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피해자 고통 외면하는 한국 석면피해보상제도의 문제점 /2015.11

피해자 고통 외면하는 한국 석면피해보상제도의 문제점

 

 

 

푸들리 상임활동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하여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석면공장이 있을 줄이야!”

“치료도 안 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석면추방공동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대부분의 석면피해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처음부터 알려주지않은 회사와 국가에 대하여 분노하며, 석면피해의 고통을 온전히 스스로가 감내해야하는 현실에 힘겨워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석면피해보상제도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직업성노출로 석면제품을 취급했거나 노출된 노동자가 석면질환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상보험법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환경성노출로 석면제품을 만들거나 석면을 취급했던 사업장 인근에 거주하여 석면질환이 발생된 피해자를 위하여 2010년 특별법으로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이다.

 

노동부와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직업성 노출로 인한 석면피해자는 241명(사망자 136명), 환경성 노출로 인한 석면피해자는 1,739명(사망자 559명)이다. 하지만 기간으로 보나 노출된 상황을 고려해 보면 노동자 피해자 수가 환경성 피해자수보다 월등히 많아야 함에도 오히려 7~8배가 적은 수치이다.

 

왜 이럴까?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 석면폐증으로 산재를 신청 할 경우에는 진폐법(탄광폐)의 적용을 받아 X-ray사진으로만 판독을 하기 때문에 초기 석면폐증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에 비해 석면피해구제법에서는 석면폐증의 경우 폐CT 필름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X-ray에서는 아직 안 나타났지만 CT에서는 변화가 나타난 초기 석면폐증도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산재 신청과 승인 과정도 훨씬 복잡하다. 90%이상이 석면이 원인이라는 악성중피종으로 산재신청을 할 경우에도 신청하고 난 후 인정을 받기까지 일 년이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피해자도 발생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 피해자들이 30~40년 전에 일했던 근거자료(동료의 증명, 회사사진, 사업주날인 등)가 없어서 직업성 노출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산재 대신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인정받는 것을 택하게 된다. 산재보험의 보상급여가 환경성피해자의 구제급여보다 훨씬 높은데도,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아야할 많은 노동자 피해자들이 석면피해구제법을 적용받고 있다.

 

더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질환에 따른 차등지급의 문제이다. 석면질환으로 인정되는 질환 중 석면폐증의 경우 1급에서 3급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는데, 석면폐증 2급과 3급의 경우 요양생활수당을 2년 동안만 지급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석면피해자들임에도 2년이 지나고 나면 아무런 보호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더욱 석면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석면피해구제기금이 부족하기는커녕 340억 가량이나 남아있는데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의 석면피해자들이 8월 한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서울 광화문에 모여 항의집회와 기자회견을 개최하였고, 지난 11월 9일 제2차 전국석면피해자대회를 더욱 확대하여 개최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석면질환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인정받는 석면질환은 악성중피종, 석면폐암, 석면폐증, 흉막비후이다. 하지만 국제암연구소는 난소암과 후두암이 석면에 의하여 발생하는 석면질환임을 경고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난소암과 후두암을 석면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박탈당한 석면피해자의 고통과 석면피해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는 석면피해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최대한 귀 기울이며, 석면피해구제법과 산재보험법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진정한 피해보상제도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