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 걱정 없이 치료 받는 상병수당 도입을 / 2017.3

걱정 없이 치료 받는 상병수당 도입을



권종호 선전위원



현재 한국에서는 산재로 승인된 질환으로 인해 요양하는 기간은 이로 인한 휴업의 대가로 휴업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전체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금액을 입원이든 통원 치료든 상관없이 일을 못 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동안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재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불승인 통보를 받았을 경우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질환이 발생하는 순간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실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의 이중고를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또한, 중증 질환은 아니지만 충분한 요양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도 요양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경제 활동에 복귀하기도 한다. 심지어 말기 암 판정을 받고 힘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직장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이를 대비할 방법은 민간보험뿐이고 당연히 개인의 위험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상병수당은 상당히 낯선 개념이다.


상병수당이란?

산재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더는 할 수 없는 중증 질환이 발생하거나 충분한 요양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해 실직 상태가 되는 경우 이로 인한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유럽국가의 경우 의료보험을 도입한 취지가 '소득 안정'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병 수당이 오히려 의료비 보장보다 먼저 생겼다. 즉,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 지원이 단편적인 의료비 지원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중요한 복지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1952년 ILO는 '사회보장에의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102조약)을 채택하면서 ' 모든 질병에 대해 그 원인을 묻지 않고 (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 국가는 의료보험이나 다른 공적 보장 형태로 상병수당을 제공하고 있으며 심지어 OECD 회원국이 아닌 대만에서도 상병수당을 도입한 상태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국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장 보험급여 항목 중 제50조(부가급여) 부분에서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약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긴 했지만, 상병수당의 경우 거의 사문화된 상태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병수당 가능한가?

국민건강보험은 6년째 흑자를 내고 있으며, 2016년 말 기준 누적 흑자가 20조 656억 원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처럼 돈을 모았다 나중에 주는 것이 아니라 한 해 걷어서 그 해에 다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20조 이상의 적자가 나는 것은 소득이 늘지 않고 중산층이 줄면서 의료 기관 이용을 줄여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더 큰 문제는 부유한 사람들의 의료 기관 이용은 줄지 않아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역분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점이 상병수당 도입의 적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가천대 의대 임준 교수(예방의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 시 소요되는 재정은 2인 가족 최저생계비, 최저임금, 평균임금 등 여러 기준의 70% 수준을 보전해주는 것을 가정할 때 1조4190억 원에서 2조8225억 원 정도로 계산되었다. 현재 건강보험 흑자를 생각하면 당장 도입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상병수당 도입으로 개인의 민간보험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이 다소 있더라도 가계 부담은 적절히 재분배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병수당과 산재보상

상병수당 제도가 시행되면 산재보상보다 훨씬 넓고 든든한 경제적 안전망이 확충되게 된다. 이로 인해 산재보상 제도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상병수당의 도입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이 아닌 경우도 소득 수준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당연시 되면 결과적으로는 산재보상과 상병수당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 이전 단계에서 현재의 재해자 입증 책임과 같은 형태나 직업성 질환에 대한 한정된 판단 기준과 같은 산재보상의 문제점들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산재보상 제도의 개선은 노동자의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보호라는 점에서나 업무 관련성의 판단이 승인 또는 불승인의 이분법으로 정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리고 상병수당의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상병수당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이번에 치러질 조기 대선에 주요 대선주자들은 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노인복지 강화 등의 보건복지 분야 정책공약을 또 다시 방대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병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한 경우는 지난 2012년 대선에 통합진보당이 유일하다. 이제는 산재보상의 제도 개선과 더불어 상병수당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대선 주자가 경쟁적으로 나타나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도록 압박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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