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리포트]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2017.3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최민 상임활동가



1. 연구의 배경과 목표

게임 개발 업체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넷마블과 같은 거대 게임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개발사/개발자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이들 거대 게임 플랫폼 회사들은 더 단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중심의 시장 재편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위험을 개발사/개발자에게 떠넘기면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이런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와 산업적 재편 과정은 더 잦은 런칭과 업데이트, 이벤트 등으로 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강화시켰고, 개발자들의 노동을 단순기능공처럼 ‘부품화’ 시키는 경향을 가속화했다.

넷마블은 이런 게임업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업체이다. 늦은 밤시간에도 사무실에 불이 항상 켜 있는 ‘구로의 등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넷마블에서 2016년 3명이 사망했다. 돌연사 2건, 자살 1건이었다.


IT노조와 게임개발자연대 등 당사자 조직들은, 모바일 게임 시대에 게임 개발 노동자의 노동환경 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넷마블을 겨냥한 집중적인 노동실태 폭로, 주체 조직화, 여론전 등이 넷마블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게임업계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두 단체 외에도 노동자의 미래, 노동건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참여해 넷마블 및 게임개발노동자 관련 대응팀을 꾸리고 향후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첫 활동으로 지난 2월 9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함께 국회에서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열었다. 토론회 이후 넷마블에서 야간 근무 금지, 퇴근 후 SNS로 업무 지시 금지 등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는 성과가 있었다. 2월 9일 토론회에서 발표했던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와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를 소개한다.


2. 주요 결과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이하 게임개발자 설문)는 게임개발자연대에서, 2016년 3월 7일~4월 30일까지 온라인에서 실시했다. 총 420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15%인 63 명은 현재 실직 상태라고 응답했고, 4.8%에 해당하는 20명은 정식 취업 이력이 없는 학원생, 실습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을 제외한 현재 재직자 337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이하 넷마블 설문)는 돌연사 소식이 연달아 알려진 2016년 11월 노동건강연대에서, 긴급 온라인 설문을 조직해 실시됐다. 총 545명이 응답했고, 이 중 277 명은 현재 넷마블 혹은 그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68명은 지금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 넷마블이나 그 자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불안정한 청년 노동의 얼굴

두 설문 모두 20대가 28~29%, 30대가 59~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이 72~74%로 30대 미만의 젊은 남성이 몰려있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마블 설문의 경우 직군을 따로 묻지 않았는데, 게임개발자 설문조사 응답자는 개발직이 53%, 아티스트가 25%, 사무직이나 관리직이 19%로 나타났다. 아티스트는 개발직에 비해 나이가 더 젊고,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43%에 달했고, 3년 이상이라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경력이 오래 되더라도, 한 직장에서 오랫 동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없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이는 넷마블 설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31.6%, 3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26.1%였다. 이런 불안정성의 단면은 게임개발자 설문의 애초 응답자 중 15%가 현재 실직 상태였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실직 중이라는 응답자의 설문은 분석에서는 제외하였지만, 이렇게 높은 실직율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게임 하나의 성패에 따라 고용이 좌우될 수 밖에 없어 취업과 실업을 오가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 보니, 이직 경험도 잦았다. 지금까지 몇 회 정도 이직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직 경험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20%에 채 미치지 못 했다. 5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1.7%에 달했다.


간헐 집중적 초장시간 노동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노동시간 상황이었다. 게임개발자 설문에서, 근로계약서 에는 대부분 주 5일 근무로 되어 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다지만,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라는 응답이 37%에 달했다.

이런 장시간 노동 상황은 넷마블 설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재 재직자와 퇴직자 사이에 응답 차이가 크긴 했지만, 현재 재직자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 내외라는 응답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각 설문 조사에서 하루 노동시간, 휴일 노동일수를 구해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을 구해보았다. 2015년 5인 이상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이 178.4시간이었는데, 게임개발자 설문 결과는 월 평균 205.7시간이었다. 넷마블 설문 전체 응답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이보다 50시간이나 많은 257.8 시간. 퇴직자들의 기억이 가장 심한 노동시간으로 비뚤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넷마블에 재직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노동시간만 계산해봐도 236.8 시간이었다.


36시간 이상 근무해봤다, 30%

넷마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머물렀던 최장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전체 응답자의 30%가 36

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40.1%였고, 현재 재직중이라는 응답자 중에도 21.4%로,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자로만 좁혀 봐도 5명 중 한 명은 회사에 36시간 이상 머물러봤다는 얘기다. <그림 6>

그러니,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 ‘과로사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향신문에도 보도됐던, 넷마블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을 보면, 장시간 노동 그 자체 뿐 아니라, 이를 장려하는 회사의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장시간 노동 관련 주관식 응답

*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일했습니다. 2번 출근이란 게 아침 회사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 일한 거임

*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결국 퇴사하는데 퇴사날까지 야근했어요

* 과로사 할 것 같음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회사 분위기

* 말로만 불필요한 야근, 주말출근 근절 하지 말고, 업무량을 줄이거나 살인적인 스케쥴을 개선하라

* 평가 기준, 인센티브지급 기준, 연봉인상 기준에 야근을 넣지 마세요.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걸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함.

* 10시면 일하라고 방송. 2시면 일하라고 방송. 7시엔 왜 퇴근하라 안함?

* 다른 회사에 비해 일정을 3분의 1로 후려치니 사람들도 안 오고 사람 부족하니 더 힘들고 악순환, 나도 여건되면 이직한 후 넷마블은 다신 안 올 생각


오래 일할수록 줄어드는 시간당 임금의 역설

게다가 노동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이런 장시간 노동에 대해 회사가 정당한 대가조차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장근무 수당이나 휴일 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 전반의 관행이다. 게임 개발 노동자들은 게임 개발 일정과 추가 수정 등 요구에 따른 작업을 하고 있고, 따라서 노동시간을 충분히 산정하고 계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전반은 포괄임금제 명목으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개발 노동자들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줄어든 속에서 플랫폼 업체의 요구를 따라가기 급급한 ‘소작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3. 과제

과제 1 :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을 규제해야 한다

게임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간헐적, 집중적인 초장시간 노동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연속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현재의 노동시간 규제로도 막을 수 있는 초장시간 노동은 규제가 필요하다. 해당 업계에 대한 집중 조사 및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주당 68시간(52시간) 초과 근무 등 현행 제도로 막을 수 있는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해 행정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과제 2 : 돌연사 사례 업무관련성 평가, 해당 사업장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특정 직종에서 특정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산재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추정만 있고, 정확한 사인과 업무관련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2016년 게임개발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과로자살(추정) 사건을 조사하고, 업무관련성을 밝혀야 한다.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게임개발노동자 전반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의 위험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으므로, 해당 사업장 혹은 구로 지역 게임개발 노동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문제의 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과제3: 게임 산업 노동 실태 조사

첫째, 정부 차원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빚어진’ 사망사고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과로사방지법’이 제안한 ‘과로사 백서’를 참조할 수 있다. 과로사의 실태, 원인, 유형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둘째, ‘실태 조사 실시’를 게임 업계로 국한한다면, 현재의 <게임 백서>에 노동자 실태 조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까지 백서에는 시장 전망이나 업계 동향, 이용 현황이나 업체별 종사자 현황(성별, 연령, 학력, 종사자 수 등)을 넣고 있다. 여기에 게임업계의 노동시간 실태를 추가해야 한다.

셋째, 문제를 가시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기업 명단 공개’토록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과로사가 발생한 기업을 포함하여 일정(4분의 1 이상의) 직원이 산재기준선을 넘긴 기업명을 공개토록 할 수 있다.


과제4: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과제_위험의 연대 책임제

한편, 시장의 민주화를 위한 대안/과제의 하나로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한다.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말처럼, 개발사, 유통사, 플랫폼사 간의 수익 분배는 상당히 양극화되고 있는 동시에 ‘현저하게 낮은 단가 책정’, ‘추가 비용 없이 재작업 요구’, ‘계약 내용 불이행’ 등의 불공정 거래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된다. 개발 과정 상의 위험이 중소형 개발사에 떠넘겨지는 상황도 문제로 언급된다. 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치들이 요청됨과 동시에 게임의 제작・유통 과정의 위험을 참여 기업들이 분담토록 하는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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