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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간 「일 터」/[문화로 읽는 노동] 구)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노동시간에세이] 적정 소득, 적정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2015.12 적정 소득, 노동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조성식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40세 미만, 주야 맞교대, 근무 월 250만 원 이상 지급.' 직장 근처 인력 파견 업체의 네온사인에 이렇게 쓰여 있다. 이 인력 파견업체에서 광고하는 곳에서 일하고 250만 원을 월급으로 받으려면 일주일에 몇 시간을 일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을 일해서 250만 원이 월급이 노동자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250만 원의 월급을 받으려면 보통 주 6일 하루 12시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 일주일은 주간에 12시간 일해야 하고 다른 일주일은 밤에 12시간을 일해야 250만 원의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결국 250만 원의 돈은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에, 연장 노동에 대한 가산, 야..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밤을 잊은 그대가 놓치고 있는 밝은 시간들 /2015.11 밤을 잊은 그대가 놓치고 있는 밝은 시간들 정하나 상임활동가, 노동시간센터 회원 심야 라디오와 함께 시작된 올빼미형 습관 수면패턴에 따라 흔히,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으로 나눈다. 나는 주로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아왔다.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때에는 깨우지 않아도 7시에 바로 일어나 아침 어린이 프로그램도 보고, 밥도 먹고, 씻고도 시간이 남아 심지어 아이 걸음으로 30분은 넘게 걸리는 학교까지 걸어가기까지 했던 거 같다. 생각해 보면,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다음부터 ‘올빼미스러움’이 내 안에 배양되기 시작했던거 같다. 고등학교 시절,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의 ‘음악도시’는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듣고 잤던 기억이 있다. 종종 새벽 2시 음악도시가 끝난 후..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2015.10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전주희 한노보연 노동시간센터 회원, 수유너머N회원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지난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이다. 한 달이 조금 더 지나고 노사정위는 을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안의 백미는 무엇보다 '일반해고'의 도입이다. 계약과 계약해지가 일상이 된 불안정노동자들에게는 별 관심을 못 끄는 '일반해고'는 과연 철밥통 정규직들만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일까?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저성과자가 되면 언제든 퇴출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무화시킨다. 퇴출이란 쌍방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의 명령권이다. 따라서 이번 노사정합의는 IMF로 시작된 노동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마침내 정점..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나인 투 나인 9 to 9'의 사회 -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2015.9 ‘나인 투 나인 9 to 9’의 사회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은 무엇일까? 내 상상엔 이렇게들 답할 것 같다. 초등학생 :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다.” 중학생 : “일하기 싫다.” 고등학생 : “글쎄 안 하면 좋겠지만, 조금만 하고 놀고 싶다.” 대학생 : “나도 일할 수 있을까?” 취업준비생 : “일만 하게 해준다면 24시간 한다.” 직장인 : “퇴근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하면 소원이 없겠다.” 이 질문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 세기 전 ‘노동’에 관심을 가졌던 사상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일치된 답변을 했다. 태양의 도시』의 저자인 16세기 사상가 캄..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영화 <인타임>과 비슷한 우리네 자화상 /2015.8 영화 과 비슷한 우리네 자화상 김영선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우리는 자주 "시간이 없다"고 되뇌곤 한다. 시간 빈곤, 시간 기근, 시간 박탈, 시간 소외, 시간 강박 등. 그것을 무엇이라 표현하든 핵심은 절대적인 시간 부족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간이 부족할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텐데, 이번엔 영화에서 설명을 찾아보자. 영화를 보면 가끔은 정말 그런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영화 속 가상세계가 우리의 현실을 진짜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의 초 현실이 꼭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를 만들었던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은 상당히 섬뜩한 영화다.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에 배두나가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다며 한국에서는 그녀의 출..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일상이 '일'로만 채워진다면 /2015.7 일상이 '일'로만 채워진다면 김세은 노동시간센터(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3년 전인가,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어쩌다 보니 마무리 단계 작업이 내게 몰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분명히 나 혼자 하기에는 벅찬 작업이었다. 결국 그 일은 내게 떨어졌고 혼자서 마무리를 감당했다. 기한이 촉박하게 정해졌던 일이라, 아침에 출근해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며칠간 지속했다. 그 기간 동안, 집에 가서는 정말 최소한의 잠만 자고 다시 출근했다. 생애 처음으로(!) 식욕 저하를 겪으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냈다. 몸은 피곤했지만 밤늦게 누워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주말을 포함해 며칠간, 나는 '그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로 일한다는 것 /2015.6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로 일한다는 것 송한수노동시간센터(준),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노동자 대상으로 건강검진·상담 업무를 하다보니, 노동시간의 특성에 따라 건강수준이 패턴화되어 있다는 점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하루 12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들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나빠져 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 이유에 대해 면담하다보면, 과도한 음주, 피로의 누적, 영양의 불균형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장시간노동이 있었다.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노동시간을 보자. 그들은 오전근무조와 오후근무조로 나뉘어 1주일 단위로 근무를 순환한다. 오전근무조의 경우 새벽 5시에 업무를 시작하려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출근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 2015.4 [시간의 재발견] 노동시간 에세이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노동시간센터(준) 이혜은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한국은 세계굴지의 장시간 노동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 단시간, 단기간 일할 수 밖에 없는 불안한 노동시간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불안정성은 비단 일터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시간에 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노동시간센터(준)은 지난 기획 [노동시간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들]을 마치고, 일상에서 느낀 시간과 노동을 에세이로 풀어나가는 [시간의 재구성] 연재를 시작합니다. ‘노동시간’에 방점을 두고 재구성하는 삶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 중에 직접 간호사나 의사를 고용하지 않은 사업장들에게 위탁받아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수행하는 .. 더보기
[노동시간에세이] 행복과 통근시간 / 2015.5 [시간의 재발견-노동시간에세이] 행복과 통근시간출퇴근 시간도 노동시간의 일부로 인정해야 노동시간센터(준) 김재광 한국은 세계굴지의 장시간 노동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 단시간, 단기간 일할 수 밖에 없는 불안한 노동시간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불안정성은 비단 일터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시간에 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노동시간센터(준)은 지난 기획 [노동시간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들]을 마치고, 일상에서 느낀 시간과 노동을 에세이로 풀어나가는 [시간의 재구성] 연재를 시작합니다. ‘노동시간’에 방점을 두고 재구성하는 삶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난 가을 지속되는 전세난 와중에 다행히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서울인 듯 서울 아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