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실질적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 2019.0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실질적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서울교통공사노조 한창운 노동안전국장 인터뷰

 

 

 

 

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3월 19일 한창운 노안국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노조가 있는 차량기지를 방문했다. 이날의 인터뷰는 매우 다채로웠다. 노안활동가와 조직들의 연대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노안활동이 법적인 경계를 아울러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미조직, 영세사업장의 노안문제를 위해 상위 노조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여러 가지 층위에서 노안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한창운입니다. 현장에서는 기술파트의 신호를 담당하고 있어요. 지난 2017년 5월 서울지하철이 통합되었는데요. 노조의 통합은 18년 2월 14일에 있었습니다. 통합 전에는 1~4호선의 노동안전부장을 했었습니다. 줄곧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온 셈입니다."

- 기술파트 신호 담당이란 어떤 업무인가요?


"자동차도 신호가 있잖아요. 열차는 자동신호이긴 한데, 그게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역, 열차, 그리고 양자를 이어주는 총 세 가지의 설비가 있어요. 신호설비가 자동으로도 되지만 안전 간격을 유지하면서 열차가 오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예전에는 손으로 깃발을 들어 신호를 보내는 일이었죠. 사람 힘으로 선로를 바꾸던 업무가 요새는 프로그램화가 되어 전자적으로 움직입니다. 즉 여러 열차가 신호를 토대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입니다."

 

- 어떻게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노안활동을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지회장도 하고, 대의원 현장 간부도 하다가, 선배 활동가의 권유로 근골격계 실행위원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산관) 활동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직종별로 명산관이 있어요. 저는 기술 파트이니 기술 담당 명산관 활동을 했습니다. 2016년도부터 서울지하철 1~4호선 노안부장을 하게 되어 현재의 활동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 근골 실행위를 통해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2004년에 처음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했어요. 근골 사업 이후에 근골 예방 활동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서 사측과 합의해 '근골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 안에는 근골 실행위원이 월 16시간 활동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었어요. 이 조항에 따라서 유해요인조사에 따른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조사 결과에 따른 단기, 중기, 장기 계획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현장 점검을 하는 거죠. 노동조합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사용자 측도 불러서 함께 입회 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근골격계 실행위원의 담당입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법적으로는 3년에 한 번 씩 조사를 하게 되어있어요. 그렇지만 조사를 한다는 것이 활동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해요. 만약에 노조 집행부가 사용자 측과 친화적인 어용노조라면, 사용자 측과 자체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형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때가 있죠. 그래서 조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더라도 좋은 기관에 의뢰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죠.

보통은 노조, 사용자 측, 연구용역 기관 세 주체가 같이 90일에서 150일 정도 조사를 합니다. 2020년에는 모든 호선을 통합해서 진행하려고 해요. 조사한 지 3년이 안 된 셈이지만 통합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2년만인 내년도에 조사를 실행할 예정입니다."
 

- 최근에 무인운전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무인운전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요. 1인승무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응이 필요한 일일 것 같아요.


"무인운전은 사용자 측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를 해왔던 사업 이에요. 먼저 무인운전은 안전문제와 직결됩니다. 열차가 안전하지 않다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탑승한 승객들 전부가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런 점에서 무인운전 시스템이 정말 100%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무인운전은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입니다.

인력감축 문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무인운전뿐만 아니라 1인 승무제 자체의 문제가 있습니다. 차장과 승무원, 이렇게 2인제로 운영되던 것이 두 가지 역할을 1명이 맡게 되면서 업무가 과중해지기 때문에 안전에도 당연히 구멍이 뚫립니다. 예를 들어 2002년 대구지하철 참사도 1인 승무제를 도입한 후 발생한 사고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기록에도 나와 있지만 2인 승무만 되었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거예요. 노조의 기조는 2인 1조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2인 승무제이고 5~8호선은 1인 승무제입니다. 물론 1~4호선이 10량으로 5~8호선보다 2량이 더 많은 것도 있지만 5~8호선은 나중에 만들어진 호선이니 자동 운전 시스템이 되어있어요. 여기서 사용자 측은 자동운전도 아니고 무인으로 운영을 하고 싶은 거죠. 작년에 노조가 싸워서 무인운전 도입은 안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무인운전시스템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자고 한 상황입니다."

-산보위 활동을 오래 해오셨는데, 새로 산보위 구성하려는 사업장에 조언을 해준다면요?


"당연히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을 거예요. 분기마다 실행해야 하는 사업들이 있고, 그것과 별도로 해당 시기에 현장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산보위 활동이란 항상 전략·전술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산보위 활동을 잘 하고 있는 노조를 방문해서 직접 참관을 해보는 거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어요. 최근 산보위를 구성하게 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너무 도움을 주고 싶어요.

사실 학교뿐만 아니라 조리원들의 작업환경이나 처우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근골 사업만 제대로 해도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서 인원충원까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다른 곳들 역시 직종과 개별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서 그 특성이 있으니 산보위 구성은 정말 절실한 문제일 거예요. 관련해서 자문이나 도움 요청이 온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만큼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되, 그 이후의 어떤 예방책들을 만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관리·감독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한창운 활동가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은 어떤 사업이든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노안활동은 노조가 사업과 활동에 얼만큼 개입하고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문제제기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산안법은 현장에서의 웬만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채널로써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나 사업장의 모든 안전은 산보위에 달려있다고 봐야죠. 물론 산보위 역시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요. 법에 아무리 보장되어있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려면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노조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산보위가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요. 의결 사항들도 법적으로, 형식적으로만 넘어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있는 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나와 있는 것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 조사만 하려고 해도 활동가 조직이라든지, 교육이라든지, 부수적인 활동과 사업이 필요해요. 특히 노안 사업을 할 때 현장에서는 귀찮아하는 것도 있긴 있어요. 이럴 경우에 충분히 사업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야 해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또 '왜 하냐, 해봤자 바뀌지도 않는데'라는 의견들도 생겨요. 이런 의견은 노조가 설득해서 돌려야 할 우리의 몫이죠."

- 말씀하신대로 실질적으로 노안활동이 현장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의지가 있고 마음이 있는 활동가들이 중요합니다. 경험도 있어야 하고요. 경험과 더불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지금은 예전 같지 않게 사용자 측도 안전관리자나 전문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법리싸움이 치열합니다. 거기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아까 말한 것처럼 한 50%만 진행해놓고 이건 사업 진행한 거다, 라고 사측이 주장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노조가 나서서 싸워야겠죠. 그래서 공부와 투쟁이 동시에 필요한 일입니다. 지식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투쟁해야 승산이 있을 거예요.

두 번째로는 어떤 법 조항에 근거해서나 어떤 담론의 결과물을 넘어서, 그 해당 사업장의 직접적인 활동을 통해서 사업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안활동이 당연히 법을 넘어서는 지점도 있어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법적 지식도 갖추면서 각 사업장에 맞는 활동을 통해 개선을 해야 한다고 봐요."

- 노안활동가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노안활동가끼리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조, 노안 단체, 노안 활동가, 기관 등이 정보도 교류하고 연대하는 것이 있어야 해요. 힘든 사업장이 있으면 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해야 서로 발전이 생겨요. 뛰어나게 잘하는 사업장이 있거든요. 그런 사업장에서 처음 노안활동 시작하는 곳이나 힘든 사업장에 가서 도와주고 조언만 해줘도 엄청나게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노동안전보건 영역은 활동가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분야예요. 그만큼 할 게 많다는 얘기기도 하고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네트워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활동가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서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담당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노동안전문제는 노사가 없는 문제라고 흔히 말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영세사업장 같은 경우에 당연히 노조가 없을 확률이 높고 작업 환경도 더 열악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장에서 열악한 노안 문제를 제기하려면, 다시 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인 노조가 없다는 모순이 있어요. 저는 이 문제를 더 상위 조직, 더 체계 잡힌 노조가 있는 단위에서 나서서 같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노안활동가로서 가장 주요하게 고민하는 지점이고 그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