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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리포트] 중소제조업 사업장의 장시간노동 원인과 주요 원인 영향력 연구/2015.6 뻔한 이유 그러나 뻔할 수 없는 삶중소제조업 사업장의 장시간노동 원인과 주요 원인 영향력 연구 김재광 노동시간센터(준) 본 연구는 2014년 10월부터 시작되어 2015년 6월 중에 마무리할 예정에 있는 연구이며, 연구 대상자에 대한 설문 및 인터뷰를 기초로 분석하였다. 지면상의 제약으로 일부 결과는 생략하였다. 우문(愚問)에서 현답(賢答)을 찾아라 한국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식이 될 정도이다. 이중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장시간 노동을 선도하고 있으며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최근 자동차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심야노동을 줄이고, 잔업시간 일부 또는 전부를 축소하는 주간연속2교대가 도입되고 있지만 전체 산업내의 비중을 본다면 아직도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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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리포트] 중소제조업 사업장의 장시간노동 원인과 주요 원인 영향력 연구/2015.6

뻔한 이유 그러나 뻔할 수 없는 삶

중소제조업 사업장의 장시간노동 원인과 주요 원인 영향력 연구


김재광 노동시간센터(준)


본 연구는 2014년 10월부터 시작되어 2015년 6월 중에 마무리할 예정에 있는 연구이며, 연구 대상자에 대한 설문 및 인터뷰를 기초로 분석하였다. 지면상의 제약으로 일부 결과는 생략하였다.



우문(愚問)에서 현답(賢答)을 찾아라


한국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식이 될 정도이다. 이중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장시간 노동을 선도하고 있으며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최근 자동차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심야노동을 줄이고, 잔업시간 일부 또는 전부를 축소하는 주간연속2교대가 도입되고 있지만 전체 산업내의 비중을 본다면 아직도 일반화하기는 힘들다.그렇다면 왜 좀처럼 노동시간은 줄지 않는 것일까?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을 캐보고자 노동시간이 평균 이상으로 긴 중소제조업체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왜 오래 일하고, 그 원인은 그들의 선택에 있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연구팀은 결론에 가까운 확정된 가설을 가지고 조사연구를 시작했다. 사실 중소 제조업 현장을 그렇게 주의 깊게 살피지 않더라도, 조금의 관심만 가진다면 이들이 왜 장시간 일하는지 알 수 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계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장시간 노동의 선택은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강요된 자율이다. 이렇게 뻔한 결과가 예측되는 우문(愚問)에 가까운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연구에 임하였다. 

첫째,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사실이 실체를 곧바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 때가 종종 있다. 즉 장시간 노동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에 동반되는 노동자의 결핍과 욕망 그리고 필요를 알 수 없기에 우문에 대한 현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중소제조업에 대한 선행적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시간센터 자체의 자료 축적과 연구조사의 방법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오래 일하고 있나


연구팀은 전동기구전문회사인 A 사업장(천안공장)과 자동차부품사인 B 사업장(안산)을 조사하였다.

A, B 사업장 모두 규모로 보자면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고용사업장)에 속하며, 양 사업장 모두 200 여 명 규모의 사업장으로 중소사업장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임을 알 수 있다.한국의 경우 300이하의 사업장이 사업체수의 99%를(2002년. 통계청) 이루고 있고, 50~299인 고용사업체 수의 비율이 약 14%(2009년. 한국광공업통계)에 이른다. 사업장에 재직하는 노동자 중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A는 140명 중 109명, B는 95명 중 75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두 사업장 모두 남성노동자가 80%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평균 연령은 39.5세, 평균근속연수 10.8년으로 응답자는 모두 정규직이었다. 소득의 경우 A는 월평균 259만8천 원으로 B의 월평균 200만3천 원보다 높았고, 양 사업장 배우자의 소득은 119만 원 정도로 비슷하였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A이라 하더라도 한국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4백3십7만6천(2015년. 통계청)에 미치지 못하였다. 대상자들은 중소기업 중 일정한 규모를 가지고 있고, 노동조합이 존재함에도 그다지 높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심지어 장시간 노동을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규모가 작거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의 임금수준은 더욱 낮을 것이라 예측된다. 지출의 경우 주거비가 가장 많이 들었고, 그 다음 교육비, 보험료, 문화생활비 순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오래 일하고 있나


두 사업장의 평균 한 달 노동시간은 225시간이며, B가 특근(휴일근무)에 있어 약간 높았을 뿐 1일 노동시간(10시간), 일주일 노동시간(55시간), 초과근로시간(잔업(평일초노동), 특근 (80시간)) 등 큰 차이는 없었다.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의 평균 노동 시간 월 195.8시간, 이중 초과근로시간이 33.8시간(2014. 국회예산정책처)것과 비교한다면 두 사업장 노동자는 상당히 긴 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근무시간이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하기에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A가 69.4%, B가 79.5% 가 부정적인 응답을 하였다.


당신은 오래 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동종 노동자보다 오래 일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자신의 노동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오래 일한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에 대한 물음에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가 73.8%로 가장 높았지만,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체감 정도는‘건강’ 측면뿐만 아니라 ‘관계’ 측면(가족과의 시간, 사회관계 시간)에서도 높게 드러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할 때’가 65%, ‘친구나 친지를 만나기 어려울 때’가 49.7%로 높게 나타났다. 많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시간 박탈/시간 빈곤을 가족관계 시간의 부재에서 느끼고 있다.


“일 오래 하니까요,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에 애들이 여덟 살, 여섯 살인데 그게 가장 애들하고 같이 하지 못하는 시간이 그런 게 좀 안타깝죠. 돈은 또 벌어야 하고 그런 게. 아직 애들이 어리다 보니까 같이 많이 놀아줄 나이고 그러니까. 그게 좀 안타까운데 어쩔 수 없으니까... (질문-친구들은 자주 만나세요?) 거의 뭐 안 만나죠. 친구들은 저도 이제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 이쪽에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는 주로 만나봐야 일 끝나고 회사 사람들이랑 술 한잔 먹고. 몇 달에 한 번에 모임을 하는 거 그때나 볼까, 그쵸 뭐. 특별하게 뭐. 또 아마 일을 해야 하니까 일부러 막 약속도 안 잡고 이런 것도 있어요.”


한편 장시간 노동이 가족 시간 및 여가 시간에 어떻게 침투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평일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일이 끝나고 집에 가고 하면 거의 8시 반 9시 정도가 되니까 거의 못하고 토요일 같은 경우에도 특근하고 서울 집에 가면 거의 한 11시 정도 되니까. 여가 할 시간은 거의 못하죠... 일요일 날도 잠깐 그냥 얼굴만 보고 거의 한 오후 3~4시 돼서 다시 또 이쪽 안산권으로 넘어오니까 여가활동 시간은 거의 없죠.”


이외에 오래 일한다고 느낄 때는 ‘취미생활을 하기 어려울 때’가 57.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무엇이 장시간노동을 유인하나


위와 같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왜 잔업과 특근을 하는 것일까?

잔업 및 특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비 부족’이었다. 평균 점수는 5.6점으로 가장 높았다.질문에 대한 응답분포 경우 ‘전혀아니다,~ 매우 그렇다’까지 7개 구간으로 나누고 이에 1~7점을 부과하고 이의 평균 점수를 구하였다. ‘생계비 부족’에 대한 표현은 인터뷰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이를테면 “기본급만 해서는 OO하기도 힘들어요”라는 식이다. 잔업·특근의 이유가 ‘부족한 생계비를 보충’하기 위함이라는 응답은 금속 사업장의 여타 조사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내용이다. 낮은 시간급 체계에서 비롯되는 공통성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노후 생활이 불안해서’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돈을 벌어두려고’의 평균 점수가 5.2점으로 비교적 높았다.

한편, 평균점수가 높지는 않았지만 응답 분포상 ‘그렇다’의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는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가 각각 40.7%, 45.8%였다. 이는 해당자 즉 유자녀 집단이나 주거 형태가 전∙월세인 집단이 높게 응답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후속 연구는 유자녀 노동자 집단과 전∙월세 집단의 잔업·특근 이유를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보면 잔업·특근의 이유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인터뷰는 <저임금~생계비 부족~아이들 교육비> 간의 사이클이 장시간 노동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잔업, 특근을 그만큼 많이 하게 돼요. 제가 한 달이 260 받을 경우에는 한 달에 거의 하루도 놀지 않고 하고... 기본 근무만 하면 아무래도 급여가 적잖아요. 그러니까 급여 때문에 연장근무를 더 택하고 하게 되는. 저 같은 경우는 그렇죠... 제가 아무래도 개인적인 부채가 좀 있고요. 부채도 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제가 그렇다고 딱히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제가 긴 시간을 회사에 할애하다 보니까 주말에는 꼭 놀러 가고 영화도 보고.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게 많다 보니까 해주고 싶은 건 결국엔 다 돈이에요. 기본급만 해서 하루 일당이 5만 원 정도 되는데요.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서 사실은 그 5만 원

가지고는 나가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들어요. 제대로 먹자면. 그렇다고 좀 진짜 매번 일주일마다 나가긴 하지만 그때마다 제일 싼 거 먹자, 이럴 수도 없고 하니까 사실은 돈이 쓸 게 없달까요? 수당이 붙지 않으면 쓸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선택적으로 제가 꼭 하는 편이죠.”



무엇이 충족되길 바라나


그렇다면 무엇이 충족된다면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겠는가를 물어보았다. 가장 먼저 해결되었으면 바라는 항목은 ‘기본급이 높아진다면’이었다. 응답분포상 ‘그렇다’(‘그렇다’와 ‘매우 그렇다’ 포함)의 응답 비율이 76.4%로 여타 항목의 ‘그렇다’는 비율보다 상당히 높았다. 희망하는 기본급 인상액의 평균값은 109.4만 원이었다. 그 가운데 ‘76~100만 원’의 응답 비율이 27.5%로 비교적 높았고, 다음으로‘26~50만 원’이 26.3%, ‘151만 원 이상’이 19.2%를 차지했다. 희망하는 기본급만큼 잔업과 특근을 하는것이다.

한편 ‘생계비 해결’이 높게 나타났다. 평균점수는 5.8 점이었고 응답 분포상 ‘그렇다’는 비율이 68.2%였다. 다음으로 ‘노후가 보장된다면’과 ‘주거가 된다면’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각각의 평균 점수는 5.7점, 5.4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응답 분포상 ‘그렇다’의 비율은 각각 68.2%, 66.3%, 55.6%였다.

평균점수는 높지는 않았지만 응답 분포상 ‘그렇다’의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는 ‘아이들 교육비만 해결된다면’, ‘대출금을 다 갚는다면’이 각각 49.7%, 47.4% 였다. 이는 앞에서도 지적되었듯이 해당자 즉 유자녀 집단이나 대출비율이 높은 집단의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부분일 것이다. B의 경우 대출금이 5천만 원

이상 1억 미만의 가계부채자가 25%에 달한다.



희망하는 노동시간


희망하는 노동시간 감소 정도에 대해서는 현재에서 ‘30%’가 41.5%로 가장 높았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1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하루 8시간 노동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다. 그다음으로 ‘20%’가 26.9%로 높게 나타났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하루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7.1~8시간’이 64.8%로 가장 높았다. 위의 희망하는 노동시간 감소 정도에 대한 응답과 상통하는 수치다. 눈여겨볼 점은 2.8%를 제외하고 97.2%의 응답자가 8시간 이하의 노동시간을 이상적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주당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35.1~40시간’이 58.5%로 가장 높았다. 위의 희망 하루 노동시간에 대한 응답과 상통하는 수치다.



풀어가야 할 것


앞서 언급했듯이 조사 대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며, 노동시간은 동종의 노동자에 비해서도 길었다. 두 사업장의 평균 연령은 근 40세였는데, 한국의 40대 임금노동자의 평균 월 급여는 약 430만 원(2014. 한국경제연구원)에도 상당히 미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기본급의 비중 낮은 시간급 임금제는 당연히 잔업과 특근의 강제된 선택을 부르는 것이다. 우선 낮은 임금 수준과 시간제 임금형태의 변화 없이는 장시간 노동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는 것이다.

위의 결과와 같이 제조업 노동자는 일 중독이나 그런 상태에 들어가 있지 않다. 8시간 내의 노동을 갈구하지만,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낮은 임금수준과 이를 구조화하는 임금형태 때문에 그것이 여의치 않을 뿐이다.

두 연구대상 사업장이 그나마 중소사업장에서 규모가 있는 사업장이라는 점은 더욱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위 사업장의 노동조건조차 이르지 못하는 제조업 사업체와 노동자가 해당 산업의 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조사는 전체 중소제조업 사업체를 나타내기에는 그 표본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 판단하며, 향후 부족한 부분이 보충 연구되어 노동자의 건강한 삶과 노동에 도움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