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모든 일하는 사람 보호' 개정목적 못 따라가 (매일노동뉴스)

[정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모든 일하는 사람 보호' 개정목적 못 따라가노동·시민·사회단체 ‘산업안전보건법, 제대로 바꾸자’ 공동토론회 열어
  • 김미영
  • 승인 2018.03.16 08:00








“법 개정 취지나 목적은 환영할 만한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28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평가는 한 줄로 요약된다. ‘일하는 사람 보호’라는 목적지를 제대로 찍고도 산업안전보건 제도가 제자리를 빙빙 돌고 있다는 것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322

[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②] 작업중지권 규정 개정안의 한계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②] 작업중지권 규정 개정안의 한계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조애진
  • 승인 2018.03.07 08:00








정부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28년 만에 이뤄지는 전부개정이다.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각에서 전부개정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보완할 대목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여섯 차례 개정 끝에 26조로 자리 잡게 됐다. 현행법 26조는 1항에 사업주에게 작업중지권과 노동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킬 안전조치의무를 부여하고 2항에 노동자에게 작업을 중지하거나 대피할 권리, 상급자에게 보고할 의무와 이에 대한 상급자의 조치의무를 뒀다. 3항에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인정되면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없음을, 4항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중대재해 발생시 원인규명과 예방대책 수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 5항에는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해 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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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부족하다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부족하다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김재광
  • 승인 2018.03.06 08:00








정부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28년 만에 이뤄지는 전부개정이다.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각에서 전부개정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보완할 대목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지난달 9일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말 제정돼 이듬해 7월1일 시행됐다. 그로부터 근 10년 만인 90년 1월13일 전부개정됐다. 이제 법 제정 40여년, 전부개정 30여년 만에 또다시 큰 폭의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제출된 이유는 기존 법률이 변화된 환경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다, 효과적인 예방을 달성하기에 일부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기존 법률의 접근법이나 틀을 시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법률 취지를 달성하고자 했을 것이다. 30여년 만의 전부개정이니 그 시간만큼 변화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부개정안은 그것을 온전히 담아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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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 2018.01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김형렬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본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건강실태 등에 대한 몇 개의 연구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감정노동이나 작업 중 폭력의 경험, 이로 인한 건강 영향 등은 연구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시간, 휴식시간을 비롯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감정노동, 작업장 폭력 경험의 실태, 다양한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설문조사뿐 아니라 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의 목적은 택시노동자들의 근무 현황과 폭력 및 사고 경험, 감정노동, 신체 활동도, 수면의 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정신건강, 신체 건강 등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이를 근거로 택시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요인을 밝혀 그것을 중재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택시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본 연구는 서울 지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사업장 중 택시회사의 규모와 근무형태별로 11개 사업장을 선정하여 해당 사업장 소속 택시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 내용은 인구 사회학적 특징, 노동시간 및 근로조건, 폭력 경험, 감정노동 실태,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수면 건강, 교통사고 및 교통법규 위반 경험으로 구성하였다. 총 698명의 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근무형태별로 주야 2교대 3인, 야간고정 2인, 1인 1차제 2인 총 7명을 대상으로 생체지표 및 면접조사를 하였다.


2. 연구의 주요 결과


1) 택시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장시간 노동

이번 설문 결과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8.3%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며, 84%가 한 달 25~26일간 일하였다. 주간 근무, 야간 근무 시 휴식시간이 없거나 30분 미만인 택시노동자가 각각 84.8%, 85.5%임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응답자가 휴식시간도 거의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67.4%의 응답자들이 야간근무 도중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9.2%는 잠을 자긴 하지만 택시 의자에서 잔다고 응답했는데, 택시노동자들은 근무 중 휴식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휴식 장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위 사항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도록 택시노동자의 충분한 휴게 시간 및 적절한 휴게 장소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12주간 평균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80%에 육박하는 택시노동자들이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는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심혈관계질환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운전 중 심한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택시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택시노동자가 고령층이고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유병률이 높아 택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책 및 건강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2) 택시노동자의 흡연, 카페인 섭취 실태

택시노동자의 흡연율은 52.8%로 우리나라 일반인구 집단의 흡연율인 39%보다 아주 높았다. 특히 1인1차제는 60%, 야간고정은 65.9%의 택시노동자가 흡연하였다. 야간 노동의 비율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흡연을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카페인 섭취량도 매우높았는데, 전체택시 노동자의 75.5%가 하루 6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 섭취를 보고하였다. 장시간노동, 야간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흡연과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2차적인 건강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3)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폭행 20.2%, 욕설 등 언어폭력 62.1%, 신체접촉 및 성희롱 13.5%, 위협 및 괴롭힘 38.3%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운행보다 야간 운행 시에 폭력을 당한 비율이 더 높았는데, 이는 야간 운행 시 취객 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실을 반영한다. 택시 운행 중 폭력은 택시 노동자 본인에게도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승객의 가해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며, 대응 매뉴얼 배포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2013년 서울시에서는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 및 운전석 보호격벽 시범설치를 추진했으나 현재 법제화 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또한, 승객의 개인 생활보호의 문제와 충돌하여 많은 택시 법인회사에서는 차량 내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4) 택시노동자의 정신 건강 실태

이번 설문에서 택시노동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실태에 관해 확인하였다. 우울증의 경우, 의사에게 진단된 우울증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로 높지 않았으나 본 설문지에서 우울증 선별검사 문항을 이용하여 우울증 여부를 따로 확인한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16.7%가 우울증으로,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택시노동자들이 실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진단받거나 의학적 관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과 교통사고를 경험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는 폭력과 교통사고가 택시노동자들에게 실제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 및 교통사고 등 정신적 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및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및 정신 상담 프로그램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3. 결론 및 제언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고 있는 사납금제도의 폐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있는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도록 허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하고, 실제 노동시간만큼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시간을 임의대로 계산하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간주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8조의 폐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많은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 운전 노동에 대해 하루 최대 운전시간, 월 최대 운전시간 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택시노동자에게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택시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졸음운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휴게시간의 부족은 졸음운전과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이다.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교육 강화 및 작업장 개선을 위한 노조 참여 보장 또한 주요한 개선과제라고 판단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알아야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활동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알아야 문제를 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개별적으로 지역 각지에 흩어져 일하는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공식적 정보 접근이 쉽지 않고, 개별적 노하우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택시운전에 맞춘 노동안전보건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택시노동자들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예방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을 발휘할 수 있게 하거나, 법적인 보호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연구를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진단하는 최우선 목표는 문제의 ‘개선’이다. 좀 더 나아지는 방향을 찾고,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는 대중교통으로서 택시업계를 철저히 관리감독 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운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 노동자를 만난 과학자를 편집자가 만났을 때 (채널예스)

노동자를 만난 과학자를 편집자가 만났을 때



벌써 1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출판사에 메일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한 직업보건의학자께서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다섯 분의 직업보건의학자들이 모여 스터디하면서 책 하나를 함께 번역하고 있는데, 혹시 이 책을 출간해볼 의향이 있냐는 내용을 담은. 저는 당시 제 사수 분과 함께 제안서를 검토했습니다. 각자 검토 후 사수께서 제게 물었습니다. “이 책 어때?” 저는 대답했습니다. “하고 싶은데요.” 사수께서 말했습니다. “나도.” 곧 책의 한국 출판권을 샀고,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는 각자 바쁜 중에도 번역 작업을 진행하셨습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 『보이지 않는 고통』입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4574


[언론보도] [공포의 집이 아니기를 운에만 맡길 것인가] 방문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

[공포의 집이 아니기를 운에만 맡길 것인가] 방문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필요하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2017.10.26 08:00


아주 잠깐이라도 자신의 집에 낯선 이가 방문하면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럼에도 우리 모두는 불가피하게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점검하는 노동자들의 방문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596

특집 4.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2017.7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콜라비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중 열린 여러 세미나 중 지난 7월 6일 2017년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보호 우수사례 발표대회에 참석해 여러 사업장의 사례들을 들어보았다. 제목의 ‘고객응대 근로자’는 ‘감정노동 종사자’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수사례 발표대회’인 만큼 발표에 참여한 병원, 콜센터 등 다섯 개 사업장에서는 감정노동 종사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한 측면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첫 번째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의 사례였다. 이 병원은 노사 공동으로 실태조사, 캠페인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실태조사 결과에근거해 각종 방안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중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해결 과정은, 감정노동과 관련해 부서별 토론회를 열고, 토론회 결과에 따라 해결방안을 제안하여 실행한 것이었다. 응급실 내 부서별 토론회의 경우, 주로 진료에 대한 정보와 안내가 부족한 상황,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폭언, 폭행을 보인다는 결론에 따라, 대기실에 현황판 화면을 설치해 각 환자가 현재 어떤 진료 단계에 있는지, 예상되는 대기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한편, 병원의 특성상,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 즉 직원간의 폭언 등도 감정노동의 주요 지점으로 지적되는데, 특히, 일반적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취약하다. 이 병원의 병동 내 부서별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신규 직원이 지정한 멘토로부터 입사 후 6개월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익명으로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이 제안되었다.


감정노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방안은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로부터 나온다. 일부 관련 부서나 관리자에 의해 제시된 관리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점에서 이 병원에서 부서별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한 사례는 본받을만한 부분으로 보인다.


씨제이그룹의 콜센터 운영사인 씨제이 텔레닉스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의 경우, 그야말로 업무의 대부분이 감정노동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고객응대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개인별, 조직별 대응체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상담 시작 시, ‘서비스 향상과 상담사 인권 보호’를 위해 상담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멘트가 송출되고, 실제로 상담 중 언어폭력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어폭력 자제를 요청하는 ARS 안내 멘트를 2회까지 상담사가 내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이후에도 언어폭력이 지속될 경우는 상담이 강제 종료되고, 이후 관리자가 해당 고객에게 연락해 사후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인별 대응방법 이외에, 악성 고객을 전담하는 팀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는 조직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상담사마다 욕설을 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한 상황에서의 대응을 노동자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것은 과도한 감정노동을 유발하고, 더 높은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고 능숙한 직원들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 중 한 가지일 수 있다. 비록 이러한 대응체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개인별, 조직별로 대응할 수 있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여러 사업장의 사례가 소개되었으나, 감정노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가족 친화, 행복 등을 내세운 직원 복지 사업이나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다소 아쉬웠다.


각 사업장마다 특성에 맞게 조직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고, 악성 고객에 대한 현실적 처벌 규정도 필요하다. 더 넓게는 나의 노동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특집 1. 2017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사업계획 /2017.2

2017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사업계획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건부장

 

민주노총의 2017년 사업계획은 2016년에 진행했던 노동안전보건 사업들을 이어나가는 것이 큰 흐름입니다. 생명안전 및 공공안전 의제, 비정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 가맹산하조직 안전보건 체계 구축 및 활성화 등이 그것입니다. 그 외에 산재보험 제도개혁 입법 및 중장기 전략을 모색하고, 노동자 건강권 임・단협 공동투쟁 및 현장 투쟁 강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생명안전・공공안전 의제는 원청 책임강화,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등 민주노총이 꾸준히 중심의제로 주장해왔던 것입니다. 2017년에는 이들 의제를 핵심입법 투쟁의제와 대선 요구안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대선을 전후로 하여 노동안전, 시민안전 관련 대선의제와 요구안을 제출하고, 공약화 사업 및 대선이후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생명안전 일자리 창출 연구’ 등의 정책사업도 상반기 내에 진행 예정입니다. 2월 16일부터 1박2일로 열리는 ‘전국 노안활동가대회’에서 공동 결의를 통해,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에 대중투쟁의 핵심의제로 다뤄질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 및 투쟁 활성화 계획은 비정규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교육을 지속 추진하여 노안간부 육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연맹 유통마트 노조, 교육공무직 노조들, 민주일반노조 등과 2016년부터 노동안전보건 교육 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2017년에는 중급교육 및 전국단위 교육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양성사업 등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비정규 노안활동의 현장투쟁 지원을 강화하여 활동의 성과로 활동메뉴얼의 기초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가맹 산하조직의 노안활동 체계 및 구축 강화는 현장 노안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응 투쟁을 전개하여 사업장 단위 노안활동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사업장 노동안전간부 소통체계를 활성화하고, 지역본부 노안활동 방향과 역량강화 사업을 함께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사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응 투쟁 및 산재 노동자 가족 우선 채용관련 단협 시정명령 대응 투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국 노안활동가 대회를 통해 사업장 노안간부 연대를 강화하고, 사업장 단위 노안간부와 총연맹 사업의 소통 활성화를 위한 채널 구축과 소식지 발행을 정기화 하려 합니다. 산별의 노안사업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지원하고, 지역본부 노안사업과 공단 전략조직화 사업단, 근로자 건강센터 연계 방안도 논의하여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가맹산하 노안보위 구성 및 활동체계 안정화를 모색할 계획입니다.

 

산재보험 제도개혁 투쟁 관련해서는 출퇴근 산재보험 입법, 특고산재, 해외파견 산재적용 등 입법 추진이 핵심 목표입니다. 산재보험 제도개혁 중장기 전략 수립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산재은폐, 심사승인 체계 등 의제별 워크샵을 2~3회 진행 하면서 중장기 전략논의 기구 구성을 추진하려 합니다. 또한 질판위 제도개선 논의 지속 및 관련 규정 개정과 직업병 심사승인 관련 법 개정 사업도 추진 예정입니다. 개별 실적 요율제, 재정안정화 방안 등 산재보험 제도개혁 논의를 대중화 하는 것도 계획 중입니다

 

감정노동, 정신건강 사업의 일환으로 감정노동네트워크, 생생톡 등 노동자 정신건강 사업 연대 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공공안전, 시민안전 관련해서는 대선 공동 대응을 통해 안전한 현장, 안전한 사회를 위한 공동사업을 강화하고, 각종 연대사업을 활성화하여 노동안전과 시민안전의 공동사업을 지속 추진할 것입니다. 2016년 구의역 대책위를 통해 달성한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노동자, 시민 참여구조 확보 사업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특집 2.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해결방안 /2016.3

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해결방안



해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일자리를 부르는 말이 있다. 바로 맥잡(McJob)’이 그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노동자를 일컫는 이 말은 1991년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 더글러스 커플랜드가 발표한 소설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체면도 안 서고, 수지도 안 맞고, 장래성도 없는 서비스업을 지칭하는 말로 2003년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실리면서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저임금의 서비스직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여기에 인구 증가의 둔화와 성별에 대한 편견은 이러한 일자리에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진출하게 하였다. 판매와 돌봄 등에 있어 소위 여성성이라고 생각하는 친절한 미소, 배려가 판매하는 상품의 (특히, 구매능력이 남성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가치를 높여주는 감정노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등이 2015년 국가인권위의 위탁을 받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 매장 판매 서비스 노동자는 남성(299천 명,32.9%)보다 여성(609천 명, 67.1%)2배 이상 많았고, 월평균 임금은 137만 원이었다. 특히 근속기간은 평균 2.7(1년 미만 45%)에 불과하여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선 판매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휴게실, 정수기, 화장실, 식당 등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음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조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화려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해당 업체 소속이 아닌 간접고용 노동자이다. 전체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대형 유통업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4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입점 협력업체 종사자 규모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과소평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해 보이는 백화점 매장의 뒤편, 직원들만 다니게 되어 있는 통로에는 매장으로 들어서면서 허공에 대고 90도로 인사를 해야 하는 라인이 있고, 비상구 계단에 앉아 구두를 벗고 지친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실제 유통업에 일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휴일 때문에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가나 자기 계발 시간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친절 경쟁 속에 여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작업장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김종진 등이 대형 유통업 판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을 경험한 경우가 39%, 상급관리자로부터의 폭언을 경험한 경우가 10%가 있었다.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행과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1.9%3.9%였다.

이러다 보니 유통업 서비스 판매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의사에게 진단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족저근막염은 7.3%였고, 방광염은 17.3%, 우울증은 7.0%였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현재 증상이 있는 경우도 18.8%나 되었고 근골격계로 치료를 받은 경우는 46.3%나 되었다.

 

이렇게 유통업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는 이중 삼중의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강요되는 여성성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이중·삼중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성의 달이 있는 3월을 맞아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단기적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유통업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을 볼 때 가장 시급한 두 가지는 정기 휴일 및 휴점 시간의 확대와 입점 업체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락하고 출입이 편안한 휴게 공간의 확보라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이 두 가지를 핵심 의제화 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보호하기 위한노력을 열심히 하는 업체를 이용하자는 소비자 운동을 함께 고민한다면, 이러한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개념 있는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는 시민운동을 같이하면 어떨까? 극도로 유연화 된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건강의 문제는 일부 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의제를 넘어서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작업장의 담장을 넘어서서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지역 사회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유통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특집 4.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2016.1

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해미 운영집행위원

 

 

 

거의 매일 스스로 살아남기를 멈추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린다. 혼자 살아가던 노인이 목숨을 끊고, 일하던 청사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는 공무원의 소식도 들린다. 새해 벽두 배달된 신문에서는 살아간다는 것이 버겁고 절망적이기만 한 청년들의 주된 정서가 무기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사가 있고, ‘행복을 주요한 국가지표로 삼아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기사도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4392.html?_fr=st1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4349.html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멈춤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과 멈춤에는 경제생활문제(21.1%)’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4.0%)’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28.6%)와 가정문제(8.0%)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살 원인이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 제58. 2014. 실로 제 정신을 차리고 사는 게 버겁고 어려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그 성장이 더디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 내쳐진 인간에게 백세 시대라는 말은 오히려 잔혹하기만 하다. 도대체 백 살까지 뭘 해서 먹고 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서비스업의 급격한 성장과 서로가 서로에게 이 되고자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 자신의 감정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일을 계획할 수 없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고용불안정에 떨어야하고, 고용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윗분들에게 자신의 속내가 들키지 않도록 감정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성실하고, 착하며, 능력이 있는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돌볼 틈 없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정서를 가지는 건 어찌 보면 더 이상 한 일이다. 우울감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러지 말아야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억지로 활기찬 상태로 만들어가는 정서적 롤러코스터는 그 진폭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이러한 정서적 상태에 대한 관리에 실패를 하면 노동자들은 자살을 하기도 하고 실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2015년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에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적응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입법예고를 발표하였고,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작은 걸음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상과 예방을 고민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 예방과 관리는 원인에 대한 접근, 중재요인에 대한 접근, 질병 자체의 조기진단과 관리, 질병이 있는 사람의 사회 적응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감정노동을 화두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는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정노동문제로 묶인 일련의 사건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객을 만나면서 받는 스트레스, 계약을 연장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매출압박,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쟁적 상황, 불안정한 노동에서의 기본적 삶의 안전망 파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중첩되어 있다. , 원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 고용불안정의 완화, 경쟁적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그리고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증상의 발현을 줄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의 개선과 지지적 조직 문화 확립도 필요하다.


또한 이 사회 전체 인구 중 일정한 비율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2년마다 해고되던 노동자가 4년마다 해고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의 불안정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또는 다른 만성 질병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운 노동자는 이제 저성과자가 되어 노동시장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병들면 당장의 벌이가 걱정이 되고 큰 병이라도 앓게 되면 순식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이 의료비를 보전해 줄 뿐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에 정년퇴직을 하고도 이삼십년을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자가 되어 최저임금에 알바를 고용하며, 그 동안 쌓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하는 것도 여전하다. 노후의 삶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의 노동자들은 날품이라도 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도 여전하다. 금 수저와 흙 수저로 대비되는 헬조선의 새로운 계급은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며 무기력을 재생산하는 것도 여전하다.


스트레스는 항상 부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예측 가능하고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삶에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일생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과 자신의 삶과 노동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특집 4.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2015.12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김혜선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법률원() 노무사

 

 

 

요즘 정부의 노동개혁(이라 쓰고 개악이라 읽는)에 대한 노동계의 평가는 거의 일관되게 비판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정 합의(?) 이후 충분한 노사정 의견을 들어 법안 상정을 하기로 한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며칠 만에 정부와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각종 개정안을 발의하였기 때문이다.  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근로기준법 상 '쉬운 해고'와 파견법, 기간제법 상 '비정규직 늘리기'이다. 반면 산재법 개정안은 크게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라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을 하다가 다쳤을 때 보상받을 권리를 정한 산재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되는 법으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 법안이다.

 

그래서 산재법 개정안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이다. 이는 그간 노동계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법원에서 조금씩 근로자의 출퇴근재해에 대하여 예외적으로나마 산업재해로 인정해오던 것을 법문화 한 것으로,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개정안에서 인정하고 있는 출퇴근재해는 '근로자의 중과실'이 있는 출퇴근재해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상 '무과실책임주의(손해발생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배생책임을 진다는 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산재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드는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나아가 출퇴근 재해의 범위에 '한 취업 장소에서 다른 취업 장소로의 이동'을 포함하고 있어 이미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던 '출장 시 재해'마저 '출퇴근 재해'로 오해하여 법을 적용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한편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산재보상보험법 특례 적용대상인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확대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물론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 범위와 업무상 질병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적용대상의 범위확대가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하는 산재보상이 아니라, 개개인이 일부 보험료를 납부하여야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한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특례'의 형태가 되는 것은 현 사회의 업무분화 속도와 새로운 직업의 발생속도를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음을, 그리고 노동자 전반에 대한 보장 확대가 아닌 특수한 예외 조항으로서 확대 보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가 뒤늦게나마 업무상 질병으로 포함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에 한해서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인 것처럼 선전되고 특정 질병에 한하여 산업재해로 인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 ("고객응대업무 등 감정노동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하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 산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제안 이유 중)

 

노동자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사용자와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업무상 마주하는 제3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이고, 따라서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2011년 금속노조 제조업사업장인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노조파괴 과정에서 얻은 정신질환(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적응장애 등)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실, 첨단장비로 지속적인 감시를 받던 노동자들이 받은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은 사례(종국 결과는 패소함), KT의 노조탄압으로 인하여 이곳 노동자들에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인용 등에서도 일부 확인 된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므로 이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적응장애와 우울병 에피소드만을 특정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 역시 타 정신질환에 대해선 산재인정 여부를 두고 논쟁거리로 남겨놓는 것으로, 문제가 심각하다현행법상 '감정노동'이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이 없는 상태도 문제이지만, 섣불리 '감정노동자'와 아닌 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역시 매우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산재보상보험법을 제정한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산재법 개정안은 부분적으로 확대된 측면은 있으나 '무과실 책임주의'라는 산재법 기본원칙에 대한 훼손, 기존에 인정되던 업무상 재해의 축소, 전체노동자에 대한 법 적용의 확대가 아닌 일부 노동자에 대한 제한적 적용 등 산재 보상보험법 목적에 맞는 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모든 법 개정이 책상에 앉은 국회의원의 펜대에서 일방적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그리고 적용을 받아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법 개악이 아닌 진정한 법 개정의 출발이다.

 

 

특집 3.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2015.07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 신경아 교수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주로 여성노동, 신자유주의 사회의 개인화, 노동자 가족의 일- 삶균형, 감정노동,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여성과 일: 일터에서 평등을 찾다>, <시간제 노동과 성평등: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 <감정노동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의 개인화> 등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나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와 같은 사례를 통해, 자본의 폭력적인 인사정책에 의해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란 틀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학적·폭력적 노무관리와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다른가?


"'직장 내 괴롭힘'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폭력적인 노무관리는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가해대상과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경영전략 전반이 노동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기조일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전개되는 인사관리, 실적을 쥐어짜기 위한 영업 전략이나 평가체계, CS(고객만족)를 추구하기 위한 과도한 교육 등이 이에 속한다. 이를 '가학적 노무관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종업원 간의 관계, 즉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 모두에서 일어난다.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이 아닐지라도 개별 상사(관리자)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노동자를 괴롭힐 수 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데 일하는 방식이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업무상 성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양상을 띨 수 있다.

 

혹은 같은 직급 내, 수평적인 관계의 노동자들끼리 역시 갈등이 생기는데, 여성 직원에게 남성 동료들이 비하적인 언사를 하는 것, 직장 내 성희롱도 여기에 속한다. 혹은 같은 노동자임에도 노조에 가입한 사람을 백안시하며 따돌리는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 의한 괴롭힘이 있다. 고객을 직접대면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주로 노출되는 괴롭힘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최근 보고서나 논의들을 보면 여러 가지 외국의 사례나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는 것은 학술 진영에서 제기한 개념은 아니다. '성폭력' 사안이 그랬듯이, 현장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적 현상을 '문제화' 하고 이후 처벌기준과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흐름 가운데 실태조사와 이론 작업을 병행하는 중이라고 보면 되겠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관련 연구가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영어권에서는 workplace(직장)라는 단어에 bullying(약자 괴롭히기, 따돌림), harassment (괴롭힘, 학대), violence(폭력, 폭행)과 같은 단어를 붙여서 표현한다. 일본은 직장 내 상하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은 '파 워하라(power harassment)',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성적 괴롭힘은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 임신이 나 출산시기의 노동자를 괴롭히는 모성탄압은 '마타하라 (maternity harassment)'로 나눠 유형화 했다.

 

한국의 노동자 괴롭힘 양태로 볼 때 개인적으로는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 전략'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다. 직장 내 괴롭힘의 여러 가지 양태 중에서도 관리자로부터의 괴롭힘 더 나아가 회사의 경영전략으로서 채택한 폭력적인 인사(노무)관리의 성격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국사례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나? 한국사회의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양상들을 보며 주목하시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노사관계가 안정된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즉, 고객에 의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많아 이 부분이 최근 가장 큰 이슈이다. 노동자 인권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상사가 노동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제3자에 대한 것이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감정노동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만드는 '감정노동자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보니, 한국에서 만드는 이 메뉴얼이 그 어떤 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내용이 많고 앞서 있더라. 유럽 등지에서는 기업이 과도한 감정 억압적 노동이나 CS평가를 노동자에게 마구 부가할 수 없다. '손님은 무조건 왕'으로 대하며 노동자가 고객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이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제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도할 경우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 의견 반영이 잘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세세한 법 규정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일상적인 괴롭힘, 폭력적 노동 통제를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의 맥락을 짚어보면 첫째로 실적관리가 가장 많다. 높은 실적, 시장 우위 선점을 이유로 노동자의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골적 구조조정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고 싶으나 자를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갈 때까지 괴롭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기업의 전략적 괴롭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성과를 위해 노동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근거 없는 경영전략이다. 엄격하게 근태관리를 하기 위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 정당한 이의제기 창구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의 '통제' 전략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성과를 올리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젠더차별로 나타나는 모성 탄압적 괴롭힘과 성적 괴롭힘 역시 노동자를 퇴출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기업이 공식적인 통제 전략으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법정 육아휴직기간을 신청한 여성이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거나,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커피 타는 손님접대는 여성에게 요구되어 일 집중도나 직장 만족도가 떨어져 이직했다는 등의 얘기는 너무 많다."

 

성과를 높이고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제고한다는 명목에 서 자행되는 한국 기업들의 엄격한 근태관리 정책이나 저 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은 실효가 없는 것인가?


"생산성과 이윤의 논리로만 봤을 때도 자본의 이러한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경영·경제학 쪽 이론에서 말하기를, 기업이 성과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노동자를 통제할 때 가장 우수한 노동자가 빠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회사의 억압적인 분위기 안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하는 불만이 있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 퇴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에서 눈엣가시로 여기며 퇴출시키고자 했던 '능력이 부족하고 실적이 없는' 노동자만 남는 결과를 기업 스스로 자초하는 꼴이다.

 

한편 그런 회사에 남은 사람들은 무사안일주의, 관료주의에 빠진다고 말한다. 압박에 지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열심히 뭔가를 달성하면 또 더한 성과를 요구받게 되니 위에서 시키는 선 정도만 맞추는 것이 노동자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즉,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현재 기업들의 행태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자본이 노동을 바라보는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인식('노동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작동하는 가운데, '비용절감'을 위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및 구조조정 전략이라고 보인다. 작년 말 발표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직무 성과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성과가 낮은 노동자는 해고가 용이하게끔 하는 개악안인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정책까지 이렇게 되어가고 있으니, 자본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폭력적 경영전략이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한국기업들이 이러한 노동통제가 상대적으로 더 폭력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타성적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 노동자는 계속 통제하고 감시·감독해야 하는 존재이며,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또한 그보다 더 긴 역사 속에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위의 문화도 큰 문제이다.

 

반드시 성폭력과 같은 성적 괴롭힘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러 괴롭힘과 폭력의 양상들은 젠더 차별적으로 나타나기 일쑤이다. 이 사회의 산업구조와 직무배치가 젠더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여성노동자가 훨씬 많이 투입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큰 틀에 존재하고, 특히나 공공기관의 민원담당, 기업의 불만처리 창구·핫라인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자리에 젊은 여성노동자를 배치하는 경향이 짙다. 외국의 경우 특히 불만접수 업무는 전자 우편이나 우편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천대,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산업구조와 맞물려 괴롭힘의 가해주체(기업·동료나 직장상사·고객들)들이 여성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약한 노동자에게 훨씬 더 폭력적으로 대한다. 비정규직, 이주여성, 성적소수 노동자에게라면 괴롭힘의 심도가 훨씬 더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혹은 선결과제로 생각하시는 것이 있는지?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은 기업에 의한 경영전략상의 노동통제 측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주요하게 발생한다. 이것이 외국과 다른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우리와는 그 양상부터 다르기에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건 맞지 않다.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를 빌미로 기업 경영전략 차원에서 무개념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것의 허위성을 폭로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편 결과중심 자본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틀을 깨기 위한 새로운 성과지표 개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특집] 3. End 2014, And 2015 / 2015.1

End 2014, And 2015



정리 : 선전위원회



선전위원회는 연구소 소장을 만나 지난 한 해 소회와 함께 2015년 새해 연구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2014년 노동안전보건 운동진영에게 의미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유산, 선천성심장기형 등의 발생에 대해 산재 인정이 된 사례,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산재 신청한 사건, 7년의 싸움을 통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故 황유미 씨 백혈병이 법원에서 최종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사건, 계속되는 중대재해·화학물질 폭발 사고, 지하철 기관사들의 자살,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보건 문제,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2교대 전환, 안전보건위험성평가 시행,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실시, 근로자건강센터 확대, 감정노동과 관련된 안전보건이슈 사회화 등등 그 어느 때 못지않은 중요한 사건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 중 감정노동과 유산의 직업병 인정, 노동자의 자살 문제 등, 노동안전보건의 문제가 노동자 계급 전체의 문제로 부각된 점이 2014년의 가장 큰 변화이자 과제였다고 생각된다. 


Q. 지난 한 해 노동시간, 특히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 2교대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후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노동시간단축은 자본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더는 시간을 늘려 생산을 유지하는 방식이 자본에게도 비효율적일뿐 아니라,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에게 최대한의 여유를 주는 것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할 시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노동시간단축을 만들어 내느냐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한 이후 노동시간이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 역시 줄었고, 공장 운영시간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교대제 변화전과 동일하게 유지된 사업장들이 다수다. 노동시간단축이 겉으로는 노동자 계급에게 유리하게 보였지만, 결국 자본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줄고, 생산량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노동 강도가 증가하거나 비정규직의 투입 등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불안이 증가되는 변화가 있었다.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모두 쥐고 갈 수 있어야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포함한 생산과정의 변화에 대한 노동계급의 올바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 조사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변화 연구’는 이후 노동시간단축과 관련된 노동운동의 방향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난 한 해 연구소는 집중사업의 하나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통한 공공영역 현장의 조직화와 공공성 강화’를 고민했었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작년 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철도산업 민영화, 공공병원의 폐쇄 및 병원노동자 해고, 공공병원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이슈 등 다양한 공공영역의 이슈가 있었다. 연구소에서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 문제에 관한 실태조사와 사회화에 개입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고, 기관사 1인 승무화 시도 등과 관련된 안전보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년 한 해 병원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이슈가 어느 해보다 부각되었던 시기였으나, 이를 주요 투쟁의 과제로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공공영역의 민영화 시도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공공영역의 공적 내용을 지켜내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막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안전보건영역의 개입이 2015년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투쟁에 연구소도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