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 2015.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선전위원회



한국 사회 전체가 무거운 짐을 진 채로 2015년을 맞았다. 새해를 시작하는 희망과 설렘 못지않게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래도 일터 독자들과 함께 2014년 노동안전보건 사안을 함께 정리하고, 2015년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세월호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도 2014년 최고의 이슈는 세월호다. 사고 이후 전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은 먼 얘기다. 노동자의 안전 즉 일터에서의 당신과 나의 건강과 안전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야 하고, 우리의 안전을 가로막는 제도와 체제가 드러나야 한다.


자살과 죽음 안타깝게 스러져간 목숨은 세월호 탐승객만이 아니었다. 하루 6명씩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2014년은 자살을 택한 노동자도 많아 유난히 속이 탔다. 입주민의 비인간적 대우에 분신한 경비 노동자, 모멸감을 참게 했던 정규직 약속이 헌신짝이 되자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억할 것이다. 위험의 주변화가 이제 자살까지 이어진 야만적인 사회가 드러난 것이었다.


감정노동과 노동자의 인격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노동자에게 자존감을 허용하지 않는 ‘감정 노동’이다. 땅콩 회항이 연말을 장식했지만, 우리는 이미 비행기에서 라면을 끓여내라거나 계산대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던 ‘고객님’을 만난 적이 있고, 이들을 부추기며 노동자의 자존심을 뭉개고 자기 주머니를 채우던 사장과 관리자를 잘 알고 있다.


노동자의 정신건강 점점 더 많은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함께 거센 감정노동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직무스트레스’로 막연하게 얘기되던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중요한 노동안전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 역시 2014년 노동안전보건의 중요한 열쇳말이다. 故 황유미 씨 죽음이 긴 싸움 끝에 산업재해로 인정됐고, 반올림과 유가족은 처음으로 삼성과 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 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전자 회사에서도 암이 다발했다는 의문이 본격 제기되기도 했다. 

 

노동시간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방안, 노동시간 연장하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출 등으로 노동시간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편에서는 주·야 맞교대 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이 늘어나고, 야간 교대근무자에 대한 야간 노동 특수건강진단이 시작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지만, 과제가 더 많아 보인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 중 자살과 죽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분석하고 2015년 과제를 나누고자 한다.


[연구 리포트]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 2015.1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김형렬 소장 ․ 최민 선전위원장



1. 서론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 노동시간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상당히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노동시간 연구를 교대제(노동시간의 배치), 노동시간(절대적 노동시간), 노동강도(노동의 밀도)의 문제를 다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했을 때, 초기에는 교대제 관련 연구가, 최근 들어서는 절대적 노동시간 관련 연구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글은 2014년 가을 직업환경의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노동시간 관련 연구를 국내외 학회지를 검색하여, 각각의 논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연구결과와 연구에서 사용한 연구방법을 고찰하고, 향후 보완되어야 할 연구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하였다. 향후 노동시간센터의 연구주제 설정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 방법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홈페이지와 최근 영문화한 웹사이트(www.aoemj.com)에서 Shift work, 교대, 노동시간, working time, working hour 등의 검색어를 사용하여 검색한 결과 1995~2014년까지 교대근무와 관련된 논문이 18편, 노동시간과 관련된 논문이 10편, 두 가지 모두를 다룬 논문이 1편, 총 27편의 논문이 검색되었다. 예방의학회지도 동일한 방법으로 검색하여, 1986년부터 총 5편의 논문이 검색되었다. 그 외 pubmed[각주:1] 논문검색을 이용하여 shift work, Korea로 126개의 논문과 working hour, Korea로 47개의 논문을 검토하였다. 이 논문들 중에서 실제 노동시간과 교대제를 다룬 논문 49편을 검토하였다. 이들 논문의 논문 발간 시기와 주제는 다음 표1과 같다.


표 1. 국내 노동시간 연구 연도별 분포

논문 발행 연도 

교대근무

노동시간

1991~1995

5

 

1996~2000

4

 

2001~2005

10

2

2006~2010

6

 

2011~2014

12

10

 

37

12


이들 논문들을 검토하여, 각 연구에서 사용한 주요 독립변수와 결과변수, 연구의 주요 결과, 연구를 수행한 대상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3. 연구결과

1) 활용된 독립변수

교대제유무와 노동시간을 변수로 활용한 연구가 가장 많았고, 교대제의 다양한 형태를 변수로 하거나, 교대주기 등을 변수로 한 연구도 있었다. 노동시간 뿐 아니라 특근여부, 출퇴근 소요시간을 변수로 한 연구도 있었고, 엄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을 주제로 한 연구도 있었다.(표2)


2. 활용된 독립변수

독립 변수

논문편수

교대근무여부

23

교대제 형태

6

교대근무기간

5

야간 vs

3

출퇴근소요시간

1

주간노동시간

10

하루 노동시간

2

힘든 노동시간

1

특근여부

1

교대주기 (빠른, 늦은)

1

엄마의 노동시간

1

56

* 중복허용, 리뷰논문 제외



2) 결과 변수
노동시간과 교대제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을 밝힌 연구에서 주로 수면과 심혈관계질환의 영향과의 관련성이 많이 다뤄졌다. 소화기계, 신경계, 삶의 질을 결과변수로 활용한 연구도 다수 있었고, 골밀도와 결근, 건강행태를 결과변수로 분석한 연구도 있었다.(표3)

표 3. 연구에서 사용된 결과변수 분포

결과변수

논문 편수

수면

14

심혈관계, 비만

13

소화기계

7

신경, 정신계

5

삶의 질, 일반적 안녕상태

5

골밀도

2

presenteeism/ 결근

2

사고

2

면역기능

1

건강증진프로그램 요구도

1

흡연행위

1

치주염

1

신체활동

2

57


3) 연구자료
직접 조사를 진행하여 얻은 자료를 활용한 연구가 33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등 2차 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15개였다. 그 외 관련 연구들을 검토하여 정리한 논문이 1편 있었다. 주로 활용한 2차 자료로는 노동패널자료가 3건, 근로환경조사자료가 3건,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가 5건, 고령화연구패널자료, 급성뇌출혈연구자료, 직업성심혈관계질환 감시체계자료, 한국 간호사 서베이 자료가 각각 1건씩 있었다. 

4) 연구대상
연구가 진행된 대상은 제조업 노동자가 18건, 의료종사 노동자가 8건, 공공영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4건 등이었다. 그 외 동물실험 연구가 2편 있었다. 

5) 연구 설계
대부분의 연구는 설문지나 2차 자료를 이용하여 시간의 변화에 따라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동일 시간대에 측정하는 단면연구였고, 4개의 실험연구가 있었다. 일부 반복측정연구도 있었다. 일부 패널 연구를 이용하여 노동시간이나 교대제에 노출된 노동자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어떤 건강의 영향이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도 있었다. 

6) 노출 및 결과 평가 방법
설문지 방법을 이용하여, 노동시간, 교대제의 종류를 평가하고, 건강영향도 설문지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다. 20여개의 연구에서는 설문지 외에 다른 결과 측정방법을 사용하였는데, 혈압,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공복혈당, 심박동 변이, 비만 등이 결과변수로 활용되었다. 회사 내 안전사고 일지에 기록된 사고, 사업장에서 사고로 인한 결근 등도 결과변수로 활용되었다. 총림프구수, T림프구수, B림프구수, 대퇴골 경부 및 요추 골밀도 감소 위험, G-GTP와 같은 산화적 스트레스 지표, 심혈관계 사망 위험도, 소변 중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 등도 결과변수로 활용되었다. 수면일지 등을 통해 수면장애를 평가한 연구도 있었다. 

4. 그동안 연구에 대한 평가
연구에 사용된 방법을 평가하자면, 노동시간과 교대제의 문제와 이로 인한 건강영향을 동일시간에 같이 측정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고, 노동시간과 교대제의 문제를 파악하여 시간의 변화에 따라 건강의 문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는 종적 연구의 방식이 부족하였다. 이런 연구 방식이 좀 더 노동시간의 문제를 건강영향과 더 직접적인 인과성으로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노동시간의 변화 및 교대제의 변화에 따른 건강의 긍정적인 변화를 연구한 개입, 중재 연구가 부족했다. 특히 최근 들어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검진을 실시함에 따라 이들 사업장에서 좀 더 나은 교대제(?)를 제안하고 실행 전후의 건강영향을 제시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주간연속2교대제 영향에 대한 개입전후를 비교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노동시간의 문제가 모든 연령대의 노동자에게 동일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정을 벗어나 생애주기별 노동시간과 그 영향을 세분화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에게 결혼과 육아가 노동시간과 건강에 미치는 중재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고령 노동자에서도 장시간노동의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진행된 연구들이 전반적으로 젠더 관점이 부족하였는데, 여성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성별로 층화하여 여성노동자의 문제만을 별도로 분석한 연구가 많지 않았고(11개 논문), 대부분 성별을 다른 변수와 동일하게 혼란변수로 보정한 연구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남성과 여성노동자만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게 된다. 여전히 설문지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다. 

향후 좀 더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한 연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연구 대상자의 접근이 용이한 제조업과 병원 노동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향후 교대제와 관련하여 주된 노동자 집단인 서비스업, 새로운 장시간 야간 노동 직군인 대리기사, 화물, 택배, 보육 서비스 노동으로 연구 대상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 대상 집단의 노동시장에서의 정치경제학적 맥락에 근거한 접근이 부족하였고, 이는 노동시간의 양극화, 단시간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양산되는 정치경제학적 설명이 부족한 연구 상황을 낳고 있다. 향후 주간연속2교대 전환 후의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변화에 대한 연구, 노동시간과 교대제의 상호작용,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연구도 필요하다. 


  1.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제공 의학논문 데이터베이스 MEDLINE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무료 검색엔진 (http://www.ncbi.nlm.nih.gov/pubmed/) [본문으로]

[A-Z 노동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 2015.1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 작년에 만난 노동자 5인의 인터뷰 그 후의 이야기




정리 : 정하나 선전위원



을미년 새해를 맞아, 작년 이 코너를 통해 자신의 소소하고도 굵직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었던 인터뷰이 5인을 다시 찾았다. 과거 인터뷰 이후 시점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청하였다. 


▮ 아파트 경비아저씨, 분신사건 그 이후 (인터뷰 : 송홍석 선전위원)

“3개월 전에 잘렸어. 관리실 눈 밖에 난 거야. 한번은 허리가 아파서 전지 작업, 토공 작업 못 한다고, 우리 일도 아닌데 왜 시키느냐고 따졌거든. 그랬더니 관리실에서 사람을 시켜 경비실에서 밥 먹는데 사진 대놓고 찍어가고, 일도 더 시키고... 나가란 얘기지. 엄청나게 화가 나서 고발한다 했었는데, 결국 우리한테 피해간다고 그냥 사표 쓰고 나갔어. 입바른 소리도 곧잘 하고, 나랑도 마음에 맞고 참 좋았었는데...”


작년 7월 인터뷰했던(「일터」126호) 경비아저씨(익명)를 만나 뵈려 했으나 도통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경비노동자께 여쭤보니 그만두셨다는 소식이었다. 그제야 아파트 내에서 못 뵌 지 한참 됐다는 생각이 스친다. 지난 10월 7일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노동자가 입주민의 괴롭힘과 인격 모독으로 분신자살한 비참한 사건도 있던 터라 동료 분을 붙잡고 이것저것 여쭈어 보았다.

Q. 그 사건 이후 입주민들이 대하는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뭘 변해. 여전히 삿대질은 보통일이고 ‘잘라버린다’, ‘당신 이름이 뭐냐’며 갑질 여전해. 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야. 기자 양반, 세월호 사건 봐봐. 안전 문제? 처음에만 반짝하고 말걸. 하기야 유치원은 교육했나, 애들이 인사를 하고 그러데. 근데 어른은 안 바뀌어.




▲ 민주노총에서 지난 12월부터 진행한  <경비노동자 후퇴 없는 노동환경과 고용안정을 

‘우리 아버지의 마지막 일자리를 지켜주세요’> 캠페인 포스터

 

Q.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에 따라 경비 절감을 위한 경비노동자들의 해고가 우려되는데요.

A. 우리는 해고할 것도 없어. 최소 인원으로 굴러가거든. 3명씩 24시간 맞교대로 돌아가니까. 한 사람은 정문 지키고, 나머지 사람은 순찰하고 분리수거 해야 하니까 자를 것도 없어. 다른데 보니까 휴식시간을 늘려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더라고. 24시간 근무 중 휴식시간이 6시간(수면 4시간+식사 2시간)인데, 8~9시간으로 늘려서 월급을 줄이는 거지. 문제는 휴식시간이 늘어난 대로 쉬게 해주면 좋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거지. 말이 휴식시간이지, 지금도 휴식시간 중 밥 먹으면서 일하잖아.


Q. 경비노동에 대한 바람, 사회적으로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A. 우선은 우리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 주민들의 태도가 달라졌으면 좋겠어. 경비 보기를 뭣같이 여기니까. 하대하지 말아야 해. 우리 노고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선 우리를 부르는 명칭부터 달라졌으면 해. 청소부도 환경미화원으로 바꿨듯이 우리도 ‘안전 관리원’ 이런 식으로. 우리 하는 일을 더 정확히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 환자·의사 모두 만족하는 진료를 꿈꾸던 의료생협 주치의 (인터뷰 : 최민 선전위원)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살림의원의 주치의로 ‘나는 든든함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던 무영(「일터」121호). 단순히 환자가 아닌 조합원의 권리와 자격으로 내원하는 지역주민과 함께 병원과 진료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Q. 살림의료생협 조합원은 늘었나요? 

A. 조합원은 크게 늘진 않았습니다. 사실 살림의원 단골 중 비조합원이 많아요. 이용에 불편함이 없으니까 자주 드나들면서도 조합가입 안 하는 경우가 꽤 됩니다. 너무 오래 단골이셔서 이제 와서 가입 권유하기 민망할 때도 있는데, 이분들이 조합원이 되도록 만드는 활동을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조합원들이 신뢰한다는 것이 의사로서 좋은 직장이 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었는데요. 故 신해철 의료사고 같은 일을 겪으면서 혹시 조합원들이랑 이런 얘기를 나눠본 적 있나요? 

A. 따로 자리를 만들어서 얘기한 적은 없지만, 조합원들이 페이스북 같은 데에 '이런 사고를 보니 주치의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살림의원 주치의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런 글을 많이 올리시긴 했어요. 주치의가 있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주는 믿을만한 의사가 있다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이와 반대되는 길인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도 반대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Q. 지속 가능한 진료를 위한 진료시간 단축계획이 인상적이었는데, 노동조건 개선이 잘 되어가고 있나요?

A. 일단 의사선생님이 한 분 더 들어오셨습니다. 역시 조합원이시고요, 몇 개월의 적응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는 확실히 2인 분담 진료체계로 갑니다. 주4일 둘이 합쳐서 총 31시간 진료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2014년은 입사한 모든 사람이 자리를 지킨 첫해였습니다. 간호조무사들 임금상승도 중요한 요건이었겠지만 복리후생도 많이 좋아졌거든요. 무엇보다 토요일에 돌아가면서 쉴 수 있었습니다. 병원 대부분이 주말에도 진료하는 것에 비하면 이게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에게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올해부터는 간호조무사도 주5일 근무제이고, 토요일근무는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한 사람이 토요일까지 주 6일 출근하게 되면 그다음 주엔 4일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요. 점점 더 꿈의 직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1년씩 계약갱신을 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 (인터뷰 : 흑무 상임활동가)

딱 1년 전, 그러니까 「일터」2014년 1월호(통권 120호)에서 만났던 기간제 교사 이원숙(가명) 씨. 역사과목 교사로 10년의 경력을 가졌지만,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매해 연말 노심초사하던 원숙 씨의 소식도 물어보았다. 


Q. 재계약은 되셨나요?

A. 네. 여긴 2년 정도 다닌 학교인데, 작년 12월 중순 정도 ‘내년에 자리가 있으니 의향이 있으면 남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보통 다음연도 2월 초~중순이 돼야 그해에 기간제 교사 자리가 나는지 결정이 나거든요. 그에 비하면 빨리 결정이 난 거라고 할 수 있겠죠.


Q. 작년 한 해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을까요?

A. 여기는 공립학교라 그런지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 차별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다녔어요. 누가 기간제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아. 2학기 때 교장이 바뀌었는데 비민주적 행보의 최고봉을 달리고 있어요. 교사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를 피해 다른 학교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교장의 독재에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화가 나고 답답해요. 제가 정교사이기만 했어도 전교조 등 어떤 활동이라도 하면서 문제를 제기했을 거 같거든요. 교장 행보에 제동을 건다거나, 학교의 문제점 중 작은 부분부터 목소리를 모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그저 개인적인 불평불만으로 그치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마음만큼 확산시키지는 못하니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네요. 비정규직 신분의 한계라고 스스로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 추석과 연말연시 너무나 바빴을 우편집중국에서는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12년째 동서울 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양영순 씨,「일터」통권 124호에서 밝히길 안 아픈 곳이 없는 ‘종합병원’이라고, 그래도 여성으로서 시간과 임금 그리고 연차가 보장된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노라고 했었다. 요즘엔 어디 아픈 데 없으신지, 추석과 연말연시 시즌에 죽음의 물량공세는 잘 버티셨는지 제일 궁금했다. 


“우편업이 사양산업이잖아요. 소포도 경쟁업체가 많고.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물량은 줄은 편이에요. 우편 분류 작업하는 기계가 새로 바뀌었는데, 기계 성능이 좋아서 한 번에 분류하는 편지봉투가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이 하는 동작도 더 빨라져야 하니까, 일이 편해진 것은 없죠.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몸은 뭐, 오늘도 한의원 갔다 왔고, 그래요. 큰 변화는 없는데 그래도 지난번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어요. 직업병이니 일을 안 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고. 여기 하는 일이 똑같은데 이게 어디 가겠어요.”



▲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집배노동자들을 중대재해 등의 위험으로 몰아넣는다.(그림: 박원종 화백) 



▮ 학생 가르치는 알바하며 대학원 다니던 논술 첨삭 알바 선생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비대해진 한국사교육계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논술학원에서 고3 수험생과 1년 일정을 같이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던 박다현 씨(「일터」 통권 127호). 그녀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요즘 대입을 앞두고 있을 터, 그녀는 올해에도 첨삭알바를 계속 할 계획일까? 


“2014년 수능 때(최종 기간, 약 2주)에는 거의 일 안 하고 하루 이틀만 나갔어요. 저도 이제 대학원 수업도 있고, 조교 일도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많이 가난해졌어요. (웃음) 올해도 시간 나는 대로 계속 첨삭알바는 할 생각이에요. 학교공부 하면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으니까요. 생활비가 필요하니 지금처럼 대학원 방학기간에는 논술 학원 일을 되도록 많이 해야 할 거 같네요.”


2015년, 오늘 다시 만난 5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터」가 만나왔고 또 만나게 될 모든 노동 이야기가 안녕하길 기원한다.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 2015.1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재현 선전위원



2개월 전. 새해 첫 현장의 목소리는 2014년 한 해 우리가 만났던 현장들 가운데 승리의 소식을 모아 전하고자 방향을 정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획 의도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자본 스스로 노동조합과, 더 나아가 전 사회적으로 맺은 합의를 어기면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곳이 있다. 그래서 2015년 첫 ‘현장의 목소리’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현장을 재조명하기로 했다.



○ 금속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지난해 8월 난생 처음 노동조합을 경험하고 파업 투쟁을 벌이던 레이테크코리아 분회 조합원을 만났다. 레이테크코리아는 대표적으로 라벨(견출지)을 만드는 회사로 300만 불 수출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경쟁력이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 이면엔 작업장과 탈의실에 있는 CCTV 감시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우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로부터 시간제 비정규직 전환을 강요받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70여 명의 노동자들은 2013년 5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투쟁은 끈질기게 이어졌고, 그 결과 지난 10월 24일 노사 간 쟁점이었던 작업장 이전을 다시 합의했다. 또한, 조합원 전원 서울 발령, 노사공동답사로 서울 공장 부지를 확정, 최저임금에서 기본급 2만 원을 인상하는 등 임·단협을 체결했고 길고 길었던 136일 파업을 종료했다.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저버리다


그런데 또다시 회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서울 신당동에 창문 하나 없는 곳에 작업장을 마련했다. 또한, 조합원에게 이른바 ‘순응 서약서’를 강요하였다. 정년연장에 관한 합의를 어기면서까지 조합원 3명을 퇴직금 10만 원 백화점 상품권 하나와 함께 12월 말 강제 퇴사시켰다. 현재 조합원들은 환풍 시설이 전혀 없는 현장에서 나는 본드 냄새로 호흡기 질환과 구토, 어지럼증을 참아가며 일한다. 또한, 휴게실과 탈의실조차 없어 회사 복도에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지난 10월 자신들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알려지고 사회적 비난 여론이 일면서 국정조사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되는 것을 막고자 우선, 노동조합과 합의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회사가 ‘순응 서약서’ 요구를 통해 23명의 조합원을 어떻게든 자발적으로 내보내고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의 민낯을 보여주는 레이테크코리아 투쟁


지난 12월 10일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노동조합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몰상식한 노조 탄압을 벌이는 회사를 규탄하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 레이테크코리아분회 트위터


난생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힘든 투쟁을 벌인 끝에 현장으로 돌아간 조합원들이 회사가 스스로 했던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할 수 있길 희망한다.


○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1,895일 투쟁 끝에 노·사가 사회적 합의를 맺으며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다시 길거리에 나섰다. 지난 해 10월 인터뷰 당시 기륭전자분회는 사회적 합의를 어기고 일터를 버리면서까지 야반도주한 최동열 회장을 사기죄로 구속하는 고발 운동을 마치고, 그 다음 사회적 투쟁을 고민하는 시기였다. 


900만 장그래의 목소리를 알리러 나선 기륭전자분회


지난 12월 박근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회 또한 비정규직 양산을 넘어 정리해고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모습을 본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기륭 자본의 문제를 넘어 이 사회 900만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알려내고 비정규직·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한 사회적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출처 : 참세상


첫 시작으로 12월 22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10년의 투쟁으로 어디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을 이끌고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염려하며 만류하기도 했지만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이번 오체투지 행진은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몸을 더욱 낮추고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행진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오체투지 행진에는 교직원공제회 콜센터, 학교비정규직, LG U플러스, 씨앤엠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인권·문화예술·종교계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했다.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염원하는 노동자들


지난 12월 26일을 끝으로 1차 오체투지 행진은 1월 7일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으로 이어졌다. 2차 행진에는 기륭전자분회를 비롯해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등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함께 나섰다. 2015년 비정규직·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해 물꼬를 트고자 하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싸움에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2015년 한 해도 비록 큰 힘은 되지 못할지라도, 전국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잊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로 알려내는데 함께하겠습니다.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 2015.1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조성식 회원



몇 달 전 실험실에서 실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특수검진을 한 적이 있었다. 실험실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대학원생은 특수검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진에서 한 대학원생이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문제가 아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의 스트레스는 교수의 갑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많은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 장시간 일하고 있고, 지도교수의 개인적인 잔심부름과 같은 학업과 무관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험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직무스트레스를 자세히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직무스트레스를 좀 더 학술적으로는 살펴보자. 미국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는 “직무스트레스란 업무상 요구사항이 노동자의 능력이나 자원, 바램과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는 유해한 신체적 반응”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란 업무내용, 업무 조직 및 작업환경의 해롭거나 불건강한 측면에 대한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생리적 반응 패턴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직무스트레스는 뇌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문제, 산업재해 발생을 증가시킨다.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위한 모델에는 직무요구·통제 모델과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 조직정의 모델 등이 있으며, 한국에는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가 개발되어 있다. 조사는 주로 설문지를 통해서 하게 되는데, 직무요구·통제 모델은 직무요구도가 높으면서도 본인이 업무를 통제할 권한이 없는 노동자들이 겪는 직무스트레스를 보는 모델이고,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은 본인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그로 인한 보상(금전적 보상이외에도 심리적 만족과 승진과 같은 자기발전의 기회도 포함한다.)이 적은 경우에 겪는 스트레스를 보는 모델이다.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는 물리적 환경, 직무요구, 직무자율성, 관계 만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평가한다.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에는 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은 거시적인 해결 방안부터, 회사 내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중간 단계의 개입, 그리고 운동, 인지행동치료, 명상과 같은 개인적 차원에서 개입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손쉬운 개인적인 중재 방안에 많은 관심과 노력이 치우쳐져 있는데, 직무스트레스의 근원적 해결 방안인 사회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에 보다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직무스트레스 예방대책은 산업안전보건법(규칙)에 규정되어 있는데, 예방대책이라 하기에 한계는 명백해 보인다.


제669조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전업(專業)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하 "직무스트레스"라 한다)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 법 제5조제1항에 따라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작업환경·작업내용·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하여 평가하고 근로시간 단축, 장·단기 순환작업 등의 개선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

2. 작업량·작업일정 등 작업계획 수립 시 해당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할 것

3. 작업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

4. 근로시간 외의 근로자 활동에 대한 복지 차원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

5. 건강진단 결과, 상담자료 등을 참고하여 적절하게 근로자를 배치하고 직무스트레스 요인, 건강문제 발생가능성 및 대비책 등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

6. 뇌혈관, 심장질환 발병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시행할 것


우선, 직무스트레스의 범위를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으로 한정하여 지나치게 협소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직무스트레스를 어떤 노동자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중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야간작업 노동자들에 대해 특수검진이 도입되었지만, 건강검진 조치 외에 야간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규제는 없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지점이라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무스트레스의 대표적 사회적 요인인 불안정 노동의 규모가 대폭 줄어야 할 것이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없애야할 것이며, 갑들의 횡포를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직무스트레스의 어느 모델에 기반 하더라도, 그들이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 역시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에 만연한 장시간·저임금 노동 역시 가장 중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또 갑들의 부당한 횡포를 사회적으로 막을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직무스트레스의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터> 통권 132호 / 2015.1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집]

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2. 자살과 죽음

3. End 2014, And 2015


03

[뉴스] 

현대중공업 단협에 ‘노조 작업중지권’ 첫 규정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는 산재인정투쟁  l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최진일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l 정하나


14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l 재현


18

[연구소 리포트]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l 김형렬, 최민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l 쌀집아재


30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l 조성식


32

[작업중지권 기획]

사용중지와 작업중지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4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자본주의 시간경제에 가려진 그림자 시간노동을 찾아서  l 노동시간센터(준) 김보성


38

[문화읽기]

노동개혁? 있는 거나 제대로 보호하시지!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정부가 말하는 2015년 노동·비정규직 대책이란?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을 다녀와서  l 이태진


44

[이러쿵저러쿵]

아이의 탄생과 육아  l 곽경민


46

[성명서]

염태영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염태영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  l 경기이주공동대책위원회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특집] 5. 올해의 현장 ➋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 2014.12

올해의 현장 ➋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정리 : 선전위원회

 


 




현대자동차 안에는 울산이나 전주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도 있지만 완성된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을 만나는 영업노동자 그리고 차 계약과 출고를 처리하는 등 영업지원 업무를 하는 사무노동자들도 6,800명이나 있다. 바로 이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판매위원회) 조합원들과 함께 수행한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사업 결과를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발표했다. 



정하나 연구원(연구소 상임활동가)은 “연구의 주된 목적은 판매위원회의 경우 2007년에도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한 바 있었기에, 그 후 7년이 흘러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이 약 48세가 된 현재 직영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개선이나 악화된 것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인지를 확인하고 그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위원회의 주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관계갈등과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요인이었다. 과거에도 이 세 가지가 주요인으로 도출되긴 하였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새롭게 확인된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직무불안정의 경우 직무와 성별에 관계없이 2007년보다 훨씬 악화되었다는 점, 영업직의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관계갈등 악화가 관찰되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조직체계는 영업직 여성을 제외한 모두에게서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 근태관리의 형식을 취하지만 미행·감시와 같이 반인권적인 행태를 일삼는 노무관리,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CS평가와 교육, 7년 전에 비해 턱없이 올라간 변동급(성과급) 비율 등의 문제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음을 밝혔다. 이는, 연구소가 2007년 이미 이 사업장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고객만족 이데올로기’와 ‘실적 중심주의 구조’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에 김정수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은 “후속사업을 통해 실제로 조합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여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이 높은 정도의 불안감을 상시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우울증상 및 자살관련 설문에서 다른 집단보다 훨씬 높은 위험수치를 보여준 것, 직장 내 폭력 등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훨씬 높게 나온 점 등의 결과에 대하여 심층인터뷰나 간담회 같은 방법을 동원해 현상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더 나아가 함께 대안을 마련할 현장활동가를 발굴해 나가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유정옥 연구원(연구소 회원)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자영업자와 다를 바 없는 영업직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대 20명 정도 같이 근무하는 작은 분회(영업점)들로 전국 방방곡곡, 뿔뿔이 흩어져 있다. 조직을 다시 일구고 조직력을 복원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조건은 아니다. 이 자리에 계신 동지들이 고민과 경험을 나누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판매위원회 정책기획실장 조창묵 현장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어떤 필요를 느끼고 있는지, 정신건강 등 어디가 얼마만큼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의 공세에 수세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필요를 새롭게 구성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조합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집] 4. 올해의 현장 ➊ 체신 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 2014.12

올해의 현장 ➊ 체신 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정리  : 선전위원회

 

 

 


 


2014년 연구소가 주목한 현장 중 하나인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의 최근 3년간(2011-2013) 재해발생 경위 내역을 분석해서 발표한 이진우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집배원이 연평균 3,379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및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직업병과 온종일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업무 특성상 빈발하는 사고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집배원 1,434명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는데, 그 중 사망재해가 27명에 달했다고 밝히며, 이는 2012년 기준 한국 사회 전체 노동자 산업재해율 0.59%와 비교했을 때 집배원은 2.54%로 무려 4.3배나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사망만인율[각주:1]의 경우 교통사고는 전체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약 200배,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약 6배, 사고성 재해의 경우 무려 약 8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원은 한국 사회 노동자의 사망재해 요인이 다양하지만, 집배원의 경우 주 60시간 이상 노동과 도로명 주소 변경에 따른 업무 부담, 명절·선거·김장철과 같은 특수기에 따른 과로와 피로 누적의 영향으로 집배원의 판단력과 집중력이 감소해 잦은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집배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사고와 뇌·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현장 개선 방안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이진우 연구원은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현장 개선만큼 우정사업본부는 반복되는 집배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7조에서는 구체적으로 작업 중지 상황을 세분화하여 ‘비·눈·바람 또는 그 밖의 기상상태로 인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폭우·폭설 등 기상상태가 불안정하고 집배원에게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함에도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보호구 지급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제33조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보호구의 관리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현장 증언에 따르면 보호구를 지급하긴 하지만 제때 교체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전모 이외의 보호구는 전혀 지급하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뇌 ․ 심혈관계 질환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조 직무스트레스 요인 평가조차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원은 집배원 안전 및 보건에 관해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의무도 다하지 않는 우정사업본부와 체신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 및 전국 우체국을 대상으로 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력부족에 따른 만성적인 장시간 중노동으로 법상 휴일에 쉬는 것도 그림의 떡인 집배원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예비 인력을 포함한 적정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문백남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서울 금천우체국 집배원)은 집배원이 공무원 신분이고, 한국노총 사업장이라는 특성도 있는데다,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현장의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현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운동의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오늘 여기에 모이신 분들이 앞으로도 집배원 현장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의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1. 노동자 수 1만명 당 사망자 수 지표 [본문으로]

[특집] 3.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2014.12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정리 : 선전위원회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보고인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이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 멈춰’ 팀이 금속노조 노안실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총 7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작업중지권 실태에 대해 심층 면접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중지권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후 더 많은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민(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작업중지권이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으로 자리 잡은 현장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작업중지권이 매우 위축된 현장도 있었으나 이것은 단순히 업종 간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지는가에 따라 현장에서의 작업 중지권 행사가 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은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사대를 동원하고, 징계와 손해배상을 남발하고, 경영위기를 핑계로 작업중지권 반납을 요구하며, ‘급박한 위험’ 대신 ‘사람이 다쳤을 때’로 작업중지권 발동 조건을 제한하는 등 작업중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사법부도 자본과 이런 인식을 같이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안전을 위한 작업 중지와 당장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현실도 지적했다. 


이런 작업중지권의 오늘을 넘어서기 위해서 ‘당장멈춰’ 팀은 널리 알려지고 공유돼야 할 투쟁을 나누고 작업중지권 관련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단위로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민주노총과 금속 노조를 중심으로 법 개정 투쟁에 시급히 나설 것을 요청했다. 더 나아가 판매 서비스, 공공부문 등 다른 노동자들도 인격권을 침해받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부, 거절, 중지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해나가는 활동을 제안했다. 



작업 중지, 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발제 이후, 당장 멈춰 팀 안규백(한국지엠 조합원) 연구원의 진행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2014년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사측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홍진성 대의원은 “선배노동자들이 만든 작업중지권을 보다 나은 조건에서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많이 지지해주고 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조합원이 라인을 세운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현재는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동료들도 라인을 탈 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설명해도 잘 듣지 않았는데, 라인을 멈추고 왜 라인을 멈췄는지, 왜 안전이 중요한지 얘기하니까 집중도 되고 설득력도 있었다. 결국, 투쟁을 통해 돌파하는 것이 자본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갑을오토텍 안재범 노안실장 역시 “한 공정에서 유리섬유 분진이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집진 시설 등 아무 대책이 없고, 어느새 직접 작업자뿐 아니라 주변 작업자들까지 가려움증이 발생해서 처음 작업 중지를 내렸다. 그때는 조합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서너 시간 작업을 멈춘 후, 병원 진료와 시설 확충 등 대안이 나오자 그제야 현장에서 작업 중지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두 번째부터 작업 중지하면 박수를 쳤고 세 번째부터는 작업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합에 전화한다.”며 작업 중지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안 부장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은 작업 중지를 부담스러워하고 징계나 고발을 두려워하는 현장 분위기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작업중지권,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대우조선 박호빈 산안실장은 현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내리는 것 못지않게 어떤 조건에서 다시 가동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에서는 작업 중지, 현장 확인과 보고서 제출, 노사 협의, 문제 해결방안 보고서 제출, 검토 후 재가동에 이르는 일정한 절차를 마련해서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박호빈 실장은 또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안실이 그나마 회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부서이다. 조선분과 내 노안 담당자 회의나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모두 소통의 구조다. 소통을 통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연구원 역시 본인이 대의원으로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노동조합마저 자신의 버팀목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힘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가 이런 현장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고, 사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구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현장 기반을 다지는 실천을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창현 노안실장은 “작업 중지를 내리고 있으면,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 1주일간 전 공정 작업이 중지되자, 조합원들이 불안해했다.” 며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가 작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은 “작업중지권에 대한 내용은 금속노조 단체 협약안이나 노안 활동가 교육 등에 이미 모두 포함돼있다. 그런데도 항상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라며, “조합원이 다칠 수 있고, 병들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사측이 비협조적이면 고소·고발, 신고하는 기본적인 일상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민 연구원은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라는 기간조직을 통한 활동도 중요하나, 개별적으로 투쟁하는 활동가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보편화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활동도 따로 일구어져야 한다. 그것이 ‘당장멈춰’ 팀이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이유이다. 2015년에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특집] 2.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2014.12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정리 : 선전위원회




노동시간센터(준)에서는 올해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 실태 조사’ 와 ‘장시간 노동의 요인’ 에 관한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중 첫 번째 주제에 대한 김형렬 연구원의 발제와 청중토론이 있었다.



연구의 배경


자동차산업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모두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2013년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단축하는 분명 긍정적 변화였다. 하지만 야간노동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고, 주말 특근이 다시 시작되고,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등 불완전한 변화라는 면도 존재한다. 이는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만들어갈 수 있는 노동 측의 기획과 현장통제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성차 노사관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 이행의 실태는 어떠할까? 일부 부품사의 경우 사측 주도의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었고, 노동조합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태부족한 상황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의 전환은 물량 보존을 내세운 사측의 공세에 노동 강도와 임금, 고용을 양보(비정규직 확대)하며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연구의 내용과 목적


1) 이에 이행의 과정에 노동 강도, 임금,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노동조합 지도부의 준비과정, 조합원과의 논의 과정, 사측에 대응 과정)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확인을 통해 향후 노동자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활동의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고, 발굴된 모범사례도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2) 또한, 근무시간대의 변화나 조합원 개인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어려움이 있다면 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했다.

3) 마지막으로, 교대제 변화 전후로 건강과 생활의 변화를 조사하고자 했다.



이행 실태와 기초 면접 조사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금속노조 산하 111개 지회 중 이행한 사업장이 26개 지회(23.4%), 이행을 논의 중인 사업장이 17개 지회(15.3%), 미파악 혹은 논의조차 안 된 사업장이 68개 지회(61.3%)나 되었다.


지난 11월 5일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2개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기초면접 조사를 해보았는데, 고용불안의 정서가 여전히 깔려 있었고, 제도 시행에 있어 임금이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일정 정도의 노동강도 강화는 수용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평이었고, 토요일 특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즉, 제도는 시행되었지만 실노동시간 단축,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개별 현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지부 단위, 금속 중앙 차원의 견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연구는 2015년 4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금속정책연구원과 함께 연구조사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중 토론


이훈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는 “근무형태가 바뀌면 조합 활동 방식과 활동 시간이 바뀌어야 한다. 조합 활동시간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 타임오프제[각주:1]와 무노동 무임금에 시비 걸기를 해야 하고, 물량과 시간에 구속된 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과 같은 다른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 이행 과정에서 현장의 힘에 기초한 조직력 강화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본 연구가 그런 지침과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 ․ 비정규직 부장은 “고용불안, 노동 강도, 임금의 문제들을 완성차도 극복 못 했는데, 부품사가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단사 지회 차원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역 지부에서 TFT팀을 꾸려 진행하기도 했는데, 지회별 상황도 다르고 활동시간도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재범 갑을오토텍 노안부장은 “3(고용불안, 임금저하, 노동 강도 강화)무 원칙을 세우기 위한 상급단체의 지도와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 강도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대응이라든지, 임금의 경우 다른 임금체계에 대한 정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 근로시간면제 한도제라고 하며 노조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문으로]

[특집] 1.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 2014.12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정리 : 선전위원회

 


 


 

2014 현장연구나눔마당이 11월 29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10년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매개로 한 연구와 활동에 참여해 노동 운동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현장과 연구소가 양쪽 주체로 참여하며, 양측의 운동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현장참여연구를 지향한다. 현장참여연구를 통해 연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현실에 대해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고, 이것을 실천할 때 현장과 세상뿐만 아니라 연구에 함께 한 우리 자신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장연구나눔마당은 올 한 해 연구소가 함께했던 여러 연구결과 중 더 많은 이들과 나누어 평가를 듣고,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싶은 네 개의 주제를 선정해 발표하고 공유했다. 특집을 통해 현장연구나눔마당의 토론과 열기를 일터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연구의 결과와 성과도 나눠야 맛이다. 2014년 연구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면서, 2015년 한 발 더 나아가는 활동을 기획하길 기대한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 2014.12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의



필자는 주로 300인 미만의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을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방문하여 정기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입사 후 한두 번의 상담만 하고 곧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대부분이 단기계약직인 사내하청업체에서 흔한데, 매달 방문하는 간호사로부터 이번 달 상담예정자가 퇴사하였으며 마지막 상담 이후 치료나 적절한 관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말을 흔하게 듣고, 어느덧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다른 노동자를 대하게 된다.



①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42세 김◯◯ 씨. 작년 하반기 입사하여 3월 검진 시 공복혈당 152, 5월 상담 시 식후혈당 224로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상태라고 하였으나 8월 상담 시 치료받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후 곧 퇴사. 

② 같은 회사의 37세 지◯◯ 씨. 검진 시 식후 혈당 230으로 당뇨가 의심되어 추가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역시 진단과 치료 여부 확인하지 못한 채 얼마 전 퇴사. 

③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 작년에 입사한 31세 한◯◯ 씨. B형간염 보균자로 검진 시 간 기능 수치가 높아 B형간염 활성화의 가능성이 있으니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였으나, 얼마 전까지 병원에 가지 않은 상태로 최근 퇴사. 



물론 퇴사 전까지 어떤 치료나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로 상담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분들의 앞으로의 건강상태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도급업체를 전전하며 단기 계약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치료에 들어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의사 상담은 물론 건강검진까지도 빠질 가능성은 다분해 보인다(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특수검진 수검률은 정규직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현실은 정작 산업보건서비스가 필요한 노동자를 소외시키게 하고 사업주에게는 법정 관리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심각한 것은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인 사내하청업체들이 최근 중소사업장 내에서 너무나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담당하는 중소사업장들은 대기업의 사내하청이거나 대기업의 외주업체인 경우가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대기업 외주업체 상당수는 다시 사내하청을 두어 사업장을 여럿으로 나누어 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산업의 외주업체는 그런 경향이 심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의 다른 제조업도 일반적인 경향이 돼가는 것 같다. 또 대형마트 등의 대형물류센터는 다양한 전문 아웃소싱 업체들로 인력이 나뉘어 있고, 대개 단기계약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100여 개의 담당사업장 중 1/5가량이 중소사업장의 사내하청업체인데 이들은 보건관리대행을 하는 50인 이상 사업장이라 50인 미만으로 나뉜 사내하청업체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2배 이상일 것이다. 



단기 계약직은 일부 대기업 외주업체에서 흔한 고용 형태이나(일례로 00 전자의 한 외주업체는 240명가량의 근무인력이 있으나 작년 한 해 40%가량이 퇴사하고 재입사한 걸로 기억한다), 중소사업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더 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청의 단가인하 압력과 물량변동에 대한 대응을 계약해지로 쉽게 해결하려는 하청업체의 특성이 영세사업장일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공단지역 중소 영세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 임금 수준이며, 정규직 일자리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설령 정규직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임금이나 근무조건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족한 임금을 초과노동으로 메우기 위해 잔업과 특근이 많은 회사로 물량을 따라 쉽게 이직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IMF 이후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과 그 이후에도 지속하는 재벌·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대다수 중소기업을 다단계하청 줄 세우기로 만들어 그들을 무차별적인 생존경쟁으로 내몬 결과이다. 사내하청 같은 간접고용은 -특히 제조업에서-지속해서 확대되었고[각주:1] 2014년 한국은 근속기간이 1년 이하인 단기근로자가 38%로 OECD에서 단기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보건관리대행과 같은 산업보건사업은 한 사업장 단위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것은 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최소 몇 년간은 지속해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단기근무와 이직이 만연한 사업장에서 이러한 전제는 어긋나고 있으며, 연쇄적인 하청구조의 가장 하위층인 중소사업장 사내하청노동자는 전반적인 산업안전보건으로부터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재벌의 이윤을 극대화해서 우리의 삶에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고, 또 무엇이 남아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1. 2001년 대비 2012년 금속노조 사업장내 비정규직은 27.3%에서 51.8%로 증가했으며, 사내하청 노동자는 19.8%에서 41.6%로 증가하였다. [본문으로]

[연구 리포트]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 2014.12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윤진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flyinyou@gmail.com



대리운전기사, 전국에 7만 명


자동차 운전은 현대 생활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운행은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큰 도로 위에서 이루어지며,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이용하여 돌발 상황이 가득하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중 약 3%가 교통사고를 경험한다. 이렇게 사고의 위험이 큰 도로에서, 주로 야간에, 타인의 차량을 이용해서, 타인의 목적지로 운전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대리운전기사(대리기사)다.


2006년 일일 대리운전 콜 수는 44만 건으로 일일 KTX 이용객 10만 명의 4배가 넘는다. 2008년에는 전국에 약 7만 명이(서울, 경기, 인천에 약 4만 명) 대리기사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전국 총 택시 운전자 수가 약 30만 명인 것으로 볼 때 대리기사는 하나의 독립된 직업군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다. 


한편, 보험개발원의 발표에 의하면 2005년에는 대리기사업무와 관련된 사고가 약 2만 건이 접수되었다. 이런 자료를 종합할 때 대리기사 3.5명 중 한 명은 일 년에 1회의 사고를 경험하는 것으로 거칠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대리기사에 대한 보건학적 연구는 없어, 대리기사의 직업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대리기사의 직업 환경과 이에 따른 보건학적 문제 연구의 경험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대리기사 연구의 중요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2014년 6월, 한국 대리운전협동조합과 만남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대리기사 1차 면담에서 개방형 질문을 이용하여 직업 환경에 대한 질적 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구조화된 질문 양식을 도출하였다. 7월에는 현장에서 만난 대리기사 6명에게 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질적 조사를 하였다. 녹음된 면담 내용을 토대로 연구진 회의를 거쳐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현직 대리기사 12명에 대해 설문지 조사 연구원 표준화 교육을 2회 실시하였다. 완성된 설문지를 토대로 2014년 9월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일대일 면담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 설문조사 현장의 모습


고객 폭력, 야간 노동, 사회적 경시


1, 2차 면담을 해 보니, 대리기사들은 대부분 야간에 술 취한 고객을 상대하며, 타인의 목적에 의해 타인의 차량으로 타인의 장소로 운전을 하여 이동하는 업무의 특성상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많다는 것,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직업에 대한 낮은 만족도가 주된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또한, 대리기사의 업무와 이에 따른 보상이 콜센터를 중심으로 결정되고, 운전 중 고객 폭력과 안전사고가 발생하여도 해결할 수 없는 등 자기 재량권이 없었다. 야간작업이므로 숙소 복귀 문제, 수면 장애, 정신 건강과 대인관계 유지의 어려움도 호소하였다.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설문 내용은 1) 인구학적 성격, 2) 직업경력 및 작업형태와 이직의도, 3) 고객 폭력, 4) 안전 운전 방해 요소와 사고, 5) 출퇴근 등의 근로환경, 6) 수면 및 정신 건강, 7) 사회적 관계 현황으로 구성되었다. 


< 질적 조사 내용 요약과 도출된 설문 항목 >

면담 내용

도출 항목

-고객 폭행으로 대리기사를 그만둔 친구, 외제차 사고로 금전적 부담이 커서 대리기사를 그만둔 동료. 고객 폭행과 사고가 걱정된다.

-사고가 나도 중재해줄 곳이 없다. 경찰에 신고해도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루를 다 보내고, 콜센터는 고객에게 친절을 강요하며 고객의 입장에서만 판단한다.

-고객으로부터 불친절 항의가 들어오면 콜이 7일간 끊긴다. 그런데 제재가 시작되는지 여부를 나는 알 수가 없다.

-심한 폭언을 들어 정신이 멍하고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고, 다른 손님 운전 때까지 잔상이 남아 안전운전이 어려움.

-손님이 인테리어 사업자였는데, 망치를 던져서 다침.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시킴. 한적한 도로여서 간신히 사고를 피함. 이후 그 손님을 태웠던 쪽 콜은 잡지 않음.

-말다툼 후 손님이 가위를 꺼내서 협박 및 자해, 운전하는 중에 가위로 자신의 배를 찌름. 바로 한적한 도로로 피해 주차함.

-술 취해서 자다가 일어나 어디까지 왔느냐고 물어보고 여기까지 밖에 못 왔냐며 뒤통수 때림. 그리고 다시 잠. 사고 위험이 있었음.

-손님이 빨리 가자며 과속운전 요구, 안전 신호 무시할 것을 지시.

고객 폭력/폭언

비폭력적 안전운전 방해

-집이 일산이라 새벽 2시가 넘으면 가능한 집 근처 콜을 받으려고 함. 그렇지 못하면, 대중교통이 끊겨 셔틀, 택시, 그리고 걸어서 집에 가야 함. 아니면 첫 차가 다닐 때까지 버텨야 함.

-콜 센터 사이의 경쟁으로 가격이 결정되므로 대리비가 낮아짐.

-혹시 사고라도 나서 다치면 모아둔 돈이 없어 처리할 수가 없고, 대리 일도 그만두어야 함.

근로환경,

보험가입

-야간에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듦.

-가족과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듦. 외로움.

-콜을 받아서 도착해 보니 친구. 이후 동창 모임에 못나감.

-사회적으로 대리기사를 너무 하찮게 보는 것 같다.

-여러 일에 실패해서 대리기사 일을 하게 되었고, 몸으로 뛰면서 정직하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콜이 울리면 먼저 받는 사람이 갖는 거다. 한 식당에서 동시에 식사하더라도 모두 경쟁자다.

우울/자살,

사회적 관계,

수면 장애,

자아 존중감,

삶의 질,

이직 의도 등

 


총 166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하였는데 평균 53세로, 학력은 전문대학교 졸업 이상이 64%였다. 대리운전 경력은 1년 미만이 16%, 1년∼5년 미만이 44%, 5∼10년 미만이 28%였고 나머지 11%는 1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었다.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교통사고(보험 처리를 하지 않은 사고 포함)를 경험한 비율은 10년 이상 경력자의 42%, 1년 미만 경력자 중에는 64%나 됐다. 그런데도 자신의 건강을 위한 보장성 보험이 없는 대리기사가 67%였다. 출근 시간은 15시부터 22시까지 매우 다양했고, 하루 근무시간은 51%가 6∼8시간, 9시∼10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28%, 1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13%나 되었다. 
퇴근 시간도 주로 01시부터 08시까지 다양하였고 04시가 가장 많았다. 월평균 노동 일수는 25일인 경우(30%)와 20일(20%)인 경우가 많았다. 68%가 대리기사업무를 전업으로 하고 있었고, 다른 일자리가 있다는 나머지 응답자도 대리기사가 주된 직업인 경우가 많았다. 

출근 거리의 중간 값(사분위수 범위)은 6km(2∼13km)였지만, 퇴근 거리는 18km(10∼27km)로 훨씬 멀었다. 첫 콜은 선택의 여지가 많고 20∼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설정되지만, 마지막 콜의 종착지는 상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출근은 대부분 버스/지하철(56%)을 이용하거나 도보(40%)로 하였고, 퇴근은 셔틀(47%)과 버스/지하철(44%)을 주로 이용하였다. 

1년간 폭언 경험 90%, 이직 의도 75%

지난 1년간 폭언과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90%와 41%였다. 1달에 1회 이상 폭언을 경험한 비율도 24%였다. 이 폭력·폭언 중 안전운전에 방해된 경우는 84%였다. 심리적 위축감 및 운전을 위한 집중력 저하와 같은 안전운전에 방해되는 정신적 요인은 해당 사건 당시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 이후 목적지까지(13%), 당일 타 고객 운전까지(27%), 다음날까지도(24%) 지속한다고 응답하였다. 폭력적이지 않아도 유턴 등 갑작스러운 운전 지시(연평균 31.3회)나 과속, 교통신호 무시 등 교통법규의 위반 요구(연평균 29.4회)와 같은 고객의 돌발행동도 안전 운전을 위협한다. 그 외에 지나친 애정행각(연평균 9.6회), 의도성 없이 운전석을 침범하는 행위(연평균 7.4회)도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하였다.

75%의 응답자가 대리기사를 그만둘 생각이 있었는데, 그 이유로는 야간에 일하는 것이 힘들어, 보수가 적어, 다른 일을 할 생각이어서가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사고나 문제 발생 시 본인이 지는 책임이 큰 것과 대리기사라는 직업이 부끄럽다는 것이 있었다. 또한, 폭언 폭행 경험이 높을수록, 비폭력 경험 중 신호 위반 강요, 지나친 애정 행각, 음악과 고성 등에 많이 노출될수록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이 지나친 애정 행각을 하거나, 음악을 매우 높게 틀고 고성방가를 하는 것은 운전하고 있는 자신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비폭력적 무시도 대리기사의 중요한 직무 스트레스다. 
불면증이 없는 정상군은 4명(2.41%)뿐이었다. 경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40명(24.10%), 중등도의 불면증은 43명(25.90%), 심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16명으로 9.64%에 해당하였다.

▲ 대리운전의 특징


우울 증상과 자살 사고도 심각했다. 폭언 경험이 월 4회(주 1회)를 넘는 대상자(24.2%)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11.6%)보다, 1년 중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25.0%)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10.8%)보다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관련성은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보정해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연간 폭언을 들은 횟수가 10회 미만인 경우에도 19.1%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는데, 10회 넘게 폭언을 들은 경우에는 자살을 생각했다는 응답이 45.33%에 이르렀다. 수면 정도가 좋지 않을수록(41.05% vs 17.39%), 가족과의 접촉 빈도가 취약한 집단일수록 자살 생각의 빈도가 더 높았다(37.87% vs 21.74%).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대리기사는 운수업의 특성뿐 아니라, 감정노동, 야간노동의 요소를 갖고 있었다. 특히 고객을 대면하는 동안 폭력·폭언을 비롯한 돌발 상황이 많았고, 이런 상황이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의 위험을 높였다. 돌발 상황 및 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는 대리기사의 안전 운전을 방해한다. 따라서 대리기사의 노동 환경과 건강 개선 문제는 사회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앞으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개선 가능한 구체적 문제점을 찾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 2014.12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현대중공업 산재사망 노동자 故 정범식 씨 이야기



재현 선전위원



지난 2014년 4월 26일 11시경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블라스팅[각주:1] 작업을 하던 사내 하청 노동자 정범식 씨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3m 난간에 매달려 사망했다. 이를 발견한 동료들은 에어호스를 끊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선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오후 3시경엔 수사를 맡은 울산 동부 경찰서는 부검의 소견으로 봤을 때 故 정범식 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동부 경찰서의 말을 빌려 언론을 통해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부검은 저녁 6시가 돼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故 정범식 씨의 부인 김희정 씨는 경찰과 회사, 언론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실은 안개 속이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희정 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조선소가 그렇게 위험한 곳인지 몰랐다


“오전 11시쯤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많이 다쳤으니까 울산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이 죽을 만큼 심각한지 몰랐다. 그저 심하게 다친 줄만 알았다. 그러다 성남에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숨이 멎어있었고, 심폐소생술을 계속 해도 차도가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故 정범식 씨는 현대 미포 조선에서 10년, 목포에서 3개월, 그리고 15일 전 다시 현대 중공업에서 일을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렇다 보니 김희정 씨는 사고 전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산재사망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조선소 일이 힘들다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지는 몰랐다. 주말부부로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제가 괜한 걱정 할까 싶어 집에 힘든 내색 한번 잘 비추지 않는 성격이었다.”



회사와 경찰 모두 신뢰할 수 없었다


“회사도, 경찰도 남편이 자살했다고 하는데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가 있고 하루는 장례식장에 서문기업(하청업체) 사장이 왔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더니 뒷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빨리 장례를 치르자고 했다. 남편을 언제까지 저렇게 둘 수 없어서 사장 뜻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장례 이후에 지금까지 단 한 번 연락이 없었다.”


6월 3일 울산 동부 경찰서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시 경부압박질식에 따른 자살이었다. 근거로 1) 사고 현장이 故 정범식 씨 작업장과 떨어져 있고 2) 에어호스에 목이 감겼는데 저항한 흔적이 없고 3) 3달 전 부부가 다퉜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고 4) 신용카드와 통신비를 연체했고 5) 4개월 전 아내에 대한 의심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내역을 꼽았다.


울산 동부 경찰서의 수사결과는 김희정 씨와 지역 동지들의 분노를 키웠다. 현장 검증에선 에어호스에 결함이 있던 정황이 밝혀졌다. 또한, 故 정범식 씨 사진을 보면 아래턱에서 왼쪽 가슴, 허벅지에 쇳가루가 박혀있다. 특수 보호구를 쓰고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도 쇳가루가 묻었다. 종합해보면 에어호스 결함으로 온몸에 쇳가루가 노출돼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던 故 정범식 씨가 난간에 매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故 정범식 씨 작업장은 항상 쇳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벌건 대낮에도 손전등이 없인 한 치 앞도 이동이 어렵다. 사고가 일어나기 너무나 쉬운 환경에 있는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산재 가능성은 배제하고, 故 정범식 씨를 둘러싼 가족관계, 채무관계 등 개인적인 정황을 근거로 수사를 종결한 울산 동부 경찰서의 발표는 가히 충격적이다.


“부부라면 안 싸울 수 없지 않나. 주말 부부다 보니까 문자를 주고받다 보면 싸울 수도 있고, 또 살다 보면 카드 값이나 휴대폰 요금을 미납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을 이유로 남편이 자살했다는 데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김희정 씨는 경찰 조사 발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처음 남편이 죽었을 때부터 울산산추련, 노조에서 도움을 주려고 옆에 계셨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장례를 치렀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그러다 경찰 발표 이후에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봐도 이건 자살이 아니니 지역 활동가들한테 도움을 청해보라고. 그래서 지역 분들께 다시 연락했고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의 명예를 찾아주고 싶었다


“큰 애가 고1인데 그 밝던 아이가 아빠가 죽었다는 충격으로 7개월이 지나도록 아빠 영정사진을 못 쳐다본다. 집 밖으로도 안 나가서 학교도 못 가고 있다. 저도 싸우기 전에는 집안에서 매일 우는 게 다였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빠가 최고라 여기던 애를 위해서, 그리고 남편의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주겠다는 결심으로 나서게 되었다.”



출처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공장과 경찰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기자회견도 하면서 故 정범식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그 결과 지난 10월 17일엔 울산 지방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故 정범식 씨 사건이 다뤄졌다. 당시 울산 지방 경찰청장은 부실 조사를 인정하며 재조사를 약속했다. 이후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엔 수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법의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울산 MBC시사프로그램 ‘돌직구 40’이 방송되기도 했다. 


“아까 1인 시위하는 거 봐서 알겠지만, 다들 새벽부터 바쁘게 출근하지 않나. 인사를 하고 싶어도 참 어려운데. 그중에 그래도 한두 분은 수고하십니다! 말 한마디 건네거나, 손 한번 잡아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힘이 많이 된다.”


현대 중공업은 올해만 벌써 9명의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계열사 전체로 보면 12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활동가는 상황이 이쯤 되니 회사 내 안전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여론과 연이은 산재사망 사고에 관해 부담을 느낀 현대중공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때마침 이번 사고엔 목격자가 없었고, 손발이 척척 맞는 울산 동부 경찰서가 옆에서 큰 몫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사내 하청 노동자 죽음의 행렬에도 굳건한 현대 재벌공화국의 울타리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故 정범식 씨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선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이 겹쳐 마음이 더욱 아팠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발견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실 규명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싸우는 유가족들과 이들 옆에서 함께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애씀이 있기에 그렇다. 이러한 노력과 마음들이 모여 현대 재벌과 조선소 울타리를 넘어 일하는 모든 이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는 그날을 꿈꾼다. 

  1. 금속을 매끄럽게 하고 이물질을 제거하여, 도장을 쉽게 하고 선박 수명을 늘리기 위해 선박 표면에 쇳가루를 쏘는 작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