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2016.1

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해미 운영집행위원

 

 

 

거의 매일 스스로 살아남기를 멈추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린다. 혼자 살아가던 노인이 목숨을 끊고, 일하던 청사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는 공무원의 소식도 들린다. 새해 벽두 배달된 신문에서는 살아간다는 것이 버겁고 절망적이기만 한 청년들의 주된 정서가 무기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사가 있고, ‘행복을 주요한 국가지표로 삼아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기사도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4392.html?_fr=st1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4349.html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멈춤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과 멈춤에는 경제생활문제(21.1%)’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4.0%)’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28.6%)와 가정문제(8.0%)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살 원인이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 제58. 2014. 실로 제 정신을 차리고 사는 게 버겁고 어려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그 성장이 더디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 내쳐진 인간에게 백세 시대라는 말은 오히려 잔혹하기만 하다. 도대체 백 살까지 뭘 해서 먹고 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서비스업의 급격한 성장과 서로가 서로에게 이 되고자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 자신의 감정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일을 계획할 수 없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고용불안정에 떨어야하고, 고용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윗분들에게 자신의 속내가 들키지 않도록 감정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성실하고, 착하며, 능력이 있는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돌볼 틈 없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정서를 가지는 건 어찌 보면 더 이상 한 일이다. 우울감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러지 말아야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억지로 활기찬 상태로 만들어가는 정서적 롤러코스터는 그 진폭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이러한 정서적 상태에 대한 관리에 실패를 하면 노동자들은 자살을 하기도 하고 실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2015년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에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적응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입법예고를 발표하였고,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작은 걸음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상과 예방을 고민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 예방과 관리는 원인에 대한 접근, 중재요인에 대한 접근, 질병 자체의 조기진단과 관리, 질병이 있는 사람의 사회 적응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감정노동을 화두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는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정노동문제로 묶인 일련의 사건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객을 만나면서 받는 스트레스, 계약을 연장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매출압박,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쟁적 상황, 불안정한 노동에서의 기본적 삶의 안전망 파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중첩되어 있다. , 원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 고용불안정의 완화, 경쟁적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그리고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증상의 발현을 줄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의 개선과 지지적 조직 문화 확립도 필요하다.


또한 이 사회 전체 인구 중 일정한 비율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2년마다 해고되던 노동자가 4년마다 해고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의 불안정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또는 다른 만성 질병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운 노동자는 이제 저성과자가 되어 노동시장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병들면 당장의 벌이가 걱정이 되고 큰 병이라도 앓게 되면 순식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이 의료비를 보전해 줄 뿐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에 정년퇴직을 하고도 이삼십년을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자가 되어 최저임금에 알바를 고용하며, 그 동안 쌓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하는 것도 여전하다. 노후의 삶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의 노동자들은 날품이라도 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도 여전하다. 금 수저와 흙 수저로 대비되는 헬조선의 새로운 계급은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며 무기력을 재생산하는 것도 여전하다.


스트레스는 항상 부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예측 가능하고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삶에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일생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과 자신의 삶과 노동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만평] 기름으로 불끄는 이야기... /2015.12

 

 

특집 4.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2015.12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김혜선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법률원() 노무사

 

 

 

요즘 정부의 노동개혁(이라 쓰고 개악이라 읽는)에 대한 노동계의 평가는 거의 일관되게 비판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정 합의(?) 이후 충분한 노사정 의견을 들어 법안 상정을 하기로 한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며칠 만에 정부와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각종 개정안을 발의하였기 때문이다.  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근로기준법 상 '쉬운 해고'와 파견법, 기간제법 상 '비정규직 늘리기'이다. 반면 산재법 개정안은 크게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라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을 하다가 다쳤을 때 보상받을 권리를 정한 산재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되는 법으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 법안이다.

 

그래서 산재법 개정안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이다. 이는 그간 노동계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법원에서 조금씩 근로자의 출퇴근재해에 대하여 예외적으로나마 산업재해로 인정해오던 것을 법문화 한 것으로,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개정안에서 인정하고 있는 출퇴근재해는 '근로자의 중과실'이 있는 출퇴근재해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상 '무과실책임주의(손해발생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배생책임을 진다는 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산재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드는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나아가 출퇴근 재해의 범위에 '한 취업 장소에서 다른 취업 장소로의 이동'을 포함하고 있어 이미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던 '출장 시 재해'마저 '출퇴근 재해'로 오해하여 법을 적용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한편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산재보상보험법 특례 적용대상인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확대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물론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 범위와 업무상 질병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적용대상의 범위확대가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하는 산재보상이 아니라, 개개인이 일부 보험료를 납부하여야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한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특례'의 형태가 되는 것은 현 사회의 업무분화 속도와 새로운 직업의 발생속도를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음을, 그리고 노동자 전반에 대한 보장 확대가 아닌 특수한 예외 조항으로서 확대 보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가 뒤늦게나마 업무상 질병으로 포함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에 한해서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인 것처럼 선전되고 특정 질병에 한하여 산업재해로 인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 ("고객응대업무 등 감정노동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하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 산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제안 이유 중)

 

노동자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사용자와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업무상 마주하는 제3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이고, 따라서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2011년 금속노조 제조업사업장인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노조파괴 과정에서 얻은 정신질환(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적응장애 등)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실, 첨단장비로 지속적인 감시를 받던 노동자들이 받은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은 사례(종국 결과는 패소함), KT의 노조탄압으로 인하여 이곳 노동자들에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인용 등에서도 일부 확인 된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므로 이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적응장애와 우울병 에피소드만을 특정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 역시 타 정신질환에 대해선 산재인정 여부를 두고 논쟁거리로 남겨놓는 것으로, 문제가 심각하다현행법상 '감정노동'이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이 없는 상태도 문제이지만, 섣불리 '감정노동자'와 아닌 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역시 매우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산재보상보험법을 제정한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산재법 개정안은 부분적으로 확대된 측면은 있으나 '무과실 책임주의'라는 산재법 기본원칙에 대한 훼손, 기존에 인정되던 업무상 재해의 축소, 전체노동자에 대한 법 적용의 확대가 아닌 일부 노동자에 대한 제한적 적용 등 산재 보상보험법 목적에 맞는 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모든 법 개정이 책상에 앉은 국회의원의 펜대에서 일방적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그리고 적용을 받아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법 개악이 아닌 진정한 법 개정의 출발이다.

 

 

특집 3.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2015.07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 신경아 교수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주로 여성노동, 신자유주의 사회의 개인화, 노동자 가족의 일- 삶균형, 감정노동,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여성과 일: 일터에서 평등을 찾다>, <시간제 노동과 성평등: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 <감정노동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의 개인화> 등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나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와 같은 사례를 통해, 자본의 폭력적인 인사정책에 의해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란 틀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학적·폭력적 노무관리와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다른가?


"'직장 내 괴롭힘'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폭력적인 노무관리는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가해대상과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경영전략 전반이 노동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기조일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전개되는 인사관리, 실적을 쥐어짜기 위한 영업 전략이나 평가체계, CS(고객만족)를 추구하기 위한 과도한 교육 등이 이에 속한다. 이를 '가학적 노무관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종업원 간의 관계, 즉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 모두에서 일어난다.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이 아닐지라도 개별 상사(관리자)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노동자를 괴롭힐 수 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데 일하는 방식이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업무상 성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양상을 띨 수 있다.

 

혹은 같은 직급 내, 수평적인 관계의 노동자들끼리 역시 갈등이 생기는데, 여성 직원에게 남성 동료들이 비하적인 언사를 하는 것, 직장 내 성희롱도 여기에 속한다. 혹은 같은 노동자임에도 노조에 가입한 사람을 백안시하며 따돌리는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 의한 괴롭힘이 있다. 고객을 직접대면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주로 노출되는 괴롭힘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최근 보고서나 논의들을 보면 여러 가지 외국의 사례나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는 것은 학술 진영에서 제기한 개념은 아니다. '성폭력' 사안이 그랬듯이, 현장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적 현상을 '문제화' 하고 이후 처벌기준과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흐름 가운데 실태조사와 이론 작업을 병행하는 중이라고 보면 되겠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관련 연구가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영어권에서는 workplace(직장)라는 단어에 bullying(약자 괴롭히기, 따돌림), harassment (괴롭힘, 학대), violence(폭력, 폭행)과 같은 단어를 붙여서 표현한다. 일본은 직장 내 상하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은 '파 워하라(power harassment)',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성적 괴롭힘은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 임신이 나 출산시기의 노동자를 괴롭히는 모성탄압은 '마타하라 (maternity harassment)'로 나눠 유형화 했다.

 

한국의 노동자 괴롭힘 양태로 볼 때 개인적으로는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 전략'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다. 직장 내 괴롭힘의 여러 가지 양태 중에서도 관리자로부터의 괴롭힘 더 나아가 회사의 경영전략으로서 채택한 폭력적인 인사(노무)관리의 성격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국사례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나? 한국사회의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양상들을 보며 주목하시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노사관계가 안정된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즉, 고객에 의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많아 이 부분이 최근 가장 큰 이슈이다. 노동자 인권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상사가 노동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제3자에 대한 것이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감정노동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만드는 '감정노동자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보니, 한국에서 만드는 이 메뉴얼이 그 어떤 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내용이 많고 앞서 있더라. 유럽 등지에서는 기업이 과도한 감정 억압적 노동이나 CS평가를 노동자에게 마구 부가할 수 없다. '손님은 무조건 왕'으로 대하며 노동자가 고객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이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제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도할 경우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 의견 반영이 잘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세세한 법 규정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일상적인 괴롭힘, 폭력적 노동 통제를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의 맥락을 짚어보면 첫째로 실적관리가 가장 많다. 높은 실적, 시장 우위 선점을 이유로 노동자의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골적 구조조정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고 싶으나 자를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갈 때까지 괴롭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기업의 전략적 괴롭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성과를 위해 노동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근거 없는 경영전략이다. 엄격하게 근태관리를 하기 위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 정당한 이의제기 창구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의 '통제' 전략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성과를 올리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젠더차별로 나타나는 모성 탄압적 괴롭힘과 성적 괴롭힘 역시 노동자를 퇴출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기업이 공식적인 통제 전략으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법정 육아휴직기간을 신청한 여성이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거나,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커피 타는 손님접대는 여성에게 요구되어 일 집중도나 직장 만족도가 떨어져 이직했다는 등의 얘기는 너무 많다."

 

성과를 높이고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제고한다는 명목에 서 자행되는 한국 기업들의 엄격한 근태관리 정책이나 저 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은 실효가 없는 것인가?


"생산성과 이윤의 논리로만 봤을 때도 자본의 이러한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경영·경제학 쪽 이론에서 말하기를, 기업이 성과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노동자를 통제할 때 가장 우수한 노동자가 빠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회사의 억압적인 분위기 안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하는 불만이 있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 퇴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에서 눈엣가시로 여기며 퇴출시키고자 했던 '능력이 부족하고 실적이 없는' 노동자만 남는 결과를 기업 스스로 자초하는 꼴이다.

 

한편 그런 회사에 남은 사람들은 무사안일주의, 관료주의에 빠진다고 말한다. 압박에 지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열심히 뭔가를 달성하면 또 더한 성과를 요구받게 되니 위에서 시키는 선 정도만 맞추는 것이 노동자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즉,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현재 기업들의 행태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자본이 노동을 바라보는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인식('노동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작동하는 가운데, '비용절감'을 위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및 구조조정 전략이라고 보인다. 작년 말 발표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직무 성과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성과가 낮은 노동자는 해고가 용이하게끔 하는 개악안인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정책까지 이렇게 되어가고 있으니, 자본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폭력적 경영전략이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한국기업들이 이러한 노동통제가 상대적으로 더 폭력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타성적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 노동자는 계속 통제하고 감시·감독해야 하는 존재이며,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또한 그보다 더 긴 역사 속에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위의 문화도 큰 문제이다.

 

반드시 성폭력과 같은 성적 괴롭힘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러 괴롭힘과 폭력의 양상들은 젠더 차별적으로 나타나기 일쑤이다. 이 사회의 산업구조와 직무배치가 젠더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여성노동자가 훨씬 많이 투입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큰 틀에 존재하고, 특히나 공공기관의 민원담당, 기업의 불만처리 창구·핫라인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자리에 젊은 여성노동자를 배치하는 경향이 짙다. 외국의 경우 특히 불만접수 업무는 전자 우편이나 우편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천대,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산업구조와 맞물려 괴롭힘의 가해주체(기업·동료나 직장상사·고객들)들이 여성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약한 노동자에게 훨씬 더 폭력적으로 대한다. 비정규직, 이주여성, 성적소수 노동자에게라면 괴롭힘의 심도가 훨씬 더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혹은 선결과제로 생각하시는 것이 있는지?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은 기업에 의한 경영전략상의 노동통제 측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주요하게 발생한다. 이것이 외국과 다른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우리와는 그 양상부터 다르기에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건 맞지 않다.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를 빌미로 기업 경영전략 차원에서 무개념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것의 허위성을 폭로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편 결과중심 자본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틀을 깨기 위한 새로운 성과지표 개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특집] 3. End 2014, And 2015 / 2015.1

End 2014, And 2015



정리 : 선전위원회



선전위원회는 연구소 소장을 만나 지난 한 해 소회와 함께 2015년 새해 연구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2014년 노동안전보건 운동진영에게 의미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유산, 선천성심장기형 등의 발생에 대해 산재 인정이 된 사례,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산재 신청한 사건, 7년의 싸움을 통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故 황유미 씨 백혈병이 법원에서 최종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사건, 계속되는 중대재해·화학물질 폭발 사고, 지하철 기관사들의 자살,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보건 문제,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2교대 전환, 안전보건위험성평가 시행,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실시, 근로자건강센터 확대, 감정노동과 관련된 안전보건이슈 사회화 등등 그 어느 때 못지않은 중요한 사건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 중 감정노동과 유산의 직업병 인정, 노동자의 자살 문제 등, 노동안전보건의 문제가 노동자 계급 전체의 문제로 부각된 점이 2014년의 가장 큰 변화이자 과제였다고 생각된다. 


Q. 지난 한 해 노동시간, 특히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 2교대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후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노동시간단축은 자본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더는 시간을 늘려 생산을 유지하는 방식이 자본에게도 비효율적일뿐 아니라,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에게 최대한의 여유를 주는 것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할 시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노동시간단축을 만들어 내느냐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한 이후 노동시간이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 역시 줄었고, 공장 운영시간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교대제 변화전과 동일하게 유지된 사업장들이 다수다. 노동시간단축이 겉으로는 노동자 계급에게 유리하게 보였지만, 결국 자본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줄고, 생산량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노동 강도가 증가하거나 비정규직의 투입 등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불안이 증가되는 변화가 있었다.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모두 쥐고 갈 수 있어야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포함한 생산과정의 변화에 대한 노동계급의 올바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 조사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변화 연구’는 이후 노동시간단축과 관련된 노동운동의 방향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난 한 해 연구소는 집중사업의 하나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통한 공공영역 현장의 조직화와 공공성 강화’를 고민했었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작년 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철도산업 민영화, 공공병원의 폐쇄 및 병원노동자 해고, 공공병원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이슈 등 다양한 공공영역의 이슈가 있었다. 연구소에서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 문제에 관한 실태조사와 사회화에 개입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고, 기관사 1인 승무화 시도 등과 관련된 안전보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년 한 해 병원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이슈가 어느 해보다 부각되었던 시기였으나, 이를 주요 투쟁의 과제로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공공영역의 민영화 시도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공공영역의 공적 내용을 지켜내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막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안전보건영역의 개입이 2015년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투쟁에 연구소도 함께 할 것이다. 

[연구 리포트]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 2014.12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윤진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flyinyou@gmail.com



대리운전기사, 전국에 7만 명


자동차 운전은 현대 생활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운행은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큰 도로 위에서 이루어지며,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이용하여 돌발 상황이 가득하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중 약 3%가 교통사고를 경험한다. 이렇게 사고의 위험이 큰 도로에서, 주로 야간에, 타인의 차량을 이용해서, 타인의 목적지로 운전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대리운전기사(대리기사)다.


2006년 일일 대리운전 콜 수는 44만 건으로 일일 KTX 이용객 10만 명의 4배가 넘는다. 2008년에는 전국에 약 7만 명이(서울, 경기, 인천에 약 4만 명) 대리기사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전국 총 택시 운전자 수가 약 30만 명인 것으로 볼 때 대리기사는 하나의 독립된 직업군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다. 


한편, 보험개발원의 발표에 의하면 2005년에는 대리기사업무와 관련된 사고가 약 2만 건이 접수되었다. 이런 자료를 종합할 때 대리기사 3.5명 중 한 명은 일 년에 1회의 사고를 경험하는 것으로 거칠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대리기사에 대한 보건학적 연구는 없어, 대리기사의 직업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대리기사의 직업 환경과 이에 따른 보건학적 문제 연구의 경험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대리기사 연구의 중요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2014년 6월, 한국 대리운전협동조합과 만남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대리기사 1차 면담에서 개방형 질문을 이용하여 직업 환경에 대한 질적 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구조화된 질문 양식을 도출하였다. 7월에는 현장에서 만난 대리기사 6명에게 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질적 조사를 하였다. 녹음된 면담 내용을 토대로 연구진 회의를 거쳐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현직 대리기사 12명에 대해 설문지 조사 연구원 표준화 교육을 2회 실시하였다. 완성된 설문지를 토대로 2014년 9월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일대일 면담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 설문조사 현장의 모습


고객 폭력, 야간 노동, 사회적 경시


1, 2차 면담을 해 보니, 대리기사들은 대부분 야간에 술 취한 고객을 상대하며, 타인의 목적에 의해 타인의 차량으로 타인의 장소로 운전을 하여 이동하는 업무의 특성상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많다는 것,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직업에 대한 낮은 만족도가 주된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또한, 대리기사의 업무와 이에 따른 보상이 콜센터를 중심으로 결정되고, 운전 중 고객 폭력과 안전사고가 발생하여도 해결할 수 없는 등 자기 재량권이 없었다. 야간작업이므로 숙소 복귀 문제, 수면 장애, 정신 건강과 대인관계 유지의 어려움도 호소하였다.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설문 내용은 1) 인구학적 성격, 2) 직업경력 및 작업형태와 이직의도, 3) 고객 폭력, 4) 안전 운전 방해 요소와 사고, 5) 출퇴근 등의 근로환경, 6) 수면 및 정신 건강, 7) 사회적 관계 현황으로 구성되었다. 


< 질적 조사 내용 요약과 도출된 설문 항목 >

면담 내용

도출 항목

-고객 폭행으로 대리기사를 그만둔 친구, 외제차 사고로 금전적 부담이 커서 대리기사를 그만둔 동료. 고객 폭행과 사고가 걱정된다.

-사고가 나도 중재해줄 곳이 없다. 경찰에 신고해도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루를 다 보내고, 콜센터는 고객에게 친절을 강요하며 고객의 입장에서만 판단한다.

-고객으로부터 불친절 항의가 들어오면 콜이 7일간 끊긴다. 그런데 제재가 시작되는지 여부를 나는 알 수가 없다.

-심한 폭언을 들어 정신이 멍하고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고, 다른 손님 운전 때까지 잔상이 남아 안전운전이 어려움.

-손님이 인테리어 사업자였는데, 망치를 던져서 다침.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시킴. 한적한 도로여서 간신히 사고를 피함. 이후 그 손님을 태웠던 쪽 콜은 잡지 않음.

-말다툼 후 손님이 가위를 꺼내서 협박 및 자해, 운전하는 중에 가위로 자신의 배를 찌름. 바로 한적한 도로로 피해 주차함.

-술 취해서 자다가 일어나 어디까지 왔느냐고 물어보고 여기까지 밖에 못 왔냐며 뒤통수 때림. 그리고 다시 잠. 사고 위험이 있었음.

-손님이 빨리 가자며 과속운전 요구, 안전 신호 무시할 것을 지시.

고객 폭력/폭언

비폭력적 안전운전 방해

-집이 일산이라 새벽 2시가 넘으면 가능한 집 근처 콜을 받으려고 함. 그렇지 못하면, 대중교통이 끊겨 셔틀, 택시, 그리고 걸어서 집에 가야 함. 아니면 첫 차가 다닐 때까지 버텨야 함.

-콜 센터 사이의 경쟁으로 가격이 결정되므로 대리비가 낮아짐.

-혹시 사고라도 나서 다치면 모아둔 돈이 없어 처리할 수가 없고, 대리 일도 그만두어야 함.

근로환경,

보험가입

-야간에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듦.

-가족과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듦. 외로움.

-콜을 받아서 도착해 보니 친구. 이후 동창 모임에 못나감.

-사회적으로 대리기사를 너무 하찮게 보는 것 같다.

-여러 일에 실패해서 대리기사 일을 하게 되었고, 몸으로 뛰면서 정직하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콜이 울리면 먼저 받는 사람이 갖는 거다. 한 식당에서 동시에 식사하더라도 모두 경쟁자다.

우울/자살,

사회적 관계,

수면 장애,

자아 존중감,

삶의 질,

이직 의도 등

 


총 166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하였는데 평균 53세로, 학력은 전문대학교 졸업 이상이 64%였다. 대리운전 경력은 1년 미만이 16%, 1년∼5년 미만이 44%, 5∼10년 미만이 28%였고 나머지 11%는 1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었다.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교통사고(보험 처리를 하지 않은 사고 포함)를 경험한 비율은 10년 이상 경력자의 42%, 1년 미만 경력자 중에는 64%나 됐다. 그런데도 자신의 건강을 위한 보장성 보험이 없는 대리기사가 67%였다. 출근 시간은 15시부터 22시까지 매우 다양했고, 하루 근무시간은 51%가 6∼8시간, 9시∼10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28%, 1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13%나 되었다. 
퇴근 시간도 주로 01시부터 08시까지 다양하였고 04시가 가장 많았다. 월평균 노동 일수는 25일인 경우(30%)와 20일(20%)인 경우가 많았다. 68%가 대리기사업무를 전업으로 하고 있었고, 다른 일자리가 있다는 나머지 응답자도 대리기사가 주된 직업인 경우가 많았다. 

출근 거리의 중간 값(사분위수 범위)은 6km(2∼13km)였지만, 퇴근 거리는 18km(10∼27km)로 훨씬 멀었다. 첫 콜은 선택의 여지가 많고 20∼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설정되지만, 마지막 콜의 종착지는 상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출근은 대부분 버스/지하철(56%)을 이용하거나 도보(40%)로 하였고, 퇴근은 셔틀(47%)과 버스/지하철(44%)을 주로 이용하였다. 

1년간 폭언 경험 90%, 이직 의도 75%

지난 1년간 폭언과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90%와 41%였다. 1달에 1회 이상 폭언을 경험한 비율도 24%였다. 이 폭력·폭언 중 안전운전에 방해된 경우는 84%였다. 심리적 위축감 및 운전을 위한 집중력 저하와 같은 안전운전에 방해되는 정신적 요인은 해당 사건 당시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 이후 목적지까지(13%), 당일 타 고객 운전까지(27%), 다음날까지도(24%) 지속한다고 응답하였다. 폭력적이지 않아도 유턴 등 갑작스러운 운전 지시(연평균 31.3회)나 과속, 교통신호 무시 등 교통법규의 위반 요구(연평균 29.4회)와 같은 고객의 돌발행동도 안전 운전을 위협한다. 그 외에 지나친 애정행각(연평균 9.6회), 의도성 없이 운전석을 침범하는 행위(연평균 7.4회)도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하였다.

75%의 응답자가 대리기사를 그만둘 생각이 있었는데, 그 이유로는 야간에 일하는 것이 힘들어, 보수가 적어, 다른 일을 할 생각이어서가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사고나 문제 발생 시 본인이 지는 책임이 큰 것과 대리기사라는 직업이 부끄럽다는 것이 있었다. 또한, 폭언 폭행 경험이 높을수록, 비폭력 경험 중 신호 위반 강요, 지나친 애정 행각, 음악과 고성 등에 많이 노출될수록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이 지나친 애정 행각을 하거나, 음악을 매우 높게 틀고 고성방가를 하는 것은 운전하고 있는 자신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비폭력적 무시도 대리기사의 중요한 직무 스트레스다. 
불면증이 없는 정상군은 4명(2.41%)뿐이었다. 경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40명(24.10%), 중등도의 불면증은 43명(25.90%), 심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16명으로 9.64%에 해당하였다.

▲ 대리운전의 특징


우울 증상과 자살 사고도 심각했다. 폭언 경험이 월 4회(주 1회)를 넘는 대상자(24.2%)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11.6%)보다, 1년 중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25.0%)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10.8%)보다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관련성은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보정해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연간 폭언을 들은 횟수가 10회 미만인 경우에도 19.1%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는데, 10회 넘게 폭언을 들은 경우에는 자살을 생각했다는 응답이 45.33%에 이르렀다. 수면 정도가 좋지 않을수록(41.05% vs 17.39%), 가족과의 접촉 빈도가 취약한 집단일수록 자살 생각의 빈도가 더 높았다(37.87% vs 21.74%).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대리기사는 운수업의 특성뿐 아니라, 감정노동, 야간노동의 요소를 갖고 있었다. 특히 고객을 대면하는 동안 폭력·폭언을 비롯한 돌발 상황이 많았고, 이런 상황이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의 위험을 높였다. 돌발 상황 및 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는 대리기사의 안전 운전을 방해한다. 따라서 대리기사의 노동 환경과 건강 개선 문제는 사회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앞으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개선 가능한 구체적 문제점을 찾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일터> 통권 131호 /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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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체신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뉴스] 

분신 아파트 경비원,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인정 外  l 장영우


[지금 지역에서는] 

물고기 1만 마리 떼죽음,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  l 재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기술과 예술의 사이에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l 정하나


[현장의 목소리]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l 재현


[연구 리포트]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l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진하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하늘과 땅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농성투쟁 중  l 쌀집아재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l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은 일상의 전투다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쫓기는 노동, 여유 없는 시간  l 노동시간센터(준) 해미


[문화읽기]

거기 누가 있나요  l 김재광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경비노동자의 겨울나기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일터 다시보기]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l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교육선전국장 조계석


[이러쿵저러쿵]

눈은 내리고 새해는 온다  l 생애 전환기 맞은 한 회원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노안뉴스] 금융권 감정노동 후유증 심각…대책 마련 시급 (뉴스웨이)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news.newsway.co.kr/view.php?tp=1&ud=2014120216182114780&md=20141202163955_AO

 

 

금융권 감정노동 후유증 심각…대책 마련 시급

 

 

문혜원 기자

 

 

 

최근 타인의 감정에 맞춰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근무해야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법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콜센터나 은행창구 등 은행권 감정노동자는 실태조사 결과 절반이 ‘우울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인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 노동자 정신질병에 대한 직업병 인정 기준에 대해 산재 인정이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산재보험법상 업무와 연관관계가 있는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할 경우에만 산재가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집] 3. 진상고객만 사라지면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 2014.11

[특집]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11월 특집에서는 감정 노동을 중심으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해낸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사례로 현장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에 국한되지 않는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다양한 안전보건 문제를 짚어보았다.

 

 

 

진상고객만 사라지면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최민 선전위원장

 

 

 

판매‧서비스 노동은 복잡한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조밀하고 촘촘한 노동 중 하나다.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판매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2010년 261만 명, 2011년 268만 명, 2012년 277만 명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를 제외더라도 판매‧서비스 노동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판매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 노동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이 되고 있지만 감정 노동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150만 명 정도의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종 종사자 중 매년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재해를 입어 산재 요양을 받았고 사망자도 매년 40~50 여 명씩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상처받고 있다.

 

 

사고

산재 요양을 받은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재해는 사고로 인한 재해가 대부분이다. 2012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한 도소매판매 직종 안전 매뉴얼에서는 특히 상품 진열과 상품 입고, 적재 및 저장 과정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로 보고 있다. 이 과정은 대부분 중량물을 좋지 못한 자세에서 취급하는 업무이다. 물건을 싣고 가던 대차 바퀴에 발이 끼거나 상품 운반 중 계단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는 흔히 발생할 수 있고, 그 외에 상품 운반 중인 지게차와 충돌하는 경우 사망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근골격계 질환

마트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의자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계산대에 의자가 설치되지 않은 마트에서 ‘왜 의자를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관리자가 ‘우리 마트는 작업 중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의자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육류 판매 노동자는 하루 종일 냉장고 앞에서 얼린 고기를 썬다. 종일 차가운 환경에서 하는 육류 가공 업무는 수근관증후군 등 손목과 팔에 근골격계증상이 잘 생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다.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 상품을 종일 쌓고, 나르고, 진열하는 노동자들은, 삐끗하는 사고 위험도 높지만 요추간판탈출증과 같은 허리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교대근무

동네 소규모 상점들과 공생하려고 24시간 영업을 안 한다지만,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교대 시간에 따라 불규칙하고 부실한 식사, 부족한 수면 등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폭력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은 판매직 노동자들이 처할 수 있는 안전보건 상의 중요한 문제로 안전사고, 중량물 취급과 함께 직장 내 폭력을 꼽는다. 앞서 인용한 2011년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에서도, 마트 관리자들 전원이 판매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마트 계산원 40대 여성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에 의해 중등도의 우울증,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고 일부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도 있다.

 

 

건강권은 노동권의 지표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이렇게 다양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동자들의 이런 건강문제는 어쩔 수 없는 작업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을 전혀 고려치 않는 회사 측의 작업배치와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

회사 측에 맞서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지 못한 많은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보험을 청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 발생은 축소 보고되고, 예방은 뒷전이 된다. 안전사고는 근속 기간이 짧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마트에서는 70% 이상의 사고가 근속 기간 1~2년 사이에 발생한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잦은 이직은 지속적인 사고의 원인이 된다. 네이버 웹툰 <송곳>은, 하루아침에 판매직 직원들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다 내보내라는 지점장의 지시에서 시작한다. 영화 <카트>에서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용기를 낸 계기도 일방적인 해고 통지다. 한 대형마트가 수년 동안 직원들을 사찰하고 감시해온 사실이 드러난 게 바로 작년 일이다.

 

판매 노동자들의 감정노동만을 부각하며, ‘진상 손님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안일한 대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의 생계를 손에 쥐고 노동자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부리다가 수틀리면 해고와 계약해지를 남발하는 회사에 맞서야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특집] 1. 미소의 무게 / 2014.11

[특집]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11월 특집에서는 감정 노동을 중심으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해낸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사례로 현장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에 국한되지 않는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다양한 안전보건 문제를 짚어보았다.

 

 

 

미소의 무게


정하나 선전위원

 

 

매우 만족…….하십니까?

 

오래전 모회사 휴대폰 구입을 만류하던 직장동료에게서 들은 말이다.

 

“제 친구가 **전자 단말기 개발 연구원이잖아요. 옛날에는 ○○콜이 부품도 좋고 튼튼했는데, 요즘엔 정책이 바뀌었대요. 중국산 부품 쓰고 대신 A/S센터에서 고객서비스 친절하게 해주는 걸로 승부 보기로…….”

 

며칠 뒤 **전자 A/S센터에 방문했던 나는 이 ‘서비스’의 실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 직원이 현관 앞에서 나를 맞이하고 손수 의자를 빼주었다. 시종일관 웃으며 눈을 맞추고 민원사항을 접수했다. 수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차 마시기를 권했다. 수리를 다하고 물건을 돌려주며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마지막 서비스로 문 앞까지 배웅하면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전화가 올 거예요. 서비스에 대해 꼬~옥 ‘매우 만족’ 한다고 답해 주세요~”

 

문을 나서기 무섭게 전화가 왔고, 당부 받은 대로 ‘서비스에 매우 만족했다.’ 고 답했다. 내가 답한 ‘매우 만족’은 무엇에 대한 만족인가? 나의 ‘매우 만족'을 얻어간 그는 정말 ‘매우 만족’ 했을까?

 

 

서비스 사회와 감정 노동, 그 속성

 

위의 이야기는 서비스업의 속성과 판매 ‧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형태를 아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① 대면서비스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 측의 경영전략 ② 원래의 업무 외 감정 노동을 포함한 서비스 노동에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노동자 ③ 기업의 더욱 정교해진 관리·감독 즉, ‘노동자들이 생산물을 잘 생산하였는가’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생산물을 구입하러 왔을 때 기분 좋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는가’, ‘소비자의 기분을 만족시켰는가’ 등 이른바 감정까지 관리·감독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이 주종을 이루며 ‘서비스 사회(산업)’ 로 전환된 현재, 산업 경향 혹은 소비 성향은 ‘더 좋은 서비스’로 수렴된다. 질 좋은 상품들끼리 대결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입 전후 서비스도 좋은 상품’ 이 진짜 질 좋은 상품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생산하거나 소비할 때 어느 것이 더 흡족하고 감동스러운 느낌을 주는가도 기준이 되었다. 이미 포화상태였던 시장으로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게 공략할 수 있는 소비자 욕구(감정)에 대한 발견이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았을 것이다.

이에 개인의 감정과 정서 같은 영역마저 상품화되었다. 노동자들은 생산물을 제조하는 노동(육체 및 지식 노동)과 더불어, 그 생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자기의 기쁨인 냥 표현해야 하는 노동(감정 관리의 노동) 모두를 해내야 한다. ‘더 공손하고 더 친절하게 그리고 더욱 진심으로’ 고객을 응대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며, 나아가 당시 고객을 대면한 노동자의 감정관리(노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판매, 추후 ‘재구매’로 연결되도록 하는 이른바 ‘고객만족경영’ 전략의 출발도 맥을 같이 한다.

 

 

구조적 감정 착취, 가장 심각한 노동 소외로

 

이제 감정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내 감정을 내 마음 가는 대로 표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감정 상태로 보이게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왕왕 있다. 속한 조직(기업)의 감정표현 규칙대로 감정의 표면과 내면을 길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감정이 노동이 된 서비스 사회에 추가된 노동규범이다.

하지만 감정 관리의 수준이 심화될수록, 감정노동을 자주 깊게 할수록 실제 자신의 감정(인격)과 분리되는 감정부조화 현상이 일어나 노동자의 마음은 병들 수 있다. 감정부조화의 병리적 예로는 화병, 우울증, 폭력성이 비치는 히스테리, 자기비하 등이 있고 이러한 정신적 불건강은 육체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여러 가지 질환 및 사회적·직업적·신체적 장애를 가져오기도 하며,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10~15%가 결국 ‘자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스트레스 달고 사는 직장인들…….정신질환 자살자 갈수록 늘어, 산재신청 4년 새 5배 껑충……. 실적 경쟁·감정노동 탓” 이는 작년 4월 1일자 한국경제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서는 최근 4년 간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 건수와 실 승인 건수의 증가치를 보여주며 그 심각성에 주목했다. ‘업무 관련’ 자살의 증가원인으로 ①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며 생긴 감정노동의 스트레스 ②근로환경의 변화로 인해 장시간 홀로 업무상 긴장상태에 놓이는 것 ③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 ④고용 불안정을 꼽았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건수

(제공 : 근로복지공단)

 

2009

2010

2011

201206

신청

24

22

46

28

승인

9

7

14

7

사망원인 : 자살(투신, 음독, 목맴 등)

 

이 통계는 판매를 포함한 생산 과정에서 기업과 자본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는 노동자의 감정에 대해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순전히 ‘개인의 것’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업팀장과 텔레마케터들은 좋은 물건임을 소개하고 많이 팔기 위해, 그리고 불만에 가득 찬 고객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소와 밝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노동을 매우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숨을 끊을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 감정 노동. 그런 강도 높은 감정 관리의 업무를 지시하고 스트레스 낮춤 조치는 없는 기업. 아프고 죽어도 산재 승인은 잘 안 해주는 정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쓸 데로 써먹은 후 노동자의 감정이 마모되고 녹스는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본래 인간의 노동은 육체·정신·감정의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고강도의 감정 관리까지 해야 하는 현대의 노동자들은 육체 및 정신노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외현상과 부가적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까지 더하면, 이중고, 삼중고의 소외를 겪는 셈이다. 앞서 짚었듯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해도 감정만으로 노동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존의 업무에서 감정노동을 추가로 한다. 휴대폰 A/S센터의 엔지니어가 기계도 고치고 고객을 직접대면하면서 친절기업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입출금 수납업무를 전담하던 은행원들이 금융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바쁜 중에도 일일이 기립인사를 하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노동자들은 구조적으로 더욱 치밀하게,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가장 적극적인 소외로 몰리고 있다.

 

 

외주․하청, 감정 착취의 수직계열화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 처음으로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을 주창했을 때만 해도 감정노동은 한정된 직업군이 경험하는 노동의 형태였다. 당시에는 이런 직업군이 변호사나 상담가, 의사, 스튜어디스 정도였고, 이들의 서비스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높은 편이었다.

서비스에 대한 산업적 기대치가 확연히 달라진 지금, 감정을 동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 및 서비스의 질과 제공범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희소성의 가치가 사라져서일까? 많은 노동자들이 마트, 식당, 주유소, 고객센터 등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기업에게는 이윤을 벌어다 주고 소비자에게는 더한 만족감을 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고 있건만 이에 대한 가치는 전에 없이 떨어져 있다. 아마도 서비스업의 대부분의 일자리가 하청의 하청, 외주의 외주를 거쳐 만들어져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나쁜 일자리로 고착되는 것이 큰 영향인 것 같다. 판매와 실적, 고효율과 고이윤을 둘러싼 기업의 노동자 감정 팔기 횡포가 심해지는 만큼, 소비자들 역시 감정노동자의 감정을 인간의 그것이 아닌 쉽게 사고팔고, 망가지면 뚝딱 고칠 수 있는 물건으로 대하는 풍토가 강해지는 게 아닐까?

 

 

무거운 짐을 진 감정노동자의 미소

 

‘나’를 ‘매우 만족’ 시키기 위해 짓는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미소는 쓰디쓰고 무겁디무거운 것이다. 실적과 평가의 압박, 이와 연결되는 고용의 불안정성, 매일 수차례 진상 손님들로부터 받는 인격모독, 직장의 동료를 판매․서비스업 특성상 동료라기보다 경쟁상대로 대할 수밖에 없는 외로움. 이는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괴로움이 아니다. 서비스산업 비중이 이미 50%가 넘는 한국 노동시장과 그 시스템 속에 있는 많은 수의 우리,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다.

 

감정노동이 자본의 필요에 따라 구조적으로 발생·심화되듯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정적 후과 역시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 노동의 후유증과 그 책임은 노동자 개인에게만 지워지고 있다. 이 모든 무거운 짐을 개인이 홀로 몽땅 짊어지고 웃음 지어내야 한다는 것, 이는 참 폭력적이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손의 거대한 주먹, ‘서비스 압박’ 폭력에 의해 노동자의 감정이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 감정 노동자들이 미소를 띤 채, 미소의 무게에 눌려서 말이다.

 

<일터> 통권 130호 /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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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미소의 무게

2.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인터뷰

3.진상고객만 사라지면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뉴스 ]

증가하는 탄광 인명사고, 시급한 대책 필요해 外  l 장영우


[지금 지역에서는]

위험 삼성은 멈추고 노동자의 ‘알 권리’를 찾으러 반달이 떴다  l 재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원고느님의 신성함을 알렷다?  l 정하나


[현장의 목소리]

이런 사람이 병원 운영해도 되나요?  l 재현


[연구소 리포트]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l 김정수


[사진으로 보는 세상]

진짜 사장이 직접 고용해  l 쌀집아재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l 김세은


[작업중지권 기획]

다치기 전에 작업을 중지하자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밤낮 없는 노동시간  l 노동시간센터(준) 이혜은


[문화읽기]

가속도 붙은 소비문화에 현기증이 인다  l 송윤희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파업과 손해 그리고 질문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일터 다시보기]

내 삶의 전환이 되어준 ‘반올림’  l 이이령


[이러쿵저러쿵]

금연에 대하여  l 김지정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특집] 1.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작업중지권’ 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 2014.9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작업중지권’ 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푸우씨 집행위원장



0. 들어가며


노동현장에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노동자가 그 위험으로부터 도피하거나 해당 작업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연법적 권리이므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이러한 작업중지권은 생명권이며, 이에 대해 막는 것은 살인행위와 다름없다. 그래서 노동운동진영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전적 예방조치이자, 노동자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권리로 ‘작업중지권’에 대해 의미 부여하며, 지금의 법 조항이 이루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자본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은 노사관계에서 충분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만이 행사할 수 있는 제한적 권리로, 노동조합이 부재한 90%의 노동자는 그 존재유무조차 모르는지 오래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작업중지권은 현장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조치다. 그래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담겨있는 작업중지권의 현실에 대한 진단[각주:1]과 함께 작업중지권의 확장, 재구성을 위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1.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의 현실


“사측에서 생산제품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시공 등의 문제가 있을 때 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접근금지 조치를 하는 경우들은 존재하지만, 작업현장에서 사망 등 인명 사상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노동자가 라인중단을 멈추거나, 설비가동을 중지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이다.” 


위의 작업자 진술은 노동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실행되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이, 불량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못하게 취급받는 실정이라는 아픈 진술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결국 작업 중지는 사고 발생 이후 수습을 위해 행해지는 조치이며, 재해를 예방하는데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권 행사를 둘러싼 사측과의 힘겨루기는 제한적이지만 현장에서 의미 있게 진행 중에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법원에서의 판례 또한 존재한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벌어진 작업 중지와 관련하여 법원이 이를 업무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법원, “노동자가 행사한 작업중지권 정당하다” 판결

수원지법 “재해 예방행위, 사회상규에 위배 안 돼”

매일노동뉴스 2010-06-29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작업공정에서 노동자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이를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작업중지권’이 사업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으로, 노동자도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략)


지난해 6월 기아차 화성공장 관리자들은 1공장 조립1부 하체3반 연료탱크가 컨베이어에 30도 정도 기울어진 불안정한 상태로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원인파악에 나섰고,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자 라인을 재가동했다. 


이에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문씨가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라인을 재가동할 수 없다”며 하체3반 노동자 40명의 작업을 중단시키고, 이들을 분임토의장에 모이게 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문 씨의 위력으로 소렌토R 차량 28대, 시가 7억2천700만원 상당의 생산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문 씨를 고소했다.


재판부는 “유사한 사고가 전날에도 발생했으나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이 같은 상태에서 작업자가 부주의하게 작업을 계속할 경우 금속밴드가 부러지거나 튕겨져 작업자가 다칠 수 있다”며 “문 씨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 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기존에 설비 이상 등으로 라인이 중단됐을 경우 노사가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작업자가 이해하거나 동의할 경우 라인을 재가동해 왔던 관행이 존재한다.” 고 덧붙였다. (후략)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현장에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는 매우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① ‘급박한 위험’의 모호성

우선,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 작업중지권이 행사되어야 하는데, 작업중지권 사용의 요건이 되는 ‘급박한 위험’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어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법조항에 담긴 ‘급박한 위험’에 대한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현행 산안법에서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근거’를 해당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노동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작업 중지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가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측의 위협을 견뎌낼 수 있는 힘 있는 노동조합의 노조간부, 혹은 의식 있는 현장 활동가만 라인과 설비를 멈출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②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작업 중지로 인해 발생할 사측의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등의 처사에 대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1995년 제26조 제3항이 신설되었으나, 이 조항 역시 사업주의 위협에서 제대로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6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항은 사업주에 의한 징계나 임금공제에 대한 방어책은 될 수 있으나, 민형사상 가해질 수 있는 사업주의 고의적인 위협으로부터의 방어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제3항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합리적인 근거’인데, 이를 다시 뒤집어 보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차주가 입증해야 되는 상황과 똑같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위협들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유력한 수단인 작업중지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산안법 제 26조 2항과 3항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마련이 필요하다.



2. 그렇다면 현행 산안법 26조는 어떻게 확장, 재구성되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지면의 한계로, 큰 틀의 일부를 제시하는 것으로 하겠다. 



①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

가장 중요한 것은 ‘급박한 위험’ 만으로 제한되어 있는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다. 현행 규정은 ‘당장 목숨을 잃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참고 일하라!’ 라는 말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것만을 작업 중지 대상으로 협소화해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현장에서의 유해·위험성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훼손시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포함해 예방적 조치로써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고객응대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폭언, 욕설,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으나, 상담원의 통화종료 등 작업 중지나 작업거부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각주:2] 이러한 유해·위험요인은 ‘급박한 위험’ 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노동자 개인을 병들게 하고,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② ‘급박한 위험’ 등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의 정비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용역연구에서는 작업중지권의 실질적 행사를 위해 ‘산안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급박한 위험의 정의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 급박한 위험이라는 용어를 ‘산업재해가 발생 할 위험을 인지한 경우로 수정’, ‘사업장 안전관리규정에 급박한 위험에 대한 정의를 포함하도록 강제할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작업 중지가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에서 실행된 것임을 노동자가 스스로 밝히지 못하면, 사업주의 위협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조건에서, 이러한 요건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또한 업종에 따라 위험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업무에 따라 그 위험의 형태가 제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시행령으로 담는 등 일정한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사업장 차원에서는 ‘안전규정관리규정’ 등으로 보완하여 명문화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③ 안전보건교육의 현실화

노동조합이 있어도 작업 중지를 둘러싼 노사 간의 마찰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이라는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이 위험한지, 현장에서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위험요인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인 안전보건교육과 더불어 작업중지권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권리로써 ‘작업중지권’ 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만있지 말라’ 고 강조하는 교육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1. 1) 진단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연구를 참고하였다. [사업장의 작업중지권 행사에 관한 실태 조사], 조흠학,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본문으로]
  2. 2) 제3항은 사업주에 의한 징계나 임금공제에 대한 방어책은 될 수 있으나, 민형사상 가해질 수 있는 사업주의 고의적인 위협으로부터의 방어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제3항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합리적인 근거’인데, 이를 다시 뒤집어 보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차주가 입증해야 되는 상황과 똑같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위협들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유력한 수단인 작업중지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산안법 제 26조 2항과 3항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마련이 필요하다. 2. 그렇다면 현행 산안법 26조는 어떻게 확장, 재구성되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지면의 한계로, 큰 틀의 일부를 제시하는 것으로 하겠다. ①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 가장 중요한 것은 ‘급박한 위험’ 만으로 제한되어 있는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다. 현행 규정은 ‘당장 목숨을 잃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참고 일하라!’ 라는 말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것만을 작업 중지 대상으로 협소화해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현장에서의 유해·위험성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훼손시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포함해 예방적 조치로써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고객응대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폭언, 욕설,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으나, 상담원의 통화종료 등 작업 중지나 작업거부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본문으로]

[토론회] 노동자가 바라본 산재보험 실태와 개혁방안

 

목 차

 

1

개회사

[여는말]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 3

[인사말] 국회의원 심상정, 은수미, 이인영, 장하나, 한정애 …………………… 5

2

현장증언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확대] 오세종 보험인협회 대표 ……………… 14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 골프장 경기보조원 …………………… 24

[해외현장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장만기 포항 건설노조 …………………… 28

[여성노동자의 직업병] 신미향 전남대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 ……………… 32

[하청 비정규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 김진태 티브로드 지부 40

[급식실 조리사 노동자 화상사고] 이숙희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장 44

[이주 노동자] Tayyab Mushtaq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 ……………………… 50

3

토론회

[발제1] 임 준 산재보험 개혁방향과 정책 방안 …………·…………………… 54

[발제2] 최명선 산재보험 10대 개혁과제 ·…………………·…………………·……… 71

[토론1] 이성종 감정노동과 산업재해보상 …………………………………… 90

[토론2] 임자운 산재보상의 입증 책임 전환 ………………………………………… 113

[토론3] 장안석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운영현황과 개선 ………………·……… 122

[토론4] 오복수 노동부 산재보상과 ……………………………………………………… 130

 

 

 

[심포지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창립 1주년 기념 및 직업환경의학센터 심포지움 - 올해의 현장 :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과 건강 / 2014.2.21



올해의 현장 1. 지하철 기관사 (좌장: 이혜은)

13:40 - 14:00 지하철 작업환경과 건강영향 ∙∙∙∙∙∙∙∙∙∙∙∙∙∙∙이 혜 은 (가톨릭의대)
14:00 - 14:25 도시철도기관사 정신질환 역학조사 ∙∙∙∙∙∙∙∙∙∙∙∙김 형 렬 (가톨릭의대)
14:25 - 14:50 최적근무위원회 활동의 성과와 과제 ∙∙∙∙∙∙한 인 임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14:50 - 15:40 지정토론 및 전체 토론 ∙∙∙∙∙주 영 수 (한림대), 김 태 훈 (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


올해의 현장 2. 다산 콜센터 (좌장: 김형렬)

16:00 - 16:25 다산 콜센터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조사∙∙∙∙∙∙∙김 종 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16:25 - 16:50 감정노동실태와 건강영향, 정책방향∙∙∙∙∙∙∙∙∙김 인 아 (연세대 보건대학원)
16:50 - 17:40 지정토론 및 전체토론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김영아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17:40 - 18:00 공공서비스영역의 직업보건, 마무리 토론∙∙∙∙∙∙∙∙∙∙김 형 렬 (가톨릭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