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막대한 예산 제대로 쓰이고 있나 /2017.1

막대한 예산 제대로 쓰이고 있나



권종호 선전위원



국민안전처는 2017년도 국민안전처 예산안을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3조2893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금년 예산은 국민 체감 · 현장중심의 재난 안전관리체계를 더욱 확고히 하고, 안전혁신 성과가 퍼질 수 있도록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안전처의 예산 및 그 운영 실태를 볼때 실제 어떤 사업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취지가 무색해진 국민안전처

국민안전처는 출범 당시 안전행정부의 안전 조직과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까지 합쳐 '매머드급' 부처로 출범했다. 출범하면서 국민안전처는 재난 시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육해상의 재난에 현장 중심으로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범 시 소요 경비부터 문제가 많았다. 


국민안전처는 출범 관련 소요경비로 기획재정부에 593억 원을 보고했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97억 원을 인력 증원 인건비로 사용했다. 출범 관련 예산 절반을 인건비로 사용했지만, 설립 취지와 달리 현장대응 인력이 아닌 고위 관료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 그리고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 등 4개 기관이 국민안전처로 새로 합병되면서 국장급 이상 고위직이 1장관, 1차관, 3실, 5국 등 총 10석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안전처가 현장 재난대응 인력보다 행정직과 고위직 관료를 늘리는 데 집중해 재난 예방과 조치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심지어 국민안전처 내부의 한 관계자도 "국민안전처 예산은3조 3천억 원에 이르지만, 부서 간 나눠 먹기 구태로 정작 초동대응 체제 구축과 노후장비 교체에 필요한 곳까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어떠한 이유로 예산을 책정했는가

실제로 국민안전처는 지방비 확보 가능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2015년 7월 재해위험지역 정비(744억 원)와 소하천정비(250억 원)와 관련한 추경 예산을 책정했다. 국민안전처는 재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위한 수요조사를 전화통화로 해결했다. 즉, 지자체에 전화를 걸어 사업수행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긍정적인 답을 들은 게 전부였다. 소하천 정비사업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안전처는 지자체에 수요조사 계획을 7월 2일 통보하면서 7월 3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고 스스로도 밝혔다. 정부가 추경예산 안을 확정한 게 7월 3일이었으니 엄청난 예산을 책정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졸속으로 업무를 처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정작 필요한 예산은 제대로 책정하고 집행하지 못했다. 소방공무원 복제 개선이 절실하다는 계속되는 지적에 국민안전처는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핑계로 국민안전처는 이를 소방공제회 자체 예산으로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3조 3천억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고 매년 2억 원이 넘는 장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국민안전처가 연구 용역비 8천만 원은 소방공무원 복지실태를 조사해야 할 소방공제회에서 빼앗으려 한 것이다. 온갖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이를 국민안전처가 다시 부담하기로 했지만 결국 이는 다시 2017년 소방관 심리치료 프로그램 예산을 동결시키며 끼어 들어갔다.


3조 3천억에 달하는 예산은 어디에 쓰이는 것인가

가장 절실한 소방관의 복제 개선, 심리 치료에 쓰일 예산은 부족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소방 관련 산업에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2017년 예산 내역을 보면 소방장비 현대화에 부지매입비 180억 원, 청사 및 훈련시설 건축비 134억 원, 대형헬기 2대 288억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해상역량 강화에 관한 산업들에는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해경함정 등 선박건조에 990억 원, 헬기 3대에 342억 원 , 중·대형 함정 31척에 788억 원, 방제정 8척에 202억 원 등이다. 국민안전처 장관이 해군 장성 출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다. 재난 관련 산업 예산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재난에 특화된 무인항공기 운용 및 관리체계 개발(20억 원), 테러·재난현장 대응력 향상 장비개발(4억 원) 등 과학기술을 접목한 효율적 재난관리를 위해 재난안전분야 기술개발(R&D)에도 580억 원을 쓴다고 한다. 3조 3천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이렇게 재난관련 산업 육성에 대부분 쓰면서 국민안전처는 재난 보험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해주었다. 올 1월부터는 1층 음식점이나 모텔과 같은 소규모 숙박시설, 15층 이하 공동주택 등도 재난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법제화 한 것이다. 위험의 분산이란 측면에서 재난보험은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안전 관리 시스템 즉 안전시설 확충 및 재난 예방 대책은 함께 마련하여 충분한 책임을 지고 있는가. 너무 성급히 개인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국민안전처의 예산 집행에는 이와 관련된 대규모 예산 집행 내역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막대한 예산은 그 실효성을 알 수 없는 재난 대비 산업 육성에 쓰고 실제 재난 대비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또 다른 재난 보험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안전처는 막대한 예산을 졸속으로 써대기 전에 먼저 모든 분야에서 확실한 안전 점검을 통해 재난 대비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본이 제대로 지켜졌을 때 국민안전처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효성 있는 사업이 추진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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