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전국금속노조 경지지부 김성학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 2019.02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전국금속노조 경지지부 김성학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선전위원 경희

 

먹을거리를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나, 작년 평가와 올해 사업계획으로 일정이 빠듯하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실에서 지난 130일에 뵙게 되었다.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금속노조의 활력

 

먼저 지난해 사업 중 기억에 남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봤다.

 

노동안전보건사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지난해 노동조합이 꽤 많이 건설되었어요. 경기지역만 해도 1,200명 정도가 조직되었거든요. 현장의 노동자가 이제는 편하게 노조 만들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일정하게 형성되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희망에 찬 기대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작년에 10여 개 노조를 만들고 있는데 대부분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천여 명 정도 조직되었어요.

 

스화성, 스평택, 현대아노조 등 조그만 노조조차도 비정규직이 많고, 지금은 전체 지부 인원 중 1/3 가까운 인원이 비정규직입니다. 굉장히 젊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업이 좀 활기차졌다고 할까요. 훨씬 많은 동지가 사업에 결합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좋은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는 노동보건 일상 활동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이 진행 중인데 보다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었다면 노동안전보건 과제도 많아질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했다.

 

정규직도 집행부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노동안전보건활동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조도 규모가 큰 곳은 600명 정도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적게 2, 많게는 7~8개 업체로 나누어져 라인별로, 교대제별로 세분된 구조예요. 하나의 노조로 조직했지만, 여전히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융화하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그래서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서 교육이나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활동가를 키워 내거나 현장을 세세하게 챙기지 못하는 빈 지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례로, 매년 위험성평가를 해야 한다고 간부에게 교육하지만, 이 동지들이 현장에 가면 혼자 할 수 없어서 부담스러워 하거나 사용자가 하도록 내버려 두게 돼요. 그동안 노동안전보건부를 하면서부터 계속 위원회를 꾸려나갔어요. 팀을 만들어 혼자 하지 말고 여럿이 같이하자, 근무별, 공정별, 업체별로 쭉 모으고, 이 동지들이 실제로 뭘 해야 할지 아주 소소한 산보위 준비부터 운영까지 어떤 규정을 만들어야 할지, 현장안전점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일상 활동을 잘 할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서 얻은 자신감은 큰 투쟁 벌일 자산

 

지난 활동 중 조합원의 생각이나 요구를 반영하여 진행한 좋은 사례가 궁금했다.

 

업체별, 노조별로 성향이나 하는 일이 다르죠. 최근 신생노조 중 현대아 안산의 경우 노조 지도부와 노동안전보건부가 의지가 있어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를 많이 해요. 거기도 업체가 3~4개 나누어져 있는 데다 일부는 안산에 있고, 일부는 기아 소하리공장 안에도 있어요. 초기에는 노조를 만들고 나서 임금을 인상하는 것,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초점이었죠.

 

노동안전보건사업에 관심은 있으나 어떻게 할지 잘 몰라 고민하다가 지부에서 신규노조 교육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위원회 꾸리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최근에 현장에서 의자를 배치하려는 작은 활동부터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회사 하청업체는 원청, 예산, 시간 핑계 대고 안 하려 하고, 노조는 해야 되겠다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결의하고 행동하는 차원에서 일부 라인부터 시범적으로 해보기로 한 거죠. 지회에서 예산을 들여 의자를 구입해서 일부라인을 쭉 깔았어요. 한 달 정도 사용하고 배치했던 라인의 조합원들이 좋아하고 필요하다는 평가를 말하며 회사에서 해야 한다고 산보위에서 들이댄 거죠. 명분도 만들고, 조합원의 호응도 받는 과정을 보면서 작은 것 한 가지라도 해보면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큰 것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현대모스 화성이 산보위 구성에 관한 교육과 상담 중 지금은 업체가 두 개로 통합됐는데 당시는 8개 업체였어요. 모두 50~100명 미만이니 산보위를 안 해도 된다는 법 규정을 악용해서 안 하려 한 거죠. 그러자 노조가 역으로 통합 산보위로 통째로 묶어서 하자고 사측에 제안하고, 원청에도 안전보건에 관한 것은 책임이니 산보위에 나오라고 했는데 원청은 안 나오고 하청업체 사장들은 나온 거죠. 그래서 통합 산보위에서 논의하고, 구체적인 것은 실무에서 의논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투쟁이 있었어요. 활동을 위한 투쟁을 하려니 사측에서 징계나 시말서 쓰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전 조합원이 결의해서 나도 징계하라.’고 대자보를 써서 회사벽에 쭉 붙이고 같이 견뎌주면서 잘 넘어갔고, 실무 논의과정에서 활동가들 활동시간 확보, 보다 안정적인 산보위 개최의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위험성 평가를 스스로 해보자

 

김성학 부장은 매해 비슷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 하는데, 기존 사업 중 안 되는 것을 잘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한다. 또 신규노조가 잘 자리 잡고 스스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지역으로 묶어서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라고 한다. 올해 계획을 잠깐 들어보았다.

 

노조가 위험성평가 관련 공을 들이는 것에 비해 성과가 잘 안 나요. 지역에서 들여다보면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요. 일단, 법에 있으니 의무적으로 1년에 한 번 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만, 중요성 인식이나 주체의 준비상태에 대해 사업장별로 편차가 커요. 부족하지만 스스로 해보자는 결의를 세워보려 해요. 작년에도 몇 군데 실습했던 곳은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 같고, 그렇지 않은 곳은 여전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고 회사가 하면 동행하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가는 방향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12년의 시간동안 3명을 30명이 모이는 노동안전보건부회의로 만들기까지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니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안산지역 현장에서 일하다가 해고, 구속 등 과정을 거치면서 98년부터 금속연맹 구성 시기 상근하기 시작했어요. 연맹 시절에는 노동안전보건사업 개념이 없었고 산안부장 직책 정도가 있었지요. 금속노조 건설 이후 조직을 챙기는 과정이 너무 많아서 상근역량도 적었어요. 2006년경 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을 맡으면서도 주 업무는 교섭이었고, 부수적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했어요. 지부나 노조에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라 막상 노동안전보건업무를 하려다보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산안부장이든 노안부장이든 직책을 가진 사람조차도 손에 꼽힐 정도였거든요.

 

몇 명이 모이든 어떤 일이 있어도 매월 1회 회의를 3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회장이나 간부에게 인원을 배정해달라고도 하고, 지부 사업계획을 좀 더 늘이면서 3년 정도 공을 들이니, 노조에서 교선부장, 조직부장, 노안부장은 선임을 하더라고요. 2009~2010년 정도 되니 15명 내외 인원이 회의에 오기 시작했어요. 지부도 노안부장 혼자 하지 않고 파견 나온 임원이 노안위원장을 하고, 실무도 역할을 하게 했어요.

 

처음에는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노조나 총연맹사업을 수임하는 것과 지역 현안에 적극 연대하고 1년에 2회 수련회 가기, 가급적 회의는 현장을 돌아가면서 하고, 각 사업장 얘기도 듣고 순회도 하고 오자고 한 것이 쭉 흘러왔고, 지금도 그 기조는 유지되고 있어요. 2년 전까지 회의 때 20~25명 정도 모이다가 최근에는 30명 이상은 회의에 오시는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느끼는 힘듦, 보람, 바램

 

아무래도 노동안전보건사업을 중심에 두지 않은 지도부와는 많이 다투게 됩니다.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다른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그에 따른 예산과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지도부가 있으면 곤혹스럽고 회의를 느낄 때가 있죠.”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을 물었다.

하나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젊은 동지들이 또 참여하는 일이 많아진 것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내가 이 일을 안 하게 되더라도 이어서 함께할 동지들이 있고, 지금이 틀이 잡혀있어서 누가 하더라도 이 이상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또 하나는 다른 지부에 다르게 저희는 지역에서 공동으로 노안사업을 제안·논의해서 다른 지부 집단교섭과는 다르게 노안사업에 대한 합의서가 꽤 많아요. 예를 들어, 지역의 공동지정병원의 경우 개별 단사에서 해결하던 것을 훨씬 좋은 조건에 노조가 일정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해서 노··3자 진료협약을 통해 조합원의 요구를 전달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죠.

 

마지막으로, 활동시간의 경우 각 지회 부서장들이 지부에 매월 낮에 회의를 해요. 노안회의는 현장안전점검이나 순찰, 산보위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월 32~34시간 활동할 수 있거든요. 큰 사업장이야 이보다 더 긴 활동 시간도 보장받지만, 힘든 사업장의 경우 함께 따내는 성과가 있으니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후배 노동보건 활동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다른 노조 활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노안활동은 안 하려면 많은 핑곗거리를 취할 수 있고, 하려고 노력하면 주변 동료, 전문가, 상급조직에 찾아가든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든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같이 상의할 동료, 지역단체, 선배노동자 등 주변 동지들이 많아요. 내가 편하게 활동하는 만큼 조합원이 힘들게 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활동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