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의 목소리] 그녀가 강의실이 아닌 천막 농성장에 있는 이유 /2016.4 그녀가 강의실이 아닌 천막 농성장에 있는 이유- 부당 해고에 맞서 싸우는 서울대 음대 시간강사 전유진 선생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해 12월 흔히 시간강사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서울대 음대 시간강사 113명의 선생님들이 하루 아침에 강의실에서 쫓겨났다.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시간강사법은 시간 강사에게 법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시행령 9조에 의해 대학의 교원은 매주 9시간 이상의 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대개 학교에서 3, 6학점 (3,6시간)을 강의하는 상황에서 주 9시간 이상으로 바뀌게 되면 현재 약 8만 명의 시간 강사 중 누군가는 해고된다. 대학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간 강사를 채용하는데 법이 통.. 더보기
월 간 「일 터」/[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그녀가 강의실이 아닌 천막 농성장에 있는 이유 /2016.4

그녀가 강의실이 아닌 천막 농성장에 있는 이유

- 부당 해고에 맞서 싸우는 서울대 음대 시간강사 전유진 선생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해 12월 흔히 시간강사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통과를 앞두고 서울대 음대 시간강사 113명의 선생님들이 하루 아침에 강의실에서 쫓겨났다. 201112월 국회를 통과한 시간강사법은 시간 강사에게 법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시행령 9조에 의해 대학의 교원은 매주 9시간 이상의 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대개 학교에서 3, 6학점 (3,6시간)을 강의하는 상황에서 주 9시간 이상으로 바뀌게 되면 현재 약 8만 명의 시간 강사 중 누군가는 해고된다. 대학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간 강사를 채용하는데 법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강의 자체를 늘리거나 강의 시간을 늘릴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이 법은 앞서 언급한 쟁점으로 인해 2018년까지 유예된 상황인데, 서울대는 신규 강사 채용을 강행했다. 113명의 선생님들 가운데 성악과 선생님들을 주축으로 학교 본관 앞에 천막 농성장을 치고 지금까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1일 가장 선두에 서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전유진 선생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출처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안녕하세요. 저는 이 학교 성악과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석·박사 마치고 한국에서 강의를 한지 10여년 만에 시간강사법과 학교의 갑질에 의해 싸우고 있는 전유진이에요.”

 

-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 같은데 당시 어떤 심경이었나요? 

“11월 말에 후배 선생님들한테 전화가 와서 성악과 강사채용을 다시한대요그러더라고요.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임기가 5년인데 그랬더니 믿을 만한 곳에게서 들은 거라고 했는데 정말 사실이었죠.”

 

- 보통 시간 강사 임기가 5년은 아니지 않나요? 특이한 경우인 것 같아요? 

전국의 모든 대학 강사 위촉 계약서는 3/1 ~ 8/31까지 9/1 ~ 2/28까지 6개월 단위로 되어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2년에서 5년 정도의 임기가 있고, 어느 학과는 공개채용 없이 수십 년간 강의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서울대학교 성악과는 30년간 5년 단위로 강사를 채용했어요. 요즘은 학교가 1년 단위로 채용했다고 우기고 있고요. 5년 임기가 단순히 관례 문제는 아니기도 해요. 93년도에 이미 성악과 내규로 정했고요. 음대 관련 선생님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죠. 다른 학교들도 한번 채용하면 34년 강의를 하거든요.”

 

- 5년 임기가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성악을 가르칠 때 4, 5년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요. 1년은 선생님이랑 학생이 서로 익숙해지다가 끝나요. 강사마다 발성법이 다르니까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시간강사라고 해도 4년을 지속해서 배우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세요. 이제 학생들은 1년마다 선생님이 바뀔 거예요.”

 

- 채용 공고 소식을 듣고 어떻게 대응을 했나요?

“121일에 아름아름 친한 선생님 10명이 광화문에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강사들이 탄원서를 쓰자, 서명을 받자 논의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소극적이었어요. 아직 학교가 공고를 낸 것도 아닌데 미리 움직여서 찍히면 어떻게 하냐, 그런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저희가 모인지 12시간 만에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았더라고요.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거죠. 그리고 123일 음대 홈페이지에 신규 채용공고가 났어요.”

 

- 탄원서는 어떻게 했나요? 

채용 공고 보니까 다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125일에 시간강사법이 유예된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들한테 전화하고,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사람들 모아서 총 41명의 서명과 탄원서를 127일 총장, 교무처장, 교육부총장, 음대학장한테 이메일로 보냈어요. 지금까지 아무 답은 없었고요.”

 

- 다른 학과에 비해 시간 강사 비중이 많은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성악과는 음대 공통필수 전공과목 말고도 성악전공과목만 20개가 넘어요. 다른 과와 비교하면 2~3배 많죠. 저만해도 4학년 영어 딕션 과목 2학점 강의를 했어요. 딕션이라는게 노래를 부를 때와 말할때 발음이 다르거든요 그걸 가르치는 수업인데 이렇게 딕션으로 배우는 언어가 이태리, 불어, 독어, 노어, 영어 5가지에요. 그러니 각각 그 나라에서 유학하고 오신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죠. 특히 성악이 다른 악기와 가장 큰 차이는 언어가 있다는 점이고,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가사로 전달한다는 거예요. 악기의 경우 멜로디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딕션 수업이 끝이 아니다. 장르에 따라 오페라, 합창, 종교가곡 등으로 과목이 나뉘고, 오페라도 역사, 이해를 배우는 강의가 따로 있다.

 

- 해야 할 전공 수업도 많고 가르쳐야 할 과목들 특성이 다르네요?

저희는 그래서 시간강사법이 적용되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가 없어요. 다른 학과에 비해 음대, 미대, 인문대의 경우가 시간 강사에 대한 수업 의존도가 높은데 만일 시간강사법이 통과되면 그 나라로 유학가지 않은 사람이 여러 과목을 강의하게 되겠죠. 물론 가르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을 다녀온 제가 독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선생님의 뉘앙스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인문학도 마찬가지죠. 중국 문학을 공부한 선생님이 러시아 문학, 영어 문학을 가르치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이 받는 거죠.”

 

- 강사 신규 채용 과정에서는 별일 없었나요? 

보도자료에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한다고 강조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희는 서류 심사때 연주 실적을 내요. 독창회를 했으면 100, 2인이 했으면 70점 이렇게 점수가 있는데 작년에는 200점이상 이었던 커트라인이 올해는 100점으로 낮췄어요. 작곡과는 커트라인을 넘으면 서류 심사를 다통과시켰는데, 성악과는 약 100여명이 넣어서 33명이 통과했어요. 이번에 해고된 성악과 50여 명 중엔 11명만 올라갔어요. 이전에 커트라인이 200점일 때도 채용되었던 분들이 서류심사를 통과 못한 게 말이 되나요. 작곡과인 부학장님하고 면담하는데 평가 기준이 우리와 생각하는 것도 다른 방식이라 그렇다고 해명하더라고요. 그래서 심사위원 명단과 점수를 공개하라니까 못한대요. 그게 공정하고 투명한 건가요?

서류 심사 통과하면 저희는 면접이 아니라 2차로 오디션을 봐요. 강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5분 내로 ppt 발표하고 질문에 답을 하고, 성악실기를 가르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입학시험 보듯이 노래를 하죠. 교수님 5명이 배석해서 평가하는데 이번엔 교수님이 2명만 들어오고 외부 전문가가 들어왔어요. 또 확인해보니까 명예교수 한분이 제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이번에 꼭 서울대 넣으라고 했데요. 그럼 10년 보장한다고요. 그분들 중 11명이 올라갔어요. 이런 일이 학교에서 그것도 최고의 학부라는 서울대에서 일어나다니 정말 창피한줄 모르는 것 같아요.”

 

- 오늘로 천막농성 며칠 째죠? 건강은 어떠신가요? 

“94일차에요. 건강은 좀 피곤하죠. 집에 있어도 오늘은 별일 없나 이런 저런 걱정도 되고요. 그래도 올해 1월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랑 대학노조, 기전노조, 총학생회, 변혁당 서울대분회 등이 공대위를 결성해서 든든하게 싸우고 있어요. 이분들 말씀처럼 울지 말고 재밌게, 즐겁게, 오래 버티자는 마음으로 싸워보려고요.”


출처 : 서울대저널

 

- 얼마 전엔 계고장도 날아왔다고 하던데요? 급한 불은 끈 건가요?

 “34일에 1차로 계고장이 왔어요. 311일 철거하겠다고요. 그래서 이날 삼겹살 20근 사다가 공대위 분들과 파티하면서 난장을 펼쳤어요. 그렇게 넘어갔나 싶었는데, 14일에 2차 계고장이 날아와서 18일에 정리한다고 했는데 또 한 번 넘어갔네요.”

 

- 지금 상황도 열악하지만 이전에도 시간강사 처우는 워낙에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떠했나요?

 저희는 시간당 강사비로 8만원을 받은 지 오래됐어요. 대부분 국립대들도 비슷하고요. 다른 대학은 3,4만 원대에요. 4대 보험 가입도 안 되고, 강의 준비할 공간도 없죠. 강사 휴게실이 있다는 건 이번에 싸우면서 알았어요. 참 이건 임기가 끝난 다른 대학교 케이스인데 이번에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알아보니까, 글쎄 제가 12/21부로 해고 된 걸로 돼있는 거예요. 계약 기간은 2/28까지인데요. 대학들이 행정적인 것도 엉터리죠.”

 

- 이후 싸움 계획이 있나요?

사실 서울대 시간강사가 지방대 교수보다 사람들이 더 알아줘요. 시간강사만 해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대부분 개인 레슨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데 그럴 때 서울대 강의 나간다고 하면 시간강사라고 해도 특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다들 학교가 불합리해도 참고, 밟아도 꿈틀거리지 않는 지렁이였죠. 투쟁을 하면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칼을 한번 뽑았으니까 휘둘러는 봐야죠. 다음 일정으로는 성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우리 문제도 알리면서 음악회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준비하고 있고요.”

 

전유진 선생님은 본인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강의를 하게 되었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남편을 비롯해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또한 큰 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세월호 참사 유족,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앞으로 편견 없이 세상을 사람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여전히 두렵고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이 싸움에 전유진 선생님만큼 적극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손을 놓지 않고 함께 어울러서 싸우고자 애쓰고 있는 전유진 선생님이 하루 빨리 천막 농성장이 아닌 제자들과 강의실에서 음악으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