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노동시간을 둘러싼 전쟁 (매일노동뉴스)

노동시간을 둘러싼 전쟁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11.01 08:00







정부가 지난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올해 초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처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참여연대도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재계는 기업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반겼고, 자유한국당은 추진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거들었다. 심지어 한국경제는 제작비 100억원대 이상 대작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참패한 원인이 주 52시간제에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는 한 제작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해당 기사에 적합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별도의 알림을 내보내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바야흐로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노동과 자본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785

[기자회견] 버스보조금 부정수급의혹, 관리감독 소홀 경기도규탄 기자회견


 

일시 : 2018102911

장소 : 경기도의회 브리핑룸

제목 : 버스보조금 부정수급의혹, 관리감독 소홀 경기도규탄 기자회견

순서

1) 발언 1. **여객 저상버스 조기폐차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과 경기도의 관리소홀 사례 : 엄도영(공익제보자/공공운수노조 버스서경강지부 협진여객지회장)

2) 발언 2. 저상버스의 운행현황과 이용자 요구 : 김용란(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3) 발언 3. 경기도 버스정책의 문제와 이용자들의 요구 : 권미정(‘경기도버스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연구집 연구원/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대표)

4) 발언 4. 버스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 : 박상길(공공운수노조 버스서경강지부장)

5)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우리는 경기도 버스정책의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해왔다. 전국 최고의 대중교통사고율, 전국 최하위의 저상버스 도입률, 열악한 노동조건, 낮은 임금, 부실한 안전관리, 준공영제 도입의 문제점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사례가 드러났다

 한 버스운전노동자의 공익 제보로 알게 된 이 사례는, 현재 경기도에서 지원되는 버스보조금이 얼마나 부실하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구입할 때 1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매년 운영비로 천만원을 지원받는 저상버스가 업체 임의로 폐차되었다. 아직 운행수명이 남은 저상버스를 폐차할 때는 국토부와 경기도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지만 정작 경기도에서는 폐차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업체가 지자체 몰래 폐차하고 비밀리에 새 버스를 구입한 것도 아니다. 업체는 폐차한 저상버스의 운영보조금을 이미 지원받았고, 새 버스의 운영비 또한 별개로 지원받은 상황이다. 즉 새 버스는 어디서 몰래 들여온 저상버스가 아닌, 정식 지원을 받은 버스라는 의미이다.

 사유를 미리 신고하지 않은 폐차는 법규위반이다. 하지만 드러난 정황을 보자면, 업체가 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교체된 버스의 운전노동자가 평소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고, 그가 수많은 번거로움과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확인 과정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게 된 사실이다. 수많은 우연이 겹치지 않았다면, 절대 알려지지 않을 종류의 부정인 것이다.

 이것은 한 버스업체의 일탈, 버스 한 대의 문제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대한 비리가 하나의 공익제보로부터 밝혀지게 되는 과정도 수차례 보아왔다. 문제의 요점은 거액의 세금이 보조됨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돈만 지급하면 끝나는 관리감독 체계의 허술함에 있다. 교통약자를 위해 도입되고 세금이 지원되는 저상버스조차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허술한 관리감독을 이용해 주머니를 채우기 급급한 업체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이제라도 경기도는 사과하고 전면적이며 철저한 조사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꼼꼼하고,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 누구나 납득할 만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버스 자본이 보조금을 횡령하고 유용하는 사례는 이미 허다하다. 진정으로 버스가 대중의 교통, 공공의 이동수단이라면,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보조금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투명한 공개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경기도는 시민의 발로서의 버스와 처음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경기도에 요구한다.

 하나, 지원된 버스보조금 내역에 대해 철저한 감사와 관리감독을 시행하라!

 하나, 저상버스 운행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라!

 하나, 업체 배불리기를 벗어나 진정한 공공의 교통으로 나아가기 위해 버스완전공영제를 실시하라!

  

20181029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과로 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확대, 완전공영제시행 경기공동행동

: 경기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경실련, 경기환경운동연합, 녹색자치경기연대,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여성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시민사회포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경기지부, 경기장애인차별연대, 참학부모회 경기지부) 노동당 경기도당, 녹색당 경기도당, 민중당 경기도당,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도본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도 본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버스협의회 서울경기강원지부, 정의당 경기도당, 한국노동안전보건 연구소


보도자료_정부보조금_이중수급_버스비리의혹_관리감독소홀_경기도규탄.hwp


[언론보도] 주52시간이 노동시간 단축? 사라진 12시간을 찾아서 (오마이뉴스)

주52시간이 노동시간 단축? 사라진 12시간을 찾아서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①] 제조업

18.10.27 17:15l최종 업데이트 18.10.28 13:15l



2018년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연장·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 18세 미만 연소노동자 최대 노동시간 단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주당 68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했던 행정해석을 중지시킨 것뿐,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당연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http://omn.kr/1bkpe

[만평] 응급환자... / 2018.09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우리는 시(時) 쓰는 버스운전 기사를 만날 수 있을까 / 2018.09

우리는 시(時) 쓰는 버스운전 기사를 만날 수 있을까

- 영화 <패터슨Paterson>, 2016

나래 노동시간센터 회원, 상임활동가

[영화 패터슨 스틸컷]


사무실 창밖을 넌지시 바라본다. 익숙한 풍경이 곧 선명하게 들어온다. 4차선 도로 위를 무심히 달리는 차 중 버스가 보인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사무실 출근을 위해 파란색의 기다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재빨리 내리기 위해 뒷문에 가까이 앉은 내 자리에서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맨 앞자리에 앉아 운전대를 잡은 버스운전 노동자다. 빨노초 신호에 맞춰 적절한 때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속도를 내는 그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했다.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패터슨>이 불현듯 떠올랐다.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이야기다. 스크린 속 패터슨의 삶은 단조롭고, 평온하다. 매일 아침 6시 10분과 15분 사이에 기상한다. 침대에서 일으킨 몸을 끌고 나와 식탁 의자에 앉아 시리얼을 먹는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춰 직장까지 걸어가 PATERSON(패터슨)이라 쓰여 있는, 그가 담당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자기가 사는 도시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정작 내 눈길을 끈 건 그가 입고 있는 푸른색의 유니폼이다. 버스 운전기사인 그가 하는 행위 중 운전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시(時) 쓰기’이다.

꽤 단조롭고 단순 반복되어 보이는 패터슨의 일상에서 꿈틀대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은 그의 비밀수첩에 적는 시다. 주변의 모든 것이 그에게 영감을 준다. 출근해 동료에게 듣는 비슷한 푸념, 운전석 뒤로 오가는 버스 승객들의 다양한 이야기, 반려견 마빈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 항상 들리는 단골 바(bar)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 패터슨이 가장 사랑하는 동반자 아내 로라의 이야기 등 무궁무진하다.

이렇듯 패터슨의 반복되는 매일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패터슨을 오로지 패터슨으로,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바로 매일 써 내려가는 시(時)이자, 그 시를 쓰는 바로 그 ‘시간’이다. 패터슨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라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버스 운전 노동자인 것이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순간 ‘한국의 버스 운전 노동자들도 패터슨처럼 시를 쓸 수 있을까?’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마음이 묵직해지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버스 운전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의 심각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15년 시행된 「버스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 따르면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 경기 광역버스는 70.1%를 나타냈다. 장시간 노동을 가중시키는 격일제, 복격일제 등 교대제 근무제도 문제다. 격일제란 하루 일하고 하루를 쉬는 것, 복격일제는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쉬는 것을 말한다. 격일제의 경우 하루 평균 17~19시간 근무한다.

이들이 호소하는 노동, 건강문제는 심각하다. 기본적 욕구 해결을 위한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한국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우리가 국물을 잘 안 먹어요. 소변 때문에. 2, 3시간 가는데 소변 마려우면 고속도로에서 어떡할거야. 기사들이 그런 거 다 감안해서 물도 잘 안 마시려 해. 딱 맞춰서 가서 소변 볼 거 생각하고. 커피도 이뇨작용 땜에 안 마시는 사람들 많아요. 그만큼 힘들고, 우리가 다 모든 걸 신경 써서 해야 되고.” (인터뷰 H, 2018년 경기도 버스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연구)

작년 노동시간을 둘러싼 싸움이 크게 벌어졌다. 무제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지준법 59조 폐지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 뜨거웠다. 노동자들은 정말 ‘죽지 않기’ 위해 장시간 노동 근절을 요구했다.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시민들도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2월 28일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었다. 시내버스로 대표되는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버스업체와 정부는 대규모 인력채 용과 근무체계 개편이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중노동, 과로사 위협이 1년 연장됐다. 지금도 하루 10시간, 20시간 가까운 장시간 운전을 하고 있다.

만약 패터슨이 한국에서 일하는 버스 운전 노동자였다면 그 주옥같은 시(時)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매일 반복되는 장시간 노동 속에서 그의 푸른색 유니폼은 언제나 반짝였을까? 캄캄한 새벽에 출근해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식판에 겨우 배고픔을 잊을 밥을 먹으며 다시 버스에 올라타는 한국의 버스 운전 노동자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현장의 목소리]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2018.09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카톨릭대의료원분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선정적인 의상을 입어야 하는 강제 장기자랑, 관리자 이삿짐 나르기, 공원 조성 기부금 강요 등 부당한 갑질은 물론 병원 이익률과 반대로 가는 임금 인상, 임산부 강제 야간 노동, 장시간 과로 노동 등 부당한 업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과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조직국장 동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6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억눌린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11년차 간호사, 7년차 간호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보 조직국장 현지현입니다.”

현지현 지금 노동조합은 1,300명이 가입 대상자인데 조합원이 900여 명 정도 가입해있어요. 간호사, 의료 기사, 방사선사 등 모든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죠.

11년차 간호사 사실 처음 병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는 망설였는데 우리가 몰랐던 병원 실상도 알게 되고 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7년차 간호사 저도 비슷한데요. 널스케입이라고 전국에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저희 병원이 이슈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된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었다는 거에 분노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부당한 업무를 강제 당하며 일해왔다

7년차 간호사 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할 때마다 사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한데 간호사 업무랑 관련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키거든요. 가령 걸레로 병원 휠체어를 닦으라는 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요. 본격적인 준비만 두 달 정도 하는데 이때는 아침 데이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요. 문제는 평상시에도 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말이 8시간 근무지 환자 보는 일이 교대 시간을 딱딱 맞춰서 끝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도 가끔 제시간에 딱 맞춰서 정시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치를 많이줘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찍 갈 거면 여기로 퇴근하지 말고 구석 엘리베이터 타고 퇴근하라고 하더라고요. 밤새워서 나이트 근무를 해도 다음날 데이 근무자들이 티 타임 할 때까지 남겨두고 집에 차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해요. 지금껏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그날 딱 하루 일찍 퇴근하면 그 병동은 퇴근을 빨리 한다더라 소문이 나요. 병원 자체가 간호사들이 집에 늦게 가야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니까 다들 이렇게 살았어요.

현지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환자들이 직접 간호사, 의사 의료 서비스나 친절도 같은 걸 평가하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거든요.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1년차 간호사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간호사들이 임신 마지막 달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게 당연했어요. 저는 이 병원이 처음 다니는 병원이고 이직을 했던 적이 없어서 다른 병원에서도 다들 그러는 줄 알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금까지 무조건 강제였거든요.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것부터 바로 바꿨어요. 그리고 전에 제가 몸이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병가는커녕 제 휴가랑 오프 이용해서 치료 받았어요.

7년차 간호사 대구에 대학병원이 4개가 있는데요. 우리 병원이 병상도 제일 많고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급여는 정말 작았어요. 그런데도 대부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인데 다른 민간 병원보다 양심적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버티면서 일해왔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현지현 아무래도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 조합원들에게 갑질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제일 많았어요. 관리자들의 부당한 인사나, 간호사들 선정적인 장기자랑 시키고, 관리자가 이사하면 이삿짐 날라줘야 하고, 눈 오면 병원 눈 쓸게 하고 그런 것들이 심각했더라고요.

11년차 간호사 예전에 병원에서 공원을 만든다고 전 직원들이 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었어요. 제일 작은 구좌가 5만 원이었는데 최고 60만 원까지 할 수 있어서 다들 어쩔 수 없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끝전 기부하자고 해서 월급에서 끝전을 강제로 기부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병원에 돈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기부했었는데 이것도 어이가 없어요. 또, 병원이 체계 자체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임금명세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거든요. 같은 동기인데 월급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총무과 물어보면 너희가 재수가 없는 거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여기가 38년 된 병원인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죠.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이 없었다

현지현 여기 병원은 직장 갑질 문제만이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금까지 출퇴근을 주 5일 40시간으로 운영한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8시간 일하고 어떤 날은 6~7시간 일해서 남는 시간을 토요일에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토요일에 휴일,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으로만 일은 시킨 거예요.

11년차 간호사 아침에 출근했는데 만약 환자가 줄었잖아요. 그러면 병원에 다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래요. 반대로 휴가나 오프여서 쉬고 있는데 환자가 많다고 출근하라 그래요.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왜 네가 마음대로 해외에 나갔냐고 뭐라고 하고요. 최근엔 조합원한 분이 파업 중간에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서장이 환자 버리고 병원 나갈 땐언제고 휴가 가냐고 비난을 했다는 거예요. 외래팀장인 수녀님들은 노동조합에서 파업하면서 소식지를 냈는데 거기에 수녀님이 아니고 수녀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최고 VVIP 에요. 만약에 본인이 일하는 병동에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물 떠다 드리고 심부름하고 수발들어야 해요.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현지현 작년 12월 27일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7개월 정도 교섭을 진행했는데요. 4월까지는 병원 책임자인 의료원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책임자가 나오라는 교섭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의료원장 나오고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4차례 정도 교섭을 했고 지금까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에요.

노동조합은 이번이 첫 단협을 체결하는 거다보니 핵심 요구안이라고 해서 10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임금 문제가 안 풀려서 다른 사항들도 진전을 못 하고 있어요. 병원은 자신들의 제시한 임금 문제를 노동조합이 받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없다고 하고요.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사실 다른 거보다 환자, 보호자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까지 나와서 투쟁을 하냐고 많이 응원해주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이 돼요. 파업 투쟁하면서는 사실 처음엔 3일이나 7일이면 병원이 교섭하겠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고 싸우면 싸울수록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래도 내가 11년을 몸담았던 병원인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렇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힘내서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요.

7년차 간호사 투쟁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우리가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조차 누리지 못했구나. 지금까지 재단 좋을 일만 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교 졸업하고 여기가 첫 직장이고 다른 곳에 이직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 병원이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가까운 지역에서 영남대나 경북대병원에서 파업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끼리 툴툴거리기만 했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7년차 간호사 저도 지금까지 부당한 상황을 보면 투덜거리고 말았거든요. 만일 돌파구가 있다면 퇴사다 이렇게 생각했었고요. 다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이제는 달라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11년차 간호사 조합원들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며칠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어요.

7년차 간호사 이때까지 힘들지만 버텨서 왔으니까 열심히 투쟁해서 꼭 같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9월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분회가 병원과 잠정합의하였다. 파업투쟁 39일 동안 모든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이뤄낸 소중한결과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도 환자와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 기본 합의 사항 *

▲ 기본급 정률 5.5%+정액 6만원 인상

▲ 갑질 전수조사, 부서장 상향평가 인사반영

▲ 주5일제 도입, 시차근무 폐지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0~12명 고정

▲ 배치전환 원칙 마련

▲ 육아휴직급여 지급, 임신기간/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 외주용역 금지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

[현장의 목소리]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 2018.08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활자, 그 너머에서 배우다 

윤상일 보건의료학생 매듭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89


스스로를 '노동'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단어가 주는 불온하고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애써 '일', '일하는 사람'이라고 바꿔 부르곤 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두꺼운 교과서와 수많은 강의록에 허우적대며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노동과 더 멀어졌다.

그러다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느 한 책 덕분이었다. 그 책의 저자는 우리네 사회는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고 있으며, 때로는 일터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반올림, 원진레이온 등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학자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 설득이 되어, 이후 학내 동아리에서 같이 책과 뉴스 기사를 읽으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여름방학에 건강현장활동¹⁾ (이하건활)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주밖에 없는 방학 중에 6일을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포스터에 적힌 '학교와 병원에만 있으면 알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에 설득되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

건활은 글이 차마 담아내지 못한 현장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현장은 글을 통해 접한 것보다더 열악했다. 지난 6월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남동공단에서 노동자 119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단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수는 없어, 모든 장면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담배꽁초와 숨 막히듯 더운 공기는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는 듯했다. 특히 시안화나트륨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쓰레기통은 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았다. 불과 1달 전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쓰레기통 하나만으로도 인천남동공단이 위험 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이든 기사든 필자가 현장에 오기 전 접한 글들은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공한 결과물이었다. 웹툰 『송곳』과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 세미나를 통해 노동조합과 그들의 현실을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들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글보다 더 열악하고 복잡다단했다. 수북이 쌓인 정체를 모르는 먼지들, 노동시간 52시간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겠다며 공항 공사에게 억지로 강요당한 12조 8교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어떻게든 임금을 최소한으로 주려고 하는 공항 공사의 지능적인 꼼수.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불건강에 기여하고 있었다.

현장의 이 모든 열악한 환경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 찾아가기 전 사전 세미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고(故) 박선욱 간호사 자살 사고는 태움이라는 기이한 일터 문화와 간호사 인력 부족이, ST유니타스 웹디자이너자살 사고는 과로를 조장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문제였다.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는 하청업체에 가해지는 낮은 단가의 압박, 부족한 위험 물질 관리 및 규제 제도와 원청 처벌의 부재가 문제였다.


한번은 휴식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노동자가 건강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뻔했다. 생명보다 돈과 이익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구조가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자조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나눴다. 덤으로 '4차 산업혁명이 노동 구조를 바꾸면 노동자들이 더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말들이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자는 말은 한편으로 공허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인 대안은 막막하다. 2년여 전 파견직 노동자 6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했을 때도, 노무사 선생님들은 원청을 처벌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다. 

피해자 중 한 명은 UN 인권이사회에 가서 원청과 정부에 책임을 요구한다는 발언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 심지어 같은 공단에서 시안화수소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명해 보이는 대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학생 입장에서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이들의 외침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문제에 대해 경제 · 사회 · 윤리적 측면의 광범위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진행한다고 한다.²⁾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을뿐더러, 노동권 교육시간을 제외하면 노동이라는 표현을 수업시간에 듣기도 힘들다. 대학교에 오면 사정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대개 보건의료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학교가 시키는 것들을 꼬박꼬박 잘 지켜가며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애초에 이런 학생들이 노동권에 관심이 별로 없고, 혹시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알아서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내과 강의시간에 대사성 산증이 다뤄진 적이 있다. 그 시간에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 기전, 표준 치료 등에 대해 배웠다. 교수님은 "메탄올에 의해 대사성 산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몰라도 된다"며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병원 안에서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 밖, 피해자분들께는 틀린 말이다. 2년 전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 1달 전 시안화수소 중독 사고 피해자분들 모두 대사성 산증으로 아파해야만 했다.

대사성 산증 강의 삽화에서 알 수 있듯, 의학 교육은 (적어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과학적 측면에서만 이뤄진다. 의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사회 의학도 엄연히 의학의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하지만, 과학적 의학만을 진정한 의학이라 생각하며 교육하는 의과대학의 입장에서 사회 의학은 잊혀 버린 옛 이론일 뿐이다. 필자는 의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이 지금까지 발전한 데에는 과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학적 의학만이 의학의 전부가 아니며 의과대학에서 사회 의학도 과학적 의학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요즘 보건의료학생에게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병리학의 아버지,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Karl Virchow, 1821-1902)가 했다고 말해주면 믿을까? 1848년 초, 상부 실레지아 지역의 직조공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유행했다. 이에 당시 유능한 의사였던 루돌프 피르호는 현장으로 가서 머물면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의 원인으로 빈곤을 지목하며, 노동을 해도 노동자의 몫에 돌아가는 돈이 적은 현실을 비판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목이 나온다. 훗날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세균설이 입증되면서 당시의 전염병이 Rickettsia prowazekii라는 균에 의한 발진티푸스임이 밝혀졌지만, 루돌프 피르호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결국은 교육이다. 교육이 바뀌고 보건의료학생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진부한 대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고 아픈 노동자의 곁에 선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인이 과학 교과서 너머, 활자 너머의 현장과 연대하는 사회가 오길 꿈꿔본다.

* 각주
1) 건강현장활동은 보건의료학생 매듭이 기획하는 활동으로, 건강할 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5박 6일 간 산업 재해, 의료민영화, 여성 건강권, 노동 건강권 등에 대해 세미나를 하고 현장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올해 건강현장활동에서 노동,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사망사고, 반올림, 인천공항 교대제다. 현장활동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먼저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눈 다음, 현장에 찾아가서 선전전이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2) 김소연, 『"한국 노동교육 전무…독일 초등학생은 단체교섭 배워"』 한겨레, 2012년 11월 18일



현장에 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사람이 있고,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병원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원인이 존재한다. 책이나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지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현장은 방문하지 않으면서 그에 관련한 뉴스만 들으면서, 학업 때문에 바쁘거나 해서 지칠 땐, 잠시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부심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 이런 이슈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희는 이번 건강현장활동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와 ST 유니타스 과로 자살 대책위원회, 반올림, 인천남동공단, 인천공항,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과 연대하였고 먼저 아산병원에 찾아가 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병원은 으리으리하였고 그에 맞게 수많은 환자가 붐볐습니다. 병원이 크니깐, 게다가 아산병원이니깐 환자들은 병원의 의료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지만 정작 의료진들이 인력 부족에 의해 그에 따른 "태움"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리플렛을 나눠주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면서 매우 놀란 시민분도 있었고, 같이 아산병원을 욕하면서 공감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저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알 턱이 없었고, 알기만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내가 위선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은 스트레스 조절을 못 한다거나 우울증이 있었다는 등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간호사의 수련기간도 부족하고 수련을 담당할 인력 역시 부족하게 된다면, 감정적 스트레스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받는 사람과 교육하는 사람 모두 고통스럽게 됩니다. 게다가 아직은 본인의 일에 익숙지 않은 간호사가 현장에 투입되게 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면 신규 간호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의료인으로서 효능감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구조의 문제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범인은 병원입니다. 추모의 의미로 보라색 리본을 육교에 묶으면서 보이는 병원이 과연 생명을 살리기만 하는 곳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력 부족과 직장 내 괴롭힘, 과로의 구조에 갇혀 사는 의료인들을 포함한 병원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사실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이러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면 독서나 영화감상과 같은 취미생활은 사치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여유롭게 보낼 시간은 당연히 없고, 밤새워서 일하기도 하고 휴가 반납하기도 하면서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도 다 버티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프레임에 갇혀 살진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 구조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돼서 굳건히 존재하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삼성전자,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이 중재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1023일의 긴 농성이 끝난 현장이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많은 연대 단위들이 같이 발언하고 반올림 분들과 같이 지난 농성했던 순간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날에 함께하게 되었고, 저는 그날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지난한 싸움을 해온 현장이 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현장 역시 알고 있었는데, 왜 난 바쁘다는 이유로, 과제가 많단 이유로 같이 농성장 지킴이를 많이 하지 못하였고, 그들과 공감하지 못하였는가.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눌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문화제에 다녀온 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될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어 이익이 침해할 수 있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와 아직 세상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이라는 생각이 너무 들었습니다. 언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것, 생명 없는 이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세상이 알까요.

반올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인천남동공단을 방문하여 선전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인천남동공단에선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마비가 되거나,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왜 자신이 아픈지 모른 채 자신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공단 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변의 공장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얼핏 봐도 안전관리가 부실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었고,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파견근로 하는 노동자들로 자신의 안전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작업환경 측정하는 기업조차도 관련 사업장들과 관련이 되어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파견업체, 하청업체, 원청업체, 정부 그 무엇도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고 방기했습니다. 파견업체나 원청은 작업장 탓으로 돌리고, 하청업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 장비나 화학약품 등을 갖추지 않고,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하지 못하였고 하청업체들이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하게 하도록 만든 환경 역시 방치하였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자본이 낳은 파견과 하청의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추구에 힘쓰도록 만든 것이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사업장 자체의 잘못도 크지만, 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인천공항에 방문하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전전에 동참하였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며 선언했었기에 저는 잘 되겠거니 하고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실상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행 상황은 더디고,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을 진행하며, 아직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차별은 심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노동자들은 12조 8교대제와 같은 비인간적인 교대제에 처해있고, 대부분 4조 3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교대제는 없듯, 야간근무를 하여도 제대로 된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두 겨우겨우 일하며 24시간 공항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교대제 근무를 하시는 분들의 일하는 시간은 단축하되 인력은 충원하지 않아 훨씬 더 고된 강도의 노동환경에 처할 위기입니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공항에 가면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들어 싱숭생숭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은 생각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방문하고 왜 우리가 공항을 갈 때마다 깨끗한지, 수화물이 처리되는데 착오가 없는지, 승강기나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 고장이 없고 고장이 나도 빠르게 고쳐지는지,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공항 내 위험 상황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덥거나 춥지 않고 탑승 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이착륙 시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활주로가 정리되어 있는지 등 우리가 지나쳤던 모든 노동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가 누리는 시설에서, 제품에서 지나쳐왔던 노동들이 있겠죠.

이런 수많은 노동자가 그러나 같은 직장에서 노동해도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당하고 교대제에 의해 불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 잘 몰랐습니다. 알아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였고, 저의 일로 와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현장에 와 봐야 이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 역시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비정규직이라는 값싼 노동력으로 사람이 치환되고,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 안전관리 역시 미흡해 수하물 관리하다가 벌레에 쏘여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분진에 의해 폐암이 생기고, 노동 강도도 높아 골병이 드는 등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었습니다. 공사로서 타 기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인간적인 교대제를 적용하는 등 노동자 착취에 모범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 때문에 다치고 아팠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아프게 한 구조를 살펴보면 얼마나 자본이 치밀하게 일터에 들어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짜왔는지, 이런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병원의 규모나 병상수에 따라 필수 의료 인력을 정해두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도록 기업보다는 힘없는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산재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장이나 기업이 하도록 해야하며, 영업기밀이라며 공장이 작업환경을 숨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업장을 찾아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수 없는 사업장들을 돕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해주거나, 하청업체끼리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원청의 하청 후려치기를 막는 규제를 두고,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작업환경이나 안전 문제를 원청에도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작업환경측정 역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부족한 인력 역시 충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은 결국 더 아파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얼마나 자본주의가 사회에 요구하는 이윤 중심, 효율 중심의 사고에 갇혀왔는지 반
성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어떤 가치를 우선 시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강한 삶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은 일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일과 일 이외의 삶이 공존하는 삶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은 일할 때도 자신이 어디서 무슨 약품이나 기계를 다루면서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어느 시간에 어느정도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에 합당한 것을 넘어 일 이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몸을 버리고 죽어라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에 효능감을 느끼며, 건강권을 보장받고, 결정권과 통제권을 지닌 주체적인 노동자 말입니다. 이렇게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가 변해야 모두가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과 일터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다녀온 후 전 정말 안일하게 살아왔음에 반성하였고,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그 날까지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ST 유니타스 간담회를 다녀와서

이지연 보건의료학생 매듭

이번 2018 건강현장 활동에서는 주로 여성 건강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다루었고, 몇 개의 현장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직접 현장에서 연대하기도 하였다. 이 중에서 ST 유니타스 간담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ST유니타스에서 과로로 인해 자살한 웹 디자이너 故 장민순 씨는 회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과로로, 일주일에 연장 근로했던 시간이 법으로 정해진 기준인 12시간이 넘는 주가 ST 유니타스에서 근무한 총 129주 중의 46주가 되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거의 완치되었던 우울증이 재발하게 되었다. 우울증 악화로 휴직하고 돌아온 고인에게 회사는 총 4명분의 일을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하거나, 수당도 주지않는 업무 참여 여부를 인사 고과 등에 반영하는 등, 직장에서의 갑질도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상황 뒤에는 특정 법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 최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월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시킬 수 있는 탄력 근무제로 인해 노동자는 연장 근로와 야근을 매우 압축적으로 하게 되었다. 단적으로, 고인의 경우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비중이 18%가 되었다. 하지만 고인의 연봉 근로계약서에는 이미 주당 16시간이 연장근로수당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미 이 자체로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는 이러한 포괄 임금제로 인해 만성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근무환경에 못 이겨 자살을 한 직원에 대해 회사는 과로 자살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은 이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것을 개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치부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하루 최장 노동시간을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의 연락을 지양하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 2018.08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전위원)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경기 이천의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차이 스레이 오운(24, 여) 씨의 하루는 아침 6∼7시 시작됐다.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치커리, 상추, 겨자, 시금치 등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을 했다. 6월부터 9월까지 비닐하우스 안은 찜통처럼 더웠고,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을 먹는 30∼40분 정도였다. 10월에는 특히 일이 많아 하루 11시간씩 29일을 일하고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한 달간 일한 시간은 309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가장 일을 많이 한 10월에 차이 씨가 받은 월급은 118만 5천1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2013년)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4천86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가 받아야 할 월급은 150만1천740원이다. 비닐하우스 일은 겨울로 접어든 11∼12월에도 별로 줄지 않아 하루 9∼10시간씩 꼼짝없이 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각각 246시간씩 일하고 받은 돈은 107만 3천320원과 102만 4천770원이었다. 법정 최저임금대로라면 119만 5천560원을 받았어야 했다.

1월이 되어 일감이 확 줄자 고용주 이모(62) 씨는 열흘간 "일이 없다"며 차이 씨를 강제로 쉬게 하고 달랑 66만 9천940원의 월급을 줬다. 차이 씨가 "휴업 급여를 주든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될 일이 아니었다. 이 씨는 "쉬는 동안 다른 곳에 다녀오라"며 숙소의 전기와 난방을 끊어버렸고, 차이 씨는 비닐하우스 가건물 숙소에서 혹독한 추위에 떨며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 <농업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을> ① 2만 명 농촌 잔혹사 2014/03/24 연합뉴스

위의 사례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농업에 종사한 이래 현재까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실이 열악한 것은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농림축산, 어업(이하 포괄적 의미로 농업)에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와 비인간적 처우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이는 한국의 법제도 어디서도 관리 감독받지 않는 농업 노동의 특성 때문이다. 유일한 한국 근로기준법상 농업에 대한 언급은 '제63조 적용의 제외' 부분에서 근로시간과 휴식, 여성과 소년에 해당하는 부분마저 농업 부분에는 적용을 제외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다시 이야기하면 임신한 여성이라도 농업 부분에서는 연장 노동, 야간노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노동 인권의 심각한 침해가 가능한 것인가. 이는 농업 부문에서 엄연히 존재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보호가 그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되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농업인은 자영업자에 해당하고, 임금노동자는 매우 소수였다. 하지만 농업 지역이 급격한 고령화와 규모가 커지는 농산업화를 동시에 겪으면서 현재의 농업 현장에서는 임금노동자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 문제는 이렇게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법적 보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주노동자를 이용한 노동 착취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농업 부분에서 노동 착취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과거에 한국인도 이주노동자로 많이 갔던 플랜테이션 농장이 대표적이다. ILO의 '제184호 농업 안전 보건 협약'은 그렇게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 인권이 유린당할 수 있는 농업 현장의 문제를 특별히 다뤄 관리하기 위해 1958년부터 있었던 '플랜테이션 농업에 관한 협약 및 권고'부터 1999년의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에 관한 협약'에 이르기까지 농업에 적용될 수 있는 모든 협약을 총망라해 2001년 제정되었다.

이 협약은 농업을 작물 생산, 임업 활동, 목축, 잠업의 직접 생산은 물론이고 사업장의 운영자에 의한 농산품 및 축산품의 가공과 농업설비의 사용과 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농업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1차 산업 부분을 광범위하게 다루도록 하였다. 또한 특별한 예외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 이유를 명확하게 기술하며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대책 이행에 따르는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이 협약의 세부 내용은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노동 시간, 복지, 산업 안전, 보건 등 대부분의 사항을 농업 분야에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그에 따라 위험성평가 시행, 관청의 관리 감독, 작업중지권, 안전 보건 관련 정보 제공 및 협의, 기계 · 유해 화학물질 및 생물학적 물질로부터의 위험 예방은 물론이고 아동 ·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 임시계절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 노동시간, 야간 노동, 휴식 시간 등의 일관된 적용 등을 모두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아동 ·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노동 시간의 제한 사항을 농업 등 광범위한 1차 산업에서 모두 제외해 버린 점은 매우 심각한 노동 인권 침해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도 법인 또는 상시 5인 이상 농작업장 노동자로 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농업 노동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한국의 현행법은 열악한 농업 현장의 노동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애써 배제하고 있다. 

농업에서 임금 노동자의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를 이주노동자를 통해 충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 제도의 문제는 농업을 심각한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ILO 제184조 농업 협약은 매우 중요하다. 이 협약의 비준을 위한 법 제도 정비 과정을 통해 농업 현장의 노동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 휴게시설은 복지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

휴게시설은 복지가 아니다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08.09 08:00







최근 일부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휴게시설 규모가 지나치게 작거나, 화장실 같은 부적절한 공간을 휴게시설로 사용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특히 휴게시설을 창고로 사용하거나 폐쇄하는 등의 사례도 있어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얼마 전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고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219

[성명] 서울아산병원의 갑질과 횡포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와 유족, 전국의 간호학생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성명] 서울아산병원의 갑질과 횡포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와 유족, 전국의 간호학생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고 박선욱 간호사를 태움과 장시간 과로 노동 등으로 숨지게 한 서울아산병원이 또다시 유족과 전국의 간호사들 마음에 상처를 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2019년 신입 간호사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면접에 참여하는 예비 간호사들에게 몹시 부적절하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면접에 참여했다는 예비 간호사들은 서울아산병원이 ‘올 초 병원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힘든 신규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이냐’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또, 한 예비 간호사에게는 ‘학교 선배가 자살한 병원인데 왜 지원했느냐’, ‘주위에서 여기에 지원하는 걸 말리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예비 간호사들은 면접 과정에서 큰 굴욕감을 느꼈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질문으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병원 탓이 아니라 개인 탓이고, 고 박선욱 간호사의 후배는 믿지 못하겠으니 죽지 않을 것을 각오하라고 강요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은 ‘일부 면접관 개인의 부적절한 질문이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 수렴 취지였지만, 부적절한 질문인 것은 맞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는 서울아산병원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15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단 한 번도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병원 노동자들에게 고 박선욱 간호사가 예민한 성격이었고, 죄책감에 스스로 자살한 거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최근에는 고 박선욱 공대위가 요구하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김앤장을 선임하고 언론 플레이를 할 시간에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을 만났어야 했다. 또 이번 면접 과정에서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질문을 받았던 예비 간호사, 이 일로 함께 상처받았을 전국의 간호사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면접에 참여한 예비 간호사들에게 불이익을 가하거나 보복 조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고인과 유족에게 다시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서울아산병원은 유족에게도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만일 서울아산병원이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거나 예비 간호사들에게 불이익 조치를 취한다면 고 박선욱 공대위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서울아산병원을 보이콧 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시민들의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 박선욱 공대위는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뿐만 아니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지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2018년 7월 31일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 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2018 한노보연 노동보건 연구 공모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약칭 한노보연)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연구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독자연구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 기금으로, 노동자 건강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연구 공모 사업을 통해 청소년 노동 및 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산재환자 복귀 연구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한노보연 자체적으로 주간연속2교대 변화의 영향,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등의 연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연구 공모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1. 공모 주제 및 연구내용 (총 2건)

노동보건과 관련된 자유 주제

* 여성, 여성노동자 노동환경 주제 심사시 가중치 예정

 

2. 지원 자격

노동자 건강에 관심이 있는 개인 및 단체


3. 접수 시기

2018.7.31.~2018.8.18

  

4. 공모 심사 및 채택 통보

1) 심사 : 2018.8.18.~2018.8.29. 자체 심사

2) 통보 : 2018.8.30

*심사 과정에서 연구자와 협의하여 연구계획이 수정 또는 보완후 채택할 수 있습니다.

  

5. 연구 기간

6개월~1년 (제출된 연구계획서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6. 연구비 지원액

- 각 1건 당 500만원 내외로 심사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지원비 지급 시기는 연구 계획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7. 연구결과 제출 

연구가 종료된 후 2주 이내에 연구보고서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전자 파일로 제출합니다.

  

8. 연구 과정 공유 

연구 진행시 연구과정에 대한 진행 경과를 공유하여야 하며 1회의 중간보고서 제출을 합니다.

  

9. 연구결과 공유

1) 연구결과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내부토론회 또는 공식연구발표(최소 1회 이상)를 통해 공유되고 보고서 전자 파일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2) 연구보고서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 지원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10. 공모 방법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이메일로 접수

(서류접수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공식창구로 접수되지 않은 지원은 받지 않습니다) 

연구공모사업지원서식_2018.zip

  

11. 갖추어야 할 서류

소정의 서식에 따른 연구 공모 지원서, 연구계획서, 예산 계획서 등 필요한 사항

  

※ 구비 서류는 www.kilsh.or.kr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서류접수는 laborr@jinbo.net 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 공모 채택 뒤 연구 협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제반 협약 사항을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 시 위반한 측에 책임이 있습니다.

[언론보도]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근면 이데올로기 뿌리 뽑고 시간권리 찾아야" (투데이신문)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근면 이데올로기 뿌리 뽑고 시간권리 찾아야”
김도양 기자 승인 2018.07.28 14:36

‘워라밸(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동시에 의미 있는 여가시간을 누릴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러한 가운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며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640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 2018.07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이이령, 운영집행위원/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

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

#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다. 아직 근무시작 전인 그녀는 학생 때 보고 들은 병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에 대한 신기함과 기대감이 있는 밝은 표정이다. 어디 아픈 데 없이 튼튼하다고 한다. 나는 야간근무,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 등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건강 영향에 설명한 후, 잘 지내고 6개월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였다.

#2.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 문진으로 만나게 되는 김신규 간호사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6개월 전과 다르다. 얼굴의 모든 근육엔 힘이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졸린 듯 눈은 반쯤 감긴 상태로 돌을 얹은 듯 축처진 어깨를 겨우 끌고 터벅터벅 들어와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심하다고 느끼는 신체 증상엔 피로감, 눈 충혈, 팔 · 다리 · 어깨· 허리 통증, 하지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및 불규칙한 생리 등이 있고, 모두 입사 후 생긴 증상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증상 백화점 수준이다. 증상과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제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는지, 여러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조직적 · 개인적 해결책을 나름 얘기해주지만, 그녀의 조건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선다. 그래도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과 발걸음은 들어올 때 보다는 그나마 낫다. 내가 해결해준 건 하나도 없지만, 짧지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故 박선욱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였다

위의 내용은 특수건강진단 시 흔히 만나게 되는 신규 간호사의 사례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다 보면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직군은 50대 남성 경비 노동자도 40대 여성 급식 조리 노동자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린 입사 후 6개월가량의 신규 여성 간호사들입니다.

지난 2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도 신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약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어려운 요새 세상에 대학 병원 간호사면 안정적이며 월급도 괜찮은데, 남들 다 참으며 잘 다니는데 그걸 못 참냐며, 적응을 못 하는 개인 탓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움’, 부족한 교육,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고강도 장시간 노동, 생명을 다루는 업무 스트레스, 회사 내 지지체계의 부족 등의 여러 구조적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40%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온갖 곳이 아픈 채로 회사에 다니거나,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퇴사도 어려워 급기야 삶을 마감함으로써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입사 6개월 만에 표정이 없어진 채 몸과 마음이 폭삭 늙어버리는 것은 김신규 간호사, 故 박선욱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 이야기일 것입니다.


해결은 가능해야한다

이런 상황을 신규 간호사 혼자 해결하긴 어렵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야간노동자 특수건강진단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체적이며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간호사의 임신순번제, 장기자랑, 야간근무 수당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병원을 바꾸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례,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 · 개별 간호사 및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등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서울대병원 등 여러 노동조합처럼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자들만 노력한다고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입니다. 교대·야간근무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는 건강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 짧아야 하며,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보건업도 노동시간 규제의 예외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사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법 · 제도적 변화는 가능하며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와 병원도 신규 간호사 교육의 내실화,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관리, 이직률 감소를 위한 정책 그리고 학생 때부터의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체념 · 이직 · 퇴사 그리고 죽음 이외에, 가치 있고 즐거운 병원 간호사 생활은 실현 가능한 목표이며, 같은 병원 동료로서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 2018.07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미국계 IT회사 한국오라클(ORACLE)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 클라우드 어플리케이션을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서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들어보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계 IT업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망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오라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은 지난 5월 1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진행하며 일터를 바꾸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 12일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을 만났다. 이날도 조합원들은 파업 참여를 위해 용산 철도회관에 모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7년 10월에 설립된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역사는 짧지만, 노동자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외국계 회사인 한국오라클을 보면 돈을 잘 벌고, 거의 놀면서 일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안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죠. 하지만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국오라클의 임금 체계는 성과급제다. 회사는 계속해서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성과를 내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회사를 오래 다닐수록 소위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은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성과급제가 노동자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한국오라클은 매니저 중심의 회사입니다. 매니저와 친한 사람이 좋은 고객사를 받아가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죠. 오히려 눈 밖에 나면 압박을 하며 내보내려고까지 합니다. 노조가 파악한 것으론 직원 90% 정도가 10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황입니다. 신입직원이 연봉이 높아요. 오래 일한 직원들은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습니까.”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이 오로지 돈만 벌면 모든 게 다 된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노동강도가 높기로도 유명한데, 노조가 파악한 것으론 주당 1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엔지니어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출동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주말에도 24시간대기다. 만약 규모가 큰 장애면 일주일 이상 밤새고, 집에조차 가지 못한다. 인력이 부족해 교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까지만 입력하게 해서 제대로 수당을 지급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회사는 8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은 대체휴가로 사용하라고 하지만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꿈같은 소리다. IT업계에만 20년, 한국오라클 입사는 올해 9년 차인 김철수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노동조합을 선택했다.

“노동여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제가 위원장을 하게 된 가장 큰 결심은 옆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예요. 본인이 원해서 나가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보통 이직하는 사람들은 갈 곳을 알아봐서 입사하고, 그 뒤에 사직하는 게 순서죠. 그런데 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알아본 결과 권고사직으로 포장해서 해고를 했던 겁니다. 이분들을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 울면서 얘기하더라고요.

오라클이 3~4년 전부터 클라우드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려면 비용에 문제가 생기니 직원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거죠. 법무팀에 직원들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하고, 사람들을 골라 권고사직, 사실상 해고죠.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아무 데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사인하게 해서 어떤 문제도 밝히지 못하고 나갔죠. 한국오라클이 김앤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는 건 고객사들도 아는 얘기입니다.”

노동조합이 더욱 답답한 건 한국지사가 미국 본사 핑계를 대며 어떤 의무와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지사장과 매니저에게 모든 권한과 소통이 제한되어 있다. 한국지사는 노동조합에 ‘본사가 완강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한국지사의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사는 심지어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을 테러집단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철저하게 한국지사가 정보와 소통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조건에서 노동조합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파업을 선택했다.

일을 멈추는 것,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집행부, 대의원 분들 중 이전에 노동조합 만들려고 했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기를 못 낸 거죠. IT업계는 이직이 심합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노동자’라는 인식도 희박해요. 소위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죠.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교육도 하고, 홍보도 하니 점차 가입률도 높아지고 파업 참가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찬성이 96%로 압도적이었죠. 하지만 여전히 한국지사장은 본인이 뭘 잘못 했냐,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본사에도 상황을 계속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회사가 들으려고도 안 합니다.”

오라클은 한국지사뿐만이 아니라 해외 곳곳에 지사가 있다. 당연히 그곳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소식을 들은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 반응은 놀라움이었다고 한다. 물론 유럽지사 노동조합도 문제는 있지만,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 한국이 더 열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투쟁을 멈출 순 없었다. 김철수 위원장은 무엇보다 조합원이 힘들더라도 지치지 않게, 즐겁게 투쟁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IT노동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아직 낯설죠. 우선 다 같이 모여 재미있게 하려는 방식으로 투쟁을 하려고 합니다.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도 우리가 회사에 굽히고 들어갈 수 없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계속 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특히 여러 프로그램 중 회사 한 바퀴 돌기가 반응이 제일 좋았습니다. 노동조합 가입한 사람이어도 가입을 아직 못한 사람이어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얼굴도 보고, 설득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서로 봐야지 얘기가 되고, 나는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조합원들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권리구나, 당당하게 회사에 요구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사측에 의해 억눌려왔던 권리를 향한 의식과 행동들이 뭉치니 깨어난 것이다. 

“오라클이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과 경험은 ‘자유롭다’ 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분 시간에 쉬거나 개인 생활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회사에 ‘실적이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자유는 실적이 내야 보장되는 겁니다. 만약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노동자를 압박해대죠. 엄청 쪼는 거예요. 고객사 어디 갔다 왔냐, 레포트 가져와라, 시간당 레포트 내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최근 노동조합이 파업하자 30분 단위로 레포트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사실상 내용은 누굴 만났고, 뭐하고 있고 이런 걸 적어서 내라는 거죠. 한국식으로 굴리는데, 더 심하게 굴리고 결국 해고하는 겁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과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업무 능력을 요구받는다. 개발을 위한 장시간 노동과 몰아붙이기 식의 근무 스케쥴로 인해 다양한 건강상 문제를 겪는다. 한국오라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퇴사한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마감 때만 되면 영업 사원들을 가위에 눌려 일찍 깬다고 합니다. 제가 요즘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오전 7시 정도에 회사에 나갈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 시간에 오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출근했냐고 물으면 마감을 해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그냥 출근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리죠. 업무 성과와 모든 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윗사람에게 찍혔다는 ‘찍퇴’에 큰 불안이 있습니다. 매니저에게 무조건 굽신할 수밖에 없어요. 불만이 있어도 얘기 못 하죠. 이런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술이나 흡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 정신질환에 시달립니다. 노동조합 만들고 나서 굉장히 자주 오는 상담 중 하나가 병원에 가서 정신 관련 상담을 받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는데 회사가 병가 신청을 안 받아준다는 거예요. 회사가 병가 대상이 아니라고 해버리는 바람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엔지니어분들은 잠도 못 잡니다. 우울증이 기본이에요. 덤프트럭이 지나가는데 문득 거기에 부딪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이게 다 우울증 증상이고, 심각한 문제인 거죠.”

노동조합은 지금도 파업 중이다. 최근에는 거래처 기업의 고위임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귀족 인턴’을 받아온 사실까지 밝혀졌다. 또 한국오라클 임원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사건을 축소한 뒤 피해 여직원의 퇴직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은 계속해서 상황을 알리고 국회, 정부, 외국까지 대상으로 투쟁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을 대표해 IT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기 위한 방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했다.

“한국오라클에는 거의 100개 이상의 조직이 있습니다. 1명인 조직도 있어요. 당연히 서로 잘 몰랐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잘 뭉치지 못했습니다. 서로 이해관계도 다르고 모르니까요. 그런데 노동조합이 생기고 자유발언도 하고, 서로 어려운 점도 이야기하다 보니깐 단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힘이 생겼죠. 

IT업계가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IT노동자들이 내가 월급을 받는 건 맡겨진 일을 하고 있기때문이고,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을 하는 건 회사의 문제라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인력도 요구하고, 일도 줄여달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연구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2) / 2018.07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2)

손진우 상임활동가

3. 개선을 위한 대안

1) 경기도청이 제안한 버스 준공영제와 교통정책에 대한 버스노동자의 인식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7년 하반기 버스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준공영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광역버스를 우선 대상으로 순차적 추진의 계획을 제출하고 있었다. 도내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경기도청이 추진하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현재보다 근무조건과 임금에 있어서는 일정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기사들한테는 좋겠죠. 암만해도 급여도. 올라갈 것이고, 그 다음에 말 그대로 근무 환경도 좋아질 것이고. (중략) 일단은 관리를 그러니까 근무환경이 공영제를 하든 준공영제를 하든 지금보다 나아질거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거죠. (인터뷰 A)

그러나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광역버스를 우선으로 추진하는 계획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 경기도 내 모든 버스운행에 있어 장시간노동과 휴게시간, 임금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광역버스만을 대상으로 우선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일반버스도 일반시 중형버스나 일반 시내버스도 똑같이 그 사람들도 열여섯시간씩 열일곱시간씩 아니면 스무시간씩 근무를 해고 그 다음날 잠 못자고 똑같이 나와요. 공영제는 똑같이 시행되야 되요. 그리고 휴게시간도 뭐 고속이든지 직행좌석 시외버스 그 담에 마을버스라도 똑같이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사람들도 똑같이 나와서 하루 스무시간정도 일하는거야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가 준공영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수익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가 버스회사의 이익을 보장할 뿐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회사는 준공영제를 가면 그 손실에 대한 부분을 보조를 받잖아요. (질 ; 네) 하루에 뭐 만원을 벌어오든, 모자란 만큼은 시청에서 보전을 해주잖아요. 그러면은 그거를 보전을 받는 만큼 기사들한테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복지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여태까지 안했던 걸 갑자기 준공영제 한다고 돌려줄리는 없을 거 같고. (인터뷰 A)

서울에서 지금 10년이 넘었잖아요. 서울을 봤을때 버스노동자에게 과연 이로운 게 뭐가 있나 생각했을때. 경기도 서울버스 시급차이? 그 수준? 그것만 차이가 있고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말 그렇지만 노동조건이 좋아졌다면 민주노총이 있겠어요? (중략) 잘아시겠지만 서울 버스보세요. 얼마나 손해에요. 그거를 고대로 따라한다는 거잖아요. 결론은 제가 한 것처럼 가족 이윤챙겨줄려고 하는 거밖에 안돼요. (인터뷰 I)

지금도 서울시 같은 경우나 6대 광역시는 자본들 회장이 와서 연봉 4~5억 받아가고, 아들이 아서 3~4억 받아가고 와이프 뭐 이렇게해서 거의 친척들이 와서 10억 가까이 인건비를 챙겨 가는데 그게 과연 맞느냐. 아니라고 얘기를 하죠. (인터뷰 C)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앞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한 6대 광역시에서의 선행적인 경험을 직,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특히 서울시에서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 이에 근거해 준공영제 도입이 지자체의 지원을 근거로 서비스 평가를 강화해버스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확대되고, 해고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거나, 줄어든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손실이 발생할 것을걱정하고 있었다.

단점이, 1일 2교대를 하면 집이 먼 사람은 매일 출근을 해야 되니까. 그런 게 이제 경제적 부담도 있고 시간도 문제가 있고. 그런데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괜찮은데. 준공영제에 대해서 그런 게 있고. 준공영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이게 성과급이잖아요. 평가점수에 따라서. 그러다보면 기사들한테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오죠. 모든 걸 감시하고 통제를 하게 되니까. 사업주들은 조금이라도 평가점수를 낫게 받기 위해서 그거를 갖다가 엄청히 통제를 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그런 거 안 겪어봤으니까 지금 사람들은 모르죠. (중략) 우리 ***영업소 같은 경우에는 용인쪽에서만 다른 서울업체나 이렇게 해서, 여기저기 몇 군데 거쳐보고 다른 지역에서 근무해다 온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걸, 준공영제 폐단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인터뷰 F)

서울서 지금 하는 것도 완전공영제가 아니예요 서울도. 준공영제인데. 그렇게 되면 이익금 관리같은 건 회사에서 하는 게 아니고 시에서 하겠죠. 그렇게 되면 이제 조금 잘못하면 그냥 나이 먹은 사람 우선권으로다가 면직되는 거고.그게 시작이 된다면. 그리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하면 면직되는 거고. (인터뷰 G)

지금도 공영제가 돼서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와요. 왜냐면 일을 많이 했던 사람들은. 장기적으로보면 우리가 몸이 힘 안 들고, 장기적으로 봐야지, 단기적으로 보면 되겠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고 하는데. 들어갈 돈이 정해져 있잖아요. 이거 땜에 걱정을 하는 거죠. (인터뷰H)

버스운전 노동자는 안전대책을 내놓는 것이 시급한 조건에서 준공영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버스 노동현장의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완전공영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공영제가 좋죠 그거에 대해서 하게 되면은. 일단은 안정적이잖아요. 근로에서. 회사의 갑질에 안 당해도 되고 어차피 자기가 지킬 것만 지키면 되는 거잖아요. 쉽게 말해서 연차 같은 것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게 되면은 자기 근무하고 내고, 자기 쉬는 날 같은데 미리 가서 결근계를 내든 연차를 사용해서쓰면 되는거니까. (인터뷰 F)


2) 버스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안전대책

① 1일 2교대를 통한 장시간 노동 근절

피로. 피로가 누적이 됐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거거든요. 그러고 피로가 왜 생기느냐 장시간 노동하다 보니까 피로가 쌓이는 거거든요. (인터뷰 B)

경기도는 대부분 복격일 근무를 타시는 분들이고 격일제 근무자들이 대형 사고를 많이 내요. 오전 오후 근무로 바꾸어야 하는 거고. 1일 2교대 말씀드리는 거예요. (중략) 왜냐하면 이건 안전과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장근로를 가급적 최소화시키고 법정 근로시간만 할 수 있게끔 조건만 형성이 된다면 그리고 충분하게 자기관리 할 수 있게 한다면 대형 사고는 안 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C)

② 휴게시간 확보

– 도로교통 상황을 반영한 증차 및 배차의 현실화

어, 저 같은 경우에는 (시급한 대책이)휴식시간인데. 휴식시간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투입이 더 많이 되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휴식시간이 보장을 할라면은 기존의 그 운행하는 대수보다는 점. 뭐 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특히 뭐 한 열 대를 운행하면은 한두, 세대만 더 넣어줘도 시간이 보장이 되거든요. (중략) 이제 운행을 하면서, 충분히 운행을 하면서 내가 이거, 이거 운행하면 충분히 쉬니까. 다음 운행도 편하게 운행할 수 있는데. 그게 보장이 안되니까. 암만해도 급하게 운전하다 보니까. 사고도 많게 되고, 사망사고도 나거든요. (인터뷰 A)

③ 생활임금 보장

임금체계도 많이 바뀌어야 되는데. 지금 우리회사 같은 경우에도 상여금을 그 기본임금에다 포함시켜놨어요. (중략) 근데 실제로 차떼고 포떼고, 옛날처럼 상여금 떼고, 무사고 수당 빼고, 무슨 수당 무슨수당 빼면 실제 임금은. (인터뷰 E)

④ 저상버스의 확충과 노선 확대

회사의 회사 업주 입장에서는 저상버스 같은게 굉장히 불필요해. 이 양반들은. 그래 기사들은 좀 그런 거 쪽으로. 좀 장비쪽으로 그런 그 교통약자들. 그런 사람들한테 좀 그 편한, 그런 장비를 좀 도입을 하고, 그랬으면 되는데. 아무, 아무 지금 현실은 그렇지가 않잖아. 차 배차시간도 그렇고. 차 장비도 그렇고. 노인네들 우리 그 배차 버스 그 계단이 굉장히 높아요. 거기 노인네들 막 이렇게 손 짚고 올라오시는 분들 많다고요. 저상은 그래도 얕으니까는 그래도 좀 덜한데. (인터뷰 D)

일단은, 저상버스가 좀 많이 나와야 하고요. 원활이 아니라 충분한 배차시간을 줘야죠.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타려면 저상버스가 편할수 밖에 없잖아요. 그만큼 자리가 넉넉하게 있어야 하고, 그리고 의무보다는 강제화를 좀 추구해야죠. 의무보다는 강제화.(인터뷰 I)


4. 소결

앞서 살펴본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는 경기도의 버스 교통정책에서 우선해야 할 많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버스운전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시급한 개선 사항

○ 생활임금 보장과 1일 2교대 교대근무 도입

○ 법정 휴게시간 보장 및 운행현실을 반영한 휴게시간의 현실화

○ 도로교통 상황에 따른 증차, 배차의 현실화

○ 휴게공간 증설 및 확대

○ 저상버스의 확충 및 노선 확대

2) 버스노동자의 건강 관리를 위한 지원 체계 마련

○ 경기도 버스운전 노동자의 건강실태 전수 조사 및 결과에 따른 의료지원 체계 구축

○ 사고목격 및 사고, 고객 갈등 등으로 인한 정신건강 지원 체계 마련

○ 교통사고에 따른 보상, 처리에 대한 지원 체계 현실화

3) 버스의 공공성 확보 방안 마련

○ 버스 이용의 당사자인 시민과 버스운영 주체인 버스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지역차원의 논의체 구성

○ 완전공영제 전환을 위한 교통정책 수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