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선전위원회 편집
지자체와 교육청은 그 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의 사업주로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며, 더불어서 관내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업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지역안전 의제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지방 행정 전반에 노동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의 관점을 도입하고 노동안전보건과 지역안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행전략을 내오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안전보건행정 실태조사 결과 : 기구·조직, 조례 등
현재 지자체 수준에서 노동안전보건 행정과 관련한 제도 마련은 매우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서 노동안전보건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기와 경남밖에 없으며, 실제적인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을 담당하는 직제가 편성된 곳도 서울과 경기에 불과하다. 경기의 경우에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있어 형식과 내용적으로 가장 진전된 지자체이다. 서울은 노동안전보건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반면, 전담부서와 산업노동안전 외부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지자체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수립해가고 있다. 경남은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전담부서는 아니지만 일자리 경제국 노동정책과에서 산재 예방 업무의 일정 부분을 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전담부서는 없으나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따라 설립된 노동권익위원회에서 관련 주제를 상당부분 다루고 있고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서울, 경남, 부산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역할과 정책 기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정책 현황
감정노동과 관련해 조례의 적용대상은 사용자의 적용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서울, 광주, 전북, 전남은 사용자와 더불어서 ‘도와 공사, 용역 기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 및 개인’을 ‘계약 사용자’로 정의하고 조례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서울과 광주시는 지자체장이 감정노동자를 위한 노동환경개선계획, 실태조사, 권리보장교육, 실태조사 결과 필요시 경영평가 반영, 가이드라인과 모범 매뉴얼을 배포하도록 하고 있으며, 두 지자체의 조례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조례의 대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의 지자체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보호 계획의 수립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무로 규정하기보다는 수행할 수 있는 권능의 부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정책 실현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기, 경남의 조례는 감정노동자를 지원 및 보호를 위한 위원회와 사업을 수행할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강원과 전남은 지원센터, 전북은 위원회에 대해서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광주, 대전의 경우에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기관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별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한 조례의 이행수준에 편차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 광주, 경기는 조례에서 규정한 감정노동자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는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종합계획 수립, 감정노동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시행,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개소 등 이행수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역시 ‘경기도 감정노동자 보호 및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계획’ 수립, ‘경기도 감정노동자권리보장 위원회’ 개최, 여성 감정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운영,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및 치유 전문 인력 양성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광주는 ‘광주시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 종합계획’ 수립,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광주시 감정노동자 보호위원회’ 개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힐링 교육 등 지자체 차원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구체적 활동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관련 조례제정 현황
지자체별로 화학물질 안전과 지역사회 알권리와 관련된 조례는 2019년 8월31일을 기준으로 광역 12개, 기초 35개 총 47개 지자체 (군/구 조례 7개 포함)에서 제정되어 있다. 조례에서 규정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의 실제적인 수립 현황과 내용적 검토,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의 구성 및 실제적 운영여부에 대한 사항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광역 : 경기, 충북, 인천, 전북, 부산, 광주, 전남, 울산, 경남, 충남, 강원, 대전 기초 : 군산, 양산, 광주광산구, 수원, 전남해남군, 여수, 평택, 영주, 청주, 나주, 포함, 울산남구, 성남, 파주, 구미, 의정부, 동두천, 익산, 창원, 경기도연천군, 김포, 서산, 아산, 충남태안군, 천안, 김해, 안산, 인천서구, 안양, 양주, 울산동구, 화성, 하남, 전주, 군포 |
지자체의 사업주로서의 의무 준수 현황
지자체장이 가지는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 준수 여부에 있어서는 서울과 강원, 충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안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와 강원도의 경우 산안법상 법적용 대상 인원과 안전보건관리체제, 산보위 운영현황에 대한 파악과 관리가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의 경우에는 일부 산하기관에 안전/보건관리자를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산보위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에 산안법 적용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진하거나 혹은 법 규정에 대한 몰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안법상 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 수준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안전보건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노동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지자체 행정조직 내에 존재하고 조례에 따른 안전보건과 관련한 위원회와 지원센터를 운영 지원하는 자기 완결적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자체가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및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성과 역할을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이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제정하지 않은 상태이나 가장 먼저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직제를 설치하고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에 대해서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자의 보호에 있어서도 조례의 구성이나 이행수준도 높았다. 경기는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하고 노동안전보건 행정 전담 조직을 설치하였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를 통해서 소규모 사업장이나 관리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직업건강 및 보건관리에 산하 의료원이나 관련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경남의 경우 최근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과 내용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으며 특히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 부분이 미진하였다.
결론 및 제언
현행 법률상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은 기본적으로 조례 제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가사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방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 등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으면서 국가, 지자체, 공기업, 사업주 및 근로자 등에 대하여 해당 법과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도록 할 뿐, 조례로 이와 달리 정하거나 조례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부족하며,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산재 위험이 가장 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안법상의 규제는 느슨하고, 안전보건공단을 통한 지원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구조 왜곡이 심화되면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고, 이동 노동, 방문 서비스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형태는 기존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개별 사업주 차원에서의 예방 의무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산안법으로 포괄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동원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원들을 활용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용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관점으로 지자체의 정책을 풀어가는 전담부서가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사용자이며 발주처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에는 공무원 노동자를 비롯하여 지자체가 직접 고용, 위탁 도급 고용을 한 노동자,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의 노동자들이 있다. 지자체가 건설공사 및 각종 서비스 용역을 발주하고 있고 지자체의 의회는 교육청 예산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산안법을 준수해야 할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산안법은 사용자로서 안전조치, 보건조치는 물론이고 지자체 현업 노동자에 대해 안전교육,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보위 구성을 법적으로 강제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산안법 적용대상별 노동자들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안전보건체제와 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정 산안법은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의 책임도 전면 강제되고 이 조항은 당연히 지자체에도 적용된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도 공사계획, 설계, 시공하는 전 단계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반영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또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환경미화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도 지자체에 부여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법에 한정되어있는 적용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조치와 사업이 진행되도록 조례를 제/개정함으로써 실제적 이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업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자 시민의 안전이기도 하다. 시민의 안전과 밀착되어 있는 화학물질 사고 등과 관련된 지역 안전은 노동부와 산안법으로만 해결되기 어렵다. 책임소재, 관할이 누구인가를 따지면서 사고조사도, 재발방지도 방치해 왔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지자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조례제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영업허가 및 영업정지에 직접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조례의 제/개정과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지자체 내의 직제 구성, 조례에 기반한 위원회와 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서 기존의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거버넌스를 통해 성과를 이뤄낸 의미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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