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자, Law동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 2021. 02

[알아보자, Law동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조영훈/회원, 노무사

 

 

1.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

  대표적인 유연근무제 중 하나가 근로기준법 제51조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말 그대로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탄력적으로 활용하여 일정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맞추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리고 줄이는 제도이다
  2020. 12. 9.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단위기간이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인 탄력근로제 신설”한다고 밝혔다.2)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 제51조의2에 반영되었다.

2.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기존의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역시 노동계에서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비판의 요지는 크게 건강권과 재산권의 측면에 있다. 먼저 이 제도가 노동자의 생체리듬을 깨고 특정 주에 장시간 노동을 하게 하여 뇌심혈관계질병, 정신질병 등의 과로성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제2017-117호)에 따르면 만성과로의 경우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4시간을 넘거나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평가한다. 단기과로의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량이나 시간이 12주 간의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3)
  그런데 기존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1주 근로시간이 2021. 7. 1. 이전에는 최대 80시간까지 가능하다. 근로시간에 관한 2018. 3. 20. 개정 근로기준법(15513호)이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2021. 7. 1. 이후에도 최대 64시간까지도 근로시킬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특정주에 현재는 80시간까지, 2021. 7. 1. 이후에도 64시간까지의 장시간 노동을 용인하고, 특정주의 근로시간이 30% 이상 증가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가 업무상 뇌심혈관계질환 산업재해를 사실상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의해 6개월을 단위기간으로 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한 사업장의 경우, 12주 동안 52시간 근로가 가능하게 된다. 이는 뇌심혈관질병 인정 기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제2017-117호)에서 정한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보는 경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2주 또는 3개월 이내 기간에서 평균 주40시간을 넘지 않으면,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바, 실질임금이 저하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는 일일 근로시간이 법정시간인 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신체에 무리가 따르므로 그에 대해 가중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법취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특정주의 연장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장근로가산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문제이다. 또한 근로시간을 줄인 특정주에 대해서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이 지급되어야 할 것이나, 이 역시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지급되지 않아도 된다.

 

<표2>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의 1주 최장 근로시간4)

 

3.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시행되면 위의 문제점에 더하여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도입 요건이 완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기간이 장기간임을 고려하여 기존의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 확정하는 것에서‘주별 근로시간’을 사전 확정하는 것으로 기준이 완화되었다. 또 기존의 제도가 사전 확정한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변경하려면 다시 근로자대표와의‘합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반해, 신설 제도는 근로자대표와의‘협의’만으로 변경이 가능하게 되어 사용자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근로일별 근로시간은 2주 전에만 통보하면 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이에 기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비해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도입요건이 완화되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임금보전방안과 관련한 문제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4항의 임금보전방안의 강구가 어떠한 벌칙 규정도 없어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아온 점을 고려하여, 신설 제도에서는 동법 제51조의2 제5항에서 임금보전 방안 신고를 의무화하였다. 신설 제도에서는 임금보전방안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형사처벌 조항은 아니다. 
  임금보전 방안이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노동자의 연장근로수당 규모를 보전하는 방안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임금보전’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받게 되는 연장근로수당 전체인지 혹은 일부인지가 분명치 않다. 극단적인 예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손실된 임금이 100만원인데 이 중 사용자가 1원만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신고해도 임금보전 방안 신고를 준수한 것으로 고용노동부가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보전의 구체적 기준이 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한편 임금보전방안도 근로기준법 제51조의2 제5항 단서에 의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역시 걱정되는 점이다. 
  한편 신설제도에서는 근로일간 11시간 휴식시간 보장 조치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였다고 하는데, 근로일간 11시간 휴식이라면 전날 22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9시에 출근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과연 “충분한 휴식권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조차도 근로기준법 제51조의2 제2항 단서에 의해 천재지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면 이에 따를 수 있다. 역시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1) 현행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가 있고, 2021. 4. 6.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단위가 추가 시행될 예정이다.

2) 고용노동부,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10개 개정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2020.12.9.), 6.

3) 한편 위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에서 사용하는 업무시간이라는 개념은 근로시간보다 넓은 개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지침번호2018-2)에 따르면 ““업무시간은 근로계약상의 근로시간과는 다른 개념으로 업무를 위한 준비 및 정리 시간을 포함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4) 고용노동부,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2018.6.), 18; ‘52시간제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해당 가이드에 적힌 문구 그대로를 인용한다.

 

[알아보자, Law동건강] 아파트 관리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판례

[알아보자, Law동건강]

* 이번호부터 연구소 노무사 회원들이 노동 판례 리뷰, 현안 비평, 법제도 연구 등 노동안전보건 이슈를 다루는 코너를 시작합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들어가며

2020년 12월, 연구소 선전위로부터 <알아 보자, LAW동건강> 코너에 필자로 함께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에는 나 혼자만 필자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노무사 세 분과 함께 쓰는 것이라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 하여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작성 하려다 보니, 주제 선정부터 난관이었다. 이 코 너의 첫 기고자이기도 해서 부담도 되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19~20년 업무상 정신질환 연구모임에 함께 하며 정신질환 산업재해에 대해 조금 들여다본 인연을 바탕으로,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자살과 관련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사건의 경위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재직하던 망인이 특정 입주민의 민원에 시달리다 2017.7. 사업주에게 사직 의사를 밝힌 이틀 뒤 자살한 사건*이다. 이후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하였으나, 공단은 망인이 개인적, 경제적 문제, 정신적 취약 성 등 개인적 소인으로 자살한 것이라고 판단 하여 망인의 자살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은 공단의 처분에 불복하여 고용노동부 산재보험보상재심사위원회 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기각 당하였고, 이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 입주민의 지속·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사례(서울행정법원 2020.9.18. 선고 2019구합 62826 사건) 

3. 사실관계

가. 망인의 업무 : 망인은 2011년 5월부터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에 입사하여 LH 국민임대아 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해온 자로, 아파트의 LH 대응 및 입주민 민원처리를 총괄하였다. 주로 지자체 또는 LH의 지시사항 처리, 민원 해결 등 관리소장이 직접 담당하는 업무를 처리 하였다.

나.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① 이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는 망인이 입사하기 전부터 국민임대아파트 전환 과정에서 LH와 입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으며, 이후에도 아파트 내 가건물 철거, 노인정 난방비 공 동부담, 동대표 선출 과정 등의 문제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② 특정 입주민 A의 지속적인 민원제기가 있었다. A는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하거나 전화하여 층간소음이나 CCTV 관련 민원을 수 차례 제기하였다. A는 LH에도 직접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하여, LH에서 최상층 끝집으로 이 사를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A는 거절한 바 있고, 이후 LH는 망인에게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특히, 망인의 사망 이틀 전인 2017.7.20., 망인과 A는 1시간 가량 대화하였는데, 당시 A는 망인과 관련없는 LH직원으로부터 안내를 잘못 받은 부분에 대해 망인에게 삿대질하고 윽박지르며 질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망인은 머리를 긁으면서 조아리듯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다. 사건 발생 직전 상황 : 망인은 2017.7.20. A의 질책 이후 회사 대표에게 전화하여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대표는 만류하였다. 그러자 망인은 직원에게 책상서랍열쇠와 인장 등을 인계하고 일찍 퇴근하였으며 다음 날인 7.21. 결근한 뒤, 7.22. 새벽 자택 부근 산책로에서 나무 에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

라. 망인의 개인적 스트레스 요인 : 2017년 초 망인이 투자하고 있던 부동산에서 세입자와 의 문제로 법원 이야기가 오가는 등 법적 문제 가 있었다는 동료 직원 진술이 있다.

마. 망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내역 : 망인은 2017.7.11. 및 2017.7.19. B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혼합형 불안 및 우울 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4.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단과 달리, 망인은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에 겹쳐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등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된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여,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A의 잦은 민원과 이 과정에서의 A의 언행으로 망인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 일터을 것을 인정하면서, 2017.7.20. 사직의사 표시 이후 다음 날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채 불안감을 호소하다 사망에 이른 점에서 2017.7.20. A 의 민원이 자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망인의 정신건강 의학과 상담기록에서 부동산 문제가 있기는 하나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이 외에도 업무와 관련한 상담 내용도 있던 점을 고려하였을때, 2017.7.20.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적 소인의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5. 이 판결의 의미

2017년 이후 대법원은 자살의 산재인정 여부와 관련해,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5.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참조).”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사건 또한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망인의 자살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공단과 법원의 판단이 상반되는 지점은 망인의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공단은 망인의 상담기록에서 주로 부동산 문제가 언급되고 동료 직원이 2017년 초 망인이 부동산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부동산 문제로 인해 우울증세가 발현되어 자살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 인다.

그러나 이러한 공단의 판단은 개인적 취약성이 있더라도 규범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판례의 입장과 다르게, 개인적 취약성을 산재 불승인에 대한 적극적인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 사건 공단의 불승인 처분 및 고용노동부의 재심사 청구 기각이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2017.5.로부터 1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 진점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개인적 취약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다행히 법원에서 원처분이 취소 되었으나, 취소되기까지 약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다른 유족이나 재해자도 똑같이 이 기간을 감내할 수 있을까. 산재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공단에서 산재 인정이 되는 것이고, 이것이 ‘신속· 공정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산재보험의 취지일 것이다. 법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산재신청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업무와 재해 간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된다면 개인적 취약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