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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해서 집을 살 수 있을까?웹툰 <새벽 날개>, 박흥용 / 2019.0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해서 집을 살 수 있을까?웹툰 , 박흥용 박범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웹툰 는 배달노동을 주제로 삼고 있는 웹툰이다. 이 웹툰의 주인공인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어낸다. 그 과정에서 구준풍은 성장한다. 노동은 구준풍의 성장 과정에 있어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주제이다.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낫게 일궈가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구준풍이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과정에 있어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집을 사는 것이다. 구준풍은 열심히만 하면 집을 살 수 있다고 믿으며, 끼니도 걸러 가면서 배달노동에 매진한다. 한 건이라도 더 많은 콜 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 더보기
월 간 「일 터」/[문화로 읽는 노동] 구)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해서 집을 살 수 있을까?웹툰 <새벽 날개>, 박흥용 / 2019.0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해서 집을 살 수 있을까?웹툰 <새벽 날개>, 박흥용

 

박범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웹툰 <새벽 날개>는 배달노동을 주제로 삼고 있는 웹툰이다. 이 웹툰의 주인공인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어낸다. 그 과정에서 구준풍은 성장한다. 노동은 구준풍의 성장 과정에 있어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주제이다.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낫게 일궈가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구준풍이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과정에 있어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집을 사는 것이다. 구준풍은 열심히만 하면 집을 살 수 있다고 믿으며, 끼니도 걸러 가면서 배달노동에 매진한다. 한 건이라도 더 많은 콜 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자 한다. 그러면서 구준풍은 자신이 집을 갖게 되는 날을 소망한다. 그런데 과연, 구준풍은 배달노동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 월급 174만 5천 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40원(2.9%) 오른 8590원이다. 배달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그렇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들은 주 6일, 하루 10.7시간씩 일하며, 월평균 소득은 229만 5천 원이라고 한다. (배달대행 배달원의 종사실태 및 산재보험 적용 강화 방안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2016) 보통의 노동자들보다 많은 시간 일하고, 수많은 위험에 노출 되어 있는 데도 많은 임금을 받지 못한다.

▲ 새벽날개의 한 장면  ⓒ새벽날개 박흥용 작가

더욱이 4대보험은 되지 않고, 사고가 생기면 병원비는 물론이고 오토바이 수리 등의 일체 비용 역시 배달기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배달 노동을 한다면,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 가격은 8억 1378만 원이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 2019년 3월호) 평균적인 배달노동자가 서울지역에서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한 푼도 안 쓰고 있는 돈을 모은다면, 354개월 (대략 29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꾸역꾸역 돈을 모 아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배달노동자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노동의 곁에 있는 위험

이 웹툰은 구준풍을 비롯한 다양한 배달노동자들의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의 단면들을 내보인다. 배달노동이 다른 노동과 분별되는 한 특징은, 이 노동 안에 담겨 있는 위험이다. 작가는 이 작품 안에서 배달노동자들에게 닥치는 여러 가지 위험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구준풍이 일하는 타임 배달대행 사무소에서는 신입 라이더를 채용할 때,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묻는다. 이 말은 이 웹툰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데, 배달노동자의 노동이 위험과 밀착되어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이 웹툰에서는 배달노동의 와중에 일어났던 사고들을 다루는 장면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2화에서 구준풍은 죽음의 위험에 처한다. 구준풍은 겨우 사고를 면한 뒤에 배달을 마무리 짓는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구준풍은 혼잣말로 이렇게 말한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어? 신호 위반한 자동차와 충돌해서 스무 살짜리 오토바이 배달기사가 사망했다고 한들. 그게 뭐 대단해. 몇십 초짜리 뉴스감으로 곧 휘발되고 말 텐데. 언제 무슨 일 있었냐구." (2화)

다행히 구준풍은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의 친구 병호는 교통사고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신호 위반한 차에 치여 죽은 것이다. 병호의 죽음은 구준풍의 혼잣말처럼 몇 초짜리 단신뉴스만을 남긴 채 휘발되어 버린다. 배달노동자로서 구준풍은 위험의 곁에서 노동한다. 그것이 자신의 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고의 위협들이 그를 스쳐 지나간다고 하더라 도 그는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만 자신의 삶을 일궈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달대행 노동의 특성이 위험을 가중시킨다.

"배달대행 기사의 임금은 봉급제(월급제)가 아니다. 배달 건수대로 산정하는 성과급제이기 때 문에 배달기사들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많은 오더를 소화하려고 한다."(2화)

자신이 처리한 콜 의 숫자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은 조 금이라도 더 많은 콜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이 상존한다. 또한, 최근의 배달노동은 플랫폼을 매개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달노동자에게 부여되는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배달노동자 대다수는 배달대행 사무소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인데, 개인사업자로서 이들은 배달앱에 올려진 주문을 접수하여 처리하고, 이에 대해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자신이 처리한 배달 개 수 만큼 임금을 받기 때문에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콜을 처 리하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은어가 '전투콜'이다.

전투콜은 배달노동자가 음식배달이 집중되는 시간에 많은 콜을 받고 처리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은어이다. 배달 주문이 몰릴 때에 한꺼번에 많은 주문들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배달노동자들은 자신의 끼니를 뒤로 미룬 채 일 에 집중한다. 이렇듯, 개인사업자로서 배달노동자는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다른 배달노동자들과 경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보다 많은 노동을 기꺼이 감내해낸다. 이 과정에서 다양 한 위험들이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 "제한된 능력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  ⓒ새벽날개 박흥용 작가

구준풍에게 미래가 있을까? 

사실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사회가 이렇게 구축되어 있으니까. 이 웹툰에서 말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상황의 어쩔 수 없음이다. 이 웹툰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 혹은 전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 웹툰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 인가요?' 라는 질문과 그 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때 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사람은 자신의 제한적인 능력으로 산을 넘어야 합니다." (39화)라는 메시지이다.

이 말이야말로, 이 웹툰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제한된 능력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는 말은, 자신의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능력주의적인 사고 안에서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 어투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 웹툰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이 이러한 메시지이다. 웹툰을 읽다 보면, 과연 제한된 능력으로 산을 넘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답인지 의심이 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위험의 곁에서 배달노동을 수행하지만, 그 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배달노동자들에게, 어차피 "삶은 슬픔과 고통 뿐"(36화)이니, 참고 견디며 "제한된 능력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39화)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꼰대적인 훈계인 것은 아닐까?

웹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자꾸만 이런 질문이 남는다. 제한된 능력으로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애초부터 발이 잘린 이들은 산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그래서 구준풍은 과연 집을 샀을 까? 그래서 구준풍은 행복했을까? 자꾸만, 자꾸만 질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