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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노동이야기] 에어컨 고치느라 땀 닦을 시간도 없는 수리기사 이야기 /2016.7 에어컨 고치느라 땀 닦을 시간도 없는 수리기사 이야기-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정희섭 씨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예년보다 여름이 빨리 찾아온 올해, 이미 6월부터 더위가 기승이었다. 이렇게 날씨가 사람이 견디기 힘들 때, 요즘처럼 너무 덥거나, 반대로 너무 추운 시기가 전자제품 A/S 기사들이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성수기이다. 오늘 만난 정희섭 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서 만 5년 수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냉장고, TV, 에어컨 등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가전제품은 모두 맡아서 수리한다. 센터 내근직도 있지만, 희섭 씨 같은 경우는 온종일 A/S를 요청하는 고객들을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일하는 외근직이다. 이곳 서비스센터가 첫 직장이신가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네. 여기가 제 .. 더보기
월 간 「일 터」/[A-Z 다양한 노동이야기]

[A-Z 노동이야기] 에어컨 고치느라 땀 닦을 시간도 없는 수리기사 이야기 /2016.7

에어컨 고치느라 땀 닦을 시간도 없는 수리기사 이야기

-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정희섭 씨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예년보다 여름이 빨리 찾아온 올해, 이미 6월부터 더위가 기승이었다. 이렇게 날씨가 사람이 견디기 힘들 때, 요즘처럼 너무 덥거나, 반대로 너무 추운 시기가 전자제품 A/S 기사들이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성수기이다. 오늘 만난 정희섭 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서 만 5년 수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냉장고, TV, 에어컨 등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가전제품은 모두 맡아서 수리한다. 센터 내근직도 있지만, 희섭 씨 같은 경우는 온종일 A/S를 요청하는 고객들을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일하는 외근직이다.


이곳 서비스센터가 첫 직장이신가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 여기가 제 첫 직장이에요. 인천에 모 전문대 전자과를 다니다 졸업할 때쯤, 학교에서 여기 가라고 막 홍보를 하더라고요. 당시 삼성전 정규직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인기가 좋았겠어요!그래서 경쟁률도 엄청났었는데... 알고 보니 청년 인턴제라는 정부 청년 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정부 지원금(인건비) 받아 사람을 뽑는 그런 자리였었고, 정규직이라고 했지만, 원청 삼성전자 소속이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의 직원이 되는 그런 자리였지요그러니까 처음에는 인턴으로 시작한 것이고, 햇수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지금도 갑(삼성전)-(삼성전자서비스)-(각 지역 서비스센터)을 지나 의 위치로 고용이 되어 있는 거. 학교도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한 것인데... 전문대학들이 취업률 85% 이상 실적을 채우려고 난리인데 우리 학교도 그랬던 거 같아요.”

 

첫 번째 정식 사회생활이었는데, 일은 어떠셨나요?

... 정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몸 힘든 거는 둘째 치고, 저희는 고객방문 하는 서비스 기사잖아요. 그러다 보니 감정노동이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하더라고요.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그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회사가 매뉴얼을 가지고 감정노동을 엄격하게 아니 혹독하게 관리하는데 그게 너무 이상하고 지금도 사실 불편해요. 저만의 생각은 아닌, 저랑 같이 입사한 동기가 50명이었는데 지금 저 하나 남았거든요.”

 

감정노동에 대한 회사 노무관리가 엄격하다 하셨는데,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수리를 위해 방문하고 나서 2~3일 정도 지나면 고객한테 전화를 해요. 아마 삼성제품 사용하시는 분들은 받아본 적 있으실 거에요. A/S 받은 이후 불편한 점이 다시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본다고 하지만, 실은 수리기사의 품행에 대한 질문을 하고 1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책정하는 거죠. 평가점수가 10점이 안 나오면 바로 회사로부터 크고 작은 조치를 받아요. 매일 서비스 평가 점수 수치화해서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저희도 기본적으로 9시에 업무 시작해서 저녁 6시가 퇴근인데요, 매일 아침 830분 조회를 해요. 그때 10점이 아닌 사람들은, 그러니까 9점만 받아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성문 쓰고 여러 사람 앞에서 왜 그 점수를 받았는지 상황 설명하고, 롤플레잉(고객-기사 역을 연기하면서 서비스 매뉴얼 학습)도 하고 그랬어요. 저녁에 퇴근하고 서비스 점수 높이기 위한 대책 회의 같은 것도 하고 말이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반성문 쓰는 거 등 비인격적이고 너무 가학적인 조치는 없어지긴 했는데 아직도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 센터에서는 악행을 고수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 개인별 서비스평가 공개하는 건 아직도 매일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A/S 기사들이 지켜야 하는 서비스 매뉴얼. 이에 따라 1~10점의 점수를 받는다. 

출처 : 미디어충청


그런데, 고객들이 저평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물건이 고장 나면 기분이 안 좋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물건을 산지 얼마 안 되셨는데 고장이 나서 A/S를 부르신 분들. 제가 그랬어도 기분은 많이 안 좋았을 거예요. 그럴 땐 저희 기사들이 아무리 고객 응대 매뉴얼대로 해도 좋은 점수를 주진 않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으니 그렇겠죠. 저희도 고객마다 다 기준이 다른 것이니 10점을 안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평가 자체보다, 이것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비인격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 회사 정책이 더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가끔... 진상고객들도 좀 있긴 해요. 저도 어리버리하고 과잉친절 하던 입사 초기에는 좀 이상한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가 좀 쉽게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물건 던지고 폭력적인 언사 하는 분들은 정말 자주 만나고요, 한번은 감금을 당해서 경찰에 신고해서 나온 적도 있었어요. 아마 마음이 아프셨던 분이었던 것 같긴 하지만... 많이 놀랐죠.”

 

일 하시면서 힘든 때도 많으셨을 테지만, 기억에 남는 기분 좋았던 일, 보람되었던 일은 없으셨나요?

.... 글쎄요. 일이라는 게 그렇게 즐겁고 재밌고.. 그렇진 않잖아요?!아 한번 그런 적은있어요. 가끔 원청(삼성전자) 직원들이 나와서 수리를 하는 물건이 있는데, 그분들도 못하는 걸 저희가 고치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 현장 경험이 많아서 가능한 거 같네요. 좀 뿌듯하더라고요. 그 외에는 딱히.... 저희 일이라는 게 너무 건당 요금, 건당 시간에 메여있어서... 상 조급하게 힘들게 일해서 더 좋은 경험이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A/S 건수 당 수리 시간도 정해져 있나요? 하루에 몇 건 정도 처리 하시나요?

가전제품 수리는 하절기에는 정말 일이 많이 들어오죠. 예전(노조 설립 전)에는 7~8월 두달 중 딱 하루 쉬고 밤 12시까지 꼬박 일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살인적으로는 일 배분 못 하게 했어요. 성수기 기준으로 하루 최대 12~13건 정도 처리합니다. 그런데 수리 한 건50분 안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어요. 말이 50분이지 사실 앞뒤 이동시간 빼면 한건 당 20~30분밖에 안 남죠. 이 시간 동안 제품도 제대로 고쳐야 하고, 서비스 매뉴얼에 있는 데로 고객에게 설명도 자세히 친절하게 해야 해요.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해서 다음 수리 건이 있는 장소에 몇 분이라도 늦게 되면 계속 센터에서 문자 오고, 시간 왜 못 지키냐고 하고 난리가 난답니다. 저희가 수리하기 위한 공구를 여러 개 들고 다녀요. 기본적인 공구박스, 용접기계, 요즘같이 에어컨 수리가 많을 때는 냉매 가스랑 측정하는 기계 등등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한 30kg씩 이고 지고 방문해야 하는데, 무거워도 저는 무조건 한 번에 다 들고 가요. 왔다 갔다 하면 시간 뺐기니까요. 대부분 수리기사들이 이렇게 일하다 보니 손목 나가고 무릎 아프고, 디스크 수술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요.”

 

최근, 에어컨 수리하시다가 추락해서 돌아가신 노동자 분 이야기가 기사화 된 것을 보니 시간이 없어서 안전장비도 제대로 착용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맞아요. 최신 아파트들은 에어컨 공간이 내부에 따로 있지만, 그런 곳은 많지 않고 대부분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잖아요.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스카이차라는 걸 불러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작업 할 수 있는데, 수리할 때는 따로 요청해야지만 쓸 수 있어요. 평소에는 안전모랑 안전로프 같은 걸 착용하고 하게 되어 있는데, 시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 쪽에 보면 이 안전로프를 걸 수 있는 공간/고리 같은 게 있는 곳이 거의 없어요. 이동시간 제외한 20~30분 안에 안전장비 잘 착용하고, 로프 걸 데 찾아서 걸고 수리 시작하는 게 기사들 입장에서는 아주 쫄리는 일이지요. 하지만 워낙 사망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태한 지경이니 저나 조합원들은 위험한 공간에서의 작업은 고객에게 사정을 말하고 일단 고소작업용 스카이 차가 오고 나서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성수기에는 스케쥴 맞추기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스카이차 오는 시간으로 일정 조정해서 작업 합니다.”


일한 지 5년이 지나, 이제 수리 일 자체는 손에 익었으나, 쉴 때 쉬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희섭 씨. 기본급이 전혀 없고 건당 수수료만으로 임금을 채웠을 때는 동료들이 마치 신들린 것처럼 위험해도, 힘들어도 모두 무릅쓰고 일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기본급이 생겨서 이제 생명을 걸고, 신들린 듯 일하지 않아도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희섭 씨는, “건 당 수수료이니, 건 당 수리시간이니 하는 건당땡땡땡, 이거 완전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이 죽고, 무리하게 일하고, 안전장비 하나 착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 건 당 시스템때문이라고, 서비스품질 1위를 위시하며 노동자를 비인격적으로 다루는 회사의 가학적인 노무관리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