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
- 뇌심혈관계 질환 판결 사례로 본 고용노동부 고시 및 판정지침의 법률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권동희 노무사
들어가며
2015년도 질병판정위원회 (이하 질판위)의 뇌심질환 산재 인정률은 23.5%에 불과하다. 그나마 노동계의 투쟁에 의해서 질판위 위원 구성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2인이 참여하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도 개악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전면 시행되기 이전에 비하면 무려 20%가 낮아진 셈이다. 심지어 뇌심질환의 산재 승인률은 한때 12%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지금의 승인률이 일부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개악 산재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다. 그 낮아진 수치 속에 산재 노동자와 그 가족의 피눈물이 있다. 이러한 질판위의 뇌심 질환 판단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미치는 것은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의 판정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와 판정지침은 산재 인정에 있어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대법원2012.11.29. 선고 2011두28165 판결 참조). 하지만 현재 질판위에서도 이렇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초로 근로복지공단이 2015년도 법원에서 패소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해 보았다.
판결문 분석의 구체적 내용과 시사점
(1) 법원은 “고용노동부 고시”를 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확정하여 수차례 판결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3”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고시는 산재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 운영되어야 한다. 즉, 고시 기준에 부합한 경우라면 당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각 경우마다 산재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법리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업무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 “산재법, 시행령, 별표”가 하나의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해석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용노동부 고시 및 공단 지침 활용 형태는 “위법적인 고시” 또는 “위법적인 지침”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 대상판결에 있어서도 법원은 수차례 명확히 고용노동부 고시는 예시적 기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15. 3. 13. 선고 2014구합52596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7. 10. 선고 2014누64454판결 등 ). 이에 따라 법원은 고용노동부 및 공단의 지침과 같이 “주 60시간 이상 과로”등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로 볼 때, 고용노동부 고시 및 판정지침은 그것의 예시적 성격 및 법률 취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혹여 고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개별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살펴 구체적으로 심리할 수 있는 기준과 내용을 추가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분석결과 고용노동부 고시를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질판위에서는 이를 제대로 심의 판정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고시에서 단기과로의 경우 1주일의 업무량 변화 30%를 제시하고 있으며, 만성과로의 경우 12주간 60시간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공단은 판정지침에서 단기과로의 근로시간 및 업무량 변화, 만성과로의 근로시간(4주, 12주의 각 64시간, 60시간 초과여부)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판결 분석결과, 1주일의 업무량 변화가 3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하지 않은 사례 뿐만 아니라 만성과로 기준을 충족함에도 인정되지 못한 실질적인 만성과로 사례도 발견되었다. 따라서 공단은 최초 조사에 있어 공단이 근로시간이나 업무량을 조사한 내역과 재해자가 주장하는 내역이 상이할 경우, 재해자가 주장하는 내역을 시트에 명시하여 구체적인 심리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공단은 급성 스트레스에 대한 판단에 있어 소극적인 반면 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서 이를 판단하고 있으며, 근로시간 이외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도 중요하게 심리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판정위원회는 고시 및 지침에 의거하여 돌발 과로의 상황에 대한 판단을 주로 의학적인 내용에 치중해 하고 있고, 그것에 경도되어 있다. 하지만 대상 판결의 분석결과 법원은 급성스트레스 초래 요인을 구체적인 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의학적인 것에 국한하고 있지 않았다. 즉, “사고 당일 상사가 집 앞에 찾아와 언성을 높이며 출근을 독촉하는 전화를 한 사례”, “발병 당일 사장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이로 인해 머리가 아파 인근 병원에 내원하여 혈압 252/140mmHg로 진단된 사례”, “사망전날 노동부에 가서 안전모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의자 신문(1시간 30분)을 받은 사례”등을 급성스트레스를 초래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급성스트레스의 평가는 명확한 의학적 내용에 국한하지 말고, 기 인정된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예시를 통해 판정지침에서 이를 넓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판정지침상 별표 2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을 반드시 조사하고, 이를 구체적 기술식으로 개편하여 재해발생 전 스트레스 내역에 대한 면밀한 심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 과로 및 스트레스 인정에 있어, 공단은 노동시간에 매몰되어 경직된 판단을 하고 있는 반면 법원은 노동시간 외 “업무량”에 있어 더 넓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판례 분석결과, 질판위에서 노동시간 외 업무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팀 인원의 감소로 인한 상대적 업무량 증가, 팀장업무 보조 업무 증가 등으로 업무량 증가된 사례’, ‘4-5배 입환 업무의 증가에 따라 전동차 운행점검 등 연동된 다른 업무도 증가된 사례’, ‘가을 단풍철 유람선 이용객 급증(최소 3배, 재해일 5.6배)으로 청소 업무량 증가한 사례’, ‘담보대출건수 및 금액에 있어 2 내지 3배가 증가된 사안’,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담당함으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한 사례’등 이다. 따라서 업무시간 이외 업무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와 조사 목록(증거 조사 목록)을 구체화하고, 이를 판정지침에 반영하여 질판위에서 이를 반드시 심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법원은 노동시간/업무량의 판단에 있어 고시(24시간, 1주, 3개월의 구분으로 인한 돌발과로, 단기과로, 만성과로 ; 단기과로 요건 30% 및 만성과로 요건 60시간 기준)로 국한하지 않고, 법률상 상당인과관계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대상판결 분석결과, ‘발병 전 10일 동안 휴일이 없었고, 초과 근무시간도 합계 66.5시간에 이르러 과로를 인정한 사례’,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담당함으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한 사례’,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지만 법인 전환 후 근로내용 확인신고서 및 공사 마감을 앞두고 인근 동료 숙소에서 숙식할 정도로 연장근로를 한 점을 인정한 사례’, ‘공장 이전으로 인해 생산부 총괄 과장인 피재자의 업무 양, 시간 및 업무 환경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본 사례’, ‘초과근무내역은 없으나 발병 3개월 전부터 대규모 행사진행으로 인해 근로시간, 업무량이 증가하였음을 동료직원 등의 진술로 인정한 사례’, ‘추석특수로 업무량 증가를 인정한 사례’ 등이 있었다. 또한 ‘입사한지 3개월이 되지 않아 주 평균 60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근로임에도 공단에서 만성과로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만성과로로 인정한 사례’, ‘건축소장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아 3개월간 1주 평균근무시간을 69.1시간으로 본사례’등도 있었다. 따라서 고시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개별 노동자의 조건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심리 판단해야 함을 고시 및 지침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6) 공단은 지침상 사인미상의 재해인 경우 원칙적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사인미상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과로 및 스트레스를 분석하여 인정하고 있었다. 공단은 사인미상의 재해인 경우 지침상 인정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근로시간 등 구체적 입증내역이없으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은 사인미상이라고 하더라도, ‘과거력이 없었음에도 돌연사 한 것에 대해 야간운송 업무, 불규칙한 생활, 수면부족, 갑작스런 운송업무 부담, 운송 업무 자체의 긴장도 등으로 부정맥에 의한 급성심장사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판단한 사례’, ‘버스운전기사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 이후 저산소성 뇌증으로 요양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심정지의 원인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장시간 노동이 심근경색 혹은 다른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판정위원회는 사인미상의 재해라고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추정사인이 있는지여부, 임상경과를 통해 추정사인이 적합한지 여부, 과거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질환이 통상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등 각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며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 판정지침의 개정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적절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내려진 법원 판결의 태도와 기준이 질판위 판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질판위에서 임상의사의 비중을 축소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뇌심 질환은 적극적인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판정위원회 심의안의 부실성 또는 재해조사의 미비를 문제 삼고 재조사나 추가조사를 명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질판위는 개방적 민주적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서울질판위 최선길 위원장의 퇴진 투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원장의 독단적 전행이 초래하는 피해는 막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우리들 모두의 관심과 지속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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