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저희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싸웁니다 /2017.1

저희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싸웁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김성우 지부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작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은 한국 사회를 큰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당시 언론과 경찰은 사회적 여성 혐오의 현상이라기보다는 한 미치광이의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고자 했고, 이것은 한국사회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더해지면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여기 혐오를 조장하고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 정신장애인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신보건전문 요원들이다. 이들은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 정신질환 장애인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소중한 일을 하지만 그에 비해 이들이 처한 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었고,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싸움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성우라고 하고요, 현재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임 팀장을 맡은 정신보건전문 요원이에요. 노동조합에서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 정신보건지부장을 맡고 있어요.”

 

- 정신보건전문 요원이라는 이름이 상당히 낯선데,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된 건가.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들이 정신 보건 전문 요원 수련기관에서 수련을 받아서 정신보건 2급자격증을 받아요. 그뒤에 5년간 실무 경험을 해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1급 국가 자격증이 나옵니다. 제가 일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역시 몇몇 분들 제외하곤 이 전문요원들이 일하고 있어요.”

 

정신건강증진센터는 1995년 제정한 정신보건법에 의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개의 산하 기관(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있는데 이전에는 주로 정신질환자 관리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현재에 정신보건 문제 자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아동, 청소년기 정신건강상담, 성인기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치료, 자살상담을 비롯해 의학적 치료를 연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그럼 센터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직영이 아니면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80% 이상이 민간위탁으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일방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죠. 운영은 자치구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직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강제 휴업과 해고대상이 되면서 이를 막는 투쟁을 해야 했어요.”

 

-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에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이 사업을 담당하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가 아닌가.

이 사업을 현장에서 해야 할 공무원들은 전문적으로 자격증을 따고 일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민간위탁으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시와 자치구가 직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그 이유에 대해서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인건비 절감과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인 고용률 70%를 맞추기 위해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인력을 시간제 일자리로 채용하겠다는 거예요. 게다가 저희가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하니까 노조에 대한 혐오가 강해진 거죠. 그래서 시간제 일자리로 일하는 직원들의 단체 행동권을 제약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센터 직영화로 인해 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되면 정신보건전문 요원들은 연봉 5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입게 된다. 게다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매년 이뤄지는 재계약에 따른 고용불안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정신보건전문 요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임금보전과 성과를 위해 연장근무를 해야 하고, 그러면 시간제 일자리의 원래 취지 중 하나인 일/가정 양립은 요원해진다.

 

시간제 일자리도 문제인데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찾아다니는 우리의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해요. 대체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지 물어보면 기준도 없다고 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평가자는 현장과 거리가 먼 담당 자치구 보건소에서 한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아요. 지금도 만일 상담을 하던 분이 자살하면 담당자가 뭘 잘 못 했으니까 죽었겠지.’라고 수군거려요. 게다가 보건소는 언제 마지막으로 상담했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왜 죽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한다면서 전문요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해요.”

 

- 그럼 현재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가.

지금 직영을 추진하는 센터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로 변경할 때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1~2개월 휴업을 하겠다고 해요. 공무원들은 그저 고용률을 높여서 인센티브를 받으려고 추진하는 것 같고요. 우리야 길거리로 나가든 말든 본인들에게 피해가 안 가니까 너무 일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실제 한 센터 주무관은 한 조합원에게 이제 2개월 동안 휴업할 거니까 실업급여 받으면서 자원봉사하라고 말했다는데 항의하니까 그제야 농담이었다고 하는거예요.”

 

-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운다는 것이 웬만한 결심 없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

정신건강증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20년이 됐는데 아직도 시범사업처럼 운영해요. 센터마다 지자체가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운영해야 하고 인건비/사업비/운영비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서, 이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해요. 결국 노동자들이 문제를 다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재작년에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우리 센터가 2012년 서울시가 자살예방사업을 하면서 2명의 인력을 보조해줬어요. 이분들 포함 5개 센터에서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이죠. 이른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자살예방사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모델을 만들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201412월에 갑자기 센터로 공문이 와서 지금 추진하는 사업을 모두 보건소로 이월하라고 한 거예요. 사업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서울시에서 지원했던 2명의 인건비도 가져가면서, 내내 고생했던 이분들이 20151월에 퇴사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상 해고 된 거예요.”

 

김성우 지부장은 이 일을 겪으면서 다음부터는 미리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노원구가 2016년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되었다.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함께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20162월에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

 

- 조합을 만들자마자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추진하게 되었나.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정 절차를 통해 진짜 사장을 찾으려고 했어요.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결과를 확인했고, 6개월간 서울시와 임금 및 단체교섭을 협의했어요. 그리고 9월 서울시와 최종 의견을 조율하여 고용 보장 약속 등 합의안을 냈는데 104일 합의가 거부되었어요. 서울시와 센터장, 자치구장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핑퐁게임을 하다 조정이 결렬되었어요. 결국, 노동조합은 쟁의권만 남았고 파업을 하게 되었어요.”

 

핑퐁게임이 왜 벌어 졌는가.

센터장은 권한이 없어서 자치구가 사인해야 할 수 있다고 하고, 자치구는 센터가 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때 서울시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 시로서는 이 둘을 모두 강제할 수 없다고 했죠. 특히 서울시가 구청장을 강제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 했어요.”

 

현재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병원 기관의 정신과 의사 1인이 센터장을 맡고 이 센터장이 개인사업자를 내어, 전문요원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법적 사용자는 센터다. 그러나 센터를 운영하는 예산은 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는 각 지자체장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자 센터와 지자체는 진짜 사장은 내가 아니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 파업이 50일을 넘었는데, 조합원들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다.

처음엔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것도 어색했어요. 그런데 파업을 하면서 조합원들이 센터에서 겪었던 문제가 개인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고 분노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모인 지금 아니면 못 싸운다는 마음으로 파업에 임했어요. 그런데 파업이 50일을 넘기면서, 대상자들이 50일간 방치 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그걸 보면서 농담으로 우리 조합원들은 착하다 못해 바보라고 그랬어요. 당장 본인들이 거기로 쫓겨나게 생겼는데 대상자들 걱정을 먼저 하는 거예요.”

 

2016년은 104일부터 시작된 서울시 정신보건지부의 파업 투쟁은 50일만에, 서울시와 고용 안정 협력 등을 합의하고 마무리되었다.

 

- 그런데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했다. 이유가 있었나.

당장 1월부터 민간 위탁 기간 만료되는, 6개 구 센터에서 노동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어요. 물론 위탁 기간이 종료될 때마다 해고통지서를 늘 받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거죠. 이후 고용에 대한 약속도 없고 센터가 내년에 어떻게 운영되는지 계획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와 했던 약속이 지자체를 전혀 강제하지 못한 것이에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투쟁을 이어가려고 해요. /시의원 가운데 저희 문제에 협력하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조례도 만들고 협의체에서 센터 운영과 관련해서 합의를 끌어내려고 해요. 노동조합 혐오에도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아요. 아마도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반발하다보니 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버티려는 것 같아요.”

 

김성우 지부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현재 한국의 공공사업에서 정신건강예방을 위해 하는 사업은 이게 유일해요. 그런데 이 사업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국가가 정신보건사업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우리부터 제대로 시스템을 만들어놔야 다른 서비스로 연계되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일을 하는 저희를 이렇게 거리로 내몰고, 근로 조건 낮추고,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면 이 사업 자체가 흔들려요. 그렇게 되면 내담자들이 결국 피해를 입어요. 이분들이 이 문제를 말해야 하는데 말하기가 어렵고 세상으로 나오기 힘든 분들이기 때문에 종사자들이 저희부터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요. 앞으로 저희의 싸움에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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