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알아보자LAW동건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과 업무상 재해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과 업무상 재해

 

이번 7월호에서는 지인에게 산업재해 상담을 부탁받았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A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하 사학연금’)에 가입하고,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아닌 사학연금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직무상 요양을 신청해야 했다.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전부터 느낀 막막함은 사학연금법과 산재보상법에 따른 재해보상 신청의 차이 때문이었다. A에게 적용되는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 신청은 재해자들에게 불합리한 점이 너무 많았다.

1. 재해자가 아닌 학교기관의 재해보상 신청

사학연금법에 따라 재해보상을 신청하는 단계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산재보상법에 따라 요양급여 등을 신청할 때 사업주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재해자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면 조사가 진행된다. 물론 2018년까지만 해도 최초요양급여 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이 필요했다, 다만, 산업재해 신청에 있어 강제되는 요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학연금법에 따른 직무상 요양 신청은 반드시 학교기관장의 승인을 받고, 학교기관을 통해 접수해야 한다. 여기서 학교기관장은 사실상 사용자를 의미한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운영처럼 사학연금법에 따라 사학연금공단이 재해보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재해자 개인이 사학연금공단에 직접 재해보상을 신청하는 경우 학교기관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재해보상 신청을 허가하지 않는다.

결국, 사학연금에 가입한 재해자들은 산업재해 신청을 위해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용자와의 갈등으로 발생한 정신질병, 사업장의 유해요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건 등 업무상 재해에 대해 노·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도 예외는 없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학교기관의 인식이 부족하다면 재해자는 학교기관을 설득하여 재해보상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당해 과정에서 상당수 재해자는 업무상 재해 의지를 잃고 산재신청을 포기한다.

 

2. 사용자가 직접 실시하는 재해조사

어렵게 학교기관의 승인을 얻어 재해보상 신청을 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학연금법에 따라 신청한 업무상 재해 사건들의 조사는 학교기관이 직접 수행한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상 재해 신청 사건에 대입하면, 재해 발생 사업장의 사용자가 직접 재해조사를 한 뒤 근로복지공단에 조사결과를 알리는 형국이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사건과 같이 신청서와 함께 재해경위서를 작성·제출하여도 학교기관 조사에 해당 내용이 정상적으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사학연금공단은 직무상요양신청서와 함께 첨부된 직무상요양승인신청서 작성방법을 통해 재해 사실에 해당하는구체적 경위는 학교기관장이 조사한 내용을 작성하도록 안내할 뿐이다.

업무상 재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사용자는 재해자 개인의 책임이다등의 주장을 하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심지어 당해 내용을 담은 보험가입자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이를 넘어,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에게 재해조사 권한을 일체를 부여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어렵게 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간혹 사업장 내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재해조사에 개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별 노동자가 학교기관의 재해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설사 학교기관이 성실히 조사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형식적 조사에 그칠 뿐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3. 업무관련성 조사의 부재

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 판단에 있어 근로복지공단은 재해 현장에 방문하여 구체적인 재해 경위 및 업무상 질병 심의를 위한 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필요 시 재해 현장의 유해요인을 측정하거나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역학조사 등을 통해 업무와 상병 간 연관성을 살핀다.

그러나 사학연금법상 업무상 재해 판단에 있어 위와 같은 조사들의 실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재해조사, 신청 시 재해자가 제출한 진단서, 의무기록등을 비롯한 기초 서류만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다. 업무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해 재해자 진찰은 커녕 재해자의 진술도 듣지 않은 채 짧은 시간 서류 검토만으로 승인·불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물론 급여심의회의가 위의 조사를 생략할 만큼 폭넓은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거나, 상당인과관계 법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가령 유해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암이 의심되어도 동종·유사 작업환경에서의 법원 또는 근로복지공단에서의 선행 업무상 재해 인정 사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재해보상 신청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4. 재해자의 급여심의회 심의회의 참여 제한

산재보상법에 따라 산재보상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사고에 대한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고 있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결정하며, 업무상 질병은 전국 6개 지역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그리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회의에 있어 최종적으로 재해자가 참석하여 재해 관련 사실을 진술하고,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한다.

한편, 사학연금법에 따른 재해보상제도의 전반적 업무는 사학연금공단이 수행한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유사하게 사학연금법상 업무상 재해 판단을 위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인 급여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급여의위원회 심의회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달리 재해자가 참석하고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재해자가 심의회의에 참석하여 재해 관련 사실을 진술하겠다고 요구하여도 사학연금공단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며, 급여심의위원회의 판정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재심사 청구를 하여 다시 판단 받으라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결국,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 제도에는 신청, 재해조사, 심의 및 판정에 이르기까지 재해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5. 휴업급여 지급 근거의 부재

마지막으로 A는 앞선 과정을 거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면, 상병으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는지 물어보았다. 참고로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경우 요양으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날 1일당 평균임금 70%의 휴업급여를 지급하며,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에서는 요양으로 인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수당을 제외한 보수 전액을 지급한다. 그러나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제도에는 재해자가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 임금을 보장해주는 별도 내용이 없다. 결국 정관, 취업규칙을 비롯한 학교기관의 규정 혹은 단체협약에 유급 병가나 업무상 재해에 따른 휴업급여 지급 규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6. 재해보상 신청을 포기하는 사학연금 가입 노동자들

업무상 재해를 드러내는 것은 재해자 보상과 함께 일터의 위험을 알리고 개선하는 것,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과정이다. 어떠한 일터에도 위험은 존재한다. 사학연금 가입 노동자들의 일터도 안전하지 않다. 각종 유해요인에 쉽게 노출되는 병원 노동자, 최근 폐암과의 인과관계가 드러난 조리 노동자 중에도 사학연금 가입자가 있다. 다만 이들에게 업무상 재해 신청의 장벽은 너무 높다.

신청을 고민해보겠다며 돌아간 A는 얼마 후 산업재해 신청을 포기하고 병원 내 규정에 따라 병가 사용을 결정했다고 연락을 전해왔다. 사건을 진행하며 발생할 사용자와의 갈등, 불투명한 조사 과정이 부담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A에게 그래도 한번 신청해보자는 설득은 하지는 못했다. 결국 A의 사례는 산업재해로 기록하거나 보고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같은 환경에서 계속 근무하며 똑같은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A와 같은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감춰진 재해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며 씁쓸함을 느낀다.

(이성민 회원,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