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만나다 / 2014.7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만나다

송홍석 선전위원


“안녕하세요? 저...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인데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잡지에 경비 아저씨들의 일하는 이야기를 실으려고요.”


매일 아침 출근길, 말없는 인사만 받고 주며 스치듯 지나쳤던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찾아 갔다. 이런 인사말을 건내자니 좀 뻘쭘하다. 연 3,600시간, 24시간 맞교대 노동,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저임금 노동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가 말이다.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나의 인사말에 아저씨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자 하나를 빼 주신다. 그리고 마치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셨다.


총 11개 동, 580세대가 모여 사는 우리 아파트에는 6명의 경비아저씨가 3명씩 24시간 맞교대로 일하고 있다.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퇴근한다. 감시 순찰, 차량 진출입 관리뿐 아니라 각종 조경작업, 분리수거 등 경비 외 업무도 하고 있다. 그런데 자는 시간, 식사 시간 말고는 따로 정해진 휴식시간은 없다. 깨어서 일하는 시간이 무려 18시간. 식사시간 2시간마저도 업무의 연장선에 있다.


일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드세요?


“일을 하는데 돈을 안 줘. 무급으로 일하는 시간이 있단 말이야. 24시간 근무 중 4시간 휴식시간(자는 시간)에 점심, 저녁 1시간씩 식사 시간을 주는데, 그 2시간의 식사 시간에 실제 일은 하는데 무급이야. 경비실에서 밥 먹으면서 차량 들락날락 거리는 거 봐주면서 차단기 올려주고, 택배도 받고 일한단 말이지. 또 우리가 해야하는 건 경비일인데, 풀베기나 나무 가지치기도 시켜요. 조경업체에서 해야하는 일을 관리사무소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지.”


지금껏 업체에 3,200만 원에 외주해왔던 단지 내 조경관리를 이번엔 내부에서 하다 보니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항의를 해 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나마도 해고를 각오했을 때 가능했다.


“또 있어. 우리가 경비일 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거든. 첫 2달 내에 총 42시간을 교육받아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하루 8시간 교육을 쉬는 날에 받아야 하는데, 쉬어야 하는 날 쉬지도 못하고 다음날 일해야 하는데 말이지. 근데 교육시간이 유급이 아니야, 무급이라구. 이건 고쳐져야 해. 회사에선 교육비를 마치 자기들이 내는 것처럼 하는데, 실제 보니까 경찰청에서 내더라고. 왜냐하면 우리가 실제 경찰 역할까지 하고 있고 우리 교육받은 명단이 경찰청에 Fax로 가더라고.”


월급은요?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요. 지금 최저임금이 5,210원이잖아, 근데 그것도 다 안 준다고. 나이 들었다고 무시하나? 작년엔 4,800원이었나? 하루 24시간 중, 휴식시간 4시간, 식사시간 2시간 빼면 18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해줘요. 한 달 월급이 142만 원인데, 건강보험이다 뭐다 해서 공제되면 137만 원뿐이야. 수당 같은 거 전혀 없어. 일 년에 두 번 명절 때 떡값으로 5만 원 주는 게 전부야.”


급여액을 들으니 더 기가 막히다. 하지만 이게 다 합법적이다. 경비 노동자들은 2005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의해 2007년부터 최저임금의 70%로, 2008년엔 80%, 2012년부터는 최저임금의 90%로 감액적용 받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로 보호받지 못하여 주 40시간제나 주 12시간 이내의 연장근로 제한도 없고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일요일도 보장받지 못한다. 근무 중 휴식 시간도 보장받질 못한다. 노동시간 연장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이다. 해서 연장근로나 휴일 특근 할증도 없다.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면서, 당사자 간 합의가 있고 근무 다음날 24시간의 휴식이 보장되어 있으면 감시단속근로자로 분류되어 법 적용의 예외로 둘 수 있다’는 현 근로기준법이 경비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박탈하는 근거다.


하루 중 맘 편히 쉴 수 있는 휴식 시간도 없이 20시간을 일해야 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없는 노동을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노동 후 허락되는 24시간의 휴식이 과연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의 합리적 근거라 할 수 있을까?



잠은 언제 주무세요? 주무시는 데는 편안하세요?


“4시간 주는 휴식시간이 자는 시간인데, 이동시간도 있고 해서 바로는 못 자고 3시간 정도 자. 밤 9시나 새벽 1시에 자는데 나이도 있고 피곤하니까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지.”


식사 시간 포함해서 20시간을 노동하고 잠깐 자는 공간에는 온돌방이 아닌 라꾸라꾸 침대만 겨우 놓을 공간이라고 한다. 이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다른 오래된 아파트는 공간이 더 좁아서 그냥 의자에 앉아서 잔다고 하신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없으세요?


“우리 근무 지침이기도 하지만, 우리들 월급이 주민들한테 나오니까 당연히 잘 하려고 하지. 근데 아파트 입구 차단기가 안 열린다고 클락션 울리잖아. 그럼 우린 좀 뒤로 후진했다 천천히 들어오면 올라간다고 설명을 하는데, ‘빵빵 했으면 바로 올려줘야지 불친절하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관리사무소에 민원 넣는단 말이야. 술 먹고 괜히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어요. ‘경비가 모자를 왜 벗냐, 경비 제대로 서라’면서. 내가 나이가 68인데... 싸울 수도 없고. 경비실 들어와서는 흥분돼서 손이 벌벌 다 떨린다니까. 그렇게 스트레스 받다 보니 머리도 빠지고 희끗희끗해지고...”


그렇다면 24시간 노동 후 주어지는 24시간의 휴식일은 그분에게 어떤 시간일까?


쉬는 날엔 뭐하세요?


“6시에 퇴근해서 씻고 아침 먹고 자야 해. 다들 나이가 들었으니까. 근무 때 3시간 자는 거 가지고는 부족하니까, 오후 3시까지 자요. 그 다음날 근무해야 하니까 어딜 멀리도 못 가고. 잘해야 근처 산에나 좀 가고. 저번 친척 제사 때도 못 갔어. 근데 사람들은 돈만 번다고 안 내려온다고 그랬대. 허허~”


“연차? 하나도 못쓰지. 관리사무소 눈치 봐야 하니까, 눈치 안 보더라도 쓰기 어려워. 일하는 리듬이 깨지니까. 셋이 하는 일이 다 정해져 있는데, 하루 이틀은 봐주더라도 오래는 봐주기 힘들거든. 한 사람은 무조건 정문 앞 관리실을 지키고 있어야 하고, 두 사람이 11개 동 감시 업무를 다 책임져야 하는데 연차 쓰면 남은 한사람이 그걸 다 해야 하는데 무리지. 그래서 3명 다 하나도 못 써. 가까운 산이나 한 번씩 갈까? 멀리 지방엔 놀러 못 가. 명절도 없는데 뭐. 또 연차 15개 안 쓰면 수당으로 62만 원 주니까 생활에 도움도 되거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아프시면 병가는 쓸 수 있어요?


“다들 나이가 65살 이상인데 병가 쓰게 되면 퇴사를 해야 해. 대체인력 안 들어오고 남은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데 못하니까 그냥 퇴사시키고 새 사람을 뽑거든. 치료하고 오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든지 해야지.”


인터뷰 중 최저임금이나 야간노동 할증률, 연차 개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게 놀라웠는데,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젊은 시절 노동법 관련 책 좀 읽으셨다 하신다.


“난 애국자야. 20대에 월남 참전하고 중동에 갔어.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건설현장으로. 중동에 한 6년 있다 보니 결혼도 늦어졌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저학력이야. 뭐 달리 할 게 있겠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받을 거 못 받아도 그냥 감지덕지하고 살아, 뭐 이렇게 일하는 것만 해도 어디야.”


‘감시단속근로자’로 분류되는 경비노동자들에게 내년엔 최저임금의 100%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나이 많은 분들은 잘릴까봐 시행을 반대한다고 한다. 7~80년대 산업 역군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했던 우리의 아버지들이 지금은 ‘노인 일자리 복지’라는 이름으로 주말도, 명절도, 휴가도 없이 오늘도 하루 20시간 밤샘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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