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2016.10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 2015년 근로복지공단 패소 뇌심혈관계질환 사례 분석

 

 

 

이혜은 노동시간센터

   

 

뇌심혈관질환 산재승인의 어려움

과로사라는 말은 흔히 일상에서 마주치지만 실제로 과로와 관련되어 뇌심혈관질환을 산재로 승인받기란 쉽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에 처음 산재신청을 하여 불승인 되면 몇 가지 구제방법이 있는데 해당 노동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와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또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은 최초 또는 심사, 재심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상재해,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나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업무상재해, 질병으로 판단하여 산재보상이 이루어진 경우이다.

 

2014년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패소율은 발표된 통계상 11.2%로 낮은 수준이지만 공단은 패소가 예견되는 사건에 대해 조정을 요청하여 소송을 취하하고 업무상재해/질병으로 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복지공단의 소송상황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취하사건은 2012375, 2013446, 2014586건에 달한다. 결국 이를 고려하면 2014년 기준 패소 사건 185건과 취하 사건 586건 중 상당수가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이다. 결국은 산재로 인정받을 것을 소송을 위한 비용부담과 기나긴 시간의 소모, 정신적인 고통으로 피해를 입은 셈이다. 더욱이 소송비용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노동자는 행정소송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바로 포기할 수밖에 없어 취약한 노동자에게 더욱 불공정한 형평성의 문제까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최대한 폭넓게 업무상질병을 인정하여 행정소송 판단과의 간극을 좁히고 행정소송의 필요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법원의 판단과 근로복지공단의 판단 기준이 어떤 면에서 차이가 났는지를 분석해 보고자 2015년 근로복지공단의 뇌심혈관질환 패소사건 43례에 대해 분석하였다.

 

현행 뇌심혈관질환 업무상질병 인정 지침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로 평가의 가이드가 되고 있는 고용노동부고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 고용노동부고시 제2016-25, 2016.7.1., 일부개정

 

.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이라 한다) 별표 3 1호 가목 1)에서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란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를 말한다.

 

. 영 별표 3 1호 가목 2)에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종의 근로자라도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하며,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근무형태업무환경의 변화 및 적응기간,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영 별표 3 1호 가목 3)에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란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업무시간에 관하여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한다.

 

1)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

2)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서서히 증가하며, 야간근무(야간근무를 포함하는 교대근무도 해당)의 경우는 주간근무에 비하여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크게 급성과로, 단기과로, 만성과로를 평가하며 노동시간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과로평가의 문제점

분석하였던 43례의 사건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과로평가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1) 업무범위의 편협한 해석

공단은 출근부터 퇴근까지(휴식/대기시간도 제외한) 직접적인 근로에 대해서만 업무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비해 법원의 경우 업무와 관련하여 불가피하게 수행하여야 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폭넓게 업무로 인정하였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영업직원의 고객(의사 등 병원직원)과 동반한 주말산행이나 일상업무가 국내의 장거리 출장이 포함되는 경우 출퇴근(출장지 이동)시간을 업무로 인정했다

 

2) 교대근무/야간노동에 대한 고려 부족

교대근무/야간노동을 한다는 것은 주간근무만 하는 것에 비해 큰 부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절대적인 노동시간만을 따지는 것 뿐 아니라 노동시간의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고시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심의에서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경우들이 확인되었다. 한 사례에서는 평소 3교대근무를 하다가 발병 1달전부터 2교대근무로 바뀌면서 부하가 늘었고 과로 기준에 인접한 노동시간 일하였으나 공단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승인하였고 법원에서는 전체 시간이 기준에 근접하며 이 중 야간근로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들어 승인했다.

 

3) 노동시간 산정시 대기시간/휴식시간 배제

직종에 따라 업무 수행 중 작업 공정 상 불가피하게 대기시간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며 주로 경비직/운전직에 해당된다. 경비직의 휴식시간/수면시간의 경우 보통 휴식을 취하기에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정해진 장소에 구속되어 있고 휴식시간 중이라도 민원/사고의 발생시 이를 처리해야 하는 특성이 있으나 이에 대해 공단은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버스운전기사의 심근경색 사례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운행일지에 근거해 운전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산정해 하루 4.5-5시간 운전하여 노동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불승인하였고 법원에서는 대기실의 환경이 열악하고 배차가 되는 경우 운행을 해야 하는 조건을 고려하여 업무의 연장으로 해석하여 과로로 보았다.

 

4) 휴일부족/연속근무에 대한 고려 부족

공단에서는 만성과로의 평가에 있어 12주간의 총 노동시간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어 평가하고 있으나 법원의 판결에서는 정해진 휴일이 없이 상당기간 연속근무가 있을 경우 과로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외딴 섬에 파견되어 조경업무를 하였던 근로자가 26일간 정해진 휴일 없이 근무하였으나 공단에서는 발병 전날과 전전날에 우천으로 작업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과로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고 법원은 정해진 휴일 없이 장기간 근무한 것을 고려하였다.

 

5) 노동시간 이외 업무량 평가 지표 고려 부족

과로에 대한 평가는 노동시간 뿐 아니라 단위 노동시간 동안의 업무량을 고려해야 한다. 인력의 감축, 물량의 변화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가 가능하고 상당히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공단은 노동시간 외의 업무량 지표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를 법원은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수상운수

업 회사의 환경미화원 뇌출혈 사건에서 단풍철 행락객의 증가로 유람선 이용객 수가 발병 전월 일 평균 154명에서 발병 당월 일 평균 442, 발병 당일 873명으로 증가한 자료에 근거해 급격한 업무량의 증가로 판단했다.

 

6) 만성적인 과로 상태를 적응상태로 평가

이는 법원의 판결문에서 발견된 문제점이다. 만성과로의 개념은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에도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에만 치우쳐 장기간 힘든 일을 수행한 점은 익숙해졌으므로 영향이 없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버스기사의 돌연사 사례에서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8시간에 달했으나 1심 판결에서 약 2년 이상 버스운전업무를 하였으므로 업무환경에 충분히 적응했다는 것을 불승인의 한 사유로 제시했다.

 

7) 촉발요인으로서 고된 육체노동,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물리적 환경의 고려 부족

심장사고에 있어 촉발요인(trigger, 방아쇠)의 역할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고 심한 육체활동,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추위나 더위 등이 이러한 촉발요인에 해당된다. 고시에도 이미 촉발요인으로서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공단의 촉발요인 인정기준은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보인다. 주차관리노동자의 심근경색 사례에서 평소 주차관리업무를 하다가 눈이 내려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여 약 1시간 동안 주차장 제설작업을 하던 중 쓰러진 사건에 대해 신체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과중한 부담이아니라고 판단하였다

 

8) 스트레스의 질적인 측면 고려 부족

정량적/객관적인 평가가 어렵지만 업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관계갈등, 감정노동, 고용불안 등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질적 측면이 존재하며 이는 업무 부하를 높이는 요소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못하는데 법원에서는 첫 국외 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노동강도를 높인 요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선방안과 앞으로의 과제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패소 사건들을 검토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편협한 과로 평가가 확인되었다. 행정소송을 통해 인정될 사례들을 근로복지공단의 심의에서 인정하게 된다면 해당노동자의 경제적 부담과 시간 소모를 줄이고 정신적인 고통 역시 줄일 수 있으며 행정소송을 포기하는 다른 많은 노동자들도 함께 구제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과로의 평가에 있어서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시간 여부 이외에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폭넓은 과로의 인정이 될 수 있어야 하며 야간근무, 대기/휴식시간에 대한 평가에 있어 일정수준의 가중치를 매기는 합의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업무관련성의 판단에 참여하는 질병판정위원, 자문의, 공단 직원 등의 지속적인 교육과 사례 배포, 심의한 사례의 최종 결과 피드백이 이루어지도록 공단의 노력이 필요하고 더 나은 업무상질병 여부 결정을 위해 많은 관련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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