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에세이] 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 2015.4

[시간의 재발견] 노동시간 에세이

심야노동과 서비스 정신



노동시간센터(준) 이혜은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한국은 세계굴지의 장시간 노동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 단시간, 단기간 일할 수 밖에 없는 불안한 노동시간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불안정성은 비단 일터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시간에 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노동시간센터(준)은 지난 기획 [노동시간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들]을 마치고, 일상에서  느낀 시간과 노동을 에세이로 풀어나가는 [시간의 재구성] 연재를 시작합니다. ‘노동시간’에 방점을 두고 재구성하는 삶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 중에 직접 간호사나 의사를 고용하지 않은 사업장들에게 위탁받아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수행하는 일이 있다. 주기적으로 계약을 맺은 사업장들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의 다양한 지역으로 출장을 다니게 되는데 시간도 절약하고 편하게 다니고자 주로 택시를 이용하여 이동한다. 



한 달쯤 전 역시 낮에 택시를 타고 출장을 가던 중이었다. 택시 안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라디오를 갑자기 기사님께서 음량을 높이셨다. 가만히 들어보니 서울시에서 택시 운행과 관련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었나 보다. 그 중 특히 개인택시에게 밤 12시부터 2시까지의 시간에 대해 의무적으로 운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와의 인터뷰였다. 



인터뷰가 끝나자 집중해서 듣고 있던 기사님은 이내 “이런 탁상머리들!” 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마침 차에 타고 있던 내게 하소연하신 내용은, 몸도 힘들고 취객들 상대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아서 수입을 좀 포기하더라도 주간에 주로 운행을 하고 있는데 강제로 밤에 운행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 밤에 택시 잡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특정지역에, 주로 주말에 쏠린 문제인데 이렇게 해서 해결이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노동시간 문제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이런 뉴스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며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2월에 발표된 <서울형 택시 발전모델>에 포함된 사업이었다. 아마도 서울시가 택시와 관련된 민원 때문에 꽤나 골치가 아팠던 모양이다. 민원의 두 축은 ‘승차거부’와 ‘불친절’이었는데 이번 개인택시 심야 의무운행은 승차거부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한 방법이다. 



서울시 발표자료에 의하면 개인택시가 서울 택시의 67%로 법인택시의 두 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심야시간대 영업이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작년 12월 한 달간 24시~02시의 개인택시 결제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심야시간대에 한 번도 운행하지 않은 개인택시가 15,261대(30.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20일 운행하고 있는 개인택시들에게 의무적으로 24시~2시 운행을 하도록 하고 6일 미만으로 운행 시에는 12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10일 미만으로 운행할 때는 카드결제 수수료와 관련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불이익이 없으려면 일하는 날의 절반은 새벽 2시까지 운행을 해야 하다니 평소 야간 운행을 안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 쉽게 예상된다. 


이후 다른 기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택시를 탈 때 시간이 있으면 노동시간과 서울시 정책에 대해 여쭤보았다. 한번은 꽤 젊은 기사님의 차를 타게 되었는데 “전 어차피 회사택시라 상관없어요. 2교대로 일하니까 절반은 야간에 일하고 있으니까요. 만약에 돈 벌고 나이 들어서 개인택시 하게 되었는데 강제로 밤에 운전시키면 당연히 싫겠죠”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투에서 살짝 체념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법인택시 노동자의 심야노동과 장시간 노동은 훨씬 심각한 문제인 게 틀림없다. 또 다른 기사님께 자세히 들어보니 보통 2인 1차, 즉 2교대로 운행하기 때문에 거의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고 교대를 하지 않는 ‘1인 1차’의 경우 노동시간은 더 길어서 보통 15시간 많게는 17시간까지 일을 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이 있지만, 택시의 경우 ‘공익성 사업의 근로시간 특례’라는 제도에 따라 연장근로에 대한 제한 규정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 이런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만났던 분 중 한 분은 장시간 노동에 대해 “사납금이란 게 있어서 12시간씩 하고 야간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어요” 라고 하기도 하고 “실제로는 12시간씩 일하는데 근로계약에는 왜 6시간 반 일하는 거로 하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시에서 노사합의로 결정된 임금지급 시간이 6시간 40분이기 때문이다. 2012년도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법인택시 노동자의 평균 수입은 월 187만 원에 불과했다.[각주:1]

 


심야의 택시수급 문제에 대해 여쭤봤던 기사님들께 공통으로 들을 수 있었던 얘기는 심야의 택시 수요는 종로와 강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고 90% 이상의 손님들이 유흥을 즐기고 귀가하는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택시를 타는 곳은 몰려있는데 내리는 곳은 서울 전 지역으로 흩어지니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강남이나 종로로 돌아가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역시 강제 택시 운행보다는 심야시간대에만 합승을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수요 분석을 더 자세히 해서 심야버스를 충원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운수업에서의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은 노동자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서울시 조사결과, 택시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2011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의 23.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특히 법인택시 교통사고가 개인택시 교통사고의 5.7배 수준으로, 전체 택시 교통사고의 80.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대당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하자면 법인택시는 2,092건이었던 것에 비해 개인택시는 366건에 그쳤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무리한 운전과 장시간 노동이 개인택시와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으로 이러한 법인택시의 높은 교통사고율 원인으로 추정된다. 2006년에 출판되었던 우리나라 법인택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한 달 중 야간운행 비율과 수면시간은 교통사고 건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다.[각주:2] 



공익성 사업의 근로시간 특례’라는 말처럼 공공성을 내세워서 심한 노동강도를 강요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법인택시에서도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을 줄여야 할 텐데 이것으로 모자라니 개인택시에도 심야 운행을 의무화하자는 서울시의 발상은 참으로 폭력적이다. 더욱이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현재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고령자는 야간노동에 더욱 민감한 집단으로 건강에 대한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찾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모 인터넷 신문에서 뽑은 기사 제목으로 “서울 심야택시, 서비스정신이란 이런 것” 이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 몇 안되는 밤의 도시이다”로 시작되는 기사는 “서울 심야택시, 말 안 들으면 면허 취소를 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 와 같은 이를 지지하는 일부 과격한 누리꾼들의 반응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밤의 도시인 것이 별로 그리 자랑스럽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밤에 일하지 않고 잘 수 있는 서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심야의 교통 서비스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제공되는 게 아니라 착취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노동을 통해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1. https://traffic.seoul.go.kr/archives/11838 [본문으로]
  2. 윤간우 등. 일부 법인 택시노동자의 교통사고와 불안전운전행동에 미치는 인적요인. 대한산업의학회지 제 18 권 제 4 호 2006년 ; 307-31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