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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사회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입니다” / 2019.09 ['불법'인 사람은 없다③]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입니다” -이주민방송MWTV 정혜실 공동대표 인터뷰 나래 / 상임활동가 차별과 혐오는 얼마나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 이 질문의 시작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미 이주민 2백만 명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 국가차별 등 각종 차별의 화살을 이주민들에게 향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에 따르면 이주민 중 63.2%가 오프라인 환경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 카페/커뮤니티댓글 등 온라인에서도 이주민 차별·혐오 발언은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이처럼 미디어는 이주민 인권 침해의 수단이 되어버린 채 시민들에게 왜곡된 관점을 주입하는 결과.. 더보기
월 간 「일 터」/[특 집]

특집3.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사회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입니다” / 2019.09

['불법'인 사람은 없다③]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입니다”

-이주민방송MWTV 정혜실 공동대표 인터뷰 

 

나래 / 상임활동가 

 

차별과 혐오는 얼마나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 이 질문의 시작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미 이주민 2백만 명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 국가차별 등 각종 차별의 화살을 이주민들에게 향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혐오 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 중 63.2%가 오프라인 환경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 카페/커뮤니티댓글 등 온라인에서도 이주민 차별·혐오 발언은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이처럼 미디어는 이주민 인권 침해의 수단이 되어버린 채 시민들에게 왜곡된 관점을 주입하는 결과마저 낳고 있다. 그 사회의 미디어는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 바로미터를 인권의 관점, 노동의 관점에서 바로 세우려는 활동을 하고 있는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정혜실 공동대표를 지난 92일 안산에서 만나 이주민 차별과 혐오 문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정혜실 씨는 원래부터 미디어 활동을 시작하진 않았다. 처음 시작은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현재 안산이주민센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이었다.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파키스탄인 남편을 만나 본인 역시 이주민 문제를 직접 겪게 됐다. 이후 개인적으로 공권력에 피해를 경험하게 되고, 돈을 쫓는 삶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시작하게 된 자원봉사가 점점 영역을 넓혀 결국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이후 여성학, 인류학을 통해 이주노동자나 이주민, 다문화가족의 삶을 변화시키는 법제도,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와 활동을 병행하게 됐다. 현재는 이주민방송MWTV(Migrant World TV)의 공동대표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주민들의 미디어 접근권 생각해본 적 있나요?

이주민방송은 이주민의 삶과 목소리를 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이주민의 현실과 쟁점을 전하는 전문 매체로서 이주민 스스로 제작하는 이주민라디오 운영, 이주민의 영화 제작 지원 및 이주민영화제 운영 등 이주민의 삶과 목소리를 그들 스스로가 담아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발성은 이주민방송의 중요한 가치다. 이주민이 주체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스스로 돕고, 스스로 성장하며 문제 해결의 주인공으로 서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고민이다. 특히나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인종차별과 이주민 혐오는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미디어 대다수가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성의 감각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민방송은 더욱더 이주민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가볍게 라디오를 배우고 싶어서 와도 환영이다. 그들이 주류에 나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만의 기쁨이 있고 조회수가 상당히 높다. 1만씩 찍는 것도 있다. 주류방송에 접근할 수 없는 이주민 입장에서 라디오나 방송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미디어를 통한 즐거울 수 있는 권리는 박탈됐다. 한국인 라디오는 한국 문화 안에서 선정된 음악이지뿐 이주민들이 선호하는 음악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얀마 이주민이 하고 있는 음악 방송의 경우 인기가 좋다. 베트남 이주민이 하는 ‘착한 뉴스’의 경우 인권 이야기가 주다. 전공은 컴퓨터 관련 전공이지만 베트남어 전공한 한국인 진행자를 본인이 섭외해서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하면서 유학생에게 도움이 될 정보, 한국 이주 이슈를 정리해서 방송한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진행과 엔지니어를 자원봉사로 하고, 이주민 본인이 기획하고 대본도 쓰고 선정한 음악으로 진행한다.

이주민 공동체 안에서 조회수가 높다는건 어떤 의미에선 그만큼 다양하게 누릴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미디어 권리이기도 하다. 일반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1인 미디어로 풀어내듯이, 이주민에게도 당연한 권리로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미디어 운동의 첫번째 목적이다. 그 다음으로 이주민과 관련된 여러 집회, 기자회견 여러 이슈들이 알려져야 한다. 이주민도 알아야 하지만 한국인이 더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맺고 있는 네트워크가 넓어질 수록 전달이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 하는 게 이슈를 공유할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마을 안의 차별 문제를 이야기해보자고 마을 라디오에 찾아갔더니 실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주민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 해내는 미디어

우리는 이주민을 향한 차별 인식을 언제부터 키우기 시작한 걸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미디어는 큰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매체 속에서 이주민이 어떤 식으로 그려지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하고 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민은 대부분 개그프로에선 비하를 통한 놀림의 대상이 되거나, 선정적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등장한다.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혐오와 차별이 당연 인정되는 대상으로 삼아진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미디어 모니터링을 계속 하고 있다. 이주민 관련한 콘텐츠 분석을 이주민 당사자 10명과 한국인 몇 명과 진행했다. 올해는 전문 모니터링 요원이 아예 맡아서 하고 있다. 2년째 지켜보니 10여 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콘텐츠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이주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문화 가족에 집중했다. 불쌍하고 시혜적인 대상,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 온 착한 며느리와 아내로서 모습으로 프레임이 짜여 진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지금은 KBS의 ‘이웃집 찰스’ 프로그램을 보면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출연진을 구성하긴 하지만 여전히 백인 중심이거나, JTBC ‘비정상회담’은 백인 남성 서구 유럽 중심의 출연진이 많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EBS ‘고부열전’의 경우 시어머니와 이주여성 간에 선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특정 이미지를 조장한다. 실제 이주여성이 싫어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통합이라고 하겠지만 우리가 봤을 땐 다문화가정을 하찮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런 내용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 현실이 진짜라기보다 한국인이 상상하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의 경우 이주노동자에게 가족결합권이 없기 때문에 단절되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정작 외면한다. 현실에선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가족을 한국에 초청해 자유롭게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실제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은폐 하고 성실한 이주노동자 이미지를 갖고 가난을 극복하는 서사를 그린다. 사업주의 선의에 의해 진행되는 방식으로 보여 진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기계 부품 취급 당하는 이주노동자

“사각지대에 있는 농업이주노동자, 어업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끔찍하다. 무인도에 기숙사 지어놓고, 양식장에서 일 시켜놓고 섬에 데려다 놓는다. 바지선 위에 컨테이너를 지어 숙소라고 한단다. 한국 사람의 경우 살 수 있겠나. 사업주에게 이탈 신고할 권한을 주니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이주노동자에게 이탈 신고하겠다고 위협한다. 이주노동자가 권리를 찾기 위해 하는 방법은 탈출이거나 끝날 때까지 참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법’이란 프레임 때문에 사업장 이탈 자체를 범죄로 보고 있다. 사업장 이탈의 원인은 당연히 사업주에게 있다. 귀책사유 증명은 사업주가 해야 하는데 그 증명을 이주노동자가 해야 한다. 증명하지 못하면 자기 권리를 내세울 수 없다. 노동현장 자체가 욕이고 무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정작 뒤로한 채 인력수급에 혈안이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전국 41개 지방자치단체에 이주민 계절노동자 2597명을 배정했다. 단기취업(C-4) 비자를 받아 입국한 뒤 최장 3개월 동안 지정된 농가에서 일 한다. 지난해까지 모두 4127명이 농번기에 한국에 들어왔다. 고용허가제 등 행정적 절차를 밟은 이주노동자 조차도 임금체불, 초과노동, 폭력, 일터괴롭힘 등 무법지대에 노출된다. 소위 합법 노예제도인 것이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 중요해

겹겹이 쌓인 문제를 격파하기 위해 정혜실 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다. 2007년 정부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치 아래, 차별금지조항으로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성적지향, 학력 등 총 20개 차별금지조항을 설정했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제정되지 못했다. 무산된 이후에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법이 모든 현실을 바꾸고 한계를 넘어설 순 없겠지만 최소한 변화의 근거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정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시급히 바뀌어야 하는 제도로 고용허가제를 지목했다.

“시급한 건 고용허가제 폐지다. 고용허가제가 썩을 대로 썩어서 더 이상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업장 이동 자유 제한으로 인해 노예제와 다르지 않다. 이주노조에서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져야 한다. 주거와 관련해서 미국, 캐나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조건을 본 적이 있다. 그곳은 사생활을 중요시 여겨 방을 따로 주고, 침대 사이즈, 화장실, 샤워실 구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공간 규모도 조건이 있다. 한국도 규정은 있지만 너무나 협소하다. 그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선의 방향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다운 노동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면 좋겠다. 왜 비닐하우스에 지내는데도 몇 십만원을 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임금을 깎는 수단이다.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노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