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역사상 최장기 철도파업, 정부가 왜 손 놓고 지켜보는가? /2016.12

역사상 최장기 철도파업, 정부가 왜 손 놓고 지켜보는가?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 이철의 교육국장 인터뷰

“신자유주의 정권의 신의 한수 ‘필수유지업무제도’ 철도노조에게 큰 과제 남겨”

“노동자들의 파업은 언제나 정당한데, ”합법/착한 파업“으로 순치하는 건 옳지 않아”

 


재현 선전위원장


 

철도노조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인데 열차 운행률은 81.4%(12.1기준)이다. 시민들은 “불편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철도 파업해요?”라고 되묻는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의 피로는 높아만 가는데, 언제 마무리 될지 기약이 없다. 1977년 부기관사로 입사해 노동조합 활동에 함께했던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이철의 교육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장기간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데 조합원들 상황은 어떠한가?

조합원들 집회에서 보면 표정이 안 좋다. 얘기해보면, 월급 안 나오니까 힘들다고 한다. 대출을 많이 받은 조합원들은 특히 더 그렇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일하는 조합원들이 기본급 10%씩 모아서 파업에 나와 있는 조합원들에게 주기로는 했지만, 부족하다. 조합원 중에 밤에 대리운전 뛰는 조합원들도 있다.

 

- 힘들고 지치는 와중에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건가.

지금의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을 노동자들이 주도해왔는데, 그중에 우리가 일부라는 자부심이 있다. 나도 조합원들에게 지금의 200만 촛불을 만든 건이 불씨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도 철도 조합원들은 매일 저녁에 파이낸스센터 앞 집회에 참여한다. 아마 우리 조합원들이 70~80%는 될 거다. 

 

이철의 교육국장은 철도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으면 힘이 빠졌을 텐데 우리 행동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 우리가 이런 정국을 만들어온 자긍심이 긴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번 파업을 돌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성과연봉제다. 철도가 어떻게 밀어붙였나.

사실 성과연봉제는 MB정부 시절부터 시작한 거다. 당시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이라 해서 모든 공기업에서 복지제도 공격을 받았다.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계산제 자체를 바꾸거나, 단체협약이 민간보다 지나치게 노동조합에 유리하면 뜯어고치도록 강요했다. 철도는 구조조정 공격도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MB가 세운 계획을 그대로 관철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정상화라고 부르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밀어붙였다.

 

한편, 철도는 우선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다. 강성 노동조합의 반발을 고려해 우선 성과연봉제만 도입해도 내부에 균열이 생길 것이고 이점을 이용해 퇴출제를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철도 경영진 의지가 정권과 같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6월 상황이 바뀌게 된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다녀와서 공공기관장들에게 경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철도를 포함한 대부분 공공기관이 5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노동조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성과연봉제-퇴출제를 밀어붙였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철도 구조조정, 노동개악 이런 게 꼭 대통령의 의지라고만 볼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신자유주의자들이 한국의 노동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가 장기간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는 거다. 강제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빨리 도입하면 경영 평가에서 이익을 주고, 늦게 하면 불이익 주거나, 임금인상 승인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제한다. 이러한 흐름은 DJ정권부터 쭉 이어졌기 때문에 박근혜가 퇴진한다고 중단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 만일 성과연봉제가 현장에 들어온다면 어떠한 변화들이 있을 거라고 보나.

회사가 철도 취업규칙을 바꾼 걸 보면 노동조합 눈치를 보면서 많은 물타기가 있었다. 성과로 실적을 평가 할 때 개인평가가 아닌 사업소별 평가를 하게 했다. 연봉제 삭감 폭도 정부 지침보다 작은 3% 내로 결정했다. 


그렇다 보니 철도는 형식적인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이고, 불이익받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연봉 삭감도 기본급을 손대는 방식이 아니고, 임금 외 부분에서 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성과제가 들어온 관리자들만 보더라도 경력이 꽤있는 조합원이 연 300만 원 손해 보는 정도다.

 

그래서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성과연봉제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있는 구로승무사업소만 해도 관리자들이 우리 사업소가 꼴찌 하면 안된다는 부담을 갖는다. 게다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리 잘해도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면, 그간 모든 노력이 무산되지 않나? 내 실수로 300여 명의 사업소 식구들이 연봉 300만 원 깎인다고 생각해봐라 개인평가보다 더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또, 지금 이 사회가 성과연봉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에 대해 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우리가 이길 거라 확신하지 못하지 않는가.

 

상식적으로 법에선 임금이나 중요한 노동조건 관련 사항은 노동조합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어야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도입이 어렵지 아무리 무늬만 연봉제라 해도 일단 들어오면 개악되는 건 시간문제고, 법적으로 가면 해결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자를 개별화시키는 성과연봉제는 아예 들어오면 안된다, 이거 들어오면 노동조합이 깨진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 철도공사는 파업 시작부터 지금껏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조합원들이 위축거나 그러지는 않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합법 파업이냐 불법 파업이냐 따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파업은 늘 정당한 거 아닌가? 노동자들이 우리들의 파업은 언제나 정당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합법, 착한 파업이라는 말로 노동조합 투쟁을 자꾸만 순치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엄밀히 말하면 부분 파업을 하고 있다. 파업이 왜 길어지나. 우리가 잘 버티는 것도 있지만 부분 파업이라 위력이 없는 거다. 전면파업이었다면 1주일 안에 결판난다. 정권이 무리하게 탄압해서 노조를 깨던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거나.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문제가 심각하다.

 

- 어떠한 문제가 확인되고 있는 건가

회사나 정부에서 손 놓고 가만히 쳐다보는 파업은 문제 있는 파업이다. 현대차를 봐라. 사회적으로 우리보다 더 욕을 먹어도 파업을 하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나. 얼마 전 화물연대 동지들이 파업했는데 거긴 노동조합도 아니다. 그 자체로 불법이고, 도로를 봉쇄해서 불법 파업을 했다. 그래도 결국 끝내지 않나. 파업의 본질이 뭔가? 생산을 멈추고, 일을 멈추고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 아닌가?

 

사회적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파업이 지지받지 못하다 보니 불편해도 괜찮아 같은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민들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것 물론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한국은 시민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서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한테 불편이 없으면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는 거고, 자기한테 불편을 주면 욕한다.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좋은데 본질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 같다.


이번 파업이 철도노조에 상당히 많은 숙제를 안겨준 것인가.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노무현 정권의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지금 현재 480여 명 대체 인력으로 수도권 전철 85%, KTX 70%, 무궁화, 새마을이 60% 정도 운행률을 맞추고 있다. 파업 때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KTX, 수도권 전철 운행에 차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회사가 파업에 대비해서 기관사 출신 관리자도 많이 세웠고, 군인, 퇴직 기관사 합치면 파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기관사 5,000여 명이 필수업무유지제도를 무시하고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 대체인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2가지 문제가 남는 것 같다. 위력이 없는 부분 파업같은 파업을 할 것이냐? 아니면 전면 파업을 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는가? 이점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 이번 파업은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인가.

철도 내에서도 이 문제해결에 대한 견해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사장이 꼴통이라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 여전히 정부 관료 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3곳이 합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는 상황이고. 철도 사장은 자기들만 성과연봉제 철회하면 내년에 옷 벗어야 하는데 어떻게 합의하겠는가.


- 이번 파업에서 궤도와 22년 만의 공동파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가도 있던데 어떻게 평가하나.

글쎄, 철도를 뺀 나머지 노동조합은 2004년에 공동파업을 했었는데 이제 와서 철도를 끼워 22년만에 파업이라는 것은 억지로 의미를 붙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올해 처음으로 산별답게 공공운수노조 파업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노조가 방침을 내고 공동으로 무기한 파업을 처음 결의해 본 것 아닌가.


 - 오랜 노동조합 활동, 해고자 생활 등 이른바 철도 민주화 1세대 활동가고,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이번 파업은 어떤 의미로,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노무현 정권 때도 2번인가 파업을 했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들어서 하는 파업과는 다르다. 우리가 쟁취하는 투쟁이라기보다 밀려서 지켜야 하는 투쟁이었다. 게다가 최근 계속된 파업으로 조합원들도 노동조합도 지쳐있는 것 같다. 우리도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거다. 그래서 이번 파업 잘 싸우고, 마무리하면 재정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철도가 대표적인 대기업 노조 중 하나라 자기중심주의가 강하다. 연대도 잘 못해왔다. 그런데 이번 파업은 다른 때와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파업의 직접적 요구를 떠나 박근혜 퇴진, 전경련 규탄 투쟁도 벌이고, 교육도 많이 받으면서 의식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것 같다.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 큰 힘이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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