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자! /2017.3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자!



재현 선전위원장



박근혜 퇴진을 넘어 이 사회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했을 때 어떤 문제들을 지적할 수 있을까? 그중의 하나로 위험(업무)을 더 열악하고 더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자본과 정부의 적폐를 반드시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불안정노동자의 생명을 빼앗는 위험의 외주화

2016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업종별 30대 기업의 지난 5년간 사망노동자 가운데 95%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 위험의 외주화는 자본에 인건비 절감 효과를 낳고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원청의 의무를 떠넘기도록 했다. 반면에 모든 위험을 떠안고 일하는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의 노동자들은 늘 벼랑 끝에 매달려 일하는 심정이다.


삼성, LG의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 회사에서 불법 파견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했거나 실명 위기에 처해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20대 노동자들의 빛을 빼앗은 것이다. 대기업의 에어컨을 설치/수리하거나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는 하청 기사 노동자들 역시 안전장치 없이 난간에 매달려 일하다 추락사했다.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에선 작년 한 해 10명이 넘는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고, 올해도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청인 대기업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은 없다.


공공부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작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하청 노동자 김 군을 기억하고 있다. 현장엔 이전 2차례 반복된 스크린도어 사고로 반드시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었다. 그러나 김 군은 혼자 현장으로 가야 했다. 매뉴얼은 지키지 못해도 문제가 되지않지만, 원청에서 1시간 이내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지시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기 때문이다. 지시사항을 어기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하청 노동자가 다른 작업자를 기다리다 현장으로 가는 선택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주에선 대지진 당시 기차 운행시간이 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던 선로를 정비하는 하청 노동자 2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이 하청노동자에게 연락해야 할 최소한의 원청의 의무와 책임은 없었다.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무방비 상태에서 일했다.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위험의 외주화 중단으로

우리는 거대 원청기업들이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담보하기란 어렵다는 점 역시 뼈저리게 느꼈다. 그 결과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그 어떤 다른 사회적 가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 역시 이 사회가 공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비정규직, 하청, 파견, 특수고용 등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단호하게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중단시켜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진행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의 중단 없고 가감 없는 결단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다른 건 몰라도 우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업무 혹은 상시 업무에 있어서 만큼이라도 기간제, 비정규직,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점 역시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역할을 더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일터에서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방치하는 자본에게도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볼모로 이윤을 남기는 것에 혈안이 된 자본과 기업에 대해 솜방망이가 아니라 철퇴를 내려야 한다. 물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위험의 위주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회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방치하고 노동자의 목숨 값으로 이윤을 내는 자본은 이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강제하는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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