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2015.12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김형렬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계약과 계약해지가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반해고를 통해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주제일 수 있다. 이미 해고가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 일반해고의 도입은 그나마 헌법과 근로기준법과 같은 법률로 보장받고 있던 정규직마저 쉬운 해고를 하겠다는 시도이다.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저성과자가 되면 언제든 퇴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은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퇴출이란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힘을 가진 자의 권한이자 명령이다. 가진 자(자본)의 명령은 당연한 권리가 되고, 노동자는 그 힘과 명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정당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논리다.

 

저성과자로 찍힐 사람들

 

“저성과자”라는 기준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히,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노동자, 질병을 앓고 있는 노동자 등은 자본의 표적이 되기 쉽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해고는 비교적 쉽지 않도록 보호 받는데 반하여, 저성과자를 만들 수 있는 사업주의 재량은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미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벌이는 전직, 각종 형태의 괴롭힘이 인사관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인의 전문성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잦은 업무전환, 불합리하고 일관성 없는 인사고과를 통한 통제를 통해 얼마든지 저성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자본의 입맛에 맞지 않은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런 일터 괴롭힘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터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질병이 있는 사람에 대한 해고 역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 또한 개인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도 이를 극복하고 다시 건강하게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이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여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해고를 한다면,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물론 사회의 안정성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업은 트라우마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고용불안이 가져오는 노동자 건강의 악화를 지적한 바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고용불안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와 흡연과 같은 건강행태의 악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에 의한 노동자 건강의 악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전세계 연구자들이 그 관련성을 밝히고 있는 주제이다. 다만, 한국에서 고용불안에 의한 건강영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고용불안이 심리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와 사회보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등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그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저임금,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보장으로부터의 배제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어, 고용불안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쉬운 해고는 흔하고 잦은 실업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실업의 경험은 말 그대로 트라우마다. 실업을 당하면 가장 먼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의료 이용이 어려워지고, 건강행태의 악화, 자존감의 상실 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정신과 신체에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심지어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특히 실업을 당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서 그 건강영향이 더 심각하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연구가 다수 있어서, 해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설사 실업상태에 놓였다 하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때 까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쉬운 해고의 도입은 고용불안이 더욱 확대되고, 실업이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를 완충할만한 사회보장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은 끝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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