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통권 139호 / 2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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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27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9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33 자동자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36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지역에서는]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 거 같아요


8 [지금지역에서는] 

  군산 유해가스 누출사고, 노동자는 대피하지 못했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이제 30%쯤 알게 된 것 같아요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안전보건교육 


14 [현장의 목소리]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6만명을 매일같이 안전하게 떠나 보내죠 


22 [연구소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44 [시간의 재구성 노동시간 에세이] 

   시간 빈곤의 세계, 영화 인타임은 우리네 자화상 


48 [문화읽기] 

   어린이집에 대한 재고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 

   사라진 사법부의 권위 이유는 


52 [일터 다시 보기] 

   직장 내 괴롭힘 공론화가 시급하다 


54 [이러쿵저러쿵] 

   소중한 결실 그리고 첫걸음 (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56 [가로세로퀴즈]



특집 2.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 2015.8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전주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자동차 공장에서 벌어지는 지루하고 소소한 싸움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하면 흔히 현대, 기아, 쌍용 등을 떠올리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갑을 오토텍, 동희오토, 한라공조 등의 생소한 이름을 가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들이다.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 위해 들어가는 2만~3만 개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을 자동차 부품사라고 한다. 이 부품사들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작동하지만 이 기업들 사이에는 지배와 위계가 존재한다. 

기계를 완성하는 기업,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 사이에 불공정 거래와 자본의 추가적 수탈이 가능한 것은 자본 그 자체의 힘이다. 그 위계들의 아래에는 언제나 노동자들이 있고, 노동자들은 자본의 위계에 따라 또 다시 분할된다. 완성차 정규직-완성차 비정규직-협력사 정규직-협력사 비정규직. 여기에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자동차를 만드는 검은 피부와 하얀 피부의 노동자들이 줄 세워진다. 

현대자동차, GM대우, 쌍용차, 기아, 르노삼성의 이름에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각기 구조조정과 정리 해고의 상처와 투쟁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동료들을 보내야 했고,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으로 동료들의 일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생산성 질주를 시작했고, 스스로 초국적 자본이 되었거나 초국적 자본의 하위파트너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극에 달했다. '나도 언젠가는 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왼쪽 가슴에 지니고 일해야 했고 그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잔업과 특근을 열망하게 만들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제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을 이끌고 있다. IMF 위기가 각인시킨 불안의 흔적이 장시간 노동으로 남아 '연봉 1억 원 현대차 귀족노동자의 신화'를 완성한다. 

완성차 노동자들이 이럴진대 완성차 기업에서 물량 오더를 받고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실상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부품사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을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수십 년 일해 왔다는 것이다. 


"왜 여태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싸움을 시도 조차 못한 거죠?" 

"인식을 못했거나 아니면 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들이 그러니까 심야노동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고. 사실은 저희들이 교육을 받기 전에는 심야노동, 오히려 야간을 뛰면 낮에 볼일도 볼 수 있고 더 좋은 거 같은데. 이렇게 심야노동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런 것들을 몰랐던 거죠. 또 야간 들어가야 돈이 되니까. 야간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돈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또 장시간 노동? 장시간의 기준을 저희가 몰랐고 스스로도 이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각이나 이런 게 없었고. 그래서……예전에는 정말 오랫동안 일 했거든요." 

1998년 정리해고 도입이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자본은 보다 본격적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데 골몰했으므로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국가와 자본이 한목소리로 내는 경영합리화에 묻힌 소음에 불과했다. 

2002년 주40시간제가 도입되어 언론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축하했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줄어든 법정 시간만큼 더 많은 초과노동을 해야 했다. 고용불안을 떨치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초과노동을 온 몸으로 흡수했다.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해야 하지만, 자동차 자본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거래로 이뤄진 다단계 하도급 체계를 구축하면서 완성차 노동자와 부품사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벌렸다. 

2006년 이후에도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요구는 이어졌다. 커다란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참으로 길게, 지루하리만치 요구했다. 이때 현장 노동자들 일부는 여전히 특근과 잔업을 하게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2012년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완성차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일하고 있다. 무엇이 변했을까? 보통 새벽1시부터 5시까지는 공장에 불이 꺼진다. 주야맞교대로 24시간 돌아가던 공장이 그나마 몇 시간이라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잔업이 줄었다. 무조건 8시간 노동하고 2시간 잔업하던 것이 이제는 잔업할 틈 없이 교대를 해야 하니 강제로 줄어든 셈이다. 무엇보다 심야노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2조는 새벽 1시에 근무가 끝나고 1조는 6시까지 출근해야 하니 여전히 야간노동과 새벽노동은 있지만 그래도 '노동자 모두가 잠든 시간'은 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음 겪는 사건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동료들이 모두 잠을 자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들 중 절반은 늘 깨어 있었다. 이들의 신체는 누군가 나 대신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1998년부터 시작된 길고 지루한 싸움은 완성차에서 부품사로 번지고 있다. 모두가 잠자는 시간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노동자들의 신체와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이 변화의 방향을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의 두 번째 싸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 일깨우기 

2012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같은 해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765시간이다. 그런데도 노동시간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아니란다. 그러나 같은 해 금속노조가 조사한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2,856시간이었다. 

이들은 한국노동자들 평균 노동시간보다 800시간을, OECD 노동시간보다는 1,000시간을 더 일했다. 자동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한국사회의 노동시간 단축을 저지하고 있는 형세다. 부품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해왔던 이유는 자신들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1 년에 1,000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못했기 때문" 이었고, 다른 나라의 자동차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려면 동료들의 장시간 노동이 보이지 않고, 내가 장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망각하는 상태여야 한다. 인간의 신체는 분명 고통을 호소했을 것이다. 자본의 속도에 맞추는 인간의 신체는 급격하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 고통의 시간을 신체가 기꺼이 흡수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노동자들이 밤을 '심야노동을 할 수 있어서 수당이 붙는 쏠쏠한 노동시간'으로 인식했던 것은, 왜곡된 임금구조와 낮은 임금 때문이다. 화폐가 부르는 밤의 노래에, 장시간 노동이라는 굳은살은 노동자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고, 급기야 "견딜만 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 느낌은 화폐가 덧씌운 느낌,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을 제거한 통증 없는 상태에 불과하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유성지회의 싸움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는 목소리였다. 

"유성기업이 밤에는 잠 좀 자자,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라는 타이틀을 걸고 싸울 때 우리도 집회에 참여했어요. 이렇게 싸우다보니 조합간부와 임원이 느낀 거죠. 아~ 밤에 왜 일을 해야 하나." 

주간연속 2교대제를 경험하고 있는 자동차 노동자들은 이제 다시는 심야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이미 장시간 노동이라는 통각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잠자는 밤 시간'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만든, 싸워서 다시 찾은 공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노동시간 단축의 교전-제2라운드 

그래서 잠을 자는 시간은 이제 자본이 멈춘 시간이 되었다. 자본 측이 이를 그냥 두고 볼리는 만무하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이고, 이윤이란 시간당 생산성의 증대다. '시간이 줄었으니 생산성을 더 올려라.' 다른 한편 잠을 자는 시간은 노동자에게는 심야수당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자들은 밤 시간을 두고 갈등했다. '밤에는 잠을 자야지'와 '죽으면 원 없이 잘 텐데, 임금이 줄면 안 된다' 사이의 간극은 1,000시간의 초과노동을 수 십 년 일한 만큼이나 깊다. 이러한 갈등을 파고들어 자본은 생산성과 임금을 연결하고자 했다. 

"임금보전 수준은 생산량 보존 수준과 연계하는 것이 회사의 기조다. "(Q사 관리자) 

완성차와 부품사 지회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없애고, 노조교육시간을 근무시간 밖으로 내밀면서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것도 모자라 "숨어있는 여유율"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였다. 노동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UPH(시 간당 생산대수)를 10~15% 올렸다는데, 이 정도는 현장 노동자들에겐 "더는 못 올리는" 수준이다. 

완성차를 필두로 부품사들의 합의 과정에서 잡음이나 소란은 없었다.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싸움치고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완성차가 그렇게 매듭지었다. 생산성의 증대와 임금보전,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요구를 적절하게 조정했다. 완성차의 합의안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어 부품사 자본과 노동자에게 전달되었다. 

두 번째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선도적으로 전개하고 본격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패배다. 현대차 자본이 개입하고 공권력이 실행한 폭력은 주간연속 2교대제의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가 되었다. 인터뷰에 응한 50명이 넘는 부품사 노동자들은 유성기업의 투쟁에 대해 기묘하리만치 함구했다. 완성차 지부의 타결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타격이 그어 놓은 선 안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게 된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성의 이데올로기에 잠식된 현장에 있다. IMF 위기를 겪은 지금의 노동자들, 그 위기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자본의 생산성 증가 요구를 노동강도 강화로 흡수했다. 고정급이나 기본급을 높이기 위한 집단적인 요구보다는 잔업과 특근에 따른 보상적 임금을 요구했다. 연쇄적인 구조조정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우리의 일터'라는 집단적 공간성에 균열이 심화되었고, 그 틈으로 생산성 이데올로기가 초과수당이라는 개별적 성과주의로 채워졌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기조는 "물량 수평이동" "임금 수평이동" 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임금은 보전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시간당 물량은 더욱 늘어났다. 임금은 하락하지 않고 고정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물량이란 몸이 견디는 한 더욱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작한 싸움이 생산성을 둘러싼 교전으로 역전되었다. 

우리가 임금을 보전 받으려면 사측이 요구하는 생산성도 보전해주어야 한다는 기묘한 평등주의가 자동차 공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조와 2조 시간을 각각 8시간, 9시간으로 도입했지만 2016년 이후부터 8시간, 8시간으로 더 낮춰야한다. 지금의 기묘한 평등주의 논리 하에서, 1시간 더 줄인 만큼 1시간 분의 노동강도를 더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노동강도로 흡수하지 않은 단 1시간을 확보하는 싸움은 이 평등주의를 깨야만 가능하다. 

개별화된 임금을 전체의 보편적인 임금구조로 바꾸는 것, 시간급제가 아니라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바꾸어야만 한다. 생산성의 이데올로기를 깰 수 있는 지루하고 소소하고 지속적인 잡음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임금과 생산성의 고리를 끊어낸 '단 1시간' 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2라운드를 고민할 시간이다.

특집 1.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015.8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확대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주야 맞교대를 시행하던 20여 년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부 완화되고 있고, 노동 시간과 야간 노동의 단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회에서 수행한 조사에서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았고, 일상의 삶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취미 활동을 기획하고, 자녀 돌봄이나 가사 노동에 대한 분담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주간연속 2교대 실시와 함께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단축의 문제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된 점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하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동 강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임금 감소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이거나 얻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 시간 단축과 야간 노동 철폐를 만들어 나갈 기획과 현장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교대제 전환의 흥정과 협상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간 연속 2교대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용(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서 고립되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했고, 사측의 대응과 투쟁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통해, 향후 주간연속 2교대 뿐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노동 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대근무의 변화를 경험했거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단위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삶의 변화를 조사하고, 노동 시간과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의 변화가 없는지, 있다면 구체적인 변화의 양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38개 지회 51명의 조합 간부 및 조합원들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의 주요 내용은 교대제 변화 전후의 작업환경, 임금, 노동시간, 조합 활동에 대한 내용과 교대제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 조합원과의 소통, 사측과의 합의 과정 등이었다. 사업장 단위의 설문조사도 수행하였는데, 45개 사업장에 대해 교대제 이행 상황, 교대제 변화의 주요 내용, 작업환경의 변화, 교대제 전환의 주요 동력, 조합의 대응과 조합원 소통 등에 대해 설문하였다. 

또한 7개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대제 이행 전후 건강과 삶의 변화, 특히 수면건강 및 건강행태, 취미 생활 등에 대해 물었고, 교대제 변경에 따른 노동시간, 임금, 노동 강도 변화에 대해 설문하였다. 진행했던 연구 결과 중에 부품사의 교대제 이행과정에서의 특징, 외주화 경향, 통상임금의 문제를 둘러싼 쟁점 등에 대해 주요 내용을 싣는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문제를 짚어 내고 논쟁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의 철폐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연구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2015.8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이은주 마창거제 산재추방연합 상임활동가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1월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연구팀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경남노동건강연구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을 구성하여 전남 목포, 경남 울산, 거제, 통영, 창원지역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489명이었고, 면접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6명이었다. 이번 조사는 물량팀이라는 고용구조가 물량팀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하청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조선 산업

조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구성 추이의 특징은 하청 기능직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이다. 1990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2002년 이후에는 하청기능직 노동자의 수가 직영기능직 노동자의 규모를 넘어서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하청노동자 인력 또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2013년 9대 조선소 기능직 사내하청 인력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9대 조선소의 기능직대비 하청비율은 1990년 21.2%였지만 2013년엔 294.1%까지 높아져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사업부 기능직 하청 인력은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3대 조선소 해양사업부 기능직 대비 하청비율은 90.1%에 이른다. 핵심 인력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사내외협력업체에서 조달한다는 고용방침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고용 유연화를 달성하려는 자본의 기본전략이다. 자본은 조선 산업이 경기 사이클 변화에 따라 물량 기복이 심하다는 이유로 이를 고용 유연화의 합리적인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하위 단위로 재탄생하는 물량팀의 보편화

특히 물량팀 증가가 뚜렷한데, 조선업종은 2005년경 부터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시급한 인력 확보를 물량팀으로 하기 시작했다. 물량팀은 물량팀장이 사업주가 되고, 도급을 주는 하청 업체는 고용사업주인 동시에 사용사업주가 되는 기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하나의 하청업체 내에 물량팀만으로 구성되어있는 고용구조, 1차 업체의 시급제로 형식상 고용을 유지하고 수시로 물량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까지 형성되고 있다. 물량팀의 일상화는 자본이 상시적인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을 독점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최하위 단위의 고용형태가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더 위험하고 더 불안정한 지위를 갖는 물량팀이라는 고용형태는 조선업종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2010년경부터 급격하게 확산기를 넘어 정착기에 이르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STX조선, 삼호중공업, 성동조선 등에서 물량팀으로 일하는 노동자이었다. 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조선업종의 전 직종에 분포되어 있었다. 나이는 평균 42.2세였다. 


1. 상시화된 단기고용 방식

물량팀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의 부도로 인한 퇴직, 업체 내부의 고용조정 등을 통해 실업상태가 된 이후에 같은 기업 내부의 물량팀 모집에 응하여 물량팀 노동자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신규 취업자들도 물량팀 이외의 모집이 매우 적고, 하청업체로의 신규취업은 심각한 저임금이어서 물량팀을 선택하게 되는 구조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하나의 원청 기업 내에서 이직하며 끊임없이 물량팀 노동자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부분에서 그 원인이 제일 큰 거 같습니다. 정규직은 인건비가 많이 나가잖아요. 이쪽 회사 입장에서는 경기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정규직이 많아지면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는 거죠.” (물량팀 노동자 )


물량팀 노동자들이 한 개의 원청업체에 근무한 기간이 평균 2.1년으로 자본의 물량팀 고용은 상시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량팀의 고용 기간은 대체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재고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물량팀은 구체적인 근로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16.88%에 이르고, 구두로 통보받은 경우가 14.58% 이르는 등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2013년 7월부터 일하고 있는데 지금 저희 인원이 26명 정도 됩니다. 물량팀 인원만. 계약이 3개월 단위로 연장이 돼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바뀝니다. 일 년 되면 거의 반 이상이 다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현재 저랑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가 왔을 때부터 근무하던 사람은 4명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다 3개월에서 6개월 되면 다 바뀝니다. 14반도 물량팀인데 인원은 20명 15반은 10명 정도 되며 우리가 있는 12반이 제일 많습니다." (물량팀 노동자 )


2. 노동시간과 임금

물량팀 노동자의 한 달 평균노동일수는 21일, 하루 노동시간은 9.4시간이었고, 연간 평균 60일 정도의 실업기간이 있어, 10개월 동안 받는 임금액으로 연간 소득을 얻어야 하므로 취업 시기에는 매우 높은 노동 강도와 긴 노동시간에 노출되어야만 연간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구조는 일당 제가 60%였고 직시급제 등이었다. 연봉은 조선업종 정규직 노동자 연평균급여 평균의 55%정도 였다.


3. 고용 불안정

복잡한 다단계 고용구조에서 부당함은 일상이 되고,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의 상태에 노출된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불안이다. 물량의 변동에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은 반자발 반강제적인 내부이동을 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아, 또는 더 나은 일당이 보장되는 쪽으로 하청업체, 나아가 원청 사업체를 옮겨 다니게 된다. “기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왜냐면 위에 물량을 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일하기 불편하고 힘들다면 물량팀에 던져 버리고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먹이사슬이다. 위에서 시키면 제일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물량팀이다. 제일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다.” (물량팀 노동자)


4. 노동기본권의 배제

물량팀 고용구조의 전면적 확산은 물량팀이 조선업종에 전면화되면서, 더 불안정한 고용구조, 더 심한노동 강도, 더 많은 산업재해, 더 많은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는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동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되어 있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체불이 발생했다 해도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조합 가입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제일 먼저 쓴다. 노동조합 가입 했을 시 퇴사 처리 한다는 내용. 예. 그건 무조건 쓴다. 들어가자마자. 임금 얼마 사인하고 근로계약서는 대충 회사마다 좀 다른데 물량팀에 맞게끔 맞춰 놓은 근로계약서. 절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랑 지장 찍고 가입했을 시 회사 퇴사 처리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 것까지 다 받아낸다...” (물량팀 노동자)


1) 일상이 되어버린 임금체불

물량팀 노동자들의 37.95%가 임금체불의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체불은 소속된 하청업체의 폐업이나 기성금 부족 등이 대부분의 원인이고, 3회 이상의 체불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55.93%에 이르러 “체불임금을 받는 노력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서 일하여 돈을 버는 것이 낫다”는 자조적인 푸념까지 생겨났다. 임금체불에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20.87%에 이르고 있어, 임금체불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실감케 하고, 그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다 뭐, 노동부 일단 고발. 초창기에 고소고발하고 그다음에 사람들 모아가지고 탄원서 써서 검찰에 탄원서도 제출하고 해봤는데, 결국에는 그때 당시 합의 본 게 한 30프로 정도, 체불액의 30프로 정도. 한번은 또 팀장이 또 돈 갖고 잠적을 해버렸는데, 그것도 고소고발하고 재산내역을 뽑아보니까 그 사람 앞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가지고 그것도 결국에는 고소 고발한 상황에서 끝나버렸죠. 사실은 재판가고 이리 해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라 그러면 시간 끌어야 되고 하니까...” (물량팀 노동자)


2) 4대 보험 미가입

물량팀 노동자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이 61.9%에 불과하여 4대 보험의 운영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동조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산재 위험 55.51%, 복리후생 빈약 53.61%, 노동 강도 52.65%, 저임금 52.51% 등의 불만족을 드러내고 있다. 


5. 위험의 아웃소싱, 건강권 파괴

물량의 아웃소싱은 위험의 아웃소싱을 동반한다.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빨리 수행해야 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공기를 앞당기는 것을 우선하는 노동현장에서 안전한 작업은 꿈꿀 수 없다.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단기계약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관리하고 보호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무 중 사고나 질병 경험이 34.39%에 이르고 있는 반면에 산재처리를 하는 경우는 겨우 5.73%에 불과했다. 산재 미처리 사유 중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가 38.39%나 되어, 원청 사업주가 물량팀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 속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건강권파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불법적인 노동 통제와 임금체불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일시적 형태가 아닌 상시적 고용구조로 자리하고 있는 물량팀이라는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사라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 단결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 보고서] K전기 / I콘트럴스 장시간노동의 주요원인 조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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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가 수행하였습니다. 


[목차]

Ⅰ. 조사의 목적과 방법

1. 조사의 배경과 목적

1.1. 조사의 배경

1.2. 조사의 목적

2. 조사의 방법과 내용

2.1. 조사의 방법

2.2. 조사의 내용

3. 조사의 사업경과


Ⅱ. 설문조사 분석 결과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인적, 소득, 고용관련 특성

2. 노동시간

3. 잔업 및 특근

4. 장시간 노동 감수성 


Ⅲ. 요약 및 제언




[보고서] 2015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 연구



2015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 연구

-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연구팀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마창 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경남노동건강 연구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 목차 >

I. 조사의 배경 및 목적 ············································8

1. 조사의 배경 ···················································8

하청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조선 산업

조선 산업 비정규직의 규모와 분포

해양 사업부의 하청노동자 비율 증가추이

비정규직의 하위 단위로 재탄생하는 물량팀의 보편화

2. 조사의 목적 ··················································11

II. 조사연구의 방법 ··············································12

Ⅲ.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자 조사연구 결과 ···························17

1. 물량팀 노동환경실태 설문조사결과 ······························17

(1) 일반현황 ····················································17

(2) 사회보험 보장수준 ············································22

(3) 임금 및 근로조건 ············································25

(4) 노동시간과 연봉 ·············································36

(5) 임금체불 경험 및 대응 ········································38

(6) 직무 만족도 ·················································44

(7) 산업재해와 노동보건 ··········································47

(8) 물량팀 작업자의 어려움 ·······································54

(9) 금속노조의 역할에 대한 의견 ··································56

(10) 취업의 기회에 대한 요구도 ···································59


2.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자 심층면접조사 결과 ························62

(1)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물량팀 고용형태와 물량 노동자의 확산 ·······62

(2) 다단계 하도급 방식에 따른 고용형태의 분화 ·····················65

(3) 노동자들의 물량팀으로 유입과정 ································74

(4)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76

(5) 열악한 노동조건 ············································79

(6) 노동기본권에서 배제당하는 노동자들 ···························87

(7) 위험의 아웃소싱, 건강권의 악화 ································94

(8) 차별이 일상화 되어버린 시대, 현장 ···························101

(9) 물량팀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103


Ⅵ. 결론 및 대안 ··············································106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 2015.1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재현 선전위원



2개월 전. 새해 첫 현장의 목소리는 2014년 한 해 우리가 만났던 현장들 가운데 승리의 소식을 모아 전하고자 방향을 정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획 의도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자본 스스로 노동조합과, 더 나아가 전 사회적으로 맺은 합의를 어기면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곳이 있다. 그래서 2015년 첫 ‘현장의 목소리’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현장을 재조명하기로 했다.



○ 금속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지난해 8월 난생 처음 노동조합을 경험하고 파업 투쟁을 벌이던 레이테크코리아 분회 조합원을 만났다. 레이테크코리아는 대표적으로 라벨(견출지)을 만드는 회사로 300만 불 수출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경쟁력이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 이면엔 작업장과 탈의실에 있는 CCTV 감시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우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로부터 시간제 비정규직 전환을 강요받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70여 명의 노동자들은 2013년 5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투쟁은 끈질기게 이어졌고, 그 결과 지난 10월 24일 노사 간 쟁점이었던 작업장 이전을 다시 합의했다. 또한, 조합원 전원 서울 발령, 노사공동답사로 서울 공장 부지를 확정, 최저임금에서 기본급 2만 원을 인상하는 등 임·단협을 체결했고 길고 길었던 136일 파업을 종료했다.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저버리다


그런데 또다시 회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서울 신당동에 창문 하나 없는 곳에 작업장을 마련했다. 또한, 조합원에게 이른바 ‘순응 서약서’를 강요하였다. 정년연장에 관한 합의를 어기면서까지 조합원 3명을 퇴직금 10만 원 백화점 상품권 하나와 함께 12월 말 강제 퇴사시켰다. 현재 조합원들은 환풍 시설이 전혀 없는 현장에서 나는 본드 냄새로 호흡기 질환과 구토, 어지럼증을 참아가며 일한다. 또한, 휴게실과 탈의실조차 없어 회사 복도에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지난 10월 자신들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알려지고 사회적 비난 여론이 일면서 국정조사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되는 것을 막고자 우선, 노동조합과 합의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회사가 ‘순응 서약서’ 요구를 통해 23명의 조합원을 어떻게든 자발적으로 내보내고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의 민낯을 보여주는 레이테크코리아 투쟁


지난 12월 10일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노동조합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몰상식한 노조 탄압을 벌이는 회사를 규탄하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 레이테크코리아분회 트위터


난생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힘든 투쟁을 벌인 끝에 현장으로 돌아간 조합원들이 회사가 스스로 했던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할 수 있길 희망한다.


○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1,895일 투쟁 끝에 노·사가 사회적 합의를 맺으며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다시 길거리에 나섰다. 지난 해 10월 인터뷰 당시 기륭전자분회는 사회적 합의를 어기고 일터를 버리면서까지 야반도주한 최동열 회장을 사기죄로 구속하는 고발 운동을 마치고, 그 다음 사회적 투쟁을 고민하는 시기였다. 


900만 장그래의 목소리를 알리러 나선 기륭전자분회


지난 12월 박근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회 또한 비정규직 양산을 넘어 정리해고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모습을 본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기륭 자본의 문제를 넘어 이 사회 900만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알려내고 비정규직·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한 사회적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출처 : 참세상


첫 시작으로 12월 22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10년의 투쟁으로 어디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을 이끌고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염려하며 만류하기도 했지만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이번 오체투지 행진은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몸을 더욱 낮추고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행진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오체투지 행진에는 교직원공제회 콜센터, 학교비정규직, LG U플러스, 씨앤엠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인권·문화예술·종교계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했다.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염원하는 노동자들


지난 12월 26일을 끝으로 1차 오체투지 행진은 1월 7일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으로 이어졌다. 2차 행진에는 기륭전자분회를 비롯해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등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함께 나섰다. 2015년 비정규직·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해 물꼬를 트고자 하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싸움에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2015년 한 해도 비록 큰 힘은 되지 못할지라도, 전국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잊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로 알려내는데 함께하겠습니다.

<일터> 통권 132호 / 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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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2. 자살과 죽음

3. End 2014, And 2015


03

[뉴스] 

현대중공업 단협에 ‘노조 작업중지권’ 첫 규정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는 산재인정투쟁  l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최진일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l 정하나


14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l 재현


18

[연구소 리포트]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l 김형렬, 최민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l 쌀집아재


30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l 조성식


32

[작업중지권 기획]

사용중지와 작업중지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4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자본주의 시간경제에 가려진 그림자 시간노동을 찾아서  l 노동시간센터(준) 김보성


38

[문화읽기]

노동개혁? 있는 거나 제대로 보호하시지!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정부가 말하는 2015년 노동·비정규직 대책이란?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을 다녀와서  l 이태진


44

[이러쿵저러쿵]

아이의 탄생과 육아  l 곽경민


46

[성명서]

염태영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염태영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  l 경기이주공동대책위원회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특집] 3.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2014.12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정리 : 선전위원회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보고인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이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 멈춰’ 팀이 금속노조 노안실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총 7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작업중지권 실태에 대해 심층 면접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중지권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후 더 많은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민(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작업중지권이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으로 자리 잡은 현장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작업중지권이 매우 위축된 현장도 있었으나 이것은 단순히 업종 간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지는가에 따라 현장에서의 작업 중지권 행사가 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은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사대를 동원하고, 징계와 손해배상을 남발하고, 경영위기를 핑계로 작업중지권 반납을 요구하며, ‘급박한 위험’ 대신 ‘사람이 다쳤을 때’로 작업중지권 발동 조건을 제한하는 등 작업중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사법부도 자본과 이런 인식을 같이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안전을 위한 작업 중지와 당장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현실도 지적했다. 


이런 작업중지권의 오늘을 넘어서기 위해서 ‘당장멈춰’ 팀은 널리 알려지고 공유돼야 할 투쟁을 나누고 작업중지권 관련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단위로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민주노총과 금속 노조를 중심으로 법 개정 투쟁에 시급히 나설 것을 요청했다. 더 나아가 판매 서비스, 공공부문 등 다른 노동자들도 인격권을 침해받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부, 거절, 중지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해나가는 활동을 제안했다. 



작업 중지, 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발제 이후, 당장 멈춰 팀 안규백(한국지엠 조합원) 연구원의 진행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2014년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사측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홍진성 대의원은 “선배노동자들이 만든 작업중지권을 보다 나은 조건에서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많이 지지해주고 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조합원이 라인을 세운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현재는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동료들도 라인을 탈 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설명해도 잘 듣지 않았는데, 라인을 멈추고 왜 라인을 멈췄는지, 왜 안전이 중요한지 얘기하니까 집중도 되고 설득력도 있었다. 결국, 투쟁을 통해 돌파하는 것이 자본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갑을오토텍 안재범 노안실장 역시 “한 공정에서 유리섬유 분진이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집진 시설 등 아무 대책이 없고, 어느새 직접 작업자뿐 아니라 주변 작업자들까지 가려움증이 발생해서 처음 작업 중지를 내렸다. 그때는 조합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서너 시간 작업을 멈춘 후, 병원 진료와 시설 확충 등 대안이 나오자 그제야 현장에서 작업 중지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두 번째부터 작업 중지하면 박수를 쳤고 세 번째부터는 작업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합에 전화한다.”며 작업 중지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안 부장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은 작업 중지를 부담스러워하고 징계나 고발을 두려워하는 현장 분위기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작업중지권,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대우조선 박호빈 산안실장은 현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내리는 것 못지않게 어떤 조건에서 다시 가동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에서는 작업 중지, 현장 확인과 보고서 제출, 노사 협의, 문제 해결방안 보고서 제출, 검토 후 재가동에 이르는 일정한 절차를 마련해서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박호빈 실장은 또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안실이 그나마 회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부서이다. 조선분과 내 노안 담당자 회의나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모두 소통의 구조다. 소통을 통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연구원 역시 본인이 대의원으로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노동조합마저 자신의 버팀목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힘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가 이런 현장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고, 사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구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현장 기반을 다지는 실천을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창현 노안실장은 “작업 중지를 내리고 있으면,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 1주일간 전 공정 작업이 중지되자, 조합원들이 불안해했다.” 며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가 작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은 “작업중지권에 대한 내용은 금속노조 단체 협약안이나 노안 활동가 교육 등에 이미 모두 포함돼있다. 그런데도 항상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라며, “조합원이 다칠 수 있고, 병들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사측이 비협조적이면 고소·고발, 신고하는 기본적인 일상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민 연구원은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라는 기간조직을 통한 활동도 중요하나, 개별적으로 투쟁하는 활동가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보편화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활동도 따로 일구어져야 한다. 그것이 ‘당장멈춰’ 팀이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이유이다. 2015년에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노안뉴스] 다치고 쓰러지고 죽어도 ‘산재 0명’ 동희오토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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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http://www.ilabor.org/news/articleView.html?idxno=4499

 

 

다치고 쓰러지고 죽어도 ‘산재 0명’ 동희오토황재민씨 산재 인정

- 비정규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 벌이는 동희오토 노동자들


 

강정주 

 

김려화씨는 “남편이 3년 동안 동희오토에서 일했다. 작업속도가 빨라진다고 했고 주야 맞교대를 하다보니 잠을 못자서 늘 힘들어했다”며 “여름에 특히 힘들어했다. 늘 옷에 소금기가 가득한 채로 퇴근했다”고 설명했다. 황재민씨가 쓰러진 때는 7월이었다. 현장 온도가 극심하게 높아졌을 것이 분명한데도 회사는 공장이 덥지 않았고 황재민씨 사고에 공장 환경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당사자와 회사의 증언이 엇갈리는데도 회사 입장만 받아들였다. 그리고 요양불승인 처분을 했다.

 

[현장의 목소리]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 2014.10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기륭전자분회, 다시 싸움을 시작하며'


재현 선전위원



2010년 11월 1일 금속노조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1,895일 투쟁 끝에 모든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에서 노·사가 사회적 합의를 맺으며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사회적 합의 당시, 기륭자본은 국내 생산 설비가 없고, 경영상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현장복귀까지 유예기간을 요청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2년 6개월을 기다린 끝에 2013년 5월 2일 설렘을 가득 안고 정규직으로 당당히 현장에 복귀했다. 


현장 복귀 9개월이 지났는데도 회사는 업무배치를 하지 않았다. 월급은커녕 4대 보험도 들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지난 8월 최동열 기륭 회장은 “일을 하지 않으면 너희는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조합원들은 화가 끝까지 치밀었지만 그래도 사회적 합의가 있으니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13년 12월 30일 꼭두새벽 최동열 회장과 몇몇 직원이 회사 집기를 들고 야반도주를 했다. 아침에 출근한 조합원들은 회사 총무부장에게 항의하고, 어디로 공장을 이전하는지 밝히지 않으면 이곳에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했다. 1,895일을 투쟁하며 그토록 바라던 일터가 하루아침에 농성장이 되었다. 주저앉아 있을 수많은 없었던 조합원들은 8월 29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경영 투명성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선포했다.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최동열 회장을 사기죄로 구속하기 위한 고발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지난 9월 27일 고발인 대회를 마치고 다음 투쟁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유흥희 기륭 분회장을 만나 고발운동의 취지와 당일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듣기위해 10월 어느 날 제법 내리는 소나기를 뚫고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한 ‘사회적 합의’


2004년 순이익 200억 이상의 알짜배기 회사였던 기륭전자는 2006년 에스에인베스트먼트 투자회사를 거쳐 2008년엔 최동열 회장이 회사를 인수했다. 그 뒤로 공장부지 매각을 시작으로 소위 투기 놀음과 무리하게 회사를 인수하면서 경영 상태가 악화하였다. 2012년엔 지금의 사옥까지 매각하고 다시 임대로 들어오면서 지금 현재 생산시설도 자산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올해 2월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투명하지 못한 경영과 회사를 지속 운영하는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 상장 폐지까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경영상의 악화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노동자들이 입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뜨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물론 지금껏 기륭 자본이 워낙 조합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 여러 정황상 우려가 컸죠. 그래서 투쟁이 끝나고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쉬지 못했고, 현장 복귀를 기다리는 2년 6개월 동안 조합원들이 사무실 하나 내서 거기서 먹고 자면서 기륭 자본을 계속 감시하고, 일상적 긴장을 놓지 않았죠. 그래서 이렇게까지 했으니 기륭 자본이 사회적 합의를 이렇게 쉽게 어기고 야반도주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 사기죄 고발 운동의 두 가지 의미


출처 : 기륭전자분회


“고발 운동을 하게 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2010년 기륭의 사회적 합의는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부당해고는 정당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사회적 연대투쟁의 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사회적 합의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를 뒤로하고 야반도주를 한 최동열 회장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것에 대하여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고발운동은 기륭뿐만 아니라 다시는 투쟁하는 동지들이 이러한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어기는 기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게 하는 투쟁의 의미도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2011년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있었던 한진중공업 투쟁에서도 국회가 보증을 서서 사회적 합의를 맺었었는데요. 이후 사측이 기존 합의를 어기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두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가뜩이나 요즘엔 투쟁을 시작했다 하면 장기투쟁으로 가면서, 대개 투쟁을 정리할 때 사회적 합의를 맺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사회적 합의는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처벌의 근거가 없어요. 그러니 이를 이용해 돈 있고 힘 있는 자본가들이 사회적 합의를 너무나 쉽게 어기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어기는 자본가들의 인신 구속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에서 지금의 고발운동을 시작했어요.”


기륭 조합원들은 올해 2월엔 2010년 사회적 합의의 의미를 다시 환기하고, 이행하기 위한 법·문화예술·인권·종교 등 각계각층의 운동진영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또한, 지금껏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유성기업·쌍용자동차·현대자동차 자본가의 처벌을 요구하는 ‘잡아라 기업사기꾼’ 문화제를 진행하는 등 고발 운동의 취지를 나누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투쟁을 발판삼아 지난 9월 27일 11,800여 명 동지들의 서명을 모아 최동열 회장 사기죄 고발 투쟁을 전개했다.




고발운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기 위한 첫 발걸음


기륭조합원들은 무엇보다 이번 고발 운동이 사회적 합의를 이해하지 않는 자본가를 처벌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이번 고발 운동을 시작으로 ‘기륭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처벌 조항을 만드는 입법의 밑거름이라도 만들어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소위 기륭 자본의 투기 놀음과 ‘먹튀’ 전략이 신경영이라 불리며 벤치마킹하는 자본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최근 스타케미칼을 비롯해 금속노조 내에도 투기 자본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 사례를 더 모으고 사회적 대안까지 마련하는 투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새로운 투쟁을 고민하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기륭동지들의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오랜 투쟁으로 건강도 좋지 않고, 경제적인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참 무거웠다.


출처 : 기륭전자분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봤을 때도 지금 활동이 힘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막바지로 가고 있는 기륭 투쟁에서 마지막 남은 10명의 조합원 모두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어떤 의미를 남기는 투쟁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로 온갖 차별과 서러움을 견디며 1,895일의 싸움 끝에 정규직화를 쟁취한 기륭 동지들이지만, 지금은 돌아갈 현장도 없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투쟁은 마치 자전거와 같아서 더디게 가더라도 페달을 계속 밟아야 쓰러지지 않는다 생각하기에, 지금의 투쟁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또 밟고 있다. 어떤 시의 한 구절처럼 언제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투쟁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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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뉴스] “안전교육? 어렵고 졸리지 않아요” “조합원이 공감, 참여하는 교육해야”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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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labor.org/news/articleView.html?idxno=4386


“안전교육? 어렵고 졸리지 않아요” “조합원이 공감, 참여하는 교육해야”

[현장] 경기지부 노동안전 기획교육 연극 <울고넘는 근골격계>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노동안전 활동을 많이 경험하지 않은 간부들에게 고민과 자신감이 생겼다. 김 부장은 “연극을 소개 하고 모여서 평가도 하면서 간부들이 스스로 기획사업을 했다는 보람을 느낀다”며 “조합원들과 함께할 사업을 더 고민해야겠다는 평가를 하는 간부들들도 많다. 똑같은 방식만 반복했던 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시도해보려는 계기가 생겼다”고 간부들의 변화를 말한다.


[언론보도]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2014.08.22,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762&page=1&category2=203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 공동기획 연속토론(3)

 

엄정흠(노동시간센터()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두원 정공 교대제 전환의 의의

 

1974년에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주력 생산하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계식 연료분사장치의 80% 가량을 두원정공으로부터 공급받으며, 나머지 20% 정도만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는 현재 사양부품 중 하나로, 국내에는 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차종이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및 북미 제외 지역과 전자식 연료분사장치를 사용하기 힘든 열대 및 극지방에 수출하는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이 부품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일부 중장비 차량 생산과 이미 판매한 차량의 AS를 위해서도 이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두원정공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수요로 인해 업체의 전망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실제로 두원정공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높은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음을 알 수 있다. 면접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역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량이 넘쳐나 하루 3~4시간의 잔업과 철야작업도 빈번히 했으나, 이후로는 서서히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기본적으로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기술이 높아져가는 글로벌 환경규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생겨난 문제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원정공에 먼저 찾아온 위기는 환경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997년 한국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아래 표에 나타나듯, 199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두원정공은 경제위기를 맞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대로 급락하는 등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매출액과 이익은 1999년에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다른 많은 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기회로 두원정공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시켰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이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양보교섭안을 모두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절반에 가까운 동료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작업장에서, 남은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원정공의 이른바 민주집행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선되었다. 민주노총 가입을 내걸고 2001년 선거에서 당선된 두원정공 노동조합 집행부와 이후 민주집행부는 강도 높은 임단협 투쟁(2002)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2003), 보쉬(Bosch)로의 매각 저지(2005)1) 및 신규 물량 확보 투쟁(2006) 등을 전개하며 무너지고 쪼개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지난 구조조정의 트라우마 속에서 물량을 사이에 두고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변모한 노동자들에게 연대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노동조합의 헌신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현장은 차츰 복원되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투쟁들의 승리 속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와 신뢰는 견고해졌다. 물론 두원정공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므로 고용조정은 불가피하고, 고용조정을 해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담론을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고 구조조정을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에 맞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말았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생산하는 두원정공의 예고된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섰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로의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2007년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토대 마련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201010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동시 도입을 성공시켰다. 아래 표는 노사합의 내용이다.


*2010년 제도개선 합의서 내용


1. 회사는 2010921(10월 급여부터) 새로운 근무제도인 월급제를 실시한다.

 

1) 월급제는 시간외 수당 30시간을 적용 지급한다.

전 조합원에 적용한다. (관리직 조합원 포함)

교대근무자(2)는 교대근무수당으로 심야근로 3시간 30분의 50%를 지급한다.*

2) 근무형태는 8+8을 직도입한다.

3) 근태(지각, 조퇴 등) 관련 사항은 현행대로 한다.

4) 노사는 인원 이동 관련 성실한 협의를 통해 원활한 생산이 되도록 노력한다.

5) 특별부서(열처리, 보일러, 변전실)는 해당부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6) 월급제 시행 전후 중대한 문제 발생시 노사 협의하여 방안을 강구한다.

7) 기타 기본급, 통상임금 산정 및 근무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은 첨부1**을 따른다.

 

2. 월급제에 적합한 단일 호봉제를 201110월부터 실시한다.

 

1) 월급제 실시에 맞추어서 2010101일부터 단일호봉제 완성을 위한 노·사 공동연구팀을 구성 운영한다.

 

* 이전에는 오후 10시부터 420분까지 야간근무였는데, 12시부터 1250분까지의 식사시간은 무급이었으므로1250분부터 420분까지의 3시간 30분 중 50%에 대한 임금보전을 요구한 것.

** 첨부1은 임금계산공식 및 근무표 등.

 

자료출처: 노조 자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시스템은 여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와 마찬가지로 ‘10+10 교대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여져,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하게 나타났다. 아래 표는 OECD 최장시간 노동을 기록하는 한국 연평균 노동시간을 거뜬히 초과하는 두원정공 노동시간 추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 이후, 잔업이 사라지고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6.95시간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는 근무형태 변경 이후의 근무시간표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도입 논의 초기에 조합원들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2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동안 적응해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한편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두원정공 사측은 잔업 및 특근을 노사 합의 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인 920일까지 최대한 운영하다 21일부로 전면 중단해 실제로 임금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노조에 대한 불만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물량이 줄어드는 조건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 및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합원들을 설득해나갔다. 동시에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줌으로써 조합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문제의식은 아래 제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재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 3년째로, 제도가 많이 안정화되어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시간 및 임금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대체로 많이 가라앉았으며, 오히려 현장에서 새 제도 도입 이후 삶이 더 만족스러워졌다는 반응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를 통해 큰 타협과 양보 없이 원칙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계기로 노동운동 내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으나, 정작 그 원칙으로 상정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이른바 3무원칙에 철저히 입각하여 교대제 변경을 이뤄낸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3무원칙에서 제기된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이 사실상 새로운 근무형태 설계의 핵심 쟁점이며, 따라서 그만큼 노사간의 치열한 각축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 더 이상 사장이 원하는 아줌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 2014.8

더 이상 사장이 원하는 아줌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재현 선전위원


견출지, 라벨지 시장 매출 1위, 300만 불 수출을 기록한 레이테크코리아. 이 회사에서 온갖 반여성적, 반인권적 노동탄압을 견디며 일하다 이제 인간답게 일하는 일터와 일상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 지회 조복남, 김선희, 정해선 조합원을 만났다.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조복남 : 친구 소개로 왔어요. 집하고 멀지 않아서 출·퇴근도 편하고 그래서 다니게 되었죠. 근데 막상 와서 일을 해보니까 이렇게 일하는 곳도 있나 싶었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점심때까지 고개 한번 들기 힘들었어요. 화장실도 못 가요. 요즘에도 이렇게 일하는 데가 있나 싶었어요. 계속 다녀야 하나 갈등도 많이 했어요. 


김선희 : 저도 전철 한 번에 오는 거리라 오게 됐어요. 만약 공장이 안성에 내려가는 줄 알았으면 다니지 않았을 거예요. 처음에 한 마디도 없었거든요. 나중에 공장 이전을 반대하니까, 회사는 6년 전부터 내려갈 계획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사실이면 미리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해선 : 제가 늦둥이가 있어서, 집에서 가깝고 주 5일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고 잔업이 없는 데라고 해서 일했어요. 저는 여기서 일하면서 결혼하고 나오는 주부들은 다 이렇게 일하는 줄 알았어요. 


구체적인 노동조건은 어땠나요?


정해선 : 당시 대표가 회사 전체에 CCTV를 설치하고 감시가 굉장했어요. 주로 대표가 제주도에  있는데 핸드폰에 CCTV를 연결해서 감시하면서, 물건 때문에 화면이 가려지면 직원을 불러다가 그 앞에 물건치우고 그랬어요.


조복남 : 누가 물 마시는지, 화장실 많이 가는지 감시하고. 한 사원은 체격이 컸는데 답답하다고 다른 부서로 내려 보낸 적도 있어요. 당시 대표가 항상 카메라를 주시하면서 지적을 해서 직원들이 매번 고개를 푹 숙이고 일했어요. 처음 근무 할 때 화장실 가는 사람도 없고, 물 마시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동료한테 “여기 화장실 가면 안 되느냐?” 물어봤는데 “눈치껏 가면 돼요” 그러더라고요. 그때 바로 알았죠. 가면 안 되는구나. 그래서 대개 점심시간까지 참다가 종이 땡 울리면 화장실 가려고 다들 뛰어가요. 점심에도 식당이 없어서 도시락 싸와서 일하던 바닥에 돗자리 펴고 먹어요. 월급에 밥값 10만 원 포함해서 나오는데 그나마 그 돈으로 최저임금 딱 맞춰 주는 거예요. 그러니 그 돈으로 점심 사 먹으면 남는 것도 없어요.


정해선 : 대표 신년사도 가관이었어요. “여러분들은 원더우먼이십니다. 존경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더 좋은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가십시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습니다.” 아줌마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거죠.


조복남 :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인데, 회사 마음에 안 들거나 못마땅하면 수습 때 바로 자르고 새로 사람 뽑고 그랬어요. 만약 3개월 수습이 지난 정규직 사원을 그만두게 하고 싶을 때는 부서를 마구 돌리면서 사람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스스로 그만두게 했어요.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뭐였나요?


조복남 : 전 직원에게 비정규직 전환 계약서, 시간제 알바 계약을 강요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그때를 계기로 작년 6월 4일 조합을 만들었는데, 회사는 곧바로 권한 없는 바지사장으로 대표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일주일 후에는 8월 말에 공장을 안성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어요. 조합은 꾸준히 공장 이전에 맞서 항의했는데 결국 힘에 밀려서 예정대로 진행됐어요. 회사는 공장이 안성으로 가면 아무래도 출·퇴근에 제약을 받으니 조합원들이 회사를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도 안성 내려가서 피나는 노력 끝에 9월에 단협 체결하고, 출·퇴근 버스 제공 합의도 이끌어 냈어요.


정해선 : 처음엔 70명 정도 조합에 가입했는데 안성으로 공장 이전하고 작년 연말에 회사 그만두는 조건으로 위로금 100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랑 실업급여기간 끝났을 때, 결정적으로 그렇게 두 차례 조합원이 줄면서 현재 25명이 남아있어요.


 요구안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 조합원 동지들 (출처 : 노동과 세계)


안성공장에서도 CCTV는 계속 있었나요?


조복남 : 회사에서는 CCTV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가보니 조합원들이 주로 있는 포장부랑 생산부 그리고 휴게실이자 탈의실인 컨테이너에 CCTV가 있더라고요. 나중에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알려지니까 올해 3월에 폐쇄했어요. 이번 대표는 자기는 전 대표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하나도 다르지 않았어요.


정해선 : CCTV뿐만이 아니에요. 작년 12월 31일, 퇴근 30분 전에 회사에서 통근버스를 없앤다고 했어요. 다들 일을 그만둘 줄 알았는데 생각대로 안 되니까 통근버스를 없앤다고 한 거죠. 그래서 두 달 동안 조합원들이 버스를 렌트해서 다니면서 노동부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와 교섭을 해서 작년 2월, 4월 19일 부로 안성에서 서울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합의를 했어요. 그때부터 렌트 취소하고 임시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탔어요. 그런데 폐차 일보 직전의 봉고차 2대가 오는 거예요. 하루는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는데, 와이퍼 하나가 날아가서 도로에 차 세우고 주워가지고 끈으로 엮어서 겨우 내려간 적도 있어요.


김선희 : 조합원 대부분이 5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가 빨래하고 그러면 자정 넘어 자니까,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눈 붙이는 게 다인데 봉고차는 앞 유리도 테이프로 붙여놓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이 운전도 하다 보니 졸음운전도 하고. 우리는 고속도로에 목숨 내놓고 일했어요.


김선희 : 노동조합 만들고 투쟁하니까 전 대표가 “내 건물에 노동조합은 절대들일 수 없다”고 해서, 교섭에서 합의한 지금 대표가 본인도 어쩔 수 없다면서 약속을 어기고 있어요. 또, 단협에서 재직 중인 직원은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고 되어있는데 작년 2월 4일 비정규직 계약으로 한 김OO 조합원을 5월 1일 부로 해고했어요. 이것도 명백한 단협 위반사항이죠.


조복남 : 지회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항의 농성하러 고용노동부 서울지방청에 자주 갔었는데, 우리가 생각할 때 노동부라고 하면 근로자 편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근로자편이 아닌 게 너무 화가 나고 서글펐어요. 


지금까지 이 투쟁을 버틸 수 있었던 큰 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복남 : 힘은 들지만, 조합원이 몇 명 없는데 제가 그만두면 다른 사람들도 얼마나 맥이 풀리겠어요. 세상 저 혼자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더불어 사는 건데, 내가 그만두면 다른 동료들이 더 힘들어하니까 그래서 지금도 싸우고 있어요.


김선희 : 엄마가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다 중간에 그만두면, 우리 애들도 노동자로 살아갈 텐데 애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지금 현실이 애들의 미래일 텐데 이런 끔찍한 현실을 똑같이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정해선 : 초등학교 1학년 막내가 “엄마, 내가 엄마 일할 수 있는데 알아봐 줄게 그만해” 그래요. 그런데 아무 결론 난 게 없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죠. 또 지금 포기하면 대표가 원하는, 힘들면 그만둬버리는 그런 아줌마가 돼버리는 거잖아요. 아줌마들도 잘못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1년 여, 지금까지 오면서 어찌 흔들리지 않았을까. 가족과 동료를 위해 버티고 있다고 말하는 레이테크코리아 지회 조합원들 모두 무수한 흔들림과 시련 속에서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한 주체로서 새로운 꽃잎을 피우고 있었다. 투쟁 승리하는 그날까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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