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이제는 제 역할 찾아야
재현 선전위원장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지렛대로 삼아, 재난 안전 문제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며 탄생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안전처의 핵심 관계자들은 컨트롤타워라는 무거운 책임을 벗어 던지고 싶어 한다.
국민안전처 출범 1주년 토론회에서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재난만 발생하면 국민안전처가 요술봉인 것처럼 기대하는데, 국민안전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안전에 관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국민안전처의 성과는 생색을 내고 싶지만, 재난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롭고 싶은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하긴 대통령부터 국민안전처 출범과 함께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책임을 국무총리에게 넘겼으니, 국민안전처 관계자들 역시 책임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이렇다 보니, 국민안전처는 자신을 탄생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의 뼈아픈 교훈 역시 잊은 듯하다. 아니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 이 점은 심각한 문제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국민은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불안에 떨었고, 분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안전처는 그 누구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능력, 의지와 관계없이, 국민안전처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과 어울리지 않는 재난 안전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재난 보험업이 성행하고, 안전박람회 개최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또, 소방, 해경 등 기구, 설비를 사들이는 데 예산이 집중되었다. 또, 국민안전처는 출범 700일을 맞아 백서를 제작하였는데 치적 중심으로 일관되게 정리했다. 정작 국민안전처의 역할이 필요했던 메르스 사태, 경주 대지진을 비롯해 최근의 조류독감 파동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이 없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가 출범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정권 무마용, 보여주기 식 국가 기구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로서 자리잡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국민안전처가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가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일 2017년 정권이 교체되어 국민안전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지금의 문제의식을 이어갈 정부 부처가 있어야 하고 컨트롤타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과 인력을 배치하는데, 정부가 힘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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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른바 안전불감증이라고 하는 왜곡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역할도 해야 한다. 재난과 안전사고의 원인을 피해 당사자에게 뒤짚어 씌우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논리이자, 인식이자, 문화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높이고, 재난이나 위험 상황에서 이러한 권리를 요구하고 실현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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