으로 생각하기 쉬운 거죠. 노조활동, 특히 노안활동을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고 안전과 건강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막연하게나마 느꼈죠. '모르면 빼앗긴다.', '알아야 하고 스스로 맞서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런데도 원종만 노안부장은 직책을 맡은 이후의 걱정과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산재처리 외에도 일상 노안활동이 있잖아요. 다른 지회들에서는 노안부장이 비전임인 경우도 많은데, KB오토텍 지회는 전임이어서, 일상 노안활동과 함께 다양한 것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배우면서 하다 보니, 이전에 10개면 10개를 다 할 수 있었던 선배들에 비해, 업무가 계속 부하가 걸리는 어려움이 커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노안위원과 달리, 노안부장은 결정하는 자리라는 거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내 할 말만 해버리는 것으로 그칠 수 없어요. 회사와 협상도 해야 하고, 안건에 관한 결정도 내려야 해요. 이에 따른 부담도 확실히 있죠. 그런데도 이걸 이겨내고, 지회에서 유지해온 노안활동의 기풍을 유지해나가야죠."
 
노안활동을 뒷받침하는 건 바로 노조 전체의 관심과 지지다

원칙적으로 산재처리를 하는 기풍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얘기하며, 원종만 노안부장은 산재처리를 하는 데 있어서, 이전 활동가들의 도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회에서 산재처리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놨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처리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산재 하나를 신청하고 승인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투여되잖아요. 자료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판단도 어렵고, 자료 자체를 준비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요. 그래도 KB오토텍 지회에는 전 노안부장이 명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안재범 동지도 부지회장으로 있다 보니, 조언을 구할 수 있죠.

노조 차원에서 경험 많은 노안활동가가 계속해서 노조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말 소중한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관련 사례를 많이 축적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신청서류부터 각종 자료가 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보관되어 있어요. 이렇게 축적된 자료를 참고하고 활용해서 산재를 진행할 수 있는 게 큰 도움이 되죠."

활동 경험의 공유와 자료축적이 새내기 노안활동가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나아가 노조의 노안활동을 유지·강화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원종만 노안부장은 이러한 모든 요소를 뒷받침하는 건 노동조합 전체의 노안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원종만 노안부장은 노안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또한 언급했다.

"2주 전에 신임간부학교에 참석했고, 노안간부들도 많이 왔었어요. 그때 다른 지회 간부들과 얘기를 나눠봤어요. 그런데 산재처리 관련해서 배운 것들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있었어요. 배웠다고 해서, 사업장에 돌아가 산재처리를 원칙대로 할 수 없다고요. 소속 지회의 지회장과 임원들이 여태 공상처리를 해왔다고 하면서, 지회 차원에서 제동 거는 경우도 빈번하다고요. 한 번 공상처리를 용인하면, 계속 공상처리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죠.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하고 배운들. 활동가와 지회의 의지가 없으면 실현하기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결국 임원과 지회의 분위기가 따라줘야 하는 것이죠.

금속노조 소속 경주의 어느 지회 사례가 인상 깊었어요.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노안팀을 해체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바꾸지 않아요. 생뚱맞게 노안활동을 안 하던 사람이 하는 게 아닌 거죠. 이전 집행부에서 노안활동을 해온 담당자들과 노안위원들 내에서 노안팀을 꾸리는 것이죠. 일부 신규 활동가를 충원하겠지만, 지도부와는 독립적으로 노안팀의 활동이 갖는 성격을 감안해, 연속성을 보장하고, 활동가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런 독립적 운영 시스템을 KB오토텍 지회에서도 잘 구축해 나가보려고 하고, 노안활동 전반에도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은 환경개선에서 비롯됨을 온몸으로 보여주다 / 2020.02

안전은 환경개선에서 비롯됨을 온몸으로 보여주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 유진기공분회 김기원 노동안전부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낯선 곳에서 낯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한다.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5km를 남겨둔 시점에 문을 닫았다는 연락을 받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재설정하였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비교적 널찍한 열람실과 사무실과 교육실이 자리한 좋은이웃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115일 오후. 마침 한적한 시간이라 인터뷰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인터뷰 일정을 정할 때 금속노조 경기지부 차원에서 평택지역 연대투쟁을 다녀오신다는 일정을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먼저 들어보았다.

단체협약 사항을 어기고 사측에서 일용직을 고용하여 노조에서 문제제기한 현대위아사업장이 있어요. 노조에서 법원에 제소하여 2심까지 승소하였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사측에서 오히려 직장폐쇄를 운운하며 고소 취하를 종용하고 있어서 항의 연대투쟁을 다녀왔어요.

고용불안 상황은 어디든 비슷한 것 같아요. 노조설립 후 단협에 최소 계약직을 고용하자는 내용이 있어 회사에서는 일용직보다 최소 6개월~1년 계약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산재처리도 함께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이 다치면 힘든데, ‘네 책임이다라고 얘기할 때 가장 부당하게 느껴

 

부산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일하다 안산 유진기공으로 옮겨 일한 지 28. 노동조합 설립은 16개월. 오랜 세월 무노조 사업장에서 일하다 현장관리자 반장인 그가 노동조합을 만든 계기가 궁금했다.

"노조 만들기 전에는 저도 어쩔 수 없는 말단 현장관리자니 반원들 압박도 했을 텐데 당시 현장 안전관리업무도 했었는데, 다쳤을 때 많은 부분이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사람이 다치면 힘든데 네 책임이다라고 얘기할 때 젤 기분이 안 좋았고, 반원이 다쳤을 때도 쉬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회사에서는 하루 쉬고 다음날 출근할 수 있게 하라고 했을 때 많은 부담감을 가졌어요. 물론 회사에서 병원도 보내고 공상도 하지만 부당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오버타임 근무를 해도 어느 정도껏 해야 하는데, 12~1시까지 할 때도 있었고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고민하다가 회사에서 200~300m 거리에 민주노총 안산지부가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가서 면담을 했는데, 현장 반장이 와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드물어서인지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더라고요. 두 번째 가서 사실적으로 얘기했을 때는 터놓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노조 만드는 기틀이 있었고, 노동조합활동과 안전에 대해 좋은이웃 작은도서관과 비정규직센터의 노무사님들 도움도 받고, 노동조합 설립을 하게 되었어요."

 

140명이 과반인데 현재 조합원은 103.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위협을 느껴 탈퇴하기도 했다는데 굳건하게 지키는 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현장이 1공장, 2공장으로 나눠져 있고, 대기업처럼 사업을 가족들이 쪼개서 만들었어요. 유진전기, 유진차량 등 대여섯 개 정도 되는데 유진기공이 모체예요. 1공장, 2공장, 유진전기까지만 한 노조로 만들어서 현장조합원은 104, 사무직도 20여 명 조직되었으나, 현재는 103명으로 과반수는 아직 안 되죠. 사업주는 모체인 유진기공 대표이사와 협상하고 있어요. 현장직은 100%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흔들지 못해요."

 

평균연령이 50세 전후인 전형적인 금속사업장 유진기공분회는 임단협 시 조합원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임금 인상이죠. 50세가 되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서 재작년까지만 해도 58세가 정년이었기 때문에 8년간 임금동결을 하고 2년 동안 더 근무하겠다는 서약을 했었어요. 작년에 임단협에서 60세로 조정되었고, 금속노조의 단협안을 가지고 교섭해서 그만큼은 아니지만, 성과는 많이 봤어요. 근무시간은 8시 출근 5시 퇴근이지만 잔업을 많이 했는데, 이번 단협에서 주 52시간 쟁취할 것 같아요."

김기원유진기공분회노안부장(오른쪽)

 

회사 측의 좋지 않은 선례는 조합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진다

 

근골격계질환이 다발하는 금속사업장에서 산재 신청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여쭤보았다.

 

"어느 부서에서 어깨가 안 좋다고 상담을 해왔어요. 금속노조 노안교실에서 교육받은 그대로 얘기해주었어요. 산재신청이 가능할 것 같고, 원한다면 비정규직센터 노무사와 면담을 해보라고 했고,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산재는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산재를 원해서 그만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노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복귀 후 한 달 뒤에는 해고를 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으로도 산재요양기간에는 해고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줬지만 결국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어깨가 안 좋은 상태여서 산재 신청을 할 것이니 이후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몇 년 전 결례가 있기 때문에 산재요양이 끝나고 복귀하는 것을 보고 나면, 다른 분들도 산재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산재요양 기간에 왕성하게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고 계시는 김기원 노안부장님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주요 안건과 일상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요양 중인데 노조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아침에 병원에서 진료받고, 오후에 공상 중인 조합원과 상담이나 병원 방문을 하고 있죠. 물론 회사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지요. 그래도 산보위위원장이고 분기별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니까 현장에 들어가는 것에 관해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고 있어요."

"요즘 산보위 주요 안건은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산재를 당하거나 옆에 사람들이 아프다고 했을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 금속노조에서 지침 내려오는 대로 근무환경 개선을 먼저 하고, 위험성 평가도 할 수 있게 했어요."

 

그가 일했던 부서는 꿰뚫고 있지만 다른 부서는 잘 몰라서 산보위원을 통해서 알아보고 직접 확인하여 함께 의논한 뒤 산보위에서 제기한다며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말로만 하다 요구한 것에 대해서 개선된 것은 개선안을 받고, 안 된 것은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기간까지 요구하고 있어요. 금속노조 경기지부 단톡방에서 오래 활동하신 분들이 조언을 해줘요. 그걸 토대로 산보위에서 이야기도 하고, 현장에서도 어느 회사에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줄 때 처음에는 아이구 뭐 다른 회사와 우리가 같냐고 했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끼죠. 산보위원들이랑 현장에 들어와서 둘러보면 좋아하고, 이것은 좀 개선해달라고 직접 얘기해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회사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면, 안전은 분명히 따라온다

 

물건이나 납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선입견이 많이 바뀌었다는 그는 회사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면 안전은 분명히 따라온다며 노안활동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털어놓았다.

"현장의 안전은 꼭 지키고 싶어요. 계약직이 와서 현장에 투입되거나 부서이동을 할 때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끔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분회 집행부가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가능한 일이어서 팀을 만들어 분담을 했어요. 산보위원과 상집까지 현장 안전점검을 하는 일터팀을 만들었어요. 누구라도 안전하지 못한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이것을 회사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은 저나 분회장이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는데, 특정 한 두 명이 아닌 산보위원까지도 위험성을 지적했을 때 시정조치가 빨리 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해요."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고 부장님도 정년이 얼마 안 남으셨는데, 정년퇴임 이후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들어보았다.

 

"산재요양 중이지만 의사선생님들은 80% 이상 좋아지면 완치라고 보기 때문에 완치되면 현장복귀하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면서 안전하게 정년퇴직하고 싶어요. 늘 동료들에게 아침에 출근한 몸 상태로 저녁에 퇴근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계속 얘기해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이에요."

"정년퇴임 이후에 1년간 촉탁직을 하면서 노조활동은 계속하고, 저뿐 아니라 동연배들 대부분이 후배들에게 안전한 일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도와도 주고 서로 소통해요."

 

퇴임 이후 지역에서 안전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활동하면서 살고 싶어요

 

퇴임 이후 지역에서의 계획도 잠깐 밝혀주셨는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사업장을 넘어서 지역운동으로 발전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이웃 작은도서관에서 50대 이상 모임을 추진하고 있고, 안산노동대학의 재학생들, 비정규직센터와 각 분회, 지회가 네트워킹이 잘 돼 있다면 퇴임 후에도 분명히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얼마 전 아파트 동대표를 맡았어요. 퇴임 이후 경비노동자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는데 거주 중인 아파트 종사자는 근무환경이 어떤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입주민으로 물어봤을 때는 별 얘기를 안 하셨는데 동대표이다 보니 저보다 형님들 애환도 듣고 이야기가 돼요."

 

일터 독자들도 각자 일하는 곳에서 안전했으면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안산지역은 4·16을 겪었잖아요.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팩트를 알지 못하면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 얼마 전 자살한 유가족이 계시잖아요.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해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는 지난 세월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잖아요. 산재도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각 분야에서 언제든지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옆 사람에게 안전에 관해 얘기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가 건강한 사회, 간절함으로 만들고 싶어요 / 2020.01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가 건강한 사회, 간절함으로 만들고 싶어요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이정호 노동안전보건부장 

 

 

 

나래 / 상임활동가

 

 

 

일터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자 동시에 시민의 안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터의 문제는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중앙 정부만으로 는 해결하기 어렵다.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과 위험요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펼쳐야 한다. 고민의 시작은 바로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약 10년 동안 노동자 33명이 사망한 사업장이 있다. 바로 '현대제철 당진공장'이다. 이 공장이 위치한 곳은 충남이다. 이에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한 지 2년 반가량 되어 가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의 이정호 노동안전보건부장을 지난 2019년 12월 26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는 어떤 고민과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나누어보았다. 
  
'지역' 노동안전보건활동가의 활동과 고민들

이정호 부장은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진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거나 고민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의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상 활동을 이어나가며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 활동을 하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다. 

"특별한 걸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산재 신청 요청이 들어오면 함께 하고 있어요. 교육을 제가 다 직접 하진 않지만 사업장 상황에 필요한 교육을 기획하고 함께 준비해요. 2020년부터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을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만들어가려고 해요. 그리고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고 있고, 충청권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대회도 준비하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긴 호흡을 이어가며 중대재해 사고나 긴급하게 발생하는 사건 대응에도 힘쓰고 있는 이정호 부장은 노동안전보건 운동은 특정한 직업과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운동에는 전문적 역량이 있죠.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만들 때도 그 부분에 깊숙이 들어가면 근로기준법이라던가 내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있어요. 전문가 영역이라고 하는 건 역으로 특수한 몇몇 사람만의 문제, 산재와 현장개선 문제는 전반적인 문제임에도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이런 태도가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 운동이 대중적으로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요?" 

'간절함'과 '제발'에서 비롯되는 노동안전보건활동
 

    
최근 몇 년 동안 언론 기사를 통해 노동자의 산재사고, 사망 문제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긍정적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이전보다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 투쟁을 통해 28년 만에 전부 개정되기도 했고, <닥터탐정>이라는 노동자의 산재 문제를 다룬 드라마도 등장했다. 
  
이정호 부장 역시 이러한 변화들, 사회적으로 올라오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점차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본인 역시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노동안전보건 특히 중대재해를 접했을 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물러날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이건 흑백이 있어요. 명확해요. 목숨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이 최소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는 거죠.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가 지켜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를 부정할 순 없죠.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고 김용균 북콘서트에 갔었는데 그때 토크 참여자였던 안재범 당시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간절함이란 게 생긴다'고요. 그 마음이 이해가 가요. '제발'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든 이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는 게 생긴 거죠. 거기서 방향타가 분명해져요. 가다가 못갈지언정 안 갈 순 없는 거예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저에게 계속 무엇인가 하라고 계속 얘기해요. 지역에서 산재 사건이 발생하잖아요. 그럼 저는 밑도 끝도 없이 장례식장에 가봐요. 안가면 마음이 불편해요. 가서 산재 신청하는 방법이라도 말씀드리고 나와요."

'간절함'과 '제발'이라는 사이에서 이정호 부장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기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에 가입을 한 사람이든, 가입하지 않거나 못한 사람이든 사람의 목숨과 삶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죽음과 다치는 문제를 겪고, 다루다 보면 때론 지치기도 한다. 그에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아무래도 무겁죠. 스트레스도 받고요. 덜 받는 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도 어려움은 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죠. 하다가 안 되는 일을 겪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가장 큰 어려움은 그런 거에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싶을 때요. 한 발이라도 나아가지 못한 게 아니라 많이 어려워졌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현장을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고,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꽤 쉽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아프고 다치고, 죽는 사람과 사건을 대면하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활동해 나가는 이정호 부장은 그래도 이 운동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산재 신청해서 승인될 때가 좋아요. 제가 승인을 한 건 아니지만요. (웃음) 일을 해서 현장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것도 기쁘고요.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좋아요. 모든 게 다 실패는 아니잖아요? 사람이든 뭐든 구체적으로 보이고 만들어나가는 것도 즐거워요. 그런 게 좋아요. 운동이라는 게 끝이 없지만 그런데도 마무리는 시점이 존재하고 명확하죠. 뭔가 대응하고 결과가 있고요."

산재 대응과 보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직장 복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질환이 생기고, 해고까지 당한 분의 사례에요. 산재 신청을 했는데 불승인이 됐어요. 그런데 불승인이 났다고 해고가 정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거에요.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하니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갖고 산재를 판단하지 않고, 그 역도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해고와 산재 문제는 법리 자체가 다른 문제잖아요?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가 이걸 근거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거죠.

다시 재조사를 요청했고, 실제 조사를 했더니 중간에 조사가 완전히 잘못된 게 확인이 돼서 해고가 무효가 됐어요. 그러나 결국 그분은 일을 그만뒀어요. 복직을 할 수 있긴 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기 때문에 복귀한다는 게 쉽지 않으셨던 거죠. 이분은 조합원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개별 상담만 받아서 산재 승인 받은 게 30건이 넘어요. 그런데 한 번도 직장 복귀를 한 분은 없어요. 노동자들이 상담받으러 올 때는 회사에 다닐 마음조차 없을 때 오시는 거예요. 관계를 끊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정부는 지난해 일하는 중 재해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산재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긍정적인 보도자료를 냈다. 2019년 6월 산재노동자 직업복귀율이 65.03%로 2018년 동월 61.58%보다 3.45%P(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겪는 문제들을 접한 이정호 부장은 이런 수치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산재 신청은 높은 문턱이다. 게다가 건강을 악화시킨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는 직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다시 아플 것을 각오하고 가야 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돌아가는 것은 노동자에겐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지역 사회 만들어가기 위한 과제들

"근로복지공단도 공단이지만 사실 병원도 어려워요. 여러 번의 일을 겪으면서 의사분들이 노동자 건강권과 산업재해에 대한 이해를 높이셔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산재신청을 위해 함께 병원에 동행했어요. 그런데 담당 의사가 퇴행성이기 때문에 산재라고 보기 힘들다는 거에요. 대전지역 질병판정위원회 지침으로 퇴행성이라고 불승인을 못 내게 되어 있어요. 업무상 악화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 하죠. 그런데 병원에선 퇴행성이라고 소견서를 안 써주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문제로 여러 번 어려움이 있었죠. 병원에서 산재 노동자는 을이에요."

아픈 노동자의 문제를 함께 겪으며 깊어지는 고민도 있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이다. 이정호 부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며 지역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은 지금으로 가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실제 처벌받는 기업이 없거든요. 법제도 변화는 현실변화가 있어야 가능한데, 아무 기업도 처벌을 안 받고 있죠. 처벌받는 기업이 생겨야 법제정도 된다고 봐요. 운동과 법 제정이 만나야 해요. 실제 그런 싸움부터 하고 바꿔나가야죠. 사업주에게 안전과 보건에 관한 책임이 있어요. 이걸 실제 하도록 해야 해요. 실제 어떤 해당 사업장에 문제가 있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충분히 안 하면 정말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요. 지역에서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받고 들면서 말이죠. 그래야 바뀔 것 같아요."

이정호 부장은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것, 내가 재벌이 아니어도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죠. 앞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아질 거라고 봐요.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잖아요. 권리로서 우리가 더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 인터뷰 / 2019.12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 인터뷰 -

 

선전위원회

 

양돈조합이 설립한 도드람푸드는 육가공을 하는 업체이다. 양돈 농가인 조합원의 필요에 따라 작업량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요즘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육가공은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는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이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현장실천단이 모여서 현장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인격적 대우와 현장통제에서 벗어나고자 조합원 전원 가입으로 지회 만들어

 

도드람푸드 설립은 30여년 정도인 반면 도드람푸드지회 창립은 만 21개월이 지났다. 그 긴 침묵을 깬 무용담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담 너머에 도드람지회가 있는데 도축하는 도드람LPC사업장이 있어요. 여기서 도축해서 보내면 도드람푸드에서 가공하는데, 조합원들이 항상 도드람지회를 부러워했어요. 공공연하게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얘기만 있다가 어느 날 남성조합원이 모인 자리에서 지회를 진짜로 설립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이날 모인 15명 중 이주노동자도 있었어요. 저를 포함해 추진할 사람을 5명 추천받고 2달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안성시비정규직지회 사무실에서 교육을 받았죠. 그 후 남성조합원과 여성조합원이 각각 회식을 가장해 모여서 전원 가입서를 받았어요.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 있었죠.

 

당시 조합원 전원이 가입서를 적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이처럼 조합원을 단결시켰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사무관리직이 현장에 와서 ‘이것 못하면 칼 놓고 나가라’는 인격적 모독도 많았고, 현장구조가 사무실에서 현장을 볼 수 있는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구조예요. 말은 견학창이라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감시받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최우선으로 견학창을 차단하고, 관리자의 막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죠.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우수사원을 사무실에서 뽑았어요. 그래서 사무직한테 잘 보여야하고, 현장 주임한테 뭔가를 주면 그 대가로 편한 자리를 배정받고, 아침 8시 30분에 작업을 시작하는데 8시부터 현장에 들어가서 시키지도 않은 형광등을 닦는다든지 일을 하고 관리자의 눈에 띄면 우수사원으로 뽑히는 거예요. 그런데서 자유로워지고 조합원끼리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었죠.

조합원의 일상도 챙기고, 자존심도 지키는 노사실무협의회를 위한 노력

 

매월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포함한 노사실무협의회를 진행 중인데, 관련하여 몇 가지 보람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조합원 중 13명이 기숙사 생활하는데 작업이 늦게 끝나면 회사에서 석식을 제공하지만, 일찍 끝나면 거의 안 먹더라고요. 3개월 정도 협상과정을 거쳐 기숙사 생활하는 조합원이 석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단협 상 창립기념을 상반기에는 노조에서 야유회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회사에서 주관하기로 돼 있어요. 11월 2일이 회사 창립기념일이라서 그전에는 행사나 기념품에 대한 공지를 해왔었는데 11월 1일이 됐는데도 아무런 얘기가 없는 거예요. 단협 이행에 대한 공문을 보냈더니 경영이 어렵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야유회는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어요. 이것은 단체협상 불이행건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모여 의논을 했어요. 조합원은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런 회사 경영사정과 함께 미리 조합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측의 다짐과 사과를 요구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조합원이 하나로 뭉쳐 사측에 강경히 요구하니 결국 두 가지 모두 받을 수 있었어요.

 

돼지고기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 온도를 10°C이하로 유지하다보니 하루 종일 일하기에는 추운 환경이다. 추위는 근육을 더 긴장시키고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홍석 지회장은 전 조합원의 건강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요구는 따뜻하게 쉴 휴게공간이라고 답했다.

 

사계절을 다 추운 곳에 있다 보니 쉬는 시간만이라도 따뜻한 곳에 누워 편하게 쉬기 위해 남자 탈의실은 만들어졌으나 아직 회사 사정상 여성조합원 휴게실은 증축을 못하고 있어요. 제한적인 방법으로 방한복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것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형편이에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일터 변화 모색

 

근골격계 유해인조사를 조합원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는 오홍석 지회장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2년차 단체협약을 맺을 때 처음에는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생각했어요. 하다 보니 이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조합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산재 신청해서 불승인 된 분도 계시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나 신청과정에서 방법을 조합원에게 알리고 풀어나갔다면 더 나은 결과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 육가공을 하면서 10년 이상 근속자가 대다수이니, 작업자 손을 보면 손 관절이 대부분 휘어 있어요. 손이 무섭게 생겼다고 농담도 하지만 당사자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했고, 회사 내 설비를 우선으로 개선하는 방법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회사에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되었죠.

 

현장 조사활동으로 느끼게 된 조합원들의 마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노사 공동으로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이었겠지만, 근무시간 중 현장 조사단이 참여하는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목표 설정이 가장 부담이었어요. 처음이라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1차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자를 빨리 찾아 악화되지 않게 병원 진료를 빨리 받게 하는 것, 2차로 현장의 시설 컨베이어벨트 높이를 조정해서 작업자의 어깨부담을 줄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빨리 실행에 옮겨 작업자가 보다 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지만 조합원의 건강상태에 대한 일대일 면담조사를 직접 진행했어요. ‘노조에서 나의 건강상태를 걱정해주고 있구나.’ 조합원들이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조사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의 어렵고 아픈 점을 얘기함으로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앞으로 나의 건강을 책임져줄 수 있는 조합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신 것 같아요. 물론 저는 휴식시간, 점심시간을 할애하면서 진행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대개 뿌듯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든지 해결은 둘째고 조합원들의 속내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조합원이 좀 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뛰는 것을 지론으로 생각한다는 오 지회장이 앞으로 근골격계 유해인조사 결과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 물었다.

 

이번 개인 면담으로 조합원의 단결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어졌고, 지회 설립 이후 회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몸이 아픈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자신감은 있어요. 조합원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집행부를 믿기 때문에 저도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그가 집에서의 노조활동에 대한 지지는 어떠한지 궁금해 물었는데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마 아내는 1% 정도는 걱정이 있을 것 같고, 99%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예요. 노조 설립했다고 말했을 때도 아내는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부모형제들이 더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집회에 갔다 오면 이유도 설명해주곤 하죠.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임금협상만 하는 줄 알고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요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제 특기는 집 청소예요. 아내도 일을 하고 있고 가사노동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중에는 지회 일도 있고, 회사 일도 늦게 끝나서 아이들이 평일에는 엄마를 많이 찾는 형편이지만, 주말에는 애들 맛있는 것도 해주고, 주말 가사의 70~80%는 하는 편이에요.

 

마침 지회 사무실 탁자 위에 놓인 <일터> 잡지가 보였다. 노동보건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노동보건 현장활동과 근골격계질환 대응활동을 가장 관심 있게 본다는 오 지회장은 만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조활동이 이런 것들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자문을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의 괴리가 큰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것은 임기가 3년인데 과연 차기에는 누가 맡을지가 큰 고민이에요. 일하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도 노조 집행부가 하고 있어요. 활동시간 보장이 따로 없어서 활동시간을 게시판에 적고 활동하고 있는데 두 명의 부지회장이 고생을 많이 하죠. 첫 집행부라서 부족한 면을 보일 때도 있고, 좌충우돌하기도 하지만 조합원과 소통하다보면 차기 활동가를 찾는 큰 숙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봅니다.

 

기본에 충실한 지회장 덕분에 도드람푸드지회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도 현장 참여라는 원칙을 져버리지 않았기에 조합원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 힘이 오홍석 지회장의 확신이지 않았을까. 앞으로 펼쳐질 도드람푸드지회의 건강한 노동을 위한 투쟁과정에 <일터> 독자들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리라 믿는다.

 

[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 2019.11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8<일터>에서 충남플랜트노조의 노안활동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유증기 유출 사고가 계기였는데, 그때는 석유화학공장의 건설·정비 등에 관여하는 플랜트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주목했었다. 이번 11<일터>에서는 석유화학공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 즉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관해 다뤄보고자 한다. 다시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의 대응 과정을 돌이켜보며 석유화학단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석유화학단지에서 일상적으로 어떻게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지켜낼 수 있을지 등을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중대재해 대응, 기본에 충실히! 규정대로 제대로!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수라고 합니다. 한화토탈에서 1996년 10월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2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한화토탈 노동조합은 2014년 11월 28일에 발촉이 되었습니다. 현재 현장에는 852명의 조합원이 있고, 상집과 대의원을 포함해서 총 55명이 간부로 있습니다. 제가 한화토탈에서 맡은 업무는 생산부 중 벤젠·톨루엔, 파라자일렌을 만드는 일로, 조정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지역본부로 옮기기 전에 한화토탈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5월 중순 발생했던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었다. 그 결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이 꾸려졌고, 지난 726일 사측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 밝혀졌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SM 폭주반응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공정안전관리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SM이 다량함유 된 내용물을 전사유(殘渣油) 탱크로 이송한 한화토탈의 과실과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상황이 맞물려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대재해 대응의 기본적인 사항들만 지켰어도 피해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응해야 하는 기본수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석유화학공장 내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다음과 같이 대응해야 합니다. 첫째,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즉각 생산부와 안전팀에 대피신고를 해야 하고, 생산부와 안전팀은 공장 내 모든 노동자에게 사고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피방송을 해야 합니다. 사내 방송이든, 문자나 카톡이든 모든 채널을 통해 알려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입니다. 둘째, 생산부 직원들이 사고공정에 투입되어 사고 범위 및 정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설비를 운전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생산부의 각 조장을 긴급호출하여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 사고 위험이 없는지 점검하도록 하며, 사고가 확인된 공정에서는 확산방지를 위해 생산공정 차단 등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셋째,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화학물질은 단지 공장 내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에, 사람들의 대피와 화학물질의 확산방지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화학사고의 경우 15분 이내에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17일에는 사측에서 늑장 신고를 했으며, 근무자 대피방송 및 경보가 1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초동 대처에서 생산부 직원들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부 직원들이야말로, 사고 위험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직접 노출된다. 생산부 직원들은 신속한 사고대응 및 보호조치를 위해 안전 교육을 받는다.

 

“근무 3년 차까지 소방훈련을 받아요. 그리고 사내에 기동소방대라는 것도 운영합니다. 5개 조로 교대근무를 하고, 방연복 등 보호장비도 지급받습니다. 생산공정별로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육을 받아요. 설비별로 유증기 유출이나 폭발 등 긴급상황 대처 시나리오가 있어요. 조정실에서 작성하고 생산부에서 보관하죠. 생산부에서는 이에 근거해서 각 공정에 해당하는 현장과 조정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훈련해요. 한화토탈의 경우 공장마다 1달에 한 번씩 합니다. 공정별로는 1년에 한 번씩 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 대응 과정에서 소방서에서도 출동하지만, 해당 공정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유출되는지, 그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생산부 직원이 제일 잘 알죠. 만약 소방관이 그런 정보 없이 함부로 물을 쏘다가 사고가 더 커질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생산부 직원들의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육이 정말 중요하죠. 그리고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잘 만들어진 대응 시나리오가 있음에도 사고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그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갖춰진 규정에 따라 대응하면 되는데, 화학공장의 흐름 공정이 갖는 특성상 설비가동을 멈추게 되면 이윤손실이 나므로 이를 피하고 이윤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무리하게 설비가동을 하다가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사고예방 및 대응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공정안전관리절차 및 사고대응 시나리오를 제대로 준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현장점검과 산보위 활동, 끈기로 오기로 해나가기

 

그렇다면,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일상 활동이 이뤄지고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석유화학단지에서 벌어진 중대재해, 예컨대 불산누출이나 sm누출 등의 사고는 위험의 범위와 정도가 물론 크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평소에 설비점검 및 안전조치를 잘한다면, 중대재해 발생도 줄어들 것이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러한 일상적인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갖는 중요성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면, 안전보건 의제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토탈에서도 산보위를 하고 있어요. 제가 지역본부로 오기 전에는 노동안전부원을 맡은 부장과 차장 각각 2명에다 저까지 포함해 총 5명이었죠. 산보위에서 다를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 각 부서별로 담당 구역을 조사해서 안전보건 관련해 사업장 내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활동을 계속했어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장순회점검을 하든 산보위를 하든 형식적이지 않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과거 삼성이 공장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던 시절부터 합동현장점검은 있었지만, 사측이 안내하면 노동자들이 따라다니는 형태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었거든요.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해요.”

 

“저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감)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총괄 공장장 및 부사장과 함께 공장을 하나씩 돌았어요. 이때 공장 순회 전에 저 나름대로 준비를 해갔죠. 만약 1월에 A공장 점검이라면, 12월에 미리 가서 조합원들에게 해당 공장에서의 애로사항이나 설비 등의 문제점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취합해서 개선조치 및 개선시기 등이 담긴 안을 작성합니다. 이후 1월에 사측과 함께 점검하면서 해당 안을 가지고 지적 및 요구를 하는 거죠. 이때 노조 측 인사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사측 인원들이에요. 환경안전팀 임원,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생산부 임원과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등 총 10~12명하고 함께 가는 거죠. 아무래도 노조 측 참여인원이 적으니 불리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리 조합원들의 의견과 주요 사항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렇게 순회하면서 위반사항이나 개선사항을 지적하고, 추후 지적된 게 반영 안 되면 노동부에 신고해서 개선하라고 압박하죠. 이를 위해서 조사 자료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요.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취하는 시기도 딱 정해두고 요구해야 해요. 그래야 압박하든 협상하든 우리가 주도할 수 있죠. 만약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어려운 사항이면, 산보위로 의제화시키죠. 산보위에서 이런 의제를 정기적으로 다루면서 일상적인 예방활동을 하는 거예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공정을 통해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테스트 하는, 샘플 작업의 개선조치를 언급했다. 샘플 작업을 할 때, 벤젠이나 sm 등 화학물질과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근거리에서 증기 등에 노출된 채 샘플을 빼왔던 오픈 시스템의 문제점이 조합원들과의 면담에서 드러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화학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추출할 수 있게 하는 클로즈 시스템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이때 발굴된 의제를 산보위를 통해 협의함으로써 사업장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설비 개선에 비용과 시간이 드는 문제에 대해 노조가 사측과 면밀히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보위는 안전보건 활동을 해나가는 데 필수적인 제도였다.

 

“일상적인 점검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점검 활동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산보위를 비롯해 사측과 함께 안전보건 의제를 다루는 모든 자리에서 노조가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한화토탈의 경우에는 공정안전보고서 채택을 놓고 3달 반가량 줄다리기를 해었죠. 석유화학공장에서는 공정안전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공장을 새로 짓는다든지 일정 기준 이상의 설비를 확장한다든지 하면,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요. 이는 산보위의 심의안건입니다. 의결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정안전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서는 설비를 증축 및 신설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공정안전보고서가 생산과정 상의 안전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문서죠. 그렇기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해요. 검토할 수 있는 자료의 한계도 있고 활동시간이나 인력도 부족했지만, 이 문제를 놓고 사측과 치열하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노안활동의 중요성도 각인시켜 줄 수 있었어요. 나아가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게 좋겠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었죠.”

 

공장과 공단을 넘어 지역과 함께 하는 노안활동 만들기

 

앞서 얘기했듯이, 석유화학단지의 사고가 빈번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규모가 크고 시민안전도 위협받기 때문에, 지역차원의 대응 및 예방활동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노동조합이 뭉쳐서 서산화학물질감시학교를 만들었다. 시민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종료와 위험성, 화학물질 유출 신고 절차, 사고 발생 시 지역 차원 공동대응 등을 교육하려 한다. 시민들이 화학물질의 관리 및 사고 예방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 외에는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사업장 간 공동대응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산에선 한국노총이 있는 현대오일뱅크,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있는 KCC 대죽공장, 롯데케미칼 등에서 노안담당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있어요. 한 해 계획을 세워서, 안전보건 관련 교육을 하고 공단 내 안전보건 의제(사안 별 탄원서 제출 등)에 대해 회의도 하고, 각 사업장 내 활동(산재처리, 안전점검 활동, 공정안전보고서 검토, 작업환경측정 사업 등)도 공유합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새움터,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등이 함께하고 있어요. 지역의 여러 단위들과 함께 공동대응 체계를 마련하고자 논의 중입니다. 나아가 지역명감 제도를 활용해보려고 시도 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더 많이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눠야죠. 노안활동가 대회와 같은 자리도 소중하죠. 만나서 고민도 토로하고,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각자의 노안활동 역량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함께 노안활동의 수준이 높아져야죠. 그래야 누군가 열심히 하다 소진되는 반면 노안활동의 토대는 갖춰지지 않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9월에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공장 외부벽면과 지붕을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를 떠올리며, 지역공동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노력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 주체인 사업주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헀다. 처벌 수준은 미미하며, 안전 및 보건 조치마저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해 원청이 의무를 지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사업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지역 차원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의제를 지역 내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노안활동가들만이 해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겠죠. 우리 모두 함께 나란히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싸워갈 수 있도록 노안활동가들이 앞서고 뒤서며, 노안활동을 지역의 중요 의제로 만들어 갑시다!”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 2019.10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김미숙 대표, 권미정 상임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출근 길,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 눈을 감아본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가수 나얼의 <바람기억>이란 곡이다. 귓가를 타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 노래는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가 즐겨듣던 노래다. 이제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하는 이들이 그를 떠올리며 노래를 듣는다.

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일하다 죽었다. 그의 죽음은 도대체 노동자가 왜 일을 하다 죽어야만 하는지를 우리 사회에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싸움은 모든 노동자들의 싸움이 되었다. 그 싸움의 결과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구성되었고, 지난 8김용균은 작업지시, 업무수칙을 위반한 게 아니라 지시를 너무 충실히 지켰기 때문에 죽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규명이 되기까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의 죽음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916일 공공운수노조에서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 대표 김미숙 씨(고 김용균 어머니)와 권미정 상임활동가를 만났다.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 상임 대표(왼쪽)와 권미정 상임활동가(오른쪽)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겠다며 인터뷰 내내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권미정 상임활동가와 김미숙 대표에게 출범 준비 과정과 재단의 의미가 어떤지 물었다.

권미정 준비위 출범은 5월에 했다. 출범 이후 사업의 가닥은 몇 가지가 있다. 비정규직 철폐의 중요성은 특조위 조사결과로도 나왔다. 하청구조 자체가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측면에서 실제 노동안전문제와 비정규직 철폐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재단준비위는 두 가지 모두를 지향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안전하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일구는 재단으로 가겠다는 모토가 그래서 나온 거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외주화 되는 것도 있고, 외주화되면서 더욱 더 책임과 권한이 분리되어 위험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이런 구조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주체가 서려고 할 때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 낭독노래극을 진행했고, 지금은 북콘서트(지난 9월 24일) 준비에 바쁘다. 간담회도 열심히하고 있는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청년단체,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 등 여러 곳에 가고 있다. 우리가 요청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문만 보고도 연락을 먼저 주셔서 하고 싶다고 얘기해주시는 곳들도 있다.

김미숙 용균이가 일했던 곳을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게 만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철폐해야 하고 직접고용이 되어야 한다.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앞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계속 그럴 것이다. 산재 사고가 완전히 없어지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역할을 재단이 했으면 좋겠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개별적으로 대응하긴 쉽지 않다. 꾸준히 대책을 세워서 같이 목소리 내고 뭉쳐서 알려야 한다. 재단은 우리 사회가 이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쓰려고 한다. 연대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김미숙, 권미정 두 사람은 현재 재단준비위원회 대표와 상임활동가를 맡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투쟁의 현장 곳곳에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김미숙 용균이 사고 이후 광화문에 가서 발언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편지를 많이 받았다. 많은 분께서 자기 이야기를 빼곡히 담아 보내줬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무시를 당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 한 장, 한 장을 울면서 읽었다. 많은 분이 마음에 와닿는 편지를 써주셨다.

권미정 재단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메일로 가입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사연이 많다. 어떤 분은 본인이 일하면서 받은 수당을 보내주셨는데, 몇십 원 단위까지 보내주셨더라. 잘못 보낸 줄 알고 연락을 드렸더니 일부러 다 그대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잘 쓰이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는데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또 다른 한분은 주춧돌 기금(일시 후원)을 보내주셨는데 많이 보태고 싶지만, 본인 형편이 어려운 사연을 알려주시면서 1만 원을 보내주셨다. 그 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진상조사를 약속했고, 기나긴 싸움을 거쳐 특조위가 구성됐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하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진상조사를 거쳐 구조/고용/인권, 안전/보건/기술, -제도 개선 3개 분야에서 22가지 권고안이 제출됐다. 또 권고안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이행점검위원회설치를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김미숙 특조위 권고안 22개가 나왔다. 여전히 안전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다. 안전펜스 몇 개 설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권고안이 잘 이행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권미정 중요한 것은 이게 과연 발전소에만 해당하는 문제인가다. 2000년대 초반 이뤄진 발전소 민영화 이후 노동자의 고용구조와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명했다. 그 결과 용균이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확인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전에는 산재 사고를 보면 그 순간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전후 사정과 자초지종만 살폈다.

반면, 특조위는 역사적 과정 전반을 살폈다. 그 결과 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권고안 이행이 잘 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바꿔내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공공부문에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적용 범위를 확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해당 발전소 그리고 전 영역으로 확장될 때 조사 결과가 사회적 의미를 비로소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에도 함께하면서 모임 명칭 그대로 다시는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는 데 힘쓰고 있다. 김미숙 씨에게 다시는에함께하는이유, 또 어떤 활동을 해나갔으면 하는지 물었다.

김미숙 ‘다시는’에 있는 산재피해 가족들은 서로 말을 안 해도 아픔을 안다. 만남만으로 의지가 많이 된다. 올해 1월부터 만나게 됐는데 그때 위로 차원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나 역시 용균이 사고가 있었을 때 도대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했다. 또 이런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다시는’이 그 사람들의 손도 잡아주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함께 하면 좋겠다.

사단법인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1026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권미정 씨는 재단이 우산과같은 역할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권미정 사회에서 소외받고 약자인 수많은 노동자의 큰 우산이 되면 좋겠다. 보호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엮어내는 거 말이다. 우리는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보다는 협동이어야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고 그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라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용균재단은 투쟁하고 연대하는 조직이고, 그러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안전 문제를 함께 담아내려는 새로운 운동이라 본다. 앞으로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각자 할 수 있는 바를 조금씩 내서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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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2019.09

[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인터뷰 

 

이숙견 / 상임활동가 

 

파업 이틀 만에 극적인 노사 타협으로 통상임금 인상분 보전 대신 540명의 신규채용을 이루어낸 부산지하철 노 동조합의 타결 소식은 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사업장 중 하 나이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도 한 부산지하철이기에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소중하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동지들을 만나 지하철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안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과정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집행부와 독립적인 활동을 위한 위원회 형태로 출발

2011년부터 구성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이하 노안위)는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노안활동을 하기 위하여 시작부터 '위원회'로 만들었다. 노안활동 자체가 연속적이고 조금은 전문적이기도 하기에 다른 노동조합의 집행부처럼 노안활동가가 매번 바뀌는 방식을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은 5개 지부-승무지부, 역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 서비스지부(청소용역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속노조처럼 한 공장에 모여있거나 단일한 공정으로 되어있지 않고, 여러 개의 지부에, 지부 또한 지역별로 흩어져서 있고, 5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여러 직종으로 구성되어있는 곳입니다.

처음 노안위를 구성하였을 때, 집행부에 따라서 매번 바뀌는 노안활동가로는 활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형태로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각 지부에 1명씩 선임하여 구성하였으나, 현재는 3개 지부-승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의 노안위원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4명이 구성되어 활동 중입니다. 타임오프 문제로 타 위원회와의 활동 시간을 고려하여, 격주 4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정기적인 노안위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5개 지부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노안위원이 선임되어야 그나마 각 지부의 여러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제 현장 점검 활동 및 일상적인 노안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겠지만 현재 2개 지부가 빠진 상태라 다소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상적인 노안 활동은 전체 지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특히 조직 전환 문제로 치열한 싸움을 진행 중인 서비스지부 조합원의 여러 직업성 질환 및 산재 상담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측의 산업재해 은폐 문제에 대한 대응 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최근 사측의 산업재해보고 은폐 건에 대한 노동부 고소고발 대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전철사업소에서 조합원이 발등을 다쳤는데 개인 병가로 40일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사측이 노동부에 산재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측에 산재 발생 보고를 제기하였으나 계속 은폐하고 있기에 노동부에 고소 고발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기회에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왔던 사측의 은폐 행태를 드러내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대응을 하고 있고요. 공공기관이라 이번 산재 은폐 건에 대하여 언론 보도도 나갔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사측의 산재 은폐 근절은 물론 실제 조합원이나 지부 간부들도 산재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산재처리를 하게끔 하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는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 6번째 해이다. 2018년부터 노안위에서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추진해보고자 여러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올해 임금인상 및 신규 인원채용, 교대제변경 등 노사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파업 하루 만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540명 정규인원 충원을 약속 받았고 4조2교대 변경이 2020년 7월이 되어야 시행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 서비스지부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중요하게 남아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이 되어야 추진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신규 인원채용 및 교대제 변경, 서비스지부 조직 전환 등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하여 2020년에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를 하기로 유예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그동안 유해요인조사평가를 통하여, 보완할 부분을 논의 중에 있으며, 가능한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전체 작업자를 대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계획하고 있기에 외부 조사기관 선정을 고민 중입니다. 사측은 공개 입찰을, 노조는 노사합의로 선정할 것을 요구 중인데 아직 좁혀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신규채용 540명과 2020년까지 자연감소(퇴직)인원 170명, 기술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 300여명을 합치면 최대 4700여명의 정규인원이 될 예정이고, 서비스지부가 조직 전환이 되면 유해요인조사 대상 인원만 대략 6000명 이상이 되는 엄청난 규모가 됩니다.

3조2교대제에서 4조2교대제 변경도 내년 3~4월 중으로 시행계획을 잡았으나 승무지부의 준비 문제로 내년 7월이 되어야 변경될 예정이기에 본격적인 근골 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경에 시작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논의하고 준비해야지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지역에서 석면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등 많은 연대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이 운행된 지역이기에 과거 지하철 역사 내 석면을 많이 사용하였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공공기관이기에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역사 및 현장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노안위의 감시감독 하에 추진하였고, 그 결과 현재 대부분 석면은 제거가 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이용하지 않는 야간시간에 제거 작업을 해야 하기에 노안위원들이 교대로 밤을 새워가면서 감시·감독을 하였고, 지속적인 노안위원회의 관심과 요구로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있다.

현실에 맞는 다양한 활동과 의제로 조합원에게 다가가

"요즈음 안전사고보다 직업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지부 시설사업소 궤도지회 선로 현장의 작업자들에게 폐암, 천식, 특발성 폐섬유화증 등 폐질환이 3건이 발생하여 1건은 승인이 나고, 2건은 산재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조합원이 근속 년수가 증가하고 고령화가 되어 감에 따라 특히 폐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특히 궤도 쪽은 레일연마, 자갈 다지기 작업, 청소작업 등으로 엄청나게 많은 유해물질-유기물질, 금속, 라돈, 석면, 페놀수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집진 설비 등 작업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진노출을 100% 방지할 수 없기에 작업자들의 보호구 착용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대부분 불편하니깐 착용을 안했지만 지금은 주변 동료들이 폐암에 걸린다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보호장구도 신경을 쓰는 편이죠. 그래도 여전히 불편하니 착용하기 어렵다고 하는 조합원들이 일부 있어서 걱정입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노안위원회의 활동 이야기를 들으며 조합원에 대한 애정과 노안활동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한편에선 노안 위원들만큼 노동안전보건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집행부와 지부 간부, 조합원의 태도에 아쉬움도 토로하기도 하였다.

"현재 건강검진제도 개선을 위한 전면 검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협에 보장되는 특수검진이나 여러 검진에서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항목이 많기에 조합원에게 꼭 필요한 항목을 선정 중이며, 안전보건관리규정도 정신보건 부분을 강화해서 변경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공공기관 안전관리 가이드에 맞추어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향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도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서 잘하고 싶은데.... 사실 힘든 부분은 이러한 노안위원회의 활동과 고민을 집행부와 조합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할 노안위원이 3명밖에 없는 상황이고,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노안위에서 제기하는 문제점과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에 힘들 때도 많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특히 부산지하철은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에 힘듦이 있어도, 꾸준히 지속하겠다는 노안위원들의 다짐을 들으면서, 집행부와 조합원이 좀 더 노안활동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활동에 함께하기를 기대하면서 노안위원들의 마지막 발언 내용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정영민 노안위원 : "몸이 건강해야지 노동을 할 수 있죠. 가족이나 동료가 산재를 당하면 나머지 남은 가족과 동료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러 번 봤기때문에 나와 조합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활동합니다."

조영호 노안위원 : "25년 전 남동생이 산재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지하철 입사 후 22년 동안 잊고 있다가 노안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죽었던 남동생 일도, 입사 전 다른 회사에서 발생했던 동료의 산재 사고도 기억이 났습니다. 가장 늦게 활동을 시작한 노안위원이지만 역량강화를 위하여 스스로 노력중이며, 교육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니깐요."

이동훈 노안위원 :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시작할 때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와 조합원에게 바라는 것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노안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활동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규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 "제 동기가 전기 감전으로 사망했던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다른 이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안 활동이 힘들고 어렵다고 소문은 많이 났지만 그만두면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이기에 힘들어도 하고 있습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플랜트노조의 힘으로 현장과 지역의 안전 지키고 싶어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플랜트노조의 힘으로 현장과 지역의 안전 지키고 싶어요"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오종철 노안위원장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5월 중순 충남 서산의 한화토탈공장에서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하고,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까지 참여한 합동조사단에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이하 충남플랜트노조)도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동자 참여를 고용노동부에서 거부했지만, 충남플랜트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가 항의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노동자 참여의 보장을 요구했다. 이런 노력 끝에 특별근로감독에 플랜트노조가 추천하는 4인, 합동조사단에 한화토탈 노조원과 충남플랜트 노조원 등 2명이 참여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한 충남플랜트노조의 오종철 노안위원장을 지난 7월 24일 지부 사무실에서 만나,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조선소와 건설현장 사이 어딘가 자리한 위험들

플랜트 건설현장은 일반 건설현장과는 달리, 조선소의 풍경을 닮아있다. 커다란 유류 탱크와 복잡한 난간,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배관 등 쇳덩이들로 이뤄진 거대한 구조물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건설현장처럼 중량물을 나르고 용접하고 전선도 설치한다.

"플랜트 노조에는 8개 분회가 있어요. 비계, 기계, 배관, 제관, 보온, 여성, 계전, 탱크로 나뉩니다. 8개 분회는 현장의 담당 업무에 따라 분류된 것이죠. 예를 들어, 배관사-용접사-조공 3명이 한 팀을 이뤄 용접 작업만 해요. 비계분회는 크레인 장비를 이용해서 배관을 높은 위치에 올려주거나 위험한 곳마다 발판을 설치하는 등의 일을 하죠. 제관팀은 배관이 지나가는 곳에 서포트(받침) 를 설치해요.

여성분회는 신호수, 장비유도원 등을 맡고요. 위험작업에는 여성 한 분씩을 각 팀에 배치하거든요. 보온 분회는 배관이나 파이프가 부식되지 않게끔 조치하는 업무를 담당해요. 계전 분회는 전기 케이블, 컨트롤 박스 등 전기 설비 관련 업무를, 탱크 분회는 화학단지에 있는 각종 유류 저장 탱크를 설치 ·정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조선소나 일반 건설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시키듯, 플랜트 건설현장에서도 각종 위험작업이 한 공간 내에 혼재되어 진행된다. 그 자체로도 분진, 폭발 등의 위험이 크지만, 설비 곳곳에 묻은 기름 등으로 인한 미끄럼 사고, 높은 곳에서의 추락사고, 작업 중 낙하물에 의한 사고 등도 늘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일반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와 다른 점은 화재 사고와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잦다는 거예요. 화재 사고는 정말 빈번히 일어나요. 생산 설비를 정지시키고 정비하는 일이 플랜트 건설현장의 핵심 작업인데요. 생산이 멈추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회사에 손해가 덜 가니까, 빨리 공장을 돌려야 이 윤이 나니까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해요.

문제는 셧다운 작업(정기보수작업)을 하려면, 사전에 배관 및 기기 장치의 청소(퍼지와 드레인)를 해야 해요. 이건 안전 매뉴얼에도 명시된 아주 기초적인 사항이죠. 만약 탱크 정비라면, 탱크 오픈 전에 탱크나 배관에 있는 내용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로 세척한 후에 오픈해야 해요. 그걸 무시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작업자를 무리하게 투입해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가스가 다 빠져나가지 않았는데,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배관을 불로 절단하게 되면, 화재폭발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때론 작업계획서에 따르지 않고, 사전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작업을 임의로 판단해서 미리 시작하도록 했다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어요. 관리감독자가 원칙만 제대로 지켰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말이죠."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오종철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한화토탈 특별근로감독에 플랜트노동조합의 참여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는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외에도 석유화학단지의 건설현장인 만큼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규모나 심각성 면에서 가장 위험하다.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의 경우도 비닐벤젠이 포함된 가스여서 급성 호흡기 질환이나 차량 부식 등 대인·대물 피해가 막 심했다.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사람은 결국 해당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오종철 노안위원장은 발주처와 원청이 비상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에서도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뒤늦게 통보하거나 업체마다 사고상황 파악이 달라서 대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119가 출동해서 현장에 들어온 뒤에야 상황을 전달받은 조합원도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비상상황 대응 체계가 있더라도 대피명령과 비상사이렌, 관할 관서 보고 등을 안 하거나 하 더라도 뒤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 있는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다시 한번 밝혔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위험 외에도 대표적인 사고가 바로 질식사예요. 건설현장 질식사는 다른 현장 들에서 많이 이슈화되었잖아요. 그런데 최근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질식사 사고가 있었는데, 해당 사고를 계기로 질식사에 접근하는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흔히 맨홀이나 냉동창고 등 밀폐공간에서 질식사가 일어난 경우가 기삿거리가 되었죠. 하지만 최근 깊이 2m도 안 되고 지붕도 뚫려 있는 현장에서 황 화수소가스에 작업자가 질식사한 사례가 있었어요. 이를 놓고 볼 때, 밀폐공간의 정의와 판단기준을 더 폭넓게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현장 장악력에 바탕을 둔 노동안전보건 활동

정말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는 플랜트 건설현장이지만, 일용직 노동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고용 불안과 임금 문제로 상대적으로 안전에 관한 관심 이 낮을 수 있다. 그런데도 오종철 노안위원장이 노안 활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제가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할 당시에는 조직국에 몸담고 있었어요. 9, 10호기를 건설할 때였죠. 한 젊은 친구가 화학발전소의 열을 식히는 수로에 빠져서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 노안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먼저 달려갔었어요. 물을 빨아들이는 펌프 때문에 수로 근처는 정말 위험해요. 그런데 생명줄 하나 없이 안전펜스를 넘어서 작업하다 바닷가에 떨어져 그렇게 된 거죠. 유가족이 오열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에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조직국에서 노안위로 옮겨 활동하게 되었어요."

노안위로 자리를 옮겼지만, 처음 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충남서북부 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등 여러 노동안전보건 단체와 함께 노안활동가 교육도 받고, 점차 노안 위 구성도 확대 충원했다. 일용직 노동자가 중심인 노동조합이다 보니 다른 사업장과 달리 정기적인 노안 사업을 만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그러한 현장 특성을 반영해 플랜트 노조의 노안활동은 법 제도적으로 규정된 노안 사업의 형태가 아닌 현장에서 즉각 대응 가능한 실질적인 효력을 가진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장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위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 이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고용 및 임금 문제 등에 대처하는 여러 조직화 사업의 성과라 할 수 있죠.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다 보니,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50여 개의 하청업체들도 협의체를 구성해서, 노동조합과 단체협상을 하게 되었어요. 노안 관련한 문제들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기도 하죠.

과거에는 현장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다거나 하면, 손해배상을 맞는 등 불이익을 받았었죠. 현장 활동가를 비롯해 노동조합 전체가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이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거나 점검할 수 있는 현장이 늘고 있어요. 노사 공동안전교육과 노사 합동점검도 하고, 휴게공간·휴게시설 등도 확보 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것들을 쟁취할 수 있었던 건 각 분회에서 더는 머슴이나 부품처럼 살기 싫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잘 조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점차 중대사고도 줄고, 일상적인 사건·사고도 줄고 있어요. 여전히 조합이 활동하지 못하는 취약지점을 중심으로 위험이 만연해 있지만요. 그런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죠. 근본적인 수준에서 플랜트 건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최저낙찰제와 불법하 도급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이에 맞서는 투쟁과 함께 각종 노안 활동을 통해 현장 자체를 안전하게 바꿔나가야겠죠."

▲  충남 플랜트노조가 참여한 노사합동점검의 현장 모습이다.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를 계기로 지역 연대로 나아가다

오종철 노안위원장은 최근 안전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노안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건설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 중에 특별근로감독에 참여한 것은 충남플랜트노조가 처음이라고 한다. 중요한 선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종철 노안위윈장은 이를 출발점 삼아 플랜트 건설 현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지역 연대를 구축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이 일을 해나가기엔 노안 관련한 법률이나 제도를 아직 많이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새움터의 최진일 동지나 다른 노안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차츰 알아가고 있어요. 최근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 대응 과정에서 함께 한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의 안재범 동지나 이정호 동지 보면서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본받을 점이 많은 멋진 활동가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분들과 함께 이번 중대 재해 대응을 지역 차원의 연대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보고 싶네요. 플랜트 노조의 투쟁력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새내기' 노안활동가의 좌충우돌기 / 2019.07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새내기' 노안활동가의 좌충우돌기

 

 

 

박기형 / 상임활동가 

 

 

누군가 돈보다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우리 사업장을 안전하게 만들어보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노동안전보건활동의 벽은 높아 보인다.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위험성 평가, 작업환경측정 등 이름도 생소한 조사 사업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같은 여러 회의, 용어부터 어려운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재보상보험법 등등. 이 모두를 알아야만 노안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막막할 따름이다. 다치고 아픈 사람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 제대로 해보고 싶어도, 주변에서 지지를 받기는커녕 너도 모르는 걸 어떻게 하냐고 구박받기도 한다. 남을 설득하기 위해선 뭐라도 설명해야 하는데 나조차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골머리를 싸매다 몇 번이나 좌절하고 나면, 이젠 공상처리나 잘 해주자고, 조사는 외부 전문 업체에 맡겨서 구색만 맞추면 되지 않냐고 나를 다독이게 된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도 솔직히 노안활동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시작했어요. 노조를 만들면서 간부를 뽑는데, 얼떨결에 직책을 맡게 되었죠. 노안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업무를 해보니 할 일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몇 번 포기할까 고민 많이 했어요(웃음).”

현대위아안산지회는 2017년 11월 18일 설립된 신생 노조다. 조광옥 노안부장도 지난 1년 8개월여의 기간 동안 노안을 담당한 새내기(?) 노안활동가다. 참 시작하기 어려운 노안활동. 높아보이기만 하는 벽을 그는 어떻게 뛰어넘어보려 했을까? 지난 6월 21일 안산에서 그를 만났다.

 

현대위아아산지회 조광욱 노안부장

 

노안활동가 양성학교, 빡센(?) 교육의 힘

“노안활동이 할 일이 많긴 하죠. 그렇지만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는 건,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활동 내용 전반과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그걸 구하기가 어려운 거죠. 무슨 자료를 참고해야 할지, 인터넷에서 어떻게 찾아봐야할지 모르는 거죠. 정보만 구할 수 있어도 머리 싸매고 공부해서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대개 노안활동을 시작하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어디서 정보를 찾아야 할지 알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신생 노조라면, 조합 내에서 도움을 얻을 사람도 거의 없다. 조광옥 노안부장 또한 조합에서 본인이 노안부장을 처음 역임한 만큼, 막
막함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금속노조 노안활동가 양성학교에서 많이 달라졌죠. 머리털 나고 그런 교육은 처음 받아봤어요. 노안활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거기 가서 빡세게(?) 배웠죠. 매월 1박 2일 일정으로 6회 차 교육을 받았어요. 단체협약 체결부터 각종 조사방법들, 사고 시 대응체계까지 노안활동 전반에 대해 다뤘죠. 물론 다 소화할 순 없었죠. 자료집도 받아왔지만, 활동하면서 다시 들춰보지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활동하면서 교육 내용이 반복 학습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산보위를 열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배운 대로 노안 사업에 대해 요구하고 회사에 반박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었죠.”

2007년 금속노조가 처음으로 실시한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서 당시 조합원들은 비정규 영세지회들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선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이에 금속노조는 2008년 산별교섭을 통해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에게 월 16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각 사업장에서 노안 활동을 시작하거나 더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조광옥 노안부장의 경험은 체계적인 교육,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자동차 모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안산공장의 노동자들은 생산라인에서 장시간 서서 일한다. 이 때문에 근골격계질환이 흔히 발생한다.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고자, 조광옥 노안부장은 생산라인 변경, 휴식시간 보장 등의 조치를 검토하다, 우선 의자 놓기 사업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노안사업이 잘 이뤄지는 기존 사업장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욕심이 막 나니 조급했죠.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이었어요. 하지만 차츰 깨달았죠. 거창한 일부터 하기보다는 우리 조합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차근히 해가야 한다는 것을요. 조합원들에게 가장 급한 것부터 또는 조합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2018년 초에 산보위를 설치 및 운영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청했어요. 

그런데 회사는 계속 조합의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그러다 안전교육 미실시로 회사를 고발했고, 그걸 계기로 회사에서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해 6월쯤에 처음 산보위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의자 비치 사업을 제안했어요. 하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회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장 기초질서를 운운하거나 앉았다섰다를 반복하면 허리에 더 부담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의자를 비치하지 않았어요. 결국 지회에서 사서 놓기로 했어요. 이전에는 바닥에 박스를 깔고 쉬었거든요. 그때와 비교하면,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조합원들이 만족하고 있어요. 점차 의자 비치 늘리고 휴게실도 제대로 확보해야죠.”

 

2018년 파업 당시 집회 모습. 조합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실천은 곧 끊임없는 연습이다


이 외에도 조광옥 노안부장은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된 것, 다른 노안활동가가 알려준 것을 하나씩 실천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노안 활동에 대해 알게 되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했다가, 노동청에 욕도 먹고 사측과 다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점차 활동도 익숙해지고 자신만의 노하우도 쌓아갈 수 있었다.


“작업중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눈이 번쩍 뜨이는 거에요. 위험을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음을 깨달은 거죠. 그런데 문제는 말만 하면, 다 작업중지가 되는 줄 알았던 거예요(웃음). 노조 설립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지게차 밧데리가 노후되어 황산 냄새가 퍼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사장한테 가서 지게차 작업을 중지하겠다고 말했죠. 그걸로 사측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러저러해서 다행히 지게차 밧데리 교체를 하게 되었죠.


작업중지뿐만 아니라 1588-3088 위험상황 신고 전화도 해봤죠. 그때 전화로 별 얘기 다 들었어요. 진짜 신고 전화 받는 곳 맞나 싶었다니까요. 어느 날 야간작업하는데,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거예요. 기계설비 문제 때문이었죠. 작업자들 여럿에게 구토 증상이 나타났어요.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배운 대로 1588-3088에 전화했죠. 그런데 도로 이런  갖고 전화했냐고 퉁명스럽게 얘기하더라고요.

기분도 상하고 제대로 신고받지 않는 것 같아 항의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다 잠깐 후에 지청의 과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지금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다음날 나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에 2~3명 근로감독관이 나왔어요. 사측과 협의해서 기계설비 점검해서 기름이 누출되었을 때 조치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설비에 MSDS를 게시하기로 했죠.”


공장의 담을 넘은 노안활동가 네트워크


조광옥 노안부장은 한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며 배우고, 좌충우돌하며 배운 것을 써먹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사업장에서 노안활동가들이 고군분투하다 보니 여러모로 힘이 들 때도 많았다. 이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이 다른 노안 활동가들의 조언과 도움이었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신청을 하려고 할 때, 다른 지회의 노안활동가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자기 힘만으론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장의 담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회 노안활동가나 안산노동안전센터의 도움이 컸죠. 최근에 근골격계질환으로 조합원들이 병원에 진단받으러 갈 때, 업무관련성을 제대로 입증받기 위해서 간호사이기도 한 조합의 노안차장과 동행하도록 했어요. 진단에서부터 산재신청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노안활동가에게 배웠거든요. 노안담당자의 동행 조치도 다른 지회를 참고한 것이에요. 앞으로 건강검진기관과 보건관리자도 조합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경하고자 산보위에서 논의 중입니다. 어느 기관이 좋은지 다른 노안활동가에게 조언받아보려 해요.”


이렇게 노안활동의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이 중요하다. 누군가 벽에 부딪혔을 때, 함께 벽을 무너뜨리거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조광옥 노안 부장은 금속노조 노안활동가 양성학교에서 배운 지식만큼 값진 것은 바로 노안활동가 간의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노안활동가들끼리 모인 SNS 소통창구에서 여러 사업장의 노안활동 소식 및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 평가를 예로 들면, 각 사업장의 결과보고서나 조사 준비 과정에 대해 공유함으로써, 신생 사업장에서도 위험성 평가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안활동, 어렵지 않아요~~


“사업장의 담을 넘어서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울 수 있다면, 노안활동의 벽이 많이 낮아질 것 같아요. 건강과 생명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나중에는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저의 경험을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동료의 죽음을 안고 시작한 노안 활동 / 2019.06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동료의 죽음을 안고 시작한 노안 활동 

 

 

나래 / 상임활동가 

 

격동의시기였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열기 속에서 탄생한 금속노조 SJM지회는 이현옥 노안위원에게 노동운동의 시작이자 마침표가 될 곳이기도 하다. 그 역시 근무를 시작한 20대 시절엔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회사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결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 생각으로 시작한 활동이 조직부장, 체육부장, 부지회장을 거쳐 가장 최근엔 노동안전부장을 4년간 역임했다. 그에게 노안활동의 의미를 물으니 "가장 힘들었고,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SJM지회는 2012년 용역업체를 동원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던 노조파괴 사업장이기도 했다. 이 투쟁을 계기로 노조는 공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과 함께 살기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현옥 노안위원 역시 안산노동안전센터 운영위원, 마을 협동조합 마실의 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에 그를 직접 만나 공장 담벼락을 넘어선 노안활동의 고민을 들어봤다.
 



 후배의 죽음과 본인의 아픔으로 시작한 노안활동

"제가 활동하게 된 계기요? 투쟁하신 분들이 가열찬 투쟁 열기만으로 활동했던 건 아니고, 살펴보면 가족, 친지, 그 분들을 도왔던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함께 했던 것도 있어요. 저 역시도 노동조합 활동을 옆에서 보면서 저 활동이 정말 필요하고 정당한 활동이라고 생각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겁니다. 일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죠."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두 곳에 있는 SJM은 각각 자동차 벨로우 생산과 발전소, 조선소 등에 들어가는 플랜트 사업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장시간노동 철폐, 심야노동 철폐를 위해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 주40시간 노동 쟁취 투쟁 활동에 집중했다. 그 활동 가운데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저에겐 두 가지 계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종엽이란 후배 때문이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이 없을 때, 노동조합도 노안활동보다 조직화 문제에 관심이 많을 때 그 친구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아주 아팠어요. 저희가 플랜트 용접 일을 하다 보니깐요. 산재 신청을 하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고.. 그게 반복됐죠. 그러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아픈 동료에 대해 따뜻한 마음으로 잘 위로해주질 못했어요. 관리자나 주변 동료들이요. 그 친구가 얼마나 아팠는지 몰랐으니깐요. 기억나는 게 종엽이가 날 좋을 때 공장 담벼락에 앉아서 혼자 있는걸 보고 가끔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했었어요. 그러다 얼마 뒤 그 친구가 자살했어요. 노조에서 함께 산재 투쟁을 벌였고요. 결국 산재로 인정이 됐죠. 그 계기로 노동조합도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눈을 뜨게 됐어요."

"두 번째는 저의 산재 경험 때문이에요. 8년 전쯤에 일을 하다가 다쳤어요. 위험했죠. 큰 쇳덩어리가 넘어져서 저를 쳤는데, 쇠붙이에 머리를 부딪혔는데 이마가 오픈됐죠. 인생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치료가 잘 됐죠. 저 역시 산재를 당하고 보니 노동안전보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2004년 11월 5일, 31세의 젊은 나이로 자살한 여종엽씨는 10년 넘게 조립작업을 해오다가 2001년 목과 어깨에 근골격계 질환을 얻어 산재 요양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통증이 재발했고, 2003년까지 산재와 공상 치료 그리고 복귀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4년 4월엔 허리에 근골격계 질환까지 얻게 됐다. 허리치료를 위해 산재 요양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승인 여부를 계속 미뤘고, 그 과정에서 고인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우울증까지 발생해 정신적 건강마저 크게 훼손됐다. 산재로 인한 고통을 멈추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 그의 죽음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고 큰 충격과 아픔을 준 사건이기도 했다. 이후 노동조합은 노동강도, 근골격계질환 등 다양한 의제로 노안활동을 벌여나갔다.

"근속이 오래되다 보니까 제가 노안부장 포함해서 노안활동만 10여년 가까이 했는데, 사실 우리 사업장 100%가 근골 질환자들이에요. 치료 안받아본 사람이 없고 공상, 산재를 안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 아파요. 그래서 종엽이가 많이 아팠던 거고 그 친구가 가고 나서 현장 개선 사업에 집중했죠.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도 하기 시작했고요. 증상이 있으면 동행 진료해서 진단이 나오거나 증상이 있으면 근무 중 치료를 하거나 휴업 치료를 받게 하거나 단계별로 면담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상 없는 일터의 중요성

이현옥 노안위원에게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물었다.

"제가 노안부장을 하면서 가장 문제의식을 느낀 건 '공상' 문제였어요. SJM이 공상 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 있었냐면 무조건 증상 있어서 요구하면 진료를 통해 휴업치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아파서 일 못 하겠다고 얘기하면 2~3주 휴업을 했죠. 급여도 120%까지 줬고요. 사실 그땐 급여가 아주 낮았기 때문에 처리해준 것도 있죠. 그러다 보니 치료를 많이 받기는 하는데 도리어 환자가 늘어난 거에요. 우리 입장에선 아이러니했죠. 그러면서 공상이란 제도가 정말 우리한테 좋은 것인가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는 산재 은폐 문제였죠. 그래서 공상을 줄여야겠다고 판단해 노조 임원들과 상의했어요. 공상 문제를 짚어야 한다, 왜냐면 이 제도를 그대로 두면 회사도 노동조합 탄압의 구실로 삼겠다 싶더라고요. 노동력 상실 문제는 자본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2012년에 직장폐쇄가 있었다고 봐요. 직장폐쇄 전 압박이 많았거든요. 회사가 우리에게 했던 말이 환자가 너무 많다, 1년에 의료비로 5억 이상이 든다, 근로 손실수가 어마어마하다고 했거든요."

"직장폐쇄 투쟁 승리하고 나서 노안부장이 됐어요. 그 뒤에 임원들과 본격 논의를 시작해서 현장에서 공상을 없애고 산재로 집중하자고 했어요.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셌죠. 그 좋은 제도를 왜 없애냐고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문제를 더 크게 봐야 했죠. 단순한 공상 문제가 아니었어요. 산재은폐로 인한 사업장 개선 문제, 공상은 나가지만 재발 방지가 안 되는 문제 같은 거요. 그래서 금속노조 노안실에 문의를 해봤어요. 금속 사업장 중에 산재하는 곳이 있냐고 하니 금호타이어, 유성 정도를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에 계획을 세워 재해가 발생하면 공상이 아닌 산재로 처리한다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합의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온거죠. 그땐 잠을 못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다행히 잘 버텨온 것 같습니다."

그는 획기적 변화가 단번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 조합원 마음속에 각인되면서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시 일을 회상했다. 어려움이 많은 현실 속에서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했다.

"노동안전은 권리라고 하죠. 생산의 도구로 활용되어선 안돼요. 그렇기 때문에 알권리 사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왜 문제가 되고,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모두가 알아야 하는 거죠. 노동자가 시민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장이란 담벼락을 넘어서 시민과 아직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문제를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봐요. 사실 공장 담벼락 안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거든요. 노동안전보건운동을 노동조합만 있는 곳에서 할 건 아니잖아요?"


 2012년 직장폐쇄 투쟁을 경험하며 이현옥 노안위원은 연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다보니 SJM이라는 일터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더 확장된 운동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속에서 2년 전 안산노동안전센터가 설립됐다. 설립 과정에 누구보다 애정과 힘을 쏟은 그였다.

"거창할 게 없어요. 미조직 노동자, 노동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산재 받을 권리, 알권리 등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거리 상담, 산재 접수, 직접 방문해서 면담도 하고요. 소책자도 만들어서 홍보도 했죠. 지금 그 정도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SJM 직장폐쇄를 당하고 나서 탄압을 이길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힘은 사회적 연대의 힘이었어요. 단사의 힘으로 버티긴 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거에요. 그래서 사회연대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게 안산노동안전센터의 탄생 계기에요. 조합원들이 기부금을 모아주기도 했죠. 저희 사업장뿐 아니라 안산지역의 금속노조 사업장, 화섬 사업장도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았습니다."

실제 SJM이 위치한 반월시화공단은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이다. 그러다보니 아주 열악한 사업장이 많다. 각 사업장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본인들의 점심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공단 중식 선전전을 통해 여러 노동조합의 보안부장들이 권리수첩도 배포하고, 직접 만나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안을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을 챙기고 그들과 같이 만들지 않으면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일터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을 만든다 / 2019.05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일터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을 만든다

 

 

지안 / 상임활동가

 

<일터>는 10년 전에도 조성애 국장을 모시고 노안사업의 중요한 이슈들을 들어보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성은 그가 가장 강조하는 노안운동의 핵심이었다. 한편에서 지난 10년간 비정규직이 만연해지고 '위험의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일터의 위험이 가장 약한 고리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다양한 직업도 등장했다. 따라서 우리가 투쟁해야할 노동 문제 역시 다양해졌다는 점도 새롭게 주목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운수노조는 학교, 병원, 지하철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공존하고 있는 현장의 노안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8일 노안사업 담당자인 조성애 정책기획국장과 함께 공공부문의 이슈와 더불어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분리될 수 없다

"안녕하세요.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조성애입니다. 노동안전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직책이 정책국장인데요. 아직 노안국장이 없어요. 작년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 선임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조 차원에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로는 현장에서 사고 이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세 번째로 공공운수노조라는 측면에서 공공부문이라는 특수한 지점이 있어요. 일반 사업장과 다르게 공공부문의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이 연결을 확장시킬 수 있는 노동자의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너무 당연하게도 노동자는 시민이며 시민인 노동자는 노동을 한다. 이 두 가지 영역을 분리해서 생각할 때 일터의 안전은 일터만의, 노동자 개인만의 문제가 된다. 반대로 우리의 모든 일상적 공간은 누군가의 일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터의 안전은 그 일터를 이용하고, 생산물을 소비하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일터의 노동안전은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예를 들어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죠. 지하철의 경우 스크린도어가 생기면서 역사는 깨끗하게 관리되더라도 터널 안의 공기 질이 더 심각해졌어요. 특히 지하철의 레일과 바퀴는 모두 쇠기 때문에 이것이 마모되면서 내부에서도 미세먼지가 많이 생겨요. 우선 환기와 청소를 잘 해야 하는 데 그게 어렵죠. 당연히 터널 내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기관지가 좋을 수 없고 각종 폐질환 및 폐암의 위험도 높아요. 지하철 노동자들의 폐질환 산재가 다른 직종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1.8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것이 지하철 노동자만의 문제일까요? 지하철 문이 여닫히는 순간 먼지 냄새가 콱 나는 걸 누구나 느껴보았을 거예요. 당연히 터널 내 유해물질들이 객실 안으로도 유입이 되겠죠. 만약 지하철노동자들의 폐질환 산재율을 보고 터널이라는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면 시민들도 더 안전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한편에서 공공운수노조에는 다양한 공공부문현장들이 소속되어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현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각도로 노안문제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공장에 만연한 근골질환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상황에서 새롭게 다뤄져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과 감정노동 같이 비교적 새로운 이슈들이 현장의 주요한 현안으로 등장한다.

"학교는 일자리 형태, 직종으로 구별하면 100여 개의 서로 다른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현장이에요. 또 이와 아주 다른 현장인 병원도 있고요. 또 화물노동자와 같이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사안에 집중해서 사업을 꾸릴 수 없어요. 현장의 성격에 따라서 주요한 노안사업도 달라지는데 어떤 현장은 감정노동 문제가 더 중요하다면 어떤 현장은 근골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식이죠. 공통적으로는 사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문제고, 두 번째는 법 적용 문제가 핵심적입니다. 교육공무직 같은 경우는 산안법 전면적용을 받지 못했는데 투쟁의 결과로 급식실은 법적용을 받게 되었어요. 현재 산보위 구성이 진행 중이죠. 한편 영화산업노조, 버스노조처럼 노동시간 특례업종인 곳은 노동시간 규제 적용을 받게 하는 투쟁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도 했죠. 이처럼 매우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해요."

 

공공운수노조 건물 1층 카페에서 조성애 국장이 책 <빵과 장미>를 들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조성애 국장은 10년 전 인터뷰에서 모든 노동자가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법적용에서 노동자 사이의 위계와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짚으면서 산재법 적용을 가장 중요한 노안활동의 구호로 꼽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어떤 변화가 만들어졌을까.

"별로 진척된 것이 없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특수고용노동자를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물론 약간의 범위확장은 있어왔지만 몇 가지 직종으로 산재법 적용 확대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 권리 측면에서 산재법뿐만 아니라 산안법 전면적용이 되어야 해요."

 어떤 법이든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법안이 마련되는 기본적인 바탕일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없고, 더 영세한 현장의 노동자들이 법적용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는 위험이 더 취약한 곳으로 전가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 문제는 노안운동을 넘어서서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제안하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번 산안법 개정에서 근로자라는 기존의 표현을 '노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변경하였으나 이것 역시 '노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노동조합이 참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미조직 사업장 문제예요. 그나마 조직이 있으면 최소한의 안전과 법적 기준을 지켜요. 지금은 이 이상 눈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의 방안은 우리 공장 안에 있는 하청업체들,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원청이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를 주장할 수 있는 가까운 예시로 태안화력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싶어도 그 기계는 원청 소유잖아요. 하청업체는 사고가 나거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업체로 전환되는 거고요. 그럼 또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오고 개선이 없는 똑같은 기계에서 일하다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원청 노동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물론 원청도 하청도 없고 영세사업장인 경우에는 더 열악한 상황이죠. 이 부분을 조직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더 고민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공부문의 일자리의 질은 어떨까. 갈수록 일자리를 최소화하고 쪼개기 때문에 단시간 일자리들이 늘고 있고 정규 인원 자체를 감축하려는 시도도 있다.

"학교 급식실에 2시간 45분 노동하는 노동자가 있어요. 하루 3시간씩 일하면 주 당 15시간이라 4대 보험, 주휴수당 등 법적 조치가 되어야 하니 생긴 형태죠. 식당에서 점심시간에만 쓰는 아르바이트처럼 배식 시간에만 배치하는 거예요. 공공기관에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이런 일자리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일자리의 질은 안전문제와 연관돼요. 사고 예방은 기본적으로 인력을 늘림으로써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교사를 생각해봅시다. 아이의 부모가 출근하면서 아이를 등원시킨다면 이 아이를 등원버스에 태우는 어린이집 교사의 출근시간은 어떨까요? 이들은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교사 당 돌봐야하는 아이 수가 너무 많아요. 어린이집 교사의 '학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걸 교사 개인의 일탈이나 인성의 문제로 봐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문제를 야기하는 노동조건을 바꿔야 합니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다

"전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근기법이 만들어질 때 노동시간은 주 48시간이었어요. 이 48시간이라는 기준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 미국과 영국의 하루 주 6일 8시간 노동제에서 온 거죠. 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40시간으로 단축되는 과정이 노동운동이 투쟁해온 역사입니다.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온 거죠. 이 쟁취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면서 흘린 핏 값으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퇴할 수 없어요."

 이런 점에서 탄력근로제는 시대의 역행이다. 앞서 초단시간 노동자의 사례를 보았듯이 탄력적으로 시간을 조절하는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이며, 이런 식의 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노동자는 스스로의 노동시간 통제력을 지금보다 잃을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통해서 노동시간이 길어진다면 위험의 영향은 일터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확장될 거예요. 조건상 표준적인 노동시간으로 운영될 수 없는 특수한 업무들이 있어요. 병원, 항공, 철도 등이 대표적이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총 노동 시간을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배치하고 그들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해요. 내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버스 운전자라면,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 전체에게 위험이 되죠. 그런 점에서 노동시간 문제는 단순히 현장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노동자에게 자기 권리가 있을 때 안전한 일터를 넘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어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실질적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 2019.0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실질적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서울교통공사노조 한창운 노동안전국장 인터뷰

 

 

 

 

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3월 19일 한창운 노안국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노조가 있는 차량기지를 방문했다. 이날의 인터뷰는 매우 다채로웠다. 노안활동가와 조직들의 연대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노안활동이 법적인 경계를 아울러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미조직, 영세사업장의 노안문제를 위해 상위 노조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여러 가지 층위에서 노안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한창운입니다. 현장에서는 기술파트의 신호를 담당하고 있어요. 지난 2017년 5월 서울지하철이 통합되었는데요. 노조의 통합은 18년 2월 14일에 있었습니다. 통합 전에는 1~4호선의 노동안전부장을 했었습니다. 줄곧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온 셈입니다."

- 기술파트 신호 담당이란 어떤 업무인가요?


"자동차도 신호가 있잖아요. 열차는 자동신호이긴 한데, 그게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역, 열차, 그리고 양자를 이어주는 총 세 가지의 설비가 있어요. 신호설비가 자동으로도 되지만 안전 간격을 유지하면서 열차가 오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예전에는 손으로 깃발을 들어 신호를 보내는 일이었죠. 사람 힘으로 선로를 바꾸던 업무가 요새는 프로그램화가 되어 전자적으로 움직입니다. 즉 여러 열차가 신호를 토대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입니다."

 

- 어떻게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노안활동을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지회장도 하고, 대의원 현장 간부도 하다가, 선배 활동가의 권유로 근골격계 실행위원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산관) 활동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직종별로 명산관이 있어요. 저는 기술 파트이니 기술 담당 명산관 활동을 했습니다. 2016년도부터 서울지하철 1~4호선 노안부장을 하게 되어 현재의 활동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 근골 실행위를 통해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2004년에 처음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했어요. 근골 사업 이후에 근골 예방 활동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서 사측과 합의해 '근골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 안에는 근골 실행위원이 월 16시간 활동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었어요. 이 조항에 따라서 유해요인조사에 따른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조사 결과에 따른 단기, 중기, 장기 계획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현장 점검을 하는 거죠. 노동조합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사용자 측도 불러서 함께 입회 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근골격계 실행위원의 담당입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법적으로는 3년에 한 번 씩 조사를 하게 되어있어요. 그렇지만 조사를 한다는 것이 활동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해요. 만약에 노조 집행부가 사용자 측과 친화적인 어용노조라면, 사용자 측과 자체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형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때가 있죠. 그래서 조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더라도 좋은 기관에 의뢰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죠.

보통은 노조, 사용자 측, 연구용역 기관 세 주체가 같이 90일에서 150일 정도 조사를 합니다. 2020년에는 모든 호선을 통합해서 진행하려고 해요. 조사한 지 3년이 안 된 셈이지만 통합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2년만인 내년도에 조사를 실행할 예정입니다."
 

- 최근에 무인운전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무인운전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요. 1인승무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응이 필요한 일일 것 같아요.


"무인운전은 사용자 측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를 해왔던 사업 이에요. 먼저 무인운전은 안전문제와 직결됩니다. 열차가 안전하지 않다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탑승한 승객들 전부가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런 점에서 무인운전 시스템이 정말 100%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무인운전은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입니다.

인력감축 문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무인운전뿐만 아니라 1인 승무제 자체의 문제가 있습니다. 차장과 승무원, 이렇게 2인제로 운영되던 것이 두 가지 역할을 1명이 맡게 되면서 업무가 과중해지기 때문에 안전에도 당연히 구멍이 뚫립니다. 예를 들어 2002년 대구지하철 참사도 1인 승무제를 도입한 후 발생한 사고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기록에도 나와 있지만 2인 승무만 되었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거예요. 노조의 기조는 2인 1조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2인 승무제이고 5~8호선은 1인 승무제입니다. 물론 1~4호선이 10량으로 5~8호선보다 2량이 더 많은 것도 있지만 5~8호선은 나중에 만들어진 호선이니 자동 운전 시스템이 되어있어요. 여기서 사용자 측은 자동운전도 아니고 무인으로 운영을 하고 싶은 거죠. 작년에 노조가 싸워서 무인운전 도입은 안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무인운전시스템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자고 한 상황입니다."

-산보위 활동을 오래 해오셨는데, 새로 산보위 구성하려는 사업장에 조언을 해준다면요?


"당연히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을 거예요. 분기마다 실행해야 하는 사업들이 있고, 그것과 별도로 해당 시기에 현장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산보위 활동이란 항상 전략·전술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산보위 활동을 잘 하고 있는 노조를 방문해서 직접 참관을 해보는 거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어요. 최근 산보위를 구성하게 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너무 도움을 주고 싶어요.

사실 학교뿐만 아니라 조리원들의 작업환경이나 처우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근골 사업만 제대로 해도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서 인원충원까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다른 곳들 역시 직종과 개별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서 그 특성이 있으니 산보위 구성은 정말 절실한 문제일 거예요. 관련해서 자문이나 도움 요청이 온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만큼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되, 그 이후의 어떤 예방책들을 만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관리·감독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한창운 활동가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은 어떤 사업이든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노안활동은 노조가 사업과 활동에 얼만큼 개입하고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문제제기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산안법은 현장에서의 웬만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채널로써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나 사업장의 모든 안전은 산보위에 달려있다고 봐야죠. 물론 산보위 역시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요. 법에 아무리 보장되어있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려면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노조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산보위가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요. 의결 사항들도 법적으로, 형식적으로만 넘어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있는 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나와 있는 것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 조사만 하려고 해도 활동가 조직이라든지, 교육이라든지, 부수적인 활동과 사업이 필요해요. 특히 노안 사업을 할 때 현장에서는 귀찮아하는 것도 있긴 있어요. 이럴 경우에 충분히 사업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야 해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또 '왜 하냐, 해봤자 바뀌지도 않는데'라는 의견들도 생겨요. 이런 의견은 노조가 설득해서 돌려야 할 우리의 몫이죠."

- 말씀하신대로 실질적으로 노안활동이 현장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의지가 있고 마음이 있는 활동가들이 중요합니다. 경험도 있어야 하고요. 경험과 더불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지금은 예전 같지 않게 사용자 측도 안전관리자나 전문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법리싸움이 치열합니다. 거기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아까 말한 것처럼 한 50%만 진행해놓고 이건 사업 진행한 거다, 라고 사측이 주장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노조가 나서서 싸워야겠죠. 그래서 공부와 투쟁이 동시에 필요한 일입니다. 지식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투쟁해야 승산이 있을 거예요.

두 번째로는 어떤 법 조항에 근거해서나 어떤 담론의 결과물을 넘어서, 그 해당 사업장의 직접적인 활동을 통해서 사업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안활동이 당연히 법을 넘어서는 지점도 있어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법적 지식도 갖추면서 각 사업장에 맞는 활동을 통해 개선을 해야 한다고 봐요."

- 노안활동가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노안활동가끼리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조, 노안 단체, 노안 활동가, 기관 등이 정보도 교류하고 연대하는 것이 있어야 해요. 힘든 사업장이 있으면 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해야 서로 발전이 생겨요. 뛰어나게 잘하는 사업장이 있거든요. 그런 사업장에서 처음 노안활동 시작하는 곳이나 힘든 사업장에 가서 도와주고 조언만 해줘도 엄청나게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노동안전보건 영역은 활동가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분야예요. 그만큼 할 게 많다는 얘기기도 하고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네트워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활동가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서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담당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노동안전문제는 노사가 없는 문제라고 흔히 말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영세사업장 같은 경우에 당연히 노조가 없을 확률이 높고 작업 환경도 더 열악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장에서 열악한 노안 문제를 제기하려면, 다시 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인 노조가 없다는 모순이 있어요. 저는 이 문제를 더 상위 조직, 더 체계 잡힌 노조가 있는 단위에서 나서서 같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노안활동가로서 가장 주요하게 고민하는 지점이고 그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싶습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 2019.0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 상임활동가





겨울의 끝자락이던 2월 19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 본부 경기지부를 대상으로 예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교육이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한 분이 나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중심적 구실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이었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 안재범 노안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경험과 현장 중심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시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의 만남


"저는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은 충남 아산 에 위치한 회사로, 차량용 에어콘이나 차량용 공조 등을 만드는 전문 업체입니다. 만도 기계로 시작해 4번 정도 매각돼 지금의 갑을오토텍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해온 사업장입니다."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활동의 중심에 놓고 활동해왔다. 다른 문제에 비해 특별히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에 관심이 갔다.


"1994년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울산에서 일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에 다닌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갑을오토텍에 가게 됐죠. 그런데 같이 일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안 들리신다'는 거예요. 힘들어하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해당 부서의 근무 현장 소음이 심했다는 걸 떠올렸어요. 수소문해 본 결과 소음성 난청과 관련한 직업성 질환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해당 부서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직업성 질환 관련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활동들을 접하게 되었죠. 당시엔 노동조합이 있어도 안전보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반이 없었어요. 이 계기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계속 소통하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갑을오토텍 투쟁에서의 값진 경험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노동안전보건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갑을오토텍 투쟁을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노동자 조직화에서 노동안전보건이 갖는 중요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임금 단체협상의 시기가 되면, 현장 조직화를 할 때 무엇을 매개로 해서 조합원들의 단결을 끌어낼 것인지 고민이 크죠. 이건 조직사업장이든 미조직사업장이든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최저임금 위반 등으로 조직화를 하는데, 그 이후로 지속해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큰 문제에요.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들을 결집할 연결고리를 못 찾는 거죠."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에서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특수 검진,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갑을오토텍지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 문제들에 관해 토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2015년 노조파괴가 있기 전 갑을오토텍지회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했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두원정공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 사업을 시행해서 모범사례를 만들었죠. 이걸 참고해서 우리도 따라 해보기로 한 거예요. 노동자들이 안건 보건 활동의 주체가 되어 사업장의 생산량,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죠. 


특히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정착시킨 이후 노동조합 조직화와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연계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하게 되었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두 가지, 즉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와 위험성 평가 사업을 시행했어요. 그 활동이 계기가 되어서 노동 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했고, 이를 통해 분임조가 결성될 수 있었죠. 그 기반이 2015년 노조파괴에 대항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동력이 되었던 거죠. 


노동안전보건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분임조가 노조파괴 대응할 때 큰 역할을 했어요. 파업 지침을 내릴 때,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수 있었죠. 이전에는 노조가 조합원들을 모아서 교육을 하고, 위에서 아래로 지침을 내려서 무엇을 할지 통제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거나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분임조 활동에 익숙해진 조합원들이 어느 팀은 공장을 지키고, 다른 팀은 경찰서나 법원에 항의 방문과 피케팅을 하는 등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갔어요. 


노조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지 않더라도 스스로 조직하고 대응이 되더라고요. 장기간 투쟁을 이어가도 이탈하지 않고 단결력을 유지할 수도 있었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쌓아 올린 조직 내 경험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수성이 노조파괴 대응 과정에서 실제로 조합원 각자의 역량으로 발휘되는 것을 확인한 거죠. 이는 파업 중에 특수검진, 특별안전교육 등의 문제를 제기하여 작업 중지를 끌어내고 사측의 방해를 막아내고 현장 통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의 경험에도, 이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갈 때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어보았다.


"제가 갑을오토텍 투쟁 이후로 노안 활동가로 부딪힌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째는 지역이나 현장에서 노동 안전보건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데, 거기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활동을 확장해나갈 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거죠. 지역이나 현장의 노안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는 점이 제일 큰 고민이에요. 사고 대처, 산재 보상, 산보위(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명산관(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강화, 각종 작업장 환경 조사 등 노동 안전보건 활동이 확장되어야 하는데, 산별에서는 노안 담당자나 예산이 부족해요. 물리적으로 힘든 거죠. 


다행히 노안위원장으로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안 활동가를 조직해가고 있어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확장이 필요해요. 안전보건 교육이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지역과 현장의 동지들을 확실한 노안 담당자로 키워내는 일에 한계가 있어요. 노안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지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작업장 위험을 줄여나갈 방향을 모색하기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작업장 위험을 실제로 줄여 나가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 은폐를 둘러싼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은 안전보건 문제를 다루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 악순환을 해결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선 노안 문제를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안 문제를 달리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산업재해 등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가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죠. 위험물질의 경우 노안 사업을 통해 발암물질을 제거해나가면 사측은 발암물질 없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라는 평판을,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얻을 수 있죠. 그러므로 회사가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조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봐요. 


회사는 안전보건 문제가 일터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고 있어요. 물론 산재 은폐라는 악순환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오히려 꼬인 매듭을 풀고 나면 일이 쉬워진다고 생각해요. 작업장 내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하나씩 하면, 회사도 아는 거죠. 노조가 안전보건에 대해 요구하는 것들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왜냐하면 산재를 은폐하려고 공상 처리하는 것도 회사엔 재정적 부담이거든요. 각종 산재로 인한 재정상의 손실이 큰 거죠. 회사도 처음부터 이걸 해결하려고 나서진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직업병 신청을 하도록 내버려 두면, 이를 악용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고 드는 게 아닐까 우려하죠. 


또 산재가 인정되어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는 등 관리·감독이 심해지거나 과태료를 물게 되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까 봐 걱정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안전 보건 조치를 사전에 제대로 해서 산재 발생을 줄여나가면, 처벌되거나 공상 처리하는 비용에 비해 작업장 개선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면 이제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동자들과 협력해서 작업장의 위험들을 줄이려고 해요. 안전보건 조치를 시행하는 초기에는 회사의 부담이 크지만,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깨닫는 거죠. 산재 건수도 줄고, 협상 경험이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등 안전보건 활동 전반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산재를 둘러싸고 서로 갈등을 빚거나 산재가 은폐되어서 작업장 내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등의 악순환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중대재해에 맞서 작업 중지권을 요구하기 위한 노력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작업 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도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조는 '파업'을 중심으로 대응했어요. 그러나 사측의 강한 반발로 파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 제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채 손해배상과 처벌을 받게 되어 노조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문제를 낳기도 했어요. 


2017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 지침서를 만들었지만, 지침서는 문서로만 있을 뿐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은 거의 없어요. 사고 조사, 결과 보고, 이행 조치 등 전체 과정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었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만 하고 진상조사와 사후 조치가 끝나버리기 때문이었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당장 멈춰 상황실'을 만들었어요. 해당 지침서를 실제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대응 설명서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현장에서 투쟁하기 시작했죠."



남은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들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노안 활동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장성'이라고 강조했다. 법 제도를 작업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저는 중대재해 대응이나 안전보건 조치와 관련해서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 국가기관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의 역량 부족도 솔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봐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작업 중지권이 명시가 되었죠.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기 위해서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 제도와 관련한 투쟁도 중요해요. 그렇지만 현장에서 법 제도에 명시된 작업 중지권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에요. 작업장 일상 속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있는 법 제도도 잘 안 지켜지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잖아요. 그러므로 법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실효성 있게 발휘될 수 있으려면 현장에서의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해요.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서 경험 많은 활동가들이 부족해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게 되죠. 이때 현장에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하나는 '겁이 난다'는 거예요. 준비도 안 되어 있고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하고 두렵죠. 다른 하나는 투쟁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파업과 달리, 작업중지는 투쟁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힘들다는 반응이에요. 얼마나 지속할 지 모르니 작업 중지 해제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갈등 상황에 쉽게 빠질 수 있어요. 오히려 미조직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와 사업주가 주도하니까 노동자들 처지에서는 행정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되죠. 그러니까 더 마음 편하게 작업 중지를 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들을 마주해보니 산안법 개정을 통해 작업 중지권이 제도화되었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현장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노안 활동에 결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현장성을 더 강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명산관과 산보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법 제도를 개선하고,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나 위험성 평가 등을 더욱 전문성 있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이에 필요한 연구사업을 진행해나가야죠. 하지만 그와 함께 현장과의 밀착성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조사 사업에 필요한 시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면서 구체적인 사안들에 결합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지역과 현장에서 교육을 통해 서로 경험을 나누고,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해봅시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전국금속노조 경지지부 김성학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 2019.02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전국금속노조 경지지부 김성학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선전위원 경희

 

먹을거리를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나, 작년 평가와 올해 사업계획으로 일정이 빠듯하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실에서 지난 130일에 뵙게 되었다.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금속노조의 활력

 

먼저 지난해 사업 중 기억에 남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봤다.

 

노동안전보건사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지난해 노동조합이 꽤 많이 건설되었어요. 경기지역만 해도 1,200명 정도가 조직되었거든요. 현장의 노동자가 이제는 편하게 노조 만들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일정하게 형성되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희망에 찬 기대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작년에 10여 개 노조를 만들고 있는데 대부분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천여 명 정도 조직되었어요.

 

스화성, 스평택, 현대아노조 등 조그만 노조조차도 비정규직이 많고, 지금은 전체 지부 인원 중 1/3 가까운 인원이 비정규직입니다. 굉장히 젊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업이 좀 활기차졌다고 할까요. 훨씬 많은 동지가 사업에 결합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좋은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는 노동보건 일상 활동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이 진행 중인데 보다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었다면 노동안전보건 과제도 많아질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했다.

 

정규직도 집행부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노동안전보건활동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조도 규모가 큰 곳은 600명 정도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적게 2, 많게는 7~8개 업체로 나누어져 라인별로, 교대제별로 세분된 구조예요. 하나의 노조로 조직했지만, 여전히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융화하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그래서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서 교육이나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활동가를 키워 내거나 현장을 세세하게 챙기지 못하는 빈 지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례로, 매년 위험성평가를 해야 한다고 간부에게 교육하지만, 이 동지들이 현장에 가면 혼자 할 수 없어서 부담스러워 하거나 사용자가 하도록 내버려 두게 돼요. 그동안 노동안전보건부를 하면서부터 계속 위원회를 꾸려나갔어요. 팀을 만들어 혼자 하지 말고 여럿이 같이하자, 근무별, 공정별, 업체별로 쭉 모으고, 이 동지들이 실제로 뭘 해야 할지 아주 소소한 산보위 준비부터 운영까지 어떤 규정을 만들어야 할지, 현장안전점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일상 활동을 잘 할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서 얻은 자신감은 큰 투쟁 벌일 자산

 

지난 활동 중 조합원의 생각이나 요구를 반영하여 진행한 좋은 사례가 궁금했다.

 

업체별, 노조별로 성향이나 하는 일이 다르죠. 최근 신생노조 중 현대아 안산의 경우 노조 지도부와 노동안전보건부가 의지가 있어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를 많이 해요. 거기도 업체가 3~4개 나누어져 있는 데다 일부는 안산에 있고, 일부는 기아 소하리공장 안에도 있어요. 초기에는 노조를 만들고 나서 임금을 인상하는 것,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초점이었죠.

 

노동안전보건사업에 관심은 있으나 어떻게 할지 잘 몰라 고민하다가 지부에서 신규노조 교육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위원회 꾸리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최근에 현장에서 의자를 배치하려는 작은 활동부터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회사 하청업체는 원청, 예산, 시간 핑계 대고 안 하려 하고, 노조는 해야 되겠다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결의하고 행동하는 차원에서 일부 라인부터 시범적으로 해보기로 한 거죠. 지회에서 예산을 들여 의자를 구입해서 일부라인을 쭉 깔았어요. 한 달 정도 사용하고 배치했던 라인의 조합원들이 좋아하고 필요하다는 평가를 말하며 회사에서 해야 한다고 산보위에서 들이댄 거죠. 명분도 만들고, 조합원의 호응도 받는 과정을 보면서 작은 것 한 가지라도 해보면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큰 것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현대모스 화성이 산보위 구성에 관한 교육과 상담 중 지금은 업체가 두 개로 통합됐는데 당시는 8개 업체였어요. 모두 50~100명 미만이니 산보위를 안 해도 된다는 법 규정을 악용해서 안 하려 한 거죠. 그러자 노조가 역으로 통합 산보위로 통째로 묶어서 하자고 사측에 제안하고, 원청에도 안전보건에 관한 것은 책임이니 산보위에 나오라고 했는데 원청은 안 나오고 하청업체 사장들은 나온 거죠. 그래서 통합 산보위에서 논의하고, 구체적인 것은 실무에서 의논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투쟁이 있었어요. 활동을 위한 투쟁을 하려니 사측에서 징계나 시말서 쓰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전 조합원이 결의해서 나도 징계하라.’고 대자보를 써서 회사벽에 쭉 붙이고 같이 견뎌주면서 잘 넘어갔고, 실무 논의과정에서 활동가들 활동시간 확보, 보다 안정적인 산보위 개최의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위험성 평가를 스스로 해보자

 

김성학 부장은 매해 비슷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 하는데, 기존 사업 중 안 되는 것을 잘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한다. 또 신규노조가 잘 자리 잡고 스스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지역으로 묶어서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라고 한다. 올해 계획을 잠깐 들어보았다.

 

노조가 위험성평가 관련 공을 들이는 것에 비해 성과가 잘 안 나요. 지역에서 들여다보면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요. 일단, 법에 있으니 의무적으로 1년에 한 번 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만, 중요성 인식이나 주체의 준비상태에 대해 사업장별로 편차가 커요. 부족하지만 스스로 해보자는 결의를 세워보려 해요. 작년에도 몇 군데 실습했던 곳은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 같고, 그렇지 않은 곳은 여전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고 회사가 하면 동행하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가는 방향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12년의 시간동안 3명을 30명이 모이는 노동안전보건부회의로 만들기까지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니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안산지역 현장에서 일하다가 해고, 구속 등 과정을 거치면서 98년부터 금속연맹 구성 시기 상근하기 시작했어요. 연맹 시절에는 노동안전보건사업 개념이 없었고 산안부장 직책 정도가 있었지요. 금속노조 건설 이후 조직을 챙기는 과정이 너무 많아서 상근역량도 적었어요. 2006년경 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을 맡으면서도 주 업무는 교섭이었고, 부수적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했어요. 지부나 노조에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라 막상 노동안전보건업무를 하려다보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산안부장이든 노안부장이든 직책을 가진 사람조차도 손에 꼽힐 정도였거든요.

 

몇 명이 모이든 어떤 일이 있어도 매월 1회 회의를 3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회장이나 간부에게 인원을 배정해달라고도 하고, 지부 사업계획을 좀 더 늘이면서 3년 정도 공을 들이니, 노조에서 교선부장, 조직부장, 노안부장은 선임을 하더라고요. 2009~2010년 정도 되니 15명 내외 인원이 회의에 오기 시작했어요. 지부도 노안부장 혼자 하지 않고 파견 나온 임원이 노안위원장을 하고, 실무도 역할을 하게 했어요.

 

처음에는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노조나 총연맹사업을 수임하는 것과 지역 현안에 적극 연대하고 1년에 2회 수련회 가기, 가급적 회의는 현장을 돌아가면서 하고, 각 사업장 얘기도 듣고 순회도 하고 오자고 한 것이 쭉 흘러왔고, 지금도 그 기조는 유지되고 있어요. 2년 전까지 회의 때 20~25명 정도 모이다가 최근에는 30명 이상은 회의에 오시는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느끼는 힘듦, 보람, 바램

 

아무래도 노동안전보건사업을 중심에 두지 않은 지도부와는 많이 다투게 됩니다.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다른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그에 따른 예산과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지도부가 있으면 곤혹스럽고 회의를 느낄 때가 있죠.”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을 물었다.

하나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젊은 동지들이 또 참여하는 일이 많아진 것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내가 이 일을 안 하게 되더라도 이어서 함께할 동지들이 있고, 지금이 틀이 잡혀있어서 누가 하더라도 이 이상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또 하나는 다른 지부에 다르게 저희는 지역에서 공동으로 노안사업을 제안·논의해서 다른 지부 집단교섭과는 다르게 노안사업에 대한 합의서가 꽤 많아요. 예를 들어, 지역의 공동지정병원의 경우 개별 단사에서 해결하던 것을 훨씬 좋은 조건에 노조가 일정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해서 노··3자 진료협약을 통해 조합원의 요구를 전달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죠.

 

마지막으로, 활동시간의 경우 각 지회 부서장들이 지부에 매월 낮에 회의를 해요. 노안회의는 현장안전점검이나 순찰, 산보위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월 32~34시간 활동할 수 있거든요. 큰 사업장이야 이보다 더 긴 활동 시간도 보장받지만, 힘든 사업장의 경우 함께 따내는 성과가 있으니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후배 노동보건 활동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다른 노조 활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노안활동은 안 하려면 많은 핑곗거리를 취할 수 있고, 하려고 노력하면 주변 동료, 전문가, 상급조직에 찾아가든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든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같이 상의할 동료, 지역단체, 선배노동자 등 주변 동지들이 많아요. 내가 편하게 활동하는 만큼 조합원이 힘들게 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활동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