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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6월호_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상 인터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상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2000년 이후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동물감염병은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전세계에 퍼진 코로나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번 〈다양한 노동이야기〉 코너에선 가축방역을 책임지는 가축방역사를 만났다.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2003년부터 일하면서 노동조합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필성 님과 가축방역사의 노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세종시에 위치한 가축위생지원본부에서 진행하였다. 가축방역사는 무슨 일을 할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6대 질병(구제역, 소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돼지열병, 돼지오제스키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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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6월호_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상 인터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상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2000년 이후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동물감염병은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전세계에 퍼진 코로나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번 다양한 노동이야기 코너에선 가축방역을 책임지는 가축방역사를 만났다.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2003년부터 일하면서 노동조합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필성 님과 가축방역사의 노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세종시에 위치한 가축위생지원본부에서 진행하였다.

가축방역사는 무슨 일을 할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6대 질병(구제역, 소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돼지열병, 돼지오제스키병, 닭뉴캐슬병) 및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사업과 농장 방역실태 점검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임받고, 가축방역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위의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가축방역사가 소속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어떻게 설립된 것일까? 1999년 민간방역기구인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가 창립되었고, 2000년 사단법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로 인가되어, 2003년에는 특수법인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주업무는 가축방역과 축산물 위생검사, 해외에서 들어오는 축산물 검역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해 가축의 질병유무를 검사하는데 축산농가를 방문하여 소와 돼지 등 축산물의 검체를 채취한다. 도축장에서도 축산물 위생검사를 한다. 그리고 감염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현장에서 초동방역 업무도 하고 있다. 직종은 방역직, 위생직, 수입축산물 검역직, 가축방역을 위한 콜센터가 있다.

힘들고 고된 시료채취 작업

가축방역사들은 현장에 방문해 가축들의 질병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시료채취 작업을 한다. 그런데 가축을 혈액을 채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일일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부터, 낯선 이들이 방문할 뿐더러 자신의 신체를 상하게 할까 불안해하는 동물들에게서 혈액 등의 시료를 채취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고 위험해보였다. 축산농가에서도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협조를 얻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도 주사맞거나 피 뽑는다고 하면 울면서 처치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와 같은 대동물은 무게가 700~1000kg까지 되잖아요, 뿔도 있고요, 낯선 사람들이 다가가는데 소가 어디 얌전히 있습니까? 계속 피해다니니깐 카우보이처럼 올가미 같은 걸로 소의 목을 묶고 고정해서 피를 뽑아야 해요. 소는 목의 정맥과 꼬리의 정맥에서 피를 뽑는데 목에서 뽑는 경우 뿔에 부딪칠 수 있고 꼬리정맥에서 혈액 채취하는 경우 발길질에 넘어질 수 있어요.

제가 2003년 입사했는데 그 당시에는 초기라 가축방역이 생소하여 축주(가축주인)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검사 안했는데 왜 국가에서 하냐 이거죠, 가축이 혈액채취 당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보는 축주들은 싫어했지요. 2000년 초창기에는 저희가 검사하는 걸 절대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축산농가에서도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저희가 주기적으로 검사하는데 협조해주시는 편입니다. 물론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을 합니다."

가축방역사가 노출되는 위험들

한편, 하루에도 수 십 마리의 동물의 시료를 채취하다보면 가축방역사들은 항시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2011년 소에 받쳐서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인수공통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방역사들을 늘 따라다녔다.

"시료채취하다 다치는 일도 꽤 있었죠. 동물에 부딪쳐 타박상이 생겨도 크게 다치지 않으면 저희는 대수롭지 않게 파스 붙이고 일했는데요, 장기적으로 일하다보면 여러 가지 부상이 누적되고 근골격계질환이 생길 수 있지요. 그래서 작업 중 부상에 대해 사유서를 작성하라고 해도 직원들이 서류 작성하는 게 번거로우니깐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안타깝지요, 혈액을 뽑다보면 주사침에 찔리기도 하고요. 주사침 자상사고도 제대로 신고가 안되고 있어요.

그리고 일하다보면 인수공통 감염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루셀라병이나 큐 열(Q fever)1), 조류독감(AI)인데요, 저희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검사를 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 전국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일부 지자체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도축장에서 축산물 위생검사하는 직원이 큐 열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10여 년 전 큐 열 검사한 적이 있었는데 큐 열 양성이었어요, 근데 당시는 다음 조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돈으로 병원에서 검사하고 약 먹었지요, 요즘은 선제적으로 검사를 더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노동조합에서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보건문제도 신경 쓰려고 합니다."

신종감염병 등장에 따른 어려움

2000년 들어 구제역이 발생했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에 2019년 최초 발생하였다. 조류독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런 신종감염병이 생기니 기존 업무에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실정이다.

"매년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고 앞으로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4일 강원도 영월에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면 발생한 축산농가 살처분하고 주위 농가 검사하면 되는 걸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현장에서는 강원도에서 모든 출하하는 돼지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많은 축산농가를 방문해서 검사하려면 결국 1인이 검사를 하게 됩니다. 과거 안전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2인 1조 근무가 의무화되고 인력도 충원됐지만 쏟아지는 검체채취 업무로 여전히 1인이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동물의 이동을 막는 등의 초동방역하는 것도 또한 방역사들의 업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지만, 이후 어떻게 후속조치가 이뤄지는지, 해결은 된 것인지는 일반 대중들은 잘 알기 어렵다. 방역사들은 우리의 눈과 귀가 안 보이는 곳에서 신종감염병의 해결을 위한 후속검사와 조치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신종감염병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업무부담은 가중된다.

불안정한 일자리, 열악한 처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축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도 인수공통감염병이지 않습니까? 조류독감도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가축전염병을 막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건강에 대한 일을 담당하기에 저희는 공공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합니다. 저희는 무기계약직인데요, 오래 근무해도 임금의 상승폭이 크지 않습니다. 10년 이상 근무를 해도 수당 빼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가축방역사들은 24시간 내내 근무를 하면서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업무를 하는데요, 이때 지급되는 수당의 기준이 최저시급 수준 밖에 안 됩니다."

가축방역지원본부는 49명이 정규직이고 나머지 1000여 명이 무기계약직이라는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고생하며 일하는 건 가축방역사들인데 그 성과는 관리하고 행정 업무하는 정규직이 다 챙겨간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종종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전국조직을 49명 중앙 직원이 행정 일을 다 본다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지방 공기업을 보면 현장인력 대비 행정인력이 20%정도인데 저희는 약 3%밖에 안 돼요, 그러다보니 전국 42개 사무소의 현장인력이 행정업무도 하고 있어 현장인력이 부족하지요,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인력이 약간 충원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려고 하지만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데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사직하게 되고, 경력자가 사직하면 신규직원이 들어오고 신규직원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으니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보통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면 이직률이 낮은데 저희는 이직률이 높습니다. 특히 올해 이직률이 높아요, 희망이 안 보인다는 거죠. 지금 일을 시작한 젊은 직원이 20년 후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은 아니어야 할 텐데요."

가축방역사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가축방역은 성공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숨은 노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수고했다는 말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은 지난 2021년 5월 13일 농림식품부에서 처우개선, 인력충원, 신분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소방직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지원되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장기적으로는 국가방역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경기도, 강원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겨울 서해안을 중심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했습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파견해서 감염병을 조기에 차단 해야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발생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구조라서 인력운영에 제한이 있습니다. 예산문제도 지방비와 국비로 나눠져 있다 보니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건비를 반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에서 방역시스템을 컨트롤하는 하는 국가방역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겨울 조류독감이 약 100건 정도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수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이 사실이 묻혀버렸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리 가축방역사들은 현장에서 미련할 정도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신분, 처우개선에 대한 문제는 기필코 해결해서 앞으로 저희 아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1) 양, 소, 염소에서 주로 서식하는 세균의 일종인 콕시엘라 부르네티에 의해 유발, 박테리아가 담긴 공기비말을 흡입하거나 생우유를 섭취할 때 감염된다.