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_Law동건강] 일터 괴롭힘 관련 첫 징역형 선고

일터 괴롭힘 관련 첫 징역형 선고

 

임혜인 노무사

 

지난 4, 일터 괴롭힘 피해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1심 판결이 있었다. 집행유예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형사 처벌을 결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괴롭힘으로 범벅된 일터

 

이 사건 사용자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병원으로부터 구내식당 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주다. 해당 사업장은 30명의 노동자가 함께 근무하는 일터이다. 피해 노동자는 이 작은 규모의 일터에서 벌어진 괴롭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입사 신고식을 해야 하니 회식비를 내라고 강요하였고, 본인이 부업으로 팔고 있는 화장품을 강매시켰다. 피해 노동자가 이에 반발하거나 그 밖의 요구 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피해 노동자가 임금을 적게 받도록 근무표를 불리하게 배치하였고 욕설과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는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회사 본사까지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그 해결을 요구하였다. 회사는 피해 노동자의 신고 사실을 바탕으로 직장 내 금전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형식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한편, 어떤 이유에서인지 피해 노동자에 대한 가해자의 괴롭힘은 더욱 심각해졌다. 판결문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 나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등의 상스러운 언사로 괴롭힘을 자행하였으며,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피해 노동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가해자의 심각한 언동에 회사의 조치는 단지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함에 있어 오해 소지가 있었다.’라며 견책이라는 경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괴롭힘으로 범벅된 일터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 노동자는 결근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였다. 그러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해 노동자가 찾은 대책을 회사는 피해 근로자를 내쫓기 위한 구실로 삼았다. 피해 노동자가 결근한 지 5일 정도 되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를 통보했다가, 갑자기 복직을 명령하며 근무지를 변경하였다. 변경된 근무지는 피해 노동자가 첫 버스를 타도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없는 벽지로, 정상적인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한편, 피해 노동자는 지역 내 노동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본인을 비롯한 다른 피해 노동자들의 진술을 담은 녹음파일을 회사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오히려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였고, 가해자는 그 녹음파일을 빌미로 피해 노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모든 것이 적정하다는 회사의 항변

 

피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특히나 쟁점이 된 것은 회사가 피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는지 여부이다. 근로기준법76조의3 6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처우의 존부와 관련하여 회사는 피해 노동자에 대한 모든 조치는 정당하였으므로 불리한 처우란 없었다고 항변하였다. 가해자에게 즉시 인사 경고를 한 후 다수의 외부인사까지 초빙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를 처분하였고, 피해 근로자의 복직 및 전보 조치까지 하였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정한 조치를 모두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근무지 변경과 관련해서는 기숙사로 아파트를 제공하는 점, 노동강도나 의사소통 측면에서 더 나은 점, 시설이 더 쾌적한 점 등 전보 이후 피해 노동자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개선이 개선되기 때문에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회사의 항변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회사는 외부 인사 참여에 의한 인사위원회로 그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게만 출석과 청문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 피해 노동자를 비롯한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들에게 출석 및 의견 진술 등의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더하여 법원은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일방의 소명만 제공한 채 나머지 당사자들에 대한 판단 자료 제공을 배제한 것은 허울뿐인 인사위원회에 불과하다고 표현하였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그 자체도 문제 삼았다. 가해자를 징계처분 한 그 사유는 조직 관리 미흡이었다. 회사는 관리자로서 직장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때까지 방치한 책임을 물은 것에 불과하고, 일터 괴롭힘 그 자체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피해자들의 녹음 파일을 가해자에게 전달하고 인사위원회에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의 문제를 경징계로 무마하려고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전보 조치의 적정성도 부정하였다. 법원은 회사가 전보 조치에 대한 피해 노동자의 의견도 듣지 않았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 노동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회사의 경영 사정, 객관적 근무환경 개선만을 내세웠기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 이유

 

법원의 양형 이유는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지치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며 시작된다. 더하여 법원은 오늘날의 노동환경에 비추어 볼 때, 생명, 신체, 건강에는 유형적, 물리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 뿐만 아니라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며, 이러한 취지에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구체적 행위 태양을 유형화하여 그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지운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불리한 처우로 적시된 전보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피해 근로자에게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의 불리한 처우로 볼 여지도 있겠으나 피해 근로자가 본사를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 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가해자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피해자를 방치할 수 있으므로 검사가 구약식 청구한 벌금 200만원을 넘어 징역 6(집행유예 2)에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일터 괴롭힘을 방관한 사용자도 처벌될 수 있다.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시행된 지 2년째이다. 법 개정 전에는 근로기준법으로 일터 괴롭힘을 해결하기 어려워 괴롭힘 피해를 참고 견디거나 형법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도입은 무수한 괴롭힘 피해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현행법으로는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또는 가해 사업장)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요원하여 그 실효성이 의심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 판결은 일터 괴롭힘을 방관한 사용자는 처벌될 수 있다.”라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사회통념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힘입어 일터 괴롭힘을 방조하고 방관한 사용자와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