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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 2014.4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김형렬 소장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고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노동시간센터(준)에서는 노동시간 관련한 연구들을 작년부터 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2013년 10월호와 11월호에는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수행한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와 건강영향 실태 연구’를, 2013년 8월호에는 가톨릭의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수행한 ‘장시간노동과 비만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육체적 노동을 하는 남성에서 장시간 노동은 비만의 위험성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이번호에는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 가능성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데... 여러 연구를 통해 장시간 노동은.. 더보기
월 간 「일 터」/[연구리포트]

[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 2014.4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김형렬 소장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고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편집자 주>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노동시간 관련한 연구들을 작년부터 <일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201310월호와 11월호에는 노동시간센터()에서 수행한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와 건강영향 실태 연구, 20138월호에는 가톨릭의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수행한 장시간노동과 비만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육체적 노동을 하는 남성에서 장시간 노동은 비만의 위험성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이번호에는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 가능성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데...

 

여러 연구를 통해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정신건강, 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당뇨, 고혈압, 비만 등과의 관련성도 밝혀졌다. 특히 비만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주목을 받아왔는데, 일을 오래하면 힘든데 왜 비만이 생기는지 잘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을 오래할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들고, 수면시간의 부족은 당대사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비만이 생기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장시간 노동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생활에 영향을 주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부족을 일으켜 비만에 이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비만은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등과의 관련성도 잘 알려져 있다. 장시간 노동이 비만을 통해서 이렇게 다양한 건강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시간 노동과 건강의 문제가 노동자 자신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의 건강과 관련이 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이 연구는 엄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의 관계를 밝힌 연구로, 아이의 성별에 따른 영향의 차이도 보고자 하였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연구가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적이 있는데, 이들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들의 TV 시청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들의 적절한 신체활동이 줄고, 칼로리가 높은 정크푸드의 섭취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국내에서 매년 수행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2008~2010년 자료를 이용하여 29,235명 중 6세에서 18세 자녀 2,016명과 직업을 가진 어머니 1,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아이의 비만은 2007년 한국 청소년 성장 기준에 따라 95% 이상이거나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어머니의 노동시간은 한 주에 40시간 미만, 40~48시간, 49~60시간 미만, 60시간 이상으로 구분하였다. 자녀의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엄마의 체질량지수, 교육수준, 가정의 소득 수준 등을 보정하였고, 자녀의 성별에 따라 별도로 분석하였다. 이런 층화와 보정을 통해 어머니의 노동시간에 따라 자녀 비만의 위험도를 분석하였다. 이때 40~48시간 노동하는 것을 ‘기준집단’으로 하였고, 다른 시간 노동하는 경우, 그들의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을 제시하였다.

 

연구 결과는?

 

<표>에서 제시한 비차비는 기준집단에 비해 해당 집단에서 결과에 대한 위험 확률의 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2” 라는 값이면, 기준집단에 비해 해당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2배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자 아이에서는 어머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 아이의 경우, 어머니가 주 49-60시간 일하는 경우, 40-48시간 일하는 어머니의 자녀에 비해 비만일 가능성이 1.89배 높았고, 60시간 초과해서 일하는 엄마의 자녀는 비만일 가능성이 1.94배 높았다 (표).

 

<표> 엄마의 주당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과의 관계

 

자녀의 성별

엄마의 주당 노동시간

비만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남자

< 40

1.26 (0.87~1.81)

40 ~ 48

1 (기준집단)

49 ~ 60

0.91 (0.56~1.48)

> 60

1.11 (0.65~1.89)

여자

< 40

1.20 (0.78~1.84)

40 ~ 48

1 (기준집단)

49 ~ 60

1.89 (1.13~3.15)

> 60

1.94 (1.08~3.48)

* 자녀의 나이, 가정의 수입, 엄마의 체질량 지수, 교육 수준을 보정한 결과임.

 

연구결과에 대한 고찰

 

1) 어머니의 노동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비만 확률이 높아졌다.


이는 몇몇 연구 결과와 유사한 결과로서, 국내에서도 어머니의 장시간 노동이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6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여아는 2배에 가까운 비만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관련성의 정도가 상당히 높았다.

 

2) 남아보다 여아에서 어머니의 노동시간과 자녀 비만의 관련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아에서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남아의 경우 신체활동의 정도가 여아에 비해 일반적으로 높아 어머니의 노동시간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3)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40시간 미만 노동하는 어머니의 자녀들이 40-48시간 노동하는 어머니의 자녀들보다 남녀 모두에서 비만의 위험이 높았다.


이는 40시간 미만 노동하는 어머니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아, 사회경제적 위치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된다. 최근 부모의 교육수준, 학력, 직업에 따라 자녀의 비만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 좋은 영양섭취에 의해 비만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부유한 집안일수록 영양섭취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비만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의 의미

 

1) 본 연구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밝혔다.

 

2) 여성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실제 필요한 생활임금을 얻기 위해 강제되는 유형이 많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자녀를 돌보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가 장시간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자녀에 대한 죄책감을 갖는 방향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또한, 주 40~48시간 노동을 표준 노동이자 기준 집단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준 집단이라고 말하는 이 노동시간은 여러 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규정된다. 본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주 60시간 초과 노동은 많은 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매우 이례적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노동시간이다.

 

* 이 연구는 2013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