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안전기술, 안전산업이 우릴 안전케 할까? /2017.1

안전기술, 안전산업 우릴 안전케 할까?



최민 집행위원장



우리는 불안하다. 아무 이유 없이, 여성이기 때문에 살해 당하는 사람을 보며 밤길을 걷기가 불안하고, 세월호 참사를 함께 지켜보고 1000일이 된 지금까지도 원인이 다 밝혀지지 않은 것을 보면서도 불안하다. 아이를 맡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학대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지기도 하고, 핵발전소가 밀집해있는 영남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니 불안하다. 우리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불안한 것이, 안전 기술이나 안전 업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으슥한 골목길에 CCTV가 있으면 불안감이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는 겁에 질려 걷다가, CCTV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안도하는 상황을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집스럽고 줄기차게 '안전산업 육성'을 외친다. 국민안전처가 주무부서이긴 하지만, 안전산업 육성은 국민안전처만 관여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안전처,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모두 앞다투어 안전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를 창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직접적인 예산 지원, 규제 완화, 산업 기반 조성 등이 따라붙는 것은 당연하다. 관여하는 부처로 보나, 목적과 방향으로 보나, 안전산업 육성은 안전 정책이라기보다 산업 정책이다. 청산해야 할 박근혜 정권의 '적폐'에는 안전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국민안전 정책도 포함된다.


안전 점검을 기업에 이전, 고양이에게 생선을

안전산업은 이미 상당히 성장해있다. 2016년 3월 열린 안전관계 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우리나라 안전 산업이 2011년 50억 달러(5조 9800억 원)에서 2021년 106억 달러(12조 6800억 원)로, 연평균 7.5%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재감지 센서, 안전화, 방호복 등 각종 장비와 부품 ·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안전 장비 분야뿐 아니라, 재해예방을 위한 진단, 사후복구 대응인력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안전 서비스 분야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미 안전서비스시장은 장비 시장의 2배가 넘는다.


정부의 안전산업 육성 역시 안전 서비스 분야에 더 집중된다. 안전 서비스 분야 확대를 위한 대표적인 정부 정책 중 하나는 안전진단·점검분야를 적극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안전 점검이나 안전 컨설팅 산업을 키운다는 것이다. 2015년 정부는 이미 시설안전공단이 점검하던 시설을 191개에서 152개로 줄였다. 


안전 점검을 기업에 이전하는 것은, 특히 그 서비스 비용을 안전진단과 점검 대상인 기업들이 부담하는 경우, 민간에 맡겨진 안전 점검 및 진단 과정에서 이윤 동기에 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는 이미 노후화된 선박의 개축을 불법적으로 승인하고, 화물 과적을 용인했던 부실한 안전 점검이 낳은 참사를 겪었다. 그런데, 더 투명하고 엄격하게 안전 진단과 점검 과정을 강화하기는커녕, 참사의 교훈에 역행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다.


안전 체계 없는 안전 기술

'안전신산업 창출' 구호 하에 진행되는 안전 관련 첨단 기술 개발 역시 우려스럽다. 사회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안전을 담당하겠다는 첨단기술들이 아주 다양하게 회자되지만, 정작 이 기술의 안정성과 안정성에 대한 깐깐한 검토와 엄격한 규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위험,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기에 앞서, 기술로 얻기를 기대하는 경제적 이익에만 흥분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14일 국민안전처 차관이 부산 사직보조경기장에서 개최한 방사능방재 합동훈련장에 방문했다

출처 : 국민안전처

안전 신기술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기(드론) 육성사업이다. 예를 들어, 부산시는 2017년부터 드론 육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이 분야를 신성장 사업으로 지정해 앞으로 4년간 2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또 낙동강 하구에 취미용 드론 공원을 조성해, 이곳에서 대규모 드론 경기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지원과 우회적인 지원을 모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 성공 사례들이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어도, 드론은 여전히 매우 다양한 원인의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불안정한 기술이다. 그런데, 2016년 6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는 드론 운항 관련 사고 현황을 집계하고 있지도 않고, 따라서 사고 건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나 지자체는 '안전산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관련된 안전 체계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론 산업 육성 구호만 내걸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좀 더 진중하게, 신산업과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아직 불안정한 기술의 위험을 어떻게 줄이고 보완할지 고민하고, 안전을 담보하도록 강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산업 육성' 대신 '산업을 안전하게'

정부의 '안전산업 육성' 구호는 차라리, '산업을 안전하게'라는 구호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2/3가 20년 이상 노후화된 국가산업단지의 안전 설비를 확충하고, 중소규모 사업장의 노후시설물을 교체하는 것과 같은 활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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