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노동자 건강 불평등, 노동조합의 참여로 시작하기 / 2019.11

노동자 건강 불평등, 노동조합의 참여로 시작하기

[인터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

 

나래 상임활동가

 

유령에서 인간으로!’라는 울림 넘치는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어떤 환경과 조건이 그들을 유령으로 만들었고,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까. 또 차별과 불평등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에서 인터뷰를 기획했다. 지난 1031일 노조 회의실에서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이날은 노동개악과 탄력근로제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조 활동을 시작하기 전 회사에도 다니고 이주노동자 한국어 자원봉사도 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자원 활동은 그에게 차별, 불평등에 대해 곱씹어볼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현재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1년 반 동안 해온 활동들을 돌이켜 보면 폭풍 같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쉽지 않았다며 지난날을 되새겼다.

 

비정규직 양산하는 학교의 실상

 

전국에 약 40만 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기 전까지 학교엔 비정규직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왜냐면 학교라는 곳은 당연히(?) ‘평등이라는 가치를 가르치고 직접 실현하는 공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었다.

 

“직종이 매우 많다. 최소 잡아도 20~30개 정도다. 세부적으로 나눠 잡으면 100개 이상으로 잡기도 한다. 언뜻 생각하면 학교에 교사만 떠올리기 쉽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직종이 이렇게 많다. 거기에 지역마다 명칭이나 처우도 각기 다르다 보니 100개 이상까지 나오는 것이다.”

 

올해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2009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를 외치며 학교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고, 그동안 부당함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란 조직으로 뭉친 것이다. ‘모든 학교비정규직을 교육공무직으로! 노동존중 평등학교,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평등하고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은 노조 창립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핵심적 요구이며 동시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 요구는 노조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다. 우리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침 오늘 인티뷰를 준비하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분노에 차서 이야기했다. 교사의 경우 방학 중 임금이 당연히 나오지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 중 근무가 없어 임금이 나오지 않고, 이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도 겪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 중 최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방학 중 근무가 없어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급식실 조리사와 조리원, 특수교육 실무사, 교무 실무사, 전산 실무사 등 10개 직종 안팎에 이른다. 전체 학교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임에도 이들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방학 중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도 학교장에게 겸직허락을 얻어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성은 이처럼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임금과 처우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정규직 임금의 60%를 받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80%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는 바로 호칭이다. 선생님, 실장님 다양한 호칭이 있지만 학교 급식 노동자에게 아무도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아줌마로 부른다. 교무·행정 실무사의 경우에는 차 심부름 문제가 한창 논란이 됐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흔히 경험한 사례들이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의 싸움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사실 정규직의 80% 임금을 요구하는 것도 고민이 든다. 최근 공정성이 이슈가 되지 않았나.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은 정규직의 60%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시험이 공평함의 기준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정말 그 시험이 공평한지 되물어야 한다. 사실 노동자들끼리 공평함, 고정성을 두고 싸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업과 노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공정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정교하게 논의를 하는 식으로 구조를 제대로 만들고 설계해 나가야 한다.”

 

아프다는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용기

 

노동조합이 가장 앞장서서 바꾸고 있는 것에는 임금과 처우 문제 말고도 바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있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들에겐 다른 무엇보다 바로 용기가 필요하다. 일 때문에 아프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쌓인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이 너무나 높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고혈압 유병률이 정규직 여성 노동자보다 1.4배 높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 고용 불안정 등의 이유로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합원들이 아프다는 말을 잘못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노조 교육을 하러 가면 산재 신청 실무의 경우 인기가 굉장히 높다. 질문이 정말 많다. 가려는 강사를 붙잡고 세세하게 물어본다. 현실에서의 문제는 이들이 아프다고 말하기 위해선 ‘용기’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질병과 사고가 업무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최근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이라는 책을 읽었다. 여성의 몸이 어떻게 차별받아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심장의 경우에도 여성이 더 아프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파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밤에 굉장히 아파도 119 부르는 걸 폐 끼치는 거로 생각해서 참고, 다음 날 아침에 응급실에도 안 가고 외래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성들은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가 필요한 걸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노조의 경우 중년 여성들이 대다수다. 산재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 지금까지 입사할 때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학교에 얘기하기보다 노조에 얘기하는 것을 더 친숙하게 여길 거다. 그만큼 학교라는 공간은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 평등한 공간이 아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불평등, 학교에서 유령 취급당하고 학교에서 아줌마로 불리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경험해오지 않았나 싶다.”

 

노동자의 참여가 건강 불평등 해결의 열쇠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오며 쌓아온 결실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2017년 학교 비정규직 중 급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받으며 드디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진 법의 적용 대상조차 아니었다. 노조가 생기고 학교에서의 차별 경험이 얼마나 건강에 유해한지를 밝히는 활동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성과다. 현재 17개 각 지역 교육청들이 시간 끌기를 해온 바람에 이제야 몇 개 지역에서 회의를 1~2차례 진행했다. 그런데도 노동자 참여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징검다리란 것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참여라는 것은 노조 활동의 기본이다.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급식실에 높이 조절되는 조리대 같은 게 들어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고 말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자율주행차가 다니고, AI가 바둑을 두는 시대다. 그런데 학교 급식실이나 여성들이 일하는 곳, 비정규직이 일하는 곳을 보면 놀라우리만큼 발전이 안 되어 있다. 사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게 아니고 ‘하지 않는 것’이다.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고 직장에 다니더라도 여러 기회를 박탈당한다. 학교 급식실의 경우도 경력단절 된 분들이 많이 가는데 이들이 일하는 곳은 시설 개선이란 게 없다. 노동자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일하는 사람이 직접 자기 일터를 돌아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때 바로 변화가 일어난다.”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실천해나갈 중요한 단위가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여전히, 어쩌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평등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연대의 손길을 내밀 것인지 그 고민부터 함께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